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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게임의 승패는 여러가지 이유로 나뉜다.
특히 E-스포츠로서 체계화된 롤은 더욱 그러하다.
코치진의 밴픽, 선수의 플레이, 선수의 오더 기타 등등으로.
하지만 계산기를 돌린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바둑, 장기, 체스, 스타, 롤, 게임은 사람이 하는 거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인이 변수를 창출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SAMSUN 궆님이 학살 중입니다!
물론 그 변수라는 게 꼭 좋은 쪽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잠시 아이템을 사기 위해 집에 간 사이.
상대가 텔레포트 이니시를 걸어왔다.
이펙트를 포함한 아군 세 명이 휩쓸리듯 끊겼다.
하필 정글러까지.
유리하던 게임 상황이 갑자기 묘해져 버렸다.
'근데 이건 내 실수일 수도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귀환을 타던 위치.
그 근처에 와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상대가 확신을 가지고 시도했다.
혹은 이판사판으로 걸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확인해볼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아니다.
파란 장신구로 살펴보자 아니나 다를까 친다.
게임 시간 25분.
세 명이나 끊었으면 시도할 건 뻔하다.
전력으로 바론 버스트를 시도하고 있다.
'막기는 막아야 하는데…….'
아군이 부활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상대는 전원 살아있기 때문에 막기가 애매하다.
그렇다고 순순히 내주기에는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원래 역전되는 게임들 대부분의 분기점이 다 바론이다.
바론 내주는 순간 갑분싸가 찾아온다.
하지만 상대도 무리해서 치는 거다.
쿠루룩!
관통 화살을 당겨서 쭉-! 쏘아버린다.
어둠 저 너머 누군가가 걸친 느낌.
맞았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쯔쯧~!」
랄라의 버프를 받고 달려가 툭!
때리자 스태틱이 짜릿하게 터진다.
무극의 대검이 떠버렸기에 매우 강렬하다.
'하지만 반대로 몸은 물몸이지.'
CC기 연계되는 순간 그냥 찍소리도 못하고 터진다.
랄라가 궁극기를 쓰든 뭘 하든 간에 말이다.
간단한 이야기다.
상대가 스치지도 못하게 하면 된다.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거리를 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유혹한다.
그러자 참지 못한 쓰렉귀가 결국 튀어나온다.
상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절호의 찬스다.
만에 하나 잡는다면 초- 대박.
두 마리의 토끼로 전세를 역전하는 수준이다.
쓰렉귀에게 점멸 채찍 쓸기 거리를 준 건 어떻게 보면 실수다.
'그런데 유혹을 할 거면 이 정도는 해야 하거든.'
치고 있던 바론 버스트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의 달콤함.
물론 내가 잡히면 결국 본말전도다.
쓰렉귀가 흉흉한 압박을 이어온다.
궁극기는 빠진 상태지만 나머지 스킬들은 건재하다.
하지만 서포터인 이상 몸은 물렁할 수밖에 없다.
툭툭 치자 데미지가 찰지게 박힌다.
그렇다고 잡는데 너무 몰두해서는 안된다.
만약에 잡더라도 선고에 걸리면 끝이다.
아니, 점멸만 빠져도 극심한 손해다.
상대 입장에서는 점멸 빼면 개꿀.
슈욱……!
하지만 개꿀인 건 상대만의 일이 아니다.
랄라의 버프는 빠졌지만 자체 버프가 있다.
상대 이동 속도와 체력을 %로 빠는 몰락검.
쭈욱-! 빨며 빨라진 이동 속도로 무빙을 친다.
쓰렉귀의 선고가 빗나가며 카이팅을 잇는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서포터의 몸에 푹푹!
─적을 처치했습니다!
일단 한 명.
쓰러지자 나머지 적들이 쏟아진다.
* * *
PVP게임.
사람끼리 겨루는 게임에서 심리적인 요인은 대단히 중요하다.
상대의 완벽한 대비도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빈틈을 만들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낚시 플레이, 설계 등이 먹히는 이유다.
특히 이는 정보가 많을수록 가능성이 올라간다.
즉, 운영이 잘하는 팀은 변수를 잘 만든다.
초중반 라인전 단계에서 휘청거리던 삼선 레드.
운영 단계에 들어가자 역시 매서워진다.
탑에서 세 명의 적을 끊는데 성공했다.
─더블 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관문을 끝내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지.
레전설의 파루스가 최종 보스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야, 일로 와.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죽여 이 간나 새끼!!
-이즈한테 일단 궁 썼어!
-레전설 미친 새끼 2대5ㅋㅋㅋㅋㅋㅋㅋ
마치 배우처럼 감정 이입을 참 잘하는 해설자가 한 명 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막무가내다.
