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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40화 (34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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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온 한국 -->

크하하가 헬퍼를 썼다니!

솔직히 좆밥이긴 하지만 나름 경쟁 상대였는데.

진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런 충격적인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

……같은 생각은 1도 들지 않아.

'내가 크하하를 싫어한다거나 그래서가 아니야.'

채팅창에 '크하하' 세 글자 올라오기 전까지 반년 동안 잊고 살았다.

작년 멸망전 결승 치른 이후로 떠올린 적 자체가 없다.

내 인생에 없는 사람인데 나보고 뭐 어쩌라고.

마찬가지로 그 사람 인생에도 내가 없겠지.

알아서 BJ일 잘하고 있을 거 아니야?

그냥 관심이 없다 관심이.

일련의 뻔한 대답도 이유 중 하나다.

다른 한 가지의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서 나에게 헬퍼라는 건 그냥 악역A야.

'악역A가 활약하는 건 만화로 따지면 1권, 게임으로 따지면 1탄 내외지.'

그 다음부터는 심심하면 단체로 등장한다.

마치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겁나 많이 등장해 그냥.

"내가 중국에 있었잖아. 중국 솔로랭크에는 헬퍼가 겁나 많아."

-뭐? 크읍읍이 많다고?

-속보)로봇 교수님 양산 성공……!

-중국의 과학력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이런 말하기 뭣하지만 헬퍼는 딱히 감흥이 없다

솔직히 나는 이런 걸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

아니, 우리나라가 평화롭다는 반증 같기도 해서 즐겁다.

왜냐면 중국 솔로랭크는 헬퍼가 문제가 아니다.

이 새끼들은 Power Overwhelming 치고 한다고.

에이, 롤에 무슨 무적 치트키가 있어~ 오바 치네~.

"어뷰징이랑 헬퍼는 그냥 다반사고, 드랍핵, 몰왕핵, 스킬핵 별의별 애들이 다 있어."

-드랍핵을 쓴다고 롤에서?

-몰왕핵은 뭐임?

-사스가 짱깨…… 착짱죽짱

-헬퍼가 별 일이 아닐 만하네

차라리 헬퍼만 쓰면 이런 느낌이다.

껌 좀 씹고 담배도 피지만 수업 시간을 제끼지는 않는 모범 일찐이구나.

적어도 문제 없이 수업은 듣는다.

최소한 게임은 한다는 거 아니야?

'중국은 다른 게 워낙 많아서 헬퍼는 신경도 안 써.'

어뷰징, 고의적으로 게임을 지는 행위.

드랍핵, 멀쩡히 게임하는 상대를 튕기게 만든다.

스킬핵, 한 마디로 1레벨부터 궁극기를 쓴다.

몰왕핵, 아이템 액티브를 1초에 10번씩 난사.

Power Overwhelming, 무적 치트키가 과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긴 하다.

중국은 대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자기 소유의 계정이라는 개념 또한 당연히 없게 된다.

고로 핵 쓰다가 정지를 당해도 잃을 게 딱히 없어.

그러다 보니 막 쓰는 애들이 적지 않게 있다.

"그렇다고 제가 이번 사건을 간과하는 건 아니에요. 자료가 있으니 다 함께 찬찬히 봐봅시다."

한 시청자가 자신의 남아도는 시간을 할애해서 자료를 정리하여 보내줬다.

사건의 개요부터 시작해 영상 등의 자료까지 모두 말이다.

레전설님이 부디 이번 사건의 진위를 어쩌고저쩌고…….

장문의 쪽지까지 포함되는 등 너무 공을 들였다.

너무 부담돼서 안 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의 문제의 영상부터.

아니나 다를까, 채팅창 반응이 불이 난다.

-방금 마우스 포인터 움직이는 속도 봄?

-와, 시발 핑와만 골라 때리네ㅋㅋㅋㅋ

-비 인 간 적 원 딜

-꼬그모 카이팅 봐라. 저게 헬퍼가 아니면 뭐임?

꼬그모가 얼마 전에 리메이크가 됐다.

다른 원딜 챔피언들에 비해 개성이 없다.

차별화를 위해 스킬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다.

'하긴 요즘 세상에 개성이 중요하긴 하지.'

어떤 만화 보면 개성 없다고 왕따도 당하더라고.

그래서 어떤 히어로 아저씨가 개성 주고 피 토한다.

더 높은 스테이지로……!! 올라가기 위해 애쓰는 만화가 있다.

아무튼 간에 꼬그모의 새로운 개성이 문제가 됐다.

우연찮은 일이다.

그 만화의 주인공도 그러했다.

힘이 너무 세서 주체하지 못해.

챠압! 챠압!

