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34화 (334/443)

###334

<-- 롤드컵 결승 -->

충격적인 소식이다.

아니, 연예인이 롤을 좋아할 수도 있어.

─이매진 드래곤스 롤충이라고? 대박 호감이네ㄷㄷ

국내 선전용 이미지 아니겠지?

└걔네가 뭐가 아쉬워서ㅋㅋㅋㅋ

└(정보)빌보드 씹어먹는 록그룹이다

└Radioactive 이거 부른 가수들임

글쓴이-아…… 들어봤다 그거!

아무튼 유명한 가수다.

그런 가수들이 롤을 좋아한다고?

원래 게임팬들은 순수해서 취미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환호한다.

문제는 이벤트 매치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이 겹쳐졌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해.

─스타급 연예인들도 롤유저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당연히 있겠지

호나우두가 테이커 좋아하는 것처럼

└호나우두가? 그 호나우두?

└구라ㄴㄴ

글쓴이-진짠뎅

└호나우두 브라질 롤팀 인수했잖아ㅋㅋ

일반팬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스타가 있는 것처럼, 스타들도 저마다 선호하는 스타가 당연히 있다.

문제는 그 스타가 누구냐는 부분이다.

레전설이나 테이커면 그럴 수도 있다.

삼선 레드의 임프트나 맏따도 그에 준하는 위상을 가졌다.

만약 관심 있게 롤 대회를 즐겨봤다면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수는 과연 선수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딱 한 명만!〉

〈Only One? HaHa!〉

조금 짓궂은 감은 없지 않아 있다.

그렇긴 해도 충분히 나올 만한 질문이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별 고민 없는 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Yuliya!〉

〈누구? 뭐라고요?〉

상상치도 못한 제3의 대답이었다.

* * *

롤드컵 결승전이 막을 내렸다.

5전 3선승제의 규칙에 걸맞게 한쪽이 3승을 올린 시점에서 다음 세트는 진행이 안된다.

7전 4선승제로 갑자기 바뀌는 일은 추호도 없다는 소리다.

롤드컵 결승전, 그리고 시상식까지 끝난다.

폐막식을 겸하는 자리에서 웅장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듣고 끝!

그게 아니라 이벤트 매치가 남아있었다.

은근하게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프링 시즌 이벤트 매치 대박이었는데……

└결승전보다 레전설이 1대9한 게 더 대박ㅋㅋㅋ

└아, 이번 시즌은 없나 보네 ㅠ.ㅠ

지난 롤챔스 섬머 시즌 결승전이 끝나고 아쉽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개최측에서도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네?

그 취지가 반영이 되기는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좀 많이 반영이 됐다.

인천문학경기장이 엄청나게 시끌벅적한 이유다.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알림이다.

그런데 멤버들이 너무 익숙하지 않아.

한쪽도, 다른 한쪽도 연예인 투성이다.

〈걸즈데이……!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이에요.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얼마 전에 파프리카TV의 BJ멸망전에도 나와서 화제가 됐었죠.〉

지난 스프링 시즌 결승전 이벤트 매치에서 활약했다.

이외에 군챔스, 클끼리가 언급했던 멸망전.

걸그룹임에도 독특한 행보를 밟고 있다.

비판적인 시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롤팬들 입장에서는 개이득.

이번 롤드컵 결승전에도 이벤트 매치로 나오게 됐다.

롤 진짜 오지게 좋아하는구나~.

문제는 나머지 한 명이다.

4인조 그룹이라서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지난 번에는 그 빈 자리에 쓰레기가 투척되며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송이 꽃이 어우러지며 콜라보를 이루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잘하는 여성 프로게이머에요! 아니, 성별의 여하를 떠나서 엄청난 실력의 선수 아닙니까?〉

〈맞습니다. 롤드컵 우승 선수에요. 세 번째 세트에서 MVP도 받았습니다. 現세체정이라고 봐도 과장이 절대 아니죠.〉

토이치TV의 정글러 달래.

이슈를 낳기 위한 깜짝 데뷔 아니야?

그런 이야기도 있고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실력이 밀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세계 날고 기는 프로들이 전부 모인 롤드컵이다.

이런 무대에서 활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손 꼽히는 실력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그런 달래가 걸즈데이와 함께 이벤트 매치에 참여했다.

팬들로서는 그냥 난리가 난 거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쪽 부스가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어.

