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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온 한국 -->
2015년의 롤.
단순히 패치와 메타, 그리고 게임단들에만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다.
롤판 역사상 가장 추하고, 좆같고, 어떻게 보면 브실골들에게 기회가 주어진 시즌이다.
브론즈도 다이아에 갈 수 있어!
놀랍게도 그것이 실현 가능했다.
물론 그 기회라는 이름의 썩은 동앗줄을 잡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솔직히 브실골 새끼들은 살 가치가 없지ㅋㅋㅋ
그건 다마챌 새끼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
오로지 기계만이 살 가치가 있고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한다
└기억해! 헬퍼가 스카이넷이야!
└욕하러 왔다가 개추 주고 가자나ㅋㅋㅋ
└플딱이라 살았다……!
└크하하 무빙 보소ㅋㅋ 이걸 혼자 살아나가네
헬퍼(Helper).
롤 유저들에게는 굉장히 부정적인 두 글자다.
하지만 일련의 프로그램은 의외로 대부분의 게임에 존재한다.
이를 테면 RPG게임에서 버프를 자동으로 써준다거나 그런 게 있다.
일부 게임은 헬퍼를 안 쓰면 손가락이 아파서 마비가 온다.
문제는 롤의 헬퍼는 그런 타협점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헬퍼, 그 정체는 무엇인가? 작동 원리는?」
「화제의 헬퍼! Zl존브론즈헬퍼의 갈리스타 펜타 킬!」
「경쟁 심리가 낳은 추악한 괴물. 헬퍼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헬퍼를 사용하면 프로그램이 카이팅을 대신해준다.
상대의 스킬을 다 피하고, 내 스킬은 다 맞히는 간단한 원리다.
피지컬이 중요한 AOS게임,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사실상 핵이나 다름없다.
브론즈든 다이아든 누구나 최상의 피지컬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헬퍼 유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느낌은 가히 환상적이다.
창과 칼이 전부인 세계에서 혼자 총을 쏜다는 개념.
물론 총도 숙련된 군인과 오또케 오또케 일반인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브론즈가 챌린저에 가는 것은 따질 것도 없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플래티넘, 다이아는 충분히 갈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밸런스 붕괴다.
─요즘 진짜 헬퍼가 극성이다……
갈리스타, 꼬그모 같은 거 상대팀으로 나오면 무서워
카이팅이 반인륜적이야 ㅁㅊ새끼들
└픽창에 꼬그모 올라가 있으면 무섭긴 하지
└다른 헬퍼도 맛 갔지만 저 두 챔피언은 답이 없음
└갈리스타가 제일 노양심임
└싹 다 노양심이지 제일이 어딨냐ㅋㅋㅋ
일반 유저들에게는 당연히 공공의 적이 된다.
이미지가 안 좋은 수준이 아니라 박멸시키고 싶다.
그렇게 민심이 흉흉한 와중에 유명BJ가 헬퍼를 쓴다는 소문.
말하자면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관광 비자를 끊고 왔다는 느낌이다.
드디어 헬퍼의 민낯, 대체 어떤 빌어먹을 인간이 헬퍼를 쓰나?
이목이 삽시간에 쏠리게 된 건 따질 것도 없는 필연이었다.
도도갓- 이 친구 외계인이야? 크하하 보고 내 거 보니까 너무 초라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캡잭- 빼박 헬퍼다. 아무리 봐도 헬퍼다. 원딜이 할 수 없는 플레이다. 헬퍼가 아닐 수가 없다.
피맥- 크하하는 메소드 연기를 하는 거야. 본인도 본인이 헬퍼가 아니라고 빙의해서 연기를 하는 거라고~.
사건이 입소문을 탄 정도가 아니다.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한가해진 롤판.
일반 유저,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진다.
롤유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유명 프로들, 인기BJ들이 저마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 대부분이 이건 빼박 헬퍼다.
진실이라는 쪽에 표를 던졌다.
물론 찬성 쪽의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크하하 본인이 정색을 하고 반박한다.
그에 동조하는 반대파 사람의 수도 적지는 않다.
─크하하 강의를 왜 헬퍼라고 까는지 이해가 안 가네……
교육자들도 어차피 나중에 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데
└구글의 비밀병기ㄷㄷㄷ
└특 이 점
└알파고가 벌써 여기까지 발전했다고……?
└잉벤충들 물타기 하면서 크하하 욕하네ㅡㅡ
프로게이머 중에 원딜 교수님이 도도갓이다!
스트리머들 중에서 원딜 교수님은 크하하다!
