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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37화 (33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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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온 한국 -->

매 시즌 롤이 격변한다는 건 말해봐야 머리만 아프다.

패치 내용이 하도 많아서 제작자들이 제정신인가 싶다.

놀랍게도 매년 되풀이돼다 보니 나중에 가면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대격변 패치가 진행된다.

대회들도 패치 방향에 맞춰 적응하게 된다.

2015년.

매 시즌 그러했듯 롤이 엄청나게 격변하는 시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점을 갖게 되는 시기다.

단적으로 롤이라는 게임이 가진 뼈대.

기본적인 개념이 대략 완성된다.

─블루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 가장 거대하고 강한 오브젝트.

시대가 지나도 불변의 법칙이다.

하지만 변화는 생긴다.

〈아, 바론! 바론까지 내주는 건 너무 안이한 생각인데요.〉

〈왜냐! 옛날의 바론 백작이 아니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의 외침대로 더 이상 옛날 바론이 아니다.

바론 생성 시간이 15분에서 20분으로 늘어났다.

바론 처치시 부여되는 버프가 강화되었다.

더 이상 체력 재생력을 부여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주위 미니언을 강화하는 오오라가 생겼다.

그리고 강화 귀환이라는 효과 또한 빛을 발한다.

〈아…… 늦었어요. 귀환 시간이 4초라서 금방 귀환합니다.〉

김은준 해설이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평소라면 화냈을지도 모르지만 무대가 무대다.

작년 롤드컵의 설욕을 바란 건 팬들만이 아니다.

Intel Extreme Masters.

컴퓨터 쓰는 사람이면 모를 리 없는 인텔이 후원하는 게임 대회다.

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E-스포츠가 열리는 글로벌 챔피언십 행사를 진행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메인이고, 이목을 모으는 종목은 롤.

인지도와 영향력이란 면에서 압도적이니 만큼 당연하다.

롤드컵보다야 위상이 낮지만 국제 대회이기에 관심이 높았는데.

〈안타깝네요 맛밤 선수들…….〉

〈아~ 못 막아요~ 못 막아~ 넥서스 터집니다 GG~~!!〉

-GG는 뭐야?

-GG는 스타 용어 아닌가……

-뭐긴, 뭐야 강소리지!

Intel Extreme Masters, 약칭 IEM에 참가한 한국팀 중 하나다.

예상을 깨고 선발전 2위로 발돋움한 맛밤 게임단.

작년 만해도 얼밤과 불밤이었으나 합쳐졌다.

게임사에서 형제팀 체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SKY T1 K와 T1 S가 합쳐져 SKY T1이 됐다.

KTX 롤러코스터도 A와 B팀이 합쳐져 KTX 롤러코스터가 됐다.

형제팀을 가졌던 게임단들이 전부 단일팀으로 통합했다.

전세계의 LCS, 롤챔스들이 균일성을 띄게 하기 위함이다.

국제 대회 일정도 보다 스무스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은가?

이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만 있었던 윈터 시즌이 사라졌다.

한국을 제외한 북미, 유럽, 중국 등에는 윈터 시즌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GOO Tigers네요.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이죠.〉

2015년.

한국의 프로팀들은 대대적인 격변을 맞이한다.

과거의 팀들이 저물고, 새로운 팀들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팀이다.

GOO Tigers.

신생 인터넷 방송 플랫폼 GOOTV에서 야심차게 창단했다.

신생팀이라 얕보일 수 있지만 속사정은 결코 그렇지 않다.

롤판의 명문 마진과 IM에서 이탈한 선수들로 이루어졌다.

특히 교수님이라 불릴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원딜러.

〈아시잖아요. 원딜의 신이야 신. 빠꾸 없어요.〉

-도도갓은 우승 가볍게 하는 편이야~

-교수님 수업 기대하겠습니다!

-슈벌탱!

前마진 소드의 원딜러, 이제는 GOO Tigers의 원딜러다.

마진 소드 시절 살짝 부진했던 모습을 가볍게 씻어낸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원딜 프로 선수로 이름이 높다.

IEM을 선발전 1위로 진출했으니 만큼 따질 것도 없다.

수많은 한국 팬들이 GOO Tigers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앞선 경기에서 맛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자 더더욱이다.

인터뷰를 통해 내비친 자신감 넘치는 모습.

국위선양 제대로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소식이 줄을 잇는다.