〈웅장한 공연을 펼쳐주신 이매진 드래곤스 멤버분들입니다.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역사적인 매치에요.〉

〈한국 대표 걸즈데이! 그리고 북미 대표 이매진 드래곤스! 결승전의 연장전이라고 봐도 되거든요~!〉

진용준 캐스터의 목청 높여 외친다.

대놓고 무리수 같은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본인들의 합의에 의해 연예인 이벤트 매치가 성립되었다!

가히 고무될 만한 일이다.

걸즈데이만 해도 대박인데 이매진 드래곤스까지?

솔직히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후자를 모를 수 있다.

반대로 해외팬들 입장에서는 걸즈데이가 대체 뭐야!

하지만 이렇게 각자의 나라를 대표한다면 상징성이 생긴다.

심지어 결승전이 원래 한국 대 북미 두 나라의 신경전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이겨야 할 텐데

-정신승리라도 하자!

-문제는 저 레전설 매국노 새끼……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매진 드래곤스도 4인조 그룹이라 한 명이 더 필요하다.

요청에 의해 받아 들여졌다.

희망하는 선수가 있었다.

현장과 인터넷,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목 받고 있는 부스 안.

너무나도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 앉아서 게임을 한다.

우락부락한 다섯 명의 아저씨와 한 명의 소녀가.

〈역시 前프로답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요.〉

〈클끼리 해설이 평가하는 유리야의 아모모는?!〉

〈저는…… 아모모가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 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지금 감정이 벅차오릅니다.〉

-진심 판독기 측정 결과…… 『FACT』

-아모모가 나온 게 어디야!

-딱히 결승전은 아니지만ㅋㅋㅋㅋ

클끼리 해셜 피셜 前프로.

엄밀히 따지면 프로게이머이긴 하다.

프로게이머의 정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말이다.

〈확실하게 프로게이머가 맞습니다. 현재 활동을 안 할 뿐이니, 휴식기를 가진 프로, 혹은 前프로라고 보는 게 타당하잖아요?〉

클끼리 해설이 소란스러운 현장 정리를 겸해 말한다.

현장 팬들은 누구야?

오늘 결승전 나온 선수임?

라이트팬들이 많다 보니 헷갈려하고 있지만.

-유리야 프로였어?

-골드의 자존심이자너ㅋㅋㅋ

-빡대가리야 프로게이머행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로 프로는 맞아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에는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약간 깍두기 느낌이라 인상에 안 남았을 뿐이다.

프로게이머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여지가 없다.

하지만 워낙 활동 기간이 짧다.

뛰었던 게임도 몇 게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팩트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올해 스프링 시즌 당시 파프리카 프릭스 소속으로 경기를 뛰었습니다. 참고로 서포터가 아니라 미드라이너에요.〉

〈미드라고 봐도 될지는 이게 참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클끼리 해설의 부연 설명에 김은준 해설이 고개를 갸웃한다.

확실히 애매한 부분이긴 하다.

미드긴 한데 CS가 너무 낮아!

서포터랑 동급 아니야?

동급 맞다.

아무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

그 노력하는 모습이 어떤 이에게는 감명이 깊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어떤 이 중 한 명으로 포함됐을 뿐이다.

투욱!

유리야가 플레이하는 아모모 정글.

갱킹을 가서 붕대를 던졌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가자.

〈제가 봤어요! 방금 참지 못하고 머리 쥐어 박았습니다.〉

〈이것이 과연 인성질인지……, 아니면 합당한 가르침인지에 대해서는 분명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걸즈데이팀을 상대하는 반대쪽 부스의 안.

우락부락한 다섯 명의 아저씨와 한 명의 소녀다.

4인조 그룹인 이매진 드래곤스를 제외하고도 한 명이 더 있다는 소리다.

레전설이 코치 역할로 경기에 개입을 하고 있다.

〈경기에만 개입하면 좋은데 지금 현실에서도 아앜.〉

〈그냥 코치가 아니라 특별 코치에요. 그래서 경기 개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친분이 있으니까 가능한 짓이겠죠?〉

-머리 진짜로 때려ㅋㅋㅋ

-붕대 못 맞히면 때리는 거야?

-나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는데 실천해주네ㅎㅎ

-유리야! 빡대가리야 수난시대!

조금 특별한 이벤트 매치가 현재진행형이다.