비견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인지도를 자랑하는 스트리머다.
심지어 롤챔스에도 나간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어중이떠중이었으면 그냥 욕 먹고 까이고 말 일.
유명하다 보니 본보기 느낌으로 진상 조사에 열을 올린다.
크하하의 해명대로 정말 헬퍼가 아닌 것인가?
프로게이머, 전문가들의 눈이 틀릴 리가 없지 않은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몰아세우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이 없다.
─요즘 솔랭에서 논타겟 스킬 몇 번 피해주면 헬퍼라고 지랄하더라;
새끼들 눈치도 빨라~
└이래서 눈치 빠른 애송이는 싫다니까……
└2286년 정지 꼴 좋다ㅉㅉ
└몇 대만 지나면 풀리겠네. 유산으로 남겨라
└쿼터 다크ㅋㅋㅋㅋㅋㅋ
물론 전문가의 눈이 그렇게 좆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세상에 절대가 없다는 건 익히 증명이 된 사실이다.
그리고 반박 쪽의 의견도 확실히 일리가 있다.
나름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동조해주기도 한다.
결국 확증은 없기 때문에 게임사가 제재를 내리지 않는 이상 결론은 안 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른다.
열 명의 범죄자가 도망치는 것이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것보다 낫다.
윌리엄 블랙스톤이라는 잘 모르는 아저씨가 한 말로 대충 봐도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크하하는 결국 헬퍼야, 아니야?
솔직히 크하하 강의는 좋아했는데……
요즘 강의 영상 보면 로봇 교수님이라고 댓글 달리더라;
└로봇 교수님ㅋㅋㅋㅋㅋ
└너 그런 거 보니……?
└그냥 도도갓 교수님 영상 보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기계적 메카닉 보유ㄷ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라는 게 있다.
아니, 무슨 따지기까지 해야 돼.
저거 누가 봐도 헬퍼잖아?
일부 사람들만 그렇게 말하는 거면 모른다.
사실상 과반수가 헬퍼라고 부르짖는다.
이 대세를 꺾는 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
설사 게임사가 크하하는 헬퍼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을 해도 믿을 분위기가 아니다.
정치인들 하는 것처럼 다른 사건 터트려서 묻는 것도 안된다.
왜?
이만한 사건이 터질 리가 없으니까.
당장 롤드컵이 시작해도 묻힐 수 있을지 긴가 민가 하다.
그런데 롤드컵은 커녕 롤챔스가 바로 며칠 전에 끝났다.
한동안은 대회는 커녕 파프리카TV 멸망전도 안 열린다.
안 그래도 심심한 롤팬들에게 대형 떡밥이 떨어진 꼴이다.
─님들 레전설 복귀한 거 암?
요즘 한국 왔는지 다시 방송하고 있어
게임보다는 그냥 잡담이랑 썰 푸는데 재밌음
└안물
└한 두 달만 빨리 왔어도 몰랐는데ㅋㅋㅋㅋ
└요즘은 테이커가 대세지
└응, 크하하 까야 돼서 바빠
평소라면 상당히 톡톡 터질 만한 떡밥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가 겹치다 보니 소외되고 있다.
그리고 원래 반년쯤 접으면 유명했던 사람도 잊혀지기 마련이다.
완전히 잊혀진 건 아니긴 하나 예전 만한 영향력은 쪼금…….
그렇게 애매해진 사람이 다시 한국에 왔다고 한다.
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기 시청자랑 노는 거야 뭐 자유다.
그런데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어느새, 아주 자연스럽게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버린다.
─(속보)레전설 개인 방송에서 크하하 사건 언급 중ㄷㄷㄷ
지금 문제의 영상부터 시작해서 다 보고 있어
└레전설 크하하 안 좋아할 텐데
└그건 좀 기대된다. 대체 뭔 말을 할지 궁금해!
└레전설도 크하하 똥팔이 하냐?
이슈가 일어나면 그걸로 득보는 사람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기레기가 있지 않은가?
파프리카TV 내에서 스트리머끼리의 사이는 경쟁 업체다.
크하하를 공격하면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러니까 크하하를 까면 시청자가 다수 유입되겠지.
실제 진위나 정의와 전혀 상관 없이 어그로 끄는 BJ도 적지 않다.
혹시 레전설도?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근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얘가 원래 좀 잘 나갔어.
그리고 혹시 또 몰라.
└레전설이라……
└인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완벽한 녀석이지
└크하하 사건 판독 좀 해주려나?