「레전설이 없어도 너무 강했다. 비역슨이 이끄는 토이치TV…….」

「결승전에도 가지 못한 GOO Tigers. 패배의 원인은 무엇인가?」

「무너진 자존심. 국내 LoL 게임단 2년 만에 국제 무대 결승 좌절!」

IEM은 롤드컵과 달리 굉장히 간소하게 치러진다.

고작 이틀 만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위상과 영향도 분명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롤드컵 때도 졌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해?

결승전은 커녕 4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Best Comment]-언제까지 원인만 찾지? 이번에는 찾고 간 거 아니었어?

[Best Comment]-교수님마저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라니 충격이다……

[Best Comment]-한국 롤판 갈수록 추해진다 정말!

기사들에 달린 베스트 코멘트.

일반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아니,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선수들 정신 머리가 있어, 없어?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또 그러는 건 심한데?

격분한 팬들의 심정도 다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슬슬 인정을 해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솔직히 롤드컵 때는 졌어도 그러려니 했잖아

나만 그런 심정 느낀 게 아닐 거야

레전설 십새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전설이 삼선 갔으면 걍 우승이었지

└근데 요즘은 레전설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해외가 잘함

한국 롤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 사건이다.

이번 롤드컵은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겠지.

어느 팀이 우승할지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졌어.

심지어 북미팀한테 대패했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반은 한국 선수들이더라?

레전설이 레전설 한 거니까…….

그 새끼 겁나 또라이라 일 낼 줄 알았어.

그리고 토이치TV 팀 자체가 워낙 돈 많이 쏟아부었다며.

─북미 뿐만 아니라 중국도 유럽도 지금 겁나 세

상대가 레전설이었으면 변명이라도 하지

이번 토이치TV는 레전설도 없었어

그냥 우리나라가, LCK가 도태된 게 맞음

└나도 이 글 동의함. 추천 하나

└그냥 한국이 못하는 게 맏따!

└그 맏따도 이제 한국에 없어……

어째서 한국이 갑자기 폭락 해버린 걸까?

그 이유에 관해서는 해외가 잘해져서.

그것도 있지만 다른 하나가 더 크다.

바로 한국에 한국 선수들이 적어졌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글자 그대로의 사태다.

롤드컵이 끝나고 이루어진 대규모 엑소더스.

엑소더스(exodus).

어떤 지역이나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일.

한국의 프로 선수들이 해외 리그에 대거 진출했다.

─한국이 여전히 잘하는 건 맞아. 그러니까 선수 빼가지

문제는 너무 빼가 버려서 모르겠다 이제……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도 선전하기는 할 거야

하지만 한국이 가장 세다고 말하는 건 애매할 거 같다

└맞아 그래서 문제야

└해외팀들 대부분이 한국 선수 한 명 이상 넣더라

└잘하는 선수들 해외로 엄청 진출했어

└다른 팀은 둘째 치고 삼선이 해체된 게 가장 커

프로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개꿀이다.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돈 더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세상에 없다.

그렇다 해도 망설여질 수 있을 만한 사안이다.

가도 되나?

괜히 외국 갔다가 험한 일 당하는 거 아니야?

소수만 행하던 일들이 엄청난 붐이 됐다.

엑소더스라는 하나의 사태로 불릴 만큼.

단순히 몇 명 나간 정도가 아니라 대규모다.

특히 한국 최고라 손 꼽히던 삼선 게임단.

내부 사정으로 사실상 해체가 되며 전원 해외팀으로 이적했다.

따라서 한국의 약체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한국인데…… E-스포츠 종주국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현실이 돼버리자 충격이 이만저만 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 *

대략 반년이 조금 안된다.

지난 출국 시기로부터 말이다.

'오랜만이네 한국.'

언제 봐도 좆같지는 않고 정겹다.

창밖에 펼쳐진 가로수길.

이 별 거 없는 풍경이 썩 그리웠다.

한국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주위 사람들도 정말 한국인처럼 생겼다.

되도 않는 감흥이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샘솟는다.

기분이 약간 들떴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으면서 답답한 점이 있었다.

일단 숨을 크게 들이쉴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아.

'중국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어.'

작년 11월부터 4월까지.

중국에서 흔히 말하는 좆뱅이를 구르다 왔다.

기강 교육을 도맡다 보니 입이 험해진 감이 있네.