* * *

이벤트 매치다 이벤트 매치.

그것도 저번 이벤트 매치랑은 달라.

'그때는 내가 살짝 화가 나있었지.'

4강 따리 소리 듣고 있는데 신경이 안 곤두서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것도 내가 못해서 졌으면 말을 안 해.

작정하고 조질…… 생각이 아니라 이벤트 매치의 취지를 살리고자 했다.

당사자들이 만족했으니 나한테 따질 일이 아니다.

아무튼간에 이번 결승전 이벤트 매치는 조금 다르다.

내가 다른 인간한테는 져도 그냥 분한 정도인데 달래한테 지면 잠자리가 뒤숭숭해.

'진짜로 뒤숭숭해질 수가 있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러한 합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나도 행하고자 한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파요오……."

"아플 짓을 안 하면 되잖아. 왜 최선을 안 다해?"

"저, 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 다녔던 최선어학원 수준으로 하나도 안 믿겨진다.

물론 학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타입은 아니었어.

공부에 효율은 하나도 없고 갇혀두고 시키기만 한다.

'그래도 나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가르쳤으니까 괜찮아.'

유리야의 빡대가리로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늑대 잡고 바로 미드 찌르면 갱각이다.

라인이 당겨져 있기 때문에 못 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붕대를 못 맞히냐고?

코앞에서 붕대가 솟구치니까 사람이 화가 나, 안 나?

열심히 가르친 입장에서 속이 뒤집히겠어, 안 뒤집히겠어?

"Calm Down. Calm Down. 괜찮다. 다음 기회 노리면 되잖아."

"야, 유리야. 머리 긴 아저씨가 한 번만 더 미드에서 뻘짓하면 각오하래."

"히익……."

내 통역은 순수하게 문장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미드라이너의 속마음, 심정을 가감 없이 말해준 거다.

솔직히 솔랭에서 정글이 저 짓거리 하는 순간 뒤통수 한 대가 절실해.

'그래서 때렸어.'

전세계 라이너분들의 마음을 대변해줬을 뿐이다.

카메라에 부디 안 잡혔길 바란다.

미투 당하긴 싫으니까.

우승하고 널널해졌던 마음이 다시 조급해진다.

원래는 나와 전혀 상관이 없었던 이벤트 매치다.

걸스데이팀은 달래가 뛰기로 했고, 아저씨팀은 유리야다.

유리야가 좋대!

유리야의 팬이래!

이해가 안되지만 사람의 취향이니 존중해주는 편이다.

나는 발 뻗고 팝콘이나 먹으면서 캣파이트를 즐기려고 했다.

'근데 나는 무조건 참여해야 된대.'

오프게임넷이 흥행 보증 수표기 때문에 필요하단다.

이 바닥에서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강요한 건 아니지만 하기로 했다.

유리야의 암 걸리는 꼬라지 보면 팝콘 소화가 안될 수도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상황이 고대로 연출된다.

아무튼 특별 코치를 맡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근데 질 거 같아.

상대가 너무 잘해.

그리고 빡대가리야가 너무 못해!

달래만 잘하면 그러려니 하겠다.

'걸그룹이 춤이랑 노래는 안 부르고 하루종일 게임만 한 거 아니야?'

우리나라 걸그룹 실태가 걱정되기 시작하네.

기강 좀 바로 세우는 게 맞지 않을까?

소라 쟤 무슨 플래티넘 3티어야.

'쟤 겁나 소름 돋아. 하루종일 게임만 해. 나보다 더해.'

과장 조금 보태면 그렇다는 소리다.

접속할 때마다 있어 소름 돋게 진짜.

맨날 인사하는 척 룬특템 물어봐서 귀찮다.

'내가 그때 AP이즈레알 약을 팔았어야 했는데…….'

현재 진행되는 게임에서 이즈레알로 겁나 잘하고 있다.

아니, 쇼맨쉽 좀 하면서 앞비전으로 죽어줄 수 있잖아?

무슨 빡게임하면서 CS만 챙기려고 그래.

'그렇게 게임하면 재밌어? 아니잖아.'

그러니까 쓸데없이 티어가 오르지.

요즘 애들은 정말 게임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몰라.

봇라인 갱각이 안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유리야의 자아를 빼앗고 대신하고 싶은 기분이다.

현실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해서 문제다.

내 인생 역대 최악의 게임이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