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33화 (33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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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마지막까지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 해설진들이 워낙 기대를 부풀렸다.

첫 세트 완벽하게 이겼잖아.

운영 캐리라는 게 뭔지 보여줬잖아?

상대의 돌발 전략만 잘 대처하면 다전제의 이점 살릴 수 있겠지!

두 번 연속으로 당하자 설마 하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그래도 뒷심이 있는 삼선 레드다.

운영하고, 상대의 노림수 틀어 막고 하면 이길 수 있다.

패패승승승도 아니고 1세트 챙긴 마당이다.

레전설이 이상한 짓만 안 하면 역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마지막 세트는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다.

─??: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가 되어서 힘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가 된 삼선 레드

하나야, 한화야?

└집에서 코 파던 한화팬 1패

└그냥 순수 라인전에서 찌발려 버리네……

└강팀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최강 한화가 물로 보이냐 앙? 아갈창에 튀김소보로 꽂아줘?

결승전인 만큼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다.

파사딘이 그렇게 사기야?

그러면 새로운 AD캐스터로 찍어 눌러 터트려줘야지.

그런 경우는 뭐 보는 입장에서도 재밌고 당할 만도 하다.

하지만 마지막 세트는 정말 순수한 피지컬 격차였다.

충격적인 소식에 한국팬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파프리카 프릭스에 레전설이라는 미드 게임 좀 하는 듯?

노답팀에서 솔킬 막 내던데 얘 물건 아니냐? ㄹㅇㅋㅋ

└하는 거 보니까 잘해봐야 4강 따리일 듯

└거품이지. 한국에서 팀 못 찾고 해외 갈 거야

└나중에 막 롤드컵 우승하는 거 아니냐?

└이 새끼들 정줄 놓음ㅋㅋㅋ

롤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는 현실 도피글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만큼이나 충격적이 아닐 수가 없다.

한국이 롤드컵 우승을 못했어?

아니, 뭐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상대가 못한 것도 아니고 인정은 해야지.

매 세트 질 만한 게임 진 거다.

그렇기는 한데……

─생각해 보면 이 새끼 잘못이 크다

LCK 우승만 해도 겁나 잘하는 거고

롤드컵 우승은 사실 말도 안되는 건데

테이커때문에 한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됨

└BAAAAMMMM~~~~~~~~

└E-스포츠 종주국이니까 그래도……

└한국이 스타크래프트 종주국이지 롤 종주국은 아니잖아? 초심으로 돌아가자

└아니, 그래도 분위기 겁나 좋았는데 ㅠ.ㅠ

한국 팬들로서는 사무칠 수밖에 없다.

만약 다른 장소에서 열렸으면 모른다.

홈 그라운드잖아.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조차 넘보지 못하던 대한민국이 무려 4강까지 진출했다.

이후 월드컵 최단 퍼블을 갱신하는 약간의 망신은 있었지만 뭐 그 정도 쯤이야.

그만큼 홈 그라운드의 이점은 작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실패하고 말았다.

원망스럽다, 혹은 서운하다.

그러한 여론이 들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LCK 한국 대표팀, 세계의 왕좌 롤드컵 연패(連?) 좌절…….」

「무너진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 패배의 이유는 자만인가?」

「개인의 안위 추구에 내다 버린 애국심. 논란의 '외국' 팀의 '한국' 선수 레전설!」

한국의 롤드컵은 일반 미디어에서도 적잖은 이슈가 됐다.

그도 그럴게 한국팀이 워낙 잘하고 있대.

게다가 한국에서 열렸다는 게 크다.

취재도 쉽고, 이슈거리도 분명 쏟아져 나올 거야.

소위 기레기라 불리는 편파 기자들에게 맛있는 먹거리다.

이렇듯 논란 거리가 생기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나온다.

[Best Comment]-어휴, 레전설 쓰레기라 불릴 때부터 알아봤다

[Best Comment]-제 친구의 친구가 게임단 관계자인데 레전설이 한국 혐오한데ㄷㄷ

[Best Comment]-한국인이 한국팀 상대로 목숨 걸고 캐리하네. 돈에 영혼을 팔았니?

끓어오른 분위기 탓인지 과격한 댓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한국 사람이 게임을 왜 이렇게 작정하고 캐리해.