2 대 5의 상황임에도 망설임 없이 들어간다.
타악!
타악!
상대를 죽이면 공격 속도가 올라가는 패시브.
파루스의 시위가 보다 바쁘게 당겨진다.
최대 공격 속도를 살리며 카이팅 한다.
하지만 파루스라고 안전지대에서 때리는 게 아니다.
쏟아지는 적들을 상대로 홀로 싸우고 있다.
당연히 체력이 걸레짝이 될 수밖에.
「커져라~♬」
랄라의 보조를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딜을 한 번만 쏟아내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임프트의 고르키가 앞부스터로 파루스를 향해 날아간다.
─트리플 킬!
그대로 하늘나라까지.
동시에 내려쳐진 제임스의 망치를 점멸로 피한다.
그리고 모아진 관통 화살이 일렬로 적들을 꿰뚫는다.
〈싸움을 잘하냐고 물으니까 화나잖아요. 내가 LCK가 최고 원딜러인데! 임프트인데! 화난 임프트가 응했습니다.〉
〈그런데 싸움을 진짜로 잘해요 레전설!〉
하필 스태틱 평타가 적중하며 비행 도중에 터져버렸다.
임프트가 죽음으로서 확 기울어지는 한타.
하지만 뒷심이 딸리는 건 마찬가지다.
─SMASUN 궆님이 ToichiTV 레전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2 대 5의 교전이다.
체력 상태가 어떻든, 궁극기가 빠졌든 뭐든.
상식적으로 이길 수 있는 머릿수 차이가 아니다.
삼선 레드도 필사적이었다.
레전설 제발 한 번만 끊어보자!
그래서 끊었고, 제압킬을 먹기는 했다.
─더블 킬!
SAMSUN 궆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비역슨의 랄라까지 잡았다.
궆의 제임스가 성공해냈다.
현장의 관중석에서 잠깐 소란이 인다.
잠깐.
〈그런데 정작 바론을 못 먹었어요…….〉
〈이게 이득이라고 볼지는 애매……하다기 보다는 그냥 일방적인 손해가 맞죠.〉
-강팀준 냉정한 거 보소ㅋㅋ
-???: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레친 새끼 바론 결국 막아버렸네……
PVP게임에서 심리전은 굉장히 중요하다.
파루스가 마치 대줄 것처럼 속삭였다.
야, 나 한 번 잡고 싶지 않아?
쓰렉귀가 도발에 넘어갔고 이후 줄줄이 도미노다.
꼬치 꿰이듯 넘어가긴 했지만 뒷심은 있다.
결국 레전설과 비역슨을 잡기는 잡았다.
〈솔직히 우리나라였으면 바론 줬어요. 2 대 5인데 싸울 엄두가 안 나잖아요? 쓰렉귀가 점멸이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파루스 죽어요. 생존기가 없으니까.〉
현장의 관중들,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팬들 대부분이 반쯤 납득을 한 상황이다.
아, 이건 졌네.
LCK가 패배했다!
클끼리 해설이 그 이유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적을 생존하지 못하게 하면 그게 곧 생존기다. 운영도 좋지만 이런 과감함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드네요.〉
-LC게이……
-씹상남자 메타의 승리다
-그냥 레전설이랑 토이치TV가 너무 잘 싸워
물론 삼선 레드라고 화려한 교전을 안 여는 건 아니다.
기회가 보이면 날카롭게 찌를 줄 아는 팀이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기회가 보일 때만 찔러.
상대 입장에서 뻔하게 예측되는 측면이 있다는 소리다.
뻔해도 불가항력인 타이밍에 잘 덮치면 되긴 한다.
문제는 레전설의 피지컬에 다 막힌다.
어흥!
이판사판.
텔레포트도 다 빠진 삼선 레드다.
상대가 바론 낚시를 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그러니까 먼저 덮쳐서 교전을 열자.
자신감 넘치게 미드를 쭉쭉 미는 레전설.
루시퍼의 애꾸사자를 필두로 전원이 덮친다.
〈This is LCK! 우리나라는 원래 학익진을 좋아합니다!〉
파이어뱃과 제임스까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앞서 예고했던 바로 그 장면이다.
불바다 미사일이 깔리며 번개포탄이 파앙! 쏘아진다.
가히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니시가 열렸다.
클끼리 해설이 태세 전환을 하며 이니시를 격찬한다.
자신감 넘쳐 돌출돼있는 레전설만 잡으면 승산이 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런데 잡을 수가 없다.
팀원의 보조가 워낙 든든하다.