기대심을 가진 유저들이 몰리고 있다.
* * *
다시 한국에 살게 된 만큼 당연히 집이 필요하다.
호텔에서 계속 숙박하기는 좀 그렇잖아?
나는 컴퓨터도 써야 하는 입장인데.
다시 옛날 집이나 그 근처에 살기는 뭣하더라.
인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 여러 곳 살아봐야지.
그래서 부동산 가서 바로 계약했다.
강남에 월세집 하나 알아봤다.
월세집에서 요 며칠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이다.
골똘히 생각해봤는데 달리 할 게 없더라고.
오랜만에 한국 왔으니 싸돌아다니는 게 건전하겠지만.
'집을 너무 교통의 중심지에 잡아버렸어.'
배가 고파서라도 밖에 나가야 되잖아?
근데 강남이라서 안 나가도 시키면 온다.
시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웬만한 집은 배달이 다됨.
그렇다고 내가 뭐 친구가 많은 타입인가?
있어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고추들 뿐이다.
고추가 아닌 애들은 부르면 오거나 너무 오는 애들이다.
그래서 방송을 한 것까지는 좋았다.
내가 다시 한국에 왔다는 사실도 알릴 겸.
심심풀이도 되고, 시청자들도 좋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문제는 자꾸 같은 이야기가 올라온다.
무시를 하려고 해도 너무 많이 올라와.
지금 채팅창에 나오는 이야기가 글자 그대로다
-크읍읍 헬퍼 쓴 거 봄?
-그들이 제 입을 막았어요!
-누가 봐도 헬퍼인데 아니래요ㄷㄷ
저기서 말하는 크읍읍은 크하하다.
크하하라고 말하면 고소 당할까 봐 저러나 보다.
고소를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크읍읍이라 돌려 말해도 특정성은 성립돼.'
저렇게 돌려 말하거나 ㅋㅎㅎ 이렇게 말해도 성립된다.
그러니까 헛된 고생 말고 어그로 끌러면 속 시원하게 끌라고.
물론 그렇다고 크하하가 고소하는 게 씨알이나 먹힌다는 소리는 또 아니다.
'내가 중국에서 별별 일 다 겪어 봐서 잘 알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헬퍼라고 해봤자 고소가 되지는 않는다.
왜?
게임에서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 불법은 아니니까!
그냥 그 게임 내에서 제재를 당할 뿐이다.
그거 사용한다고 놀리는 것도 욕은 커녕 명예훼손도 안된다.
마찬가지의 논리가 대리에도 적용된다는 안타까운 점은 있지만.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님 프로게이머잖아요
-롤판 정의구현에 힘쓰셔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와, 레전설 실망이다. 발 빼려고?
-옳소! 옳소!
옳소는 개뿔이 물소 같은 새끼들이.
정의랑 나는 물과 기름, 섞일 수가 없는 관계야.
그리고 니들이 언제부터 나한테 정의를 요구했다고.
'잠깐만……, 이번 기회에 이미지 세탁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반년이다.
오랜만에 왔음에도 채팅창이 친숙하다.
하지만 약간 뉴비스러운 애들도 보이더라?
카오스 개쓰레기였던 왕린도 요즘 롤판에서 잘 나간다.
요즘 애들은 그냥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 아니면 바리스타인 줄 안다.
은근히 배 아팠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잖아.
"허허, 그런 사건이 있었군요? 크하하님과는 멸망전때 인연이 있었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참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해석: 멸망전때 띠꺼웠는데 이번 기회에 조지겠다
-드디어 본때를 보여주나?
-레전설이 움직인다ㄷㄷ
-크하하 진짜로 좆됐네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도 아직 있나 보다.
좀 사라지면 좋겠는데.
농담이다.
나는 나의 고정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나의 고정 시청자들을 너무나도 잘 알아.
"어차피 니들 중에 제대로 알고 욕하는 사람 몇 명 없잖아?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같이 한 번 봐보자."
-그건 ㅇㅈ
-솔직히 절반 이상이 물타기임ㅋㅋ
-크하하 말투 띠꺼워서 욕하고 있었지
-난 갓벤 세계정부에서 정리글 다 봄 ㅍㅌㅊ?
정리글이라는 걸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니 입맛대로 쓴 글.
반대로 입맛에 안 맞았으면 안 봤을 거잖아.
그런 거만 보고 판단하는 애들이 제일 위험하다.
그러니까 한 번 증거들을 봐보자는 이야기다.
한 시청자가 자료를 쭉 정리해서 보내줬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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