'가끔 가다 생각하는데 걔네들은 자연을 갈아 넣어서 돈을 만드는 거 같아.'

그러지 않고서야 돈이 그렇게 많을 수도 없고, 공기가 그렇게 썩을 수도 없어.

죽고 싶지 않고서야 숨을 크게 몰아쉴 수가 없었다.

나도 처음에는 에이, 마스크만 쓰면 되지.

무슨 다스 베이더도 아니고 방독면을 쓰고 다녀?

군대에서 가스! 가스! 가스!

외칠 때 이후로 세상에서 제일 꼴도 보기 싫은 물품 중 하나였다.

그런데 사게 되더라고.

산 이유는 별 게 아니다.

더 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샀다.

안 사면 진짜로 죽을 거 같아서 외출 때는 반드시 쓰고 다녔다.

'여행 정도는 상관없겠지.'

근데 달 단위로 있으면 사야 돼.

일찍 죽는 게 취향이라면 또 모르지만.

게다가 2월부터 황사가 겹치다 보니 반강제였다.

한국에 오자 한국도 황사다.

지금 내 코끝을 간지럽히는 미세 먼지가 중국산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네.

너희들도 나와 같이 바다 건너 저 중국에서 건너왔구나?

'이거는 진짜 새발의 피야.'

내가 숨을 들이쉬는 이유가 있다.

웬만한 환경 적응은 마칠 정도로 튼튼해졌다.

지옥에 있다가 귀환한 기분이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에요?"

"9500원."

"네?"

작은 것도 쌓이면 독이 된다고 버티기가 힘들었다.

약국에 가서 황사 마스크를 샀다.

싼 것도 있었지만 그냥 별 이유 없이 비싼 거 샀다.

'돈을 많이 벌면 하고 싶은 게 딱 하나 있었어.'

고민을 하기가 싫었다.

2천원 짜리랑 5천원 짜리랑 만원 짜리가 있다고?

그냥 어차피 잠깐 쓸 건데 저렴한 2천원 짜리 살까?

아니야, 아니야.

요즘 황사 마스크 대충 만든다는 기사 봤어.

최소 5천원 짜리는 사야 미세 먼지를 잘 걸러주겠지.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짬짜면은 좀 비싼데.'

이런 고민 안 하고 그냥 9500원짜리 샀다.

중국 가서 외노자 생활하면서 벌고 온 덕분이다.

엑소더스인지 엑소 오빠인지 일어났길래 나도 좀 챙기고 왔다.

물론 만원 짜리가 사실은 5천원 짜리보다 안 좋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만원 짜리가 황사 마스크를 끼니까 확실히 목이 덜 아프군.'

적어도 내 기분은 만족했으니 됐다.

현재 가로수길을 걷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맛집 쓸데없이 많은 그 가로수길이 맞다.

유리야와도 몇 번 왔었지만 오늘은 그 빡대가리 때문이 아니다.

걔는 중국에서 너무 많이 놀아줘서 한동안 안 놀아줘도 된다.

그 본인도 오랜만에 친구 만나고 싶다길래 공항에서 헤어졌다.

무엇보다 다른 지인과 약속이 생겼다.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이었는데 강제다.

달래에게서 3일 전에 메세지가 와있더라.

'오자마자 지 안 찾으면 죽여버리겠대.'

돈을 버니까 한 가지가 무서워졌다.

이러다가 갑자기 훅 가서 어이 없이 죽으면 어떡하지?

생명의 위협에 대해 지극히 민감해지자 별 거 아닌 거 알면서도 쫄게 된다.

가로수길에서 식사를 하기로 합의 봤다.

달래를 기다리면서 최근 롤판에 대해 살피고 있다.

나는 중국과 해외쪽만 관여를 하다 보니 한국이 소홀해진 감이 있다.

'어쩔 수 없지. 나도 내 업무가 있는데.'

하지만 한국에 왔으니 일단 어느 정도는 알아야겠지.

약속 시간보다 무조건 10분 늦게 오는 달래를 기다릴 겸해서 찾아봤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 그리고 프로팀은 어디일까?

「2라운드 무패 SKY T1, GOO Tigers 앞질러!」

「타고난 승부사 '테이커', 시련 극복하고 한 단계 진화.」

「한국의 위상을 되찾다! 테이커, 그가 한국에 남은 이유.」

뭐, 잘 나갈 사람은 잘 나가는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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