그런 건 둘째 치더라도 레전설 본인이 워낙 강해.
생존기가 없는 건 파루스의 고질점이다.
대신 둔화와 광역 속박이라는 CC기를 갖췄다.
무엇보다 맞딜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
─쿼드라 킬!
ToichiTV 레전설님이 SMASUN 궆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시위를 꾸욱- 당겨 쏘아진 관통 화살에 꿰뚫린다.
체력이 얼마 안 남았던 제임스가 죽고 만다.
미드 라인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교전.
〈레전설이 말합니다. 우즈, 보고 있나?! 이게 원딜 캐리야!〉
-또 태세 전환을 한다고……?
-인성질 능욕ㅋㅋㅋㅋ
-레전설이라 오히려 자연스럽다!
원딜 캐리를 보여주려고 했던 우즈.
중국에서 잠자고 있었을 Royal Club의 원딜러가 갑자기 뺨을 맞는다.
캐리라는 건 말이다……, 옘병 땀병에 가다 보니 속병에 걸려 가지고 아무튼 잘 패면 된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강빈 해설의 트레이드 마크, 엄피컬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다.
리플레이로 보자 더욱 의문이 든다.
저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살았지?
온갖 방향에서 쏟아지는 상대의 스킬들.
아무리 보조가 있어도 원딜러인 이상 종잇장이다.
죽을 만도 한데 과감한 맞딜로 차례차례 뚫어버린다.
〈쓰렉귀 선고라도 들어갔으면 또 몰랐는데…….〉
〈쓰렉귀가 너무 자비로운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형 선고를 거의 내린 적이 없어요 거의 무죄에요!〉
스킬샷 하나의 소중함.
긴박한 교전일수록 더욱 사무친다.
결승전의 끝이 보이는 상황인 만큼 더하다.
〈원피스에 보면 견문색 패기라고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이 있는데 이 선수는 가끔 보면 그걸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플레이가 패기가 있지 않습니까? 간발의 차이로 다 피하잖아요 지금!〉
-그 패기가 아닐 텐데
-용준좌 이해하고 맞장구 친 거 맞음?
-에라, 모르겠다~ 침몰한다 몬타니카호!
1승 2패의 상황이다.
삼선 레드의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이번 세트를 지면 다음이 없다.
롤드컵의 결승전이 막을 내린다.
그런데 상대가 미드 한타를 대승하고 물 밀듯 밀고 들어온다.
인천문학경기장.
현장의 공기가 순간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아니, 한국팀이 지는데 안타깝지 않은 한국 사람이 어디 있어?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토이치TV의 팬이라도 눈치도 보이고 생각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우리 정말로 졌어? 중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북미한테……? 그런데 저는 LCK가 졌지만 한국이 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클끼리 해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덤덤하게 말을 한다.
어차피 현장도 고요하고, 강빈은 진작에 조냐 켰고, 김은준 해설도 입 벌린지 오래고.
〈물론 북미의 손꼽히는 오랜 거장들의 저력을 발휘한 거기도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잖아요? 특히 레전설.〉
-레전설을 칭찬한다고……?
-뭔가 수상한데
-레전설 다 만들긴 했어 ㅅㅂ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레전설 한 번만 애국하자!
참 아이러니할 수 있다.
Royal Club의 정글러로 뛰었던 아웃섹도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엑소더스가 일어나지 않은 2014년이기에 더더욱이다.
조금 막말이긴 한데 템 팔고 미드 한 번 시원하게 달려서 애국하자!
그럴 듯한 개소리가 채팅창에 올라올 만도 하다.
8강, 4강도 아니고 결승전에서 무너지고 있다.
아쉬움이 분명 북받칠 수 있는 일이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롤드컵 결승에서 템 다 팔고 미드를 달리는 게 과연 애국일지.
곱씹어 생각해본다면 아니라는 쪽에 보다 기울어진다.
해외팀 소속이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옳다.
억제탑을 쭉쭉 밀며 들어온다.
패치 내용상 부활 시간이 2016년 이후보다 짧다.
덕분에 차례차례 부활은 하고 있는데 그보다 철거가 더 빠르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힘들다.
랄라의 버프를 막은 레전설의 카이팅에 물러나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자리가 없으므로 쌍둥이 포탑에 이어 넥서스가 파괴된다.
와아아아아-!
여러 의미를 담은 함성이 인천문학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아쉽기는 하나 클끼리 해설의 말도 나름 타당하다.
LCK는 졌지만 한국이 진 건 아니다.
아쉬움을 삼킬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롤드컵 결승의 진정한 메인 이벤트는 따로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12시 37분 수정 완료
3시 37분 2차 수정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