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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퍼도 웃을까? -->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의 한국 지사.
전세계에서 가장 별일 안 하기로 유명한 지사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자국 솔로랭크의 보호를 위해 해외 IP를 차단한다.
일제강점기 시대 조상님들의 한(恨)을 풀고자 쪽바리들을 양학하겠다!
난징대학살을 반성하지 않는 구이쯔빙들의 기강을 새 시대에 바로 잡겠다!
취지는 너무 좋은데 그것을 100년이나 지난 현대에서, 그것도 게임에서 하는 건 좀 그렇잖아.
한국과 중국 유저들의 개입 때문에 일본 서버는 특수 관리 대상이다.
안 그래도 없는 일본 유저가 더 줄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국은 자국 솔로랭크의 부흥을 위해 도우미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안 그래도 싸움만 좋아하는 중국 솔로랭크 유저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라고 오브젝트 타이밍 등이 맵에 초단위로 표시된다.
바론, 용뿐만 아니라 레드와 블루와 억제탑 재생성 시간까지.
한국에서는 헬퍼에서나 보이는 기능이지만 중국에서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아군의 전적 즉석 검색이나, 자신의 밴 취향을 말하는 여러 기능들이 포함돼있다.
그 외에도 북미나 유럽은 메인 서버답게 메인 서버 다운 기능을 갖췄다.
특히 욕설이나 비매너 유저에 대한 제재가 놀라울 정도로 피드백이 빠르다.
서버 이동 등의 한국 서버에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그냥 패시브다.
─로드 오브 로드 한국 서버는 좋은 점이 뭘까?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우리나라 서버는 뭐가 좋지?
└우리는 안 좋고 운영자들이 좋겠지
└매크로 답변 돌려 놓으면 개꿀이니까!
└옛날에는 좋았던 거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옛날에는 국내 게임사에서는 볼 수 없는 개념 차고 재밌는 GM의 답변으로 유저에게 호감을 일으켰다.
서버 관리도 열심이었고, 가끔 가다가 서버가 터지면 보상이나 사과도 진심이 묻어 났다.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게 헬적화를 마친 친한국적 기업이 되었다.
너무 옛날 일이기 때문에 롤유저의 절대 다수는 기억조차 못해서 이제는 딱히 따질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뭐 굳이 열심히 할 만한 일도 없어서 별로 신경도 안 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제발 좀 움직여줬으면 해.
─비인가 프로그램 헬퍼로 마스터 찍은 '크하하급카이팅'
꼬그모 승률 92%
갈리스타 승률 100%
카시오가피 승률 90%
수 직 상 승 중
나흘 내에 챌린저도 박살낼 듯
└Zl존브론즈헬퍼보다 전적 더 좋은데? 부캐인가?
└헬퍼도 크하하 비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갈리스타 승률 100%에서 어이 털리고 갑니다^^
└이렇게 대놓고 써도 정지 먹는데 1주일은 걸리겠지?
Zl존브론즈헬퍼, 가장 유명한 헬퍼 유저다.
정지만 안 먹으면 챌린저 1위도 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 과정이 하루이틀 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게임사가 대부분 중도에 쳐낸다.
마치 브론즈도 헬퍼 쓰면 챌린저!
일부 브론즈 유저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나 사실은 원래 티어도 마스터 티어다.
가장 유별난 특징은 소위 '헬퍼 챔피언'이라 불리는 특정 챔피언들로 고승률 부캐를 키운다는 점이다.
그런 Zl존브론즈헬퍼의 또 다른 부캐가 적발됐다.
이번에는 헬퍼에 보다 적응을 한 건지 승률이 더 높다.
일반 유저들은 혀를 차고, 프로들이 한숨을 쉬는데, 정작 Zl존브론즈헬퍼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Zl존브론즈헬퍼입니다
일단 인증부터 해야겠죠?
여기 영정을 먹은 제 화려한 이력들입니다
대부분이 200년 내지 300년 후에 정지가 풀리네요
앙 영정띠~!
Zl존브론즈헬퍼 본인이 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헬퍼가 관심 받고자 저 짓거리 하는 거.
하루이틀 일은 아니라 놀랄 건 아니다.
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정지 당한 게 짜증나서 대리하고 있다.
지금 Zl존브론즈헬퍼라고 올라오는 유저는 자신이 아니다.
└응, 너인 거 다 알아 이 쓰레기야
└은폐 공작 지리고 레잇고 스무스~
└대리도 헬퍼로 하겠지? 끼리끼리 잘 논다
└아이디로 크하하 비꼰 건 살짝 호감ㅋㅋㅋ
물론 댓글은 당연히 조롱 일색이다.
누가 봐도 너 같은데 어딜 아닌 척하려고.
설사 니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끼리끼리 같은 놈들이잖아?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는 답이 간단하게 나온다.