네 몸에 흐르는 피에는 한반도 5천년 역사가 새겨져 있지 않더냐?

일부 기사들의 댓글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비판이다.

물론 전체적인 여론이 그렇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부 과격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라인 양보 하나 안 하는 새끼들이 우승 양보요?ㅋㅋ

그런 말 하는 애들은 솔랭에서 주포지션 양보 함?

정글한테 블루 양보 함?

이런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 자체가 어메이징하네

└흠터레스팅

└이게 맏따ㅋㅋㅋ

└팩트 너무 아프고~

└ㄹㅇ 블루 안 주면 뮤탈마냥 발광하는 새끼들이ㅋㅋㅋ

중도적인 목소리도 롤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극히 감정적인 반응, 휩쓸린 반응, 이성적인 반응.

어느 쪽이던 논란이 될 만한 거리인 건 확실하다.

엄청난 관심이 삽시간에 몰리게 됐다.

한 가지 더.

롤드컵의 결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결승전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어떤 만화의 엔딩 같은 소리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이야기다.

선수들이 트로피를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진용준 캐스터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음에도 결승전은 진행되고 있다.

* * *

롤드컵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후로는 팀원들과 한 번씩 부둥켜 안고.

아쉬워하고 있을 상대 선수들과 인사 한 번 나누고.

트로피 들면서 한 번쯤 기뻐하고.

뻔하디 뻔한 우승 소감도 한 번 늘여 놓고~.

이렇게 단순히 정리하기에는 워낙 뜻 깊은 순간이긴 하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너무 당연하잖아.'

이렇게 하고도 우승 못했으면 뒷목 잡고 쓰러져서 고혈압으로 실려갔을지도 모른다.

랭크 게임도 개빡캐리해서 겨우겨우겨우 이기면 기쁘기보다는 팀원들 때문에 빡친다.

물론 팀원들이 빡치게 했다는 건 아니지만 하드 캐리하고 나면 묘한 고양감이 온몸에 인다.

우승 소감도 나름 잘 말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터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게 남들에게 말하면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

사람이 직감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실제로 별 거 아니기도 하다.

근데 느낌적인 느낌으로 왠지 안 지키면 손해 보는 기분이야.

'특정 행동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징크스는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

그래서 나는 직감을 존중하는 편이다.

만약 경찰서에 끌려가서 변명을 한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물론 당사자가 납득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엉덩이 아파요오…… 멍 들은 거 같아요."

"왜 피부 단련을 게을리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잖아."

"죄, 죄송해요……."

부스 안에 돌아와 자리 세팅을 정리 중이다.

똥강아지처럼 기다리고 있던 유리야가 중얼거린다.

유리야의 엉덩이를 때리면 왠지 경기가 잘될 것 같았다.

그런 직감이 들어서 실행에 옮기고자 부탁을 했다.

터무니 없긴 한데 정말로 그런 직감이 들었어.

유리야의 뇌에 버퍼가 왔지만 이내 허락했다.

그도 그럴게 더없이 중요한 자리다.

그 중요도에 대해 유리야도 알 정도다.

엉덩이를 희생해서 우승할 수 있다면야 흑흑.

'유리야 엉덩이 만큼 촉감이 찰진 물체가 없다는 게 문제야.'

찰싹! 때리는 순간 뭔가 회춘하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 처음이야 정말!

손바닥에 한정하면 정말로 그러하다.

촉각의 신경이 소름 돋을 정도로 예민하게 변한다.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원망스럽다.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유리야의 엉덩이에 결승전의 사활이 걸려있는데.

'유리야 엉덩이를 재현한 마우스 패드 나오면 불티나게 팔릴 텐데.'

나오지 않았으므로 본체를 타격해야 했다.

그 결과, 보란 듯이 우승했으니 된 거잖아?

인천문학경기장.

현장이 떠들썩한 이유 중 하나다.

"리야야."

"네, 왜요?"

"너의 엉덩이가 희생한 덕분이야."

"네…… 매우 아프지만, 엉덩이랑 이별하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돼서 기뻐요."

유리야가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런 말하긴 미안한데 안 때렸어도 이겼을 거 같아.