찰진 소리와 함께 꼬그모가 침을 뱉는다.

문제의 영상 중 하나를 시청자와 보고 있다.

평범한 카이팅 장면 같은데 이게 뭐라고 문제냐?

로드 오브 로드는 공격 속도 한계치라는 게 존재한다.

2.5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꼬그모는 돌파가 가능해.

그러한 개성을 부여해줬기 때문이다.

침 마구마구 뱉기를 쓰면 공격 속도가 두 배가 된다.

공격 속도라는 아이덴티티라니, 괜찮은 생각이긴 하네.

문제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1초에 최대 다섯 대씩 때리다 보니 주체를 못한다.

말뚝딜을 하거나 가진 공속을 다 못 살리거나 둘 중 하나다.

"오~ 카이팅 봐. 범인간적 원딜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범인간적ㅋㅋㅋㅋ

-범인간이 아니라 범인이 맞다니까?

-BJ웃음빼박헬퍼 인정 안 하면 개씹에바터는 부분!

하지만 크하하는 가능하다.

그 하나라면 와, 피지컬 개쩌네.

역시 챌린저 원딜BJ는 클라스가 다르구나.

그런 반응이 나오겠지만 문제는 이 다음 부분이다.

크하하의 꼬그모가 핑크 와드를 친다.

그것도 원딜러의 딜이 절실한 한타 와중에 별안간.

"핑와만 정확히 다섯 대 치네. 저거 솔직히 개꿀팁이긴 해. 아군이 이기고 있을 때 핑와 쳐서 30원 먹기. 군대 땡보직 같은 거지."

-땡보ㅋㅋㅋㅋㅋ

-근데 저건 지고 있을 때잖아

-크하하가 광우스타 쳤으면 잡았다 ㅇㅈ?

-핑크 와드 쳐서 한타 망한 건 맞지

원딜러의 카이팅 방법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A컨.

다른 하나는 우클릭.

A컨 쓰는 사람들은 와드 치는 실수 솔직히 많이 한다.

'근데 이분은 A컨을 안 써.'

내가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살짝 느꼈다.

그래서 실드를 쳐줄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짓을 해버리네.

물론 A컨과 우클릭을 혼용해서 쓰는 사람도 많다.

그렇기에 단정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한 가지, 실드는 못 치겠다.

"핑크 와드에 얽힌 슬픈 추억이나 사랑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첫사랑이 핑크 와드를 닮았거나 에이핑크를 닮았거나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거기까지 간다고?

-첫사랑 닮은 거면 ㅇㅈ

-뭐야, 헬퍼 실드 치는 건 실망인데

-크하하한테 돈 받았냐?

걔가 나한테 줘봤자 얼마나 주겠어.

그리고 내가 말하긴 뭣한데 이건 실드가 아니라 비꼬는 거지.

솔직히 방금 장면은 보고서 딱히 할 말이 없다.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실수잖아.'

더욱 더 문제인 건 이런 비슷한 영상이 좀 많다!

하나하나 세기도 민망할 수준으로 많아.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애매해.

"자료를 보내준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방금 전에 정리글 보는 사람 극혐이라고 해놓고 나는 왜 정리한 거 보냐고? 보는 이유가 있어."

자료를 원본 파일까지 보내줬다.

크하하의 유튜부에 올라간 거 말이다.

이게 왜 원본 파일을 꼭 같이 봐야 하냐면.

타악! 타악!

문제의 영상 파일 중 하나다.

갈리스타가 적을 향해 창을 던진다.

흔하디 흔한 카이팅 장면인데 이게 왜?

-와, 이즈 비전 위치에 고대로 커서 움직이는 거 봐라ㅋㅋㅋ

-마우스 위치가 다 안다는 듯이 이동하다는 것 자체가 빼박

-진짜 헬퍼라면 저 뿌듯하다는 연기는 다 메소드 연기겠네ㄷㄷ 소름 돋는다

마우스가 자연스럽게 선을 그리듯 움직여야 한다.

근데 갑자기 점에서 점으로 이동해버린다.

상대가 이동할 위치를 다 안다는 듯이.

'말도 안되긴 해.'

내가 헬퍼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는 모른다.

안 쓰는데 어떻게 알아!

저런 기능이 있다고 하니 있구나~ 하는 정도다.

때문에 내가 따지고자 하는 부분은 그런 게 아니다.

"이건 또 다른 영상이야. 느리게 봐보자."

방금 전 영상은 누군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영상이다.

그리고 지금 보는 건 그냥 유튜부에서 퍼온 원본.

느리게 보자 둘의 차이가 확연하다.

마우스 커서가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잠깐이긴 하지만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소위 말하는 프레임 누락이다.

Frames Per Second.

1초에 재생되는 사진이 몇 장이냐?