정작 고민이 드는 이들은 다름이 아니다.
게임사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거 어떡하죠? 지금 난리도 아닌데."
"일단 본사에 문의 넣고 두고 봐."
유명 롤 커뮤니티들은 게임사 직원들도 눈팅을 한다.
유저들이 어떤 불만이 있는지 가장 쉽게 체크할 수 있다.
최근 헬퍼 문제가 빗발치고 있다는 걸 게임사라고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섣불리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헬퍼 쓰는 유저들이 한둘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큰 회사인 만큼 공식적인 처리 메뉴얼을 따른다.
1. L.A에 있는 본사에 연락.
2. 본사에서 프로그램으로 해당 계정 확인.
3. 한국 지사에서 자료를 받고 제재 수위를 확정.
처리가 단계 별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이 소요된다.
전세계에서 자료를 보내오기에 금방 결과가 나오긴 힘들다.
게임사의 일처리 속도가 답답한 유저들은 나름의 정의를 강구한다.
도도갓- 요즘 외계인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열심히 좀 해야겠다~
캡잭- 크하하는 2% 정도 확신이 안 섰는데 얘는 빼박 헬퍼네. 얘는 고소 안 하겠지 체이야?
피맥- Zl존브론즈헬퍼도 메소드 연기 중인 거야. 본인 계정이 아니라고 빙의해서 연기하는 거지!
프로게이머와 전문가들의 오피셜을 듣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니까 얼마나 시원해?
바로 얼마 전 BJ크하하 사건이 있다 보니 불이 더 빨리 붙는다.
이미 관심을 갖고 있던 프로게이머와 전문가들이 한 소리씩 한다.
이 자체는 굉장히 건전한 E-스포츠 비평 문화의 한 종류다.
문제는 이런 대중들의 관심을 악용하는 인간들이다.
* * *
BJ크하하 사건.
사건의 경위와 진위는 어쨌건 굉장히 큰 사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관심이 몰렸고, 대중은 대변해줄 사람을 원한다.
〈니들 헬퍼가 어떻게 웃는지 알아? 크하하!〉
-ㅋㅋㅋㅋㅋㅋㅋ
-크하하래ㅋㅋㅋㅋㅋㅋ
-노렌 이 새끼 존나 위트 있게 비꼬네
BJ노렌이라는 사람의 방송이다.
나름대로 인지도는 있으나 탑급은 아니고 중위권.
하지만 이번 헬퍼 사건으로 인해 수천 명의 시청자가 유입됐다.
〈크하하님, 님 헬퍼에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헬퍼 쓴 거 맞잖아요? 전 팩트만 말합니다~.〉
이미 수많은 프로들이 크하하는 헬퍼다!
확신에 찬 언급을 했고, 일반 유저들의 생각도 대부분 그러하다.
게임사가 올바른 판결을 내려줄 거라고는 믿고는 있으나 그게 언젠데?
좀처럼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당장 자극적인 걸 원한다.
그냥 헬퍼 유저들을 욕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러한 군중 심리를 이용해서 어그로를 끄는 BJ들이 생긴다.
소신 발언이라고 쳐도 한 번만 말해도 되는 문제다.
다른 목적이 있다 보니 자꾸자꾸 말을 한다.
-노렌 크하하 어그로로 시청자 몰이 하네;
-아니, 피맥처럼 증거로 까는 것도 아니고 얘는 뭐지?
-크하하 요즘 팔도 수술하고 아픈데 꼭 그래야 함?
-삐빅! 12등급 크빡이의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사실 사건이라는 게 늘 처음에는 취지가 좋다.
헬퍼를 쓰는 BJ가 있다고?
헬퍼로 돈도 벌고, 잘난 척을 해?
그런 놈이 있으면 조지는 게 맞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컨텐츠화가 되어 간다.
일부 BJ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몇몇 시청자들이 옹호를 하자 갈수록 들뜬다.
발언 수위가 높아지며 변질이 되는데 이른다.
〈크하하님이 팔을 수술했다고? 그거 설마 오토메일…… 악! 말. 실. 수.〉
-ㅋㅋㅋㅋㅋㅋㅋㅋ
-오토메일 ㅇㅈ하자너~
-노렌 비꼬는 거 마음에 든다ㅋㅋ
사건의 진위보다 당장의 유쾌함을 찾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왜냐?
어차피 내 일도 아닌데 뭐.
사람들이 이를 원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생기는 걸 수도 있다.
〈크하하님 오토메일로 저 때리는 거 아니죠? 저 삐쩍 마른 멸치라 약한데. 강철의 연금술사 보니까 오토메일 겁나 세더라구요~.〉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더 이상 건전한 비판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애초에 파프리카TV는 건전과 거리가 먼 곳이고, 어그로 끄는 것도 어떻게 보면 능력이다.
자기가 감당 못하고 무너너지만 않으면 되지.