물론 그 본인의 보람을 위해 구태여 말하진 않겠다.

사람은 이렇듯 누군가에게 행운의 여신이 될 수 있다.

비단 나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흔하다.

세상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의지하고 싶기 마련이다.

"근데 뭐해요? 집 안 가요? 트로피 트로피!"

"트로피 뭐?"

"저도 트로피 한 번 만져봐도 돼요? 무거워 보이던데 들 수 있을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니 근력에 물어봐.

아까 들어보니까 너는 안될 것 같긴 해.

'같이 들어줄 수도 있긴 한데 그전에 하나 할 게 하나 있어.'

나의 전용 힐러인 유리야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분주하다.

현장의 심판들과 스태프들이 특히.

독특한 행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유리야의 엉덩이를 때리는 게 어떤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분명 유리야의 엉덩이의 촉감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겠지.

아무튼 사람마다 독특한 징크스가 있어도 이상하진 않다는 소리다.

"너를 보고서 랭겜 5연승을 했대. 개쩔지 않냐? 정작 너는 당장 연승도 못하는데."

"저도 연승해요오! 어제도 했어요!"

"그 다음 연패했잖아. 그럼 쌤쌤이지."

"하긴 했지만……."

왠지 했을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한 모양이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유리야의 솔로랭크 사정이다.

당장 진행되는 현장의 사정이 굉장히 여의치 않아지고 있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로드 오브 로드, 약칭 롤은 미국 게임이다.

당연히 한국 말고도 전세계에서 즐겨하며 롤드컵이라는 대회가 설명을 대신한다.

〈하지만 그래도…… 연예인이 롤을 하면 신기할 수 있는 게 보통 시선이잖아요?〉

〈사실 신기할 건 없죠. 연예인도 사람이고, 게임 싫어하는 사람은 전 적어도 살면서 본 적이 없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클끼리 해설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사람마다 게임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바둑, 체스는 물론이고 술게임 같은 것도 엄연히 게임의 한 종류다.

플레이스테이션, 컴퓨터 오락 등은 구태여 따져봐야 손가락만 아프다.

〈실제로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씨가 8강 삼선 레드 대 얼라이언스의 경기에서 객원 해설을 맡기도 하셨죠!〉

우주대스타 김희철.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덕후 연예인이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다이아 티어도 찍을 정도로 심각하게 많이 하는 골수 유저다.

롤드컵 8강전에서 특별 게스트, 객원 해설로 참여해 방송 경력 10년에 걸맞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즉, 그다지 신기할 건 없다는 소리다.

연예인들도 당연히 사생활이 있겠지.

하지만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면?

예로부터 한국은 외국인이 김치만 먹어도 신기한 척해주는 고유의 전통이 살아 숨쉰다.

〈As a child you would wait…… And watch from far away~~〉

결승전 개막식이 있듯, 폐막식도 존재한다.

초청 가수, 이매진 드래곤스의 무대가 펼쳐진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답게 가슴을 울리는 웅장한 공연이다.

〈다시 들어도 정말…….〉

언제 들어도 좋기 때문에 명곡이다.

그 명곡을 명가수가 부르고 있으니 더욱 당연하다.

한국에도 삼성 광고 등으로 유명하며, 전세계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는 남성 4인조의 록밴드 이매진 드래곤스.

그들은 실제로 롤을 굉장히 좋아한다.

실제로 롤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제곡 작업, 현장 공연까지 맡게 됐다.

비슷하게 롤 대회에 자주 공연을 오는 그룹을 부러워하게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필연이다.

〈아쉽게 지기는 했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가 LCK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잖아요? 참고로 LCK는 해외에도 방송 파트너가 있어서 여러가지 언어로 송출이 됩니다.〉

김은준 해설이 조금 고양된 목소리로 늘여 놓는다.

폼은 구기게 됐지만 LCK가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가장 실력이 뛰어나고, 수준이 높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롤팬들이 긍정할 만한 이야기다.

이는 외국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따질 것 없는 정론이다.

그 시청자라는 범주에 이매진 드래곤스도 포함이 된다.

보다 보니까 약간 부러워.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

그리고 좋아하는 선수도 생겼어.

내한 공연의 조건 중 하나로 제시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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