프레임이 높을수록 움직임이 매끄러워진다.

저예산 애니메이션 보면 뚝뚝 끊긴다.

그게 프레임이 낮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다.

그러니까 프레임이 낮아서 끊기듯 보였던 거다.

-지나가는 과정이 잘린 건가?

-악의적 편집 아님?

-역시 크하하 믿었어! 헬퍼가 아니라는 걸!

기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긴 한데 그건 또 아니다.

이 이유로 해명할 수 있는 것보다 아닌 게 훨씬 많아.

자료를 보내준 애가 참고하라길래 참고만 했을 뿐이다.

-난 못 참겠다 시발 새끼야!

-이 새끼 은근슬쩍 방송 분량 뽑네?

-헬퍼라는 거임, 아니라는 거임. 말을 똑바로 하라고

채팅창의 민심이 과격해진다.

나는 딱히 증명한다고 한 적이 없다!

그냥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함께 같이 보자고.

'나도 잘 모르니까.'

이게 파프리카TV의 재밌는 점이다.

난독이랑 난청증 환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처음에는 보면 빡쳤는데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한다.

"나도 자료 자세히 본 건 지금이 처음이야. 확실히 찬반측 모두 일리가 있네."

핑크 와드는 진짜 첫사랑이 아닌 이상 이해해주기 힘들긴 해.

텔 탔는데 아군 원딜이 저러고 있으면 뒤통수를 그냥 확!

손이 올라가는 성질 급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채팅창의 민심을 쭉 살펴보았다.

보니까 헬퍼가 맞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아.

민심이 크하하가 헬퍼라는데 정의를 두었다.

'근데 그건 니들 생각이고.'

원래 우리나라는 누구 하나 좆되는 걸 엄청 좋아한다.

다름 아닌 내가 피해를 본 적이 많아서 잘 알아!

그러니까 민심 가지고 판단하는 건 에바야.

타진요도 그렇고, 광우병도 그렇고 당시에는 오히려 믿는 사람이 더 많았어.

물론 난 관심도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러더라고.

아무튼 사건의 진위는 다수결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증거로 답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아.

게임사가 나와서 저 새끼 헬퍼임! 헬퍼 빼박임!

증거를 제시한다면 속 시원히 풀리겠지만 크하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걸리진 않겠지?

'애초에 게임사가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않아.'

중국에 크하하 같은 애들 얼마나 많은지 알아?

솔직히 신경도 안 썼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좀 있다.

유명 스트리머가 헬퍼를 쓰다가 논란이 되는 건 다반사다.

그런 사건들을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었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지.

애초에 그게 가능했으면 솔랭 수질 관리부터 했겠지.

고로 이번 사건은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소리다.

나는 그냥 시청자들이 하도 얘기하길래 궁금해서 본 정도다.

책임감 그딴 거 당연히 없고, 크하하 언급으로 관심 끌 생각도 없다.

현재 시청자가 3천 명 가량 된다.

옛날과 달리 적긴 한데 이 정도면 충분해.

너무 많으면 많은 대로 부담스러워서 좀 그렇다.

"아니, 근데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긴 해."

-뭘?

-범인간적 카이팅?

-설마……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정말 별거 아닌 일이다.

물론 별거가 아님에도 대단한 일이다.

작년 롤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레전설?

대회에서 솔랭 마냥 양학하고 다닌다는 그?

걔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고 하니 궁금하긴 하다.

아직도 잘하나?

실력이 죽지 않았나?

반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긴 것도 아니다.

한순간에 관심이 안 쏠렸을 뿐이다.

그리고 관심이 쏠리는 데는 계기라는 게 필요하다.

그 계기가 정말 삽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아니, 대놓고 헬퍼 쓰는 애들 왜! 왜! 제재를 안 때리는 거지?

'크하하급카이팅' 얘 전적 봐봐

꼬그모 승률 95%

갈리스타 승률 100%

카시오가피 승률 100%

카이팅 어이가 없어서 검색해보니까 빼박이었네

대놓고 헬퍼 챔프 모스트에 미친 승률

작정하고 헬퍼 쓰는 애들도 안 조지는 건 심하지 않냐?

└진정해;;

└진짜 저건 헬퍼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네

└그런데 저런 애들은 금방 제재 당하더라

└ㅋㅋ 요즘 진짜 헬퍼들은 티 안 나게 쓰려고 노력하잖아~

헬퍼를 잡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시기다.

그렇다고 관리를 아예 안 하는 건 또 아니다.

대놓고 쓰는 애들은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잡는다.

롤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나의 아이디.

이 녀석도 길어봤자 1주일 안에 가겠네.

그런데 안 가.

화제에 불이 붙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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