BJ노렌의 방송은 번성 중이다.
〈잉~ 츠크! 잉~ 츠크!〉
-로봇춤ㅋㅋ
-로봇춤 아닙니다. 크하하춤이에요!
-와, 헬퍼가 춤을 춘다~
특유의 재치 있는 말투와 몸짓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까놓고 말해서 헬퍼 맞잖아?
그냥 좀 놀리고 놀면 안돼?
대충 이런 분위기라서 가감이 없다.
BJ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상당수가 그러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크하하 까는 걸로 꿀빨 수는 없다.
같이 진행할 컨텐츠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
〈아, 큐 잡혔네. 이러다 벌 받아서 크하하, 아니 헬퍼 만나는 거 아니냐? 키킥.〉
BJ노렌의 주컨텐츠는 솔로랭크다.
티어는 대충 다1에서 마스터 정도.
컨디션에 따라 왔다리 갔다리 하는 천상계 롤BJ다.
유저수가 적은 천상계.
다른 BJ나 프로를 만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기에 크하하를 만날 가능성은 낮겠지만.
─헬퍼가웃으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속보! 상대 꼬그모 잉벤에서 난리난 크하하급카이팅ㄷㄷ Zl존브론즈헬퍼 부캐라는 소문 있음!
비슷한 점수의 다른 유명인을 만나는 건 반쯤 필연이다.
최근 잉벤에서 화제가 일고 있는 크하하급카이팅.
별풍선과 채팅창을 살펴본 BJ노렌은 미소지었다.
〈헬퍼 정의구현 가겠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 추천 말고 팬가입이나 별풍선 원기옥 좀 쏴주세요 리얼루다가~.〉
-여기서 수금 타이밍을 잡는다고?
-착한 돈독 ㅇㅈ이자너~
-별풍선 원기옥 가즈아!
잔뜩 달아오른 군중.
하나의 색깔로 흥분한 인간 만큼 조종하기 쉬운 게 없다.
입맛에 맞는 발언을 던져주면 제알아서 원하는 해석을 한다.
크하하 사건의 진위야 어쨌건 팬덤을 늘리고, 수금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화제의 Zl존브론즈헬퍼를 잡아낸다면 더더욱이다.
만에 하나 못 잡는다고 해도.
'별풍선은 이미 땡겼으니까.'
오히려 불쌍한 컨셉으로 수금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적당한 개드립을 섞어준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
누군가에게는 위기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방송 성장과 수금의 찬스다.
그런 크하하에 준하는 화제가 하나 더 싹트게 됐다.
심지어 솔로랭크에서 만나는 기연을 얻었다.
방송 어그로를 끌 두 번 다시 없을 호기다.
[전체]BJ웃음빼박헬퍼(트와이스 페이크): Hey Helper. I Kill You.
-선 전 포 고
-헬퍼 정의구현 가나효?
-노렌 싫어했는데 소신 있는 모습 너무 좋다^^
노렌은 자신감 있게 전체 채팅으로 외쳤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위를 해주는 것이다.
마치 대변하듯 말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호응을 끌어낸다.
'꼬그모는 트페로 밥이지 밥.'
마스터 구간에서 게임을 하는 그는 헬퍼를 수도 없이 만나봤다.
피지컬만 좋은 헬퍼를 잡기 가장 좋은 챔피언.
타겟팅 CC기와 글로벌 궁극기를 가진 트페다.
아무리 승률이 좋아봤자 결국 헬퍼다.
머리가 없어서 운영으로 가면 잡기 쉽다.
팀운에 따라 질 수도 있겠지만 못 이겨도 손해 볼 일은 없는데.
[전체]크하하급카이팅(꼬그모): 저 헬퍼 아닙니다
[전체]크하하급카이팅(꼬그모): 순수 100% 실력이에요
스킬을 피하는 꼬라지만 봐도 100% 헬퍼다.
그런 헬퍼가 어처구니 없는 변명을 해온다.
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뻘쭘하잖아.
'아니, 오히려 잘만 이용하면 방송 어그로를 끌 수 있겠는데?'
BJ노렌은 채팅창 반응을 가만히 봤다.
별의별 말이 다 나오고 있다.
이들의 심정을 살짝 대변해주면 된다.
"뭐? 지가 헬퍼가 아니라고? 님들 잘 들으세요, 저 새끼 헬퍼 아니면 저 방송 접어요."
-갓렌!
-역시 노렌은 이 맛이지
-별풍선 충선 중 ㄱㄷㄱㄷ
이미 헬퍼 어그로의 맛에 빠져든 노렌은 자신감 있게 외쳤다.
구이쯔빙(鬼子兵): 중일전쟁 당시 중국을 침략한 일본인들이 대량 학살을 자행하자, '악귀와도 같은 일본놈'이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을 부르던 멸칭.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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