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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쿠루룩!
쏘아진 화살이 마치 뱀처럼 빨려 들어간다.
적 서포터 쓰렉귀에게 정확하게.
화가 난 쓰렉귀는 선고각을 보려고 했지만.
치잉!
힐라카의 침묵 장판이 깔린다.
스킬을 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며 한 대 더.
은근히 아픈 침묵 장판에 더해 별똥별까지 직격한다.
'힐라카가 뒤에서 힐만 준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하비의 말에 의하면 침묵 선마스터 해서 짤짤이 하면 세다.
똥챔 장인의 말은 반만 믿는다.
나머지 반은 내가 채우고 있다.
타악!
촤라락!
평타와 함께 오염된 화살비를 퍼붓는다.
쓰렉귀는 랜턴을 실드로 쓰며 겨우 버틴다.
상대가 숨도 쉬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렇듯 파루스는 초반 견제가 매섭다.
라인전 강하기로는 손가락에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쓰이는 이유.
'생존기가 없지.'
심지어 암살자가 성행하는 메타다.
생존기 없는 원딜은 소위 간식거리다.
그 말이 일반적인 상식임은 틀리지 않다.
두근! 두근!
사자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상대 애꾸사자의 직선 갱킹.
머리 위에 뜬 경고 표시가 위험을 적나라하게 예고한다.
'근데 뭐 어쩌라고.'
견제를 괜히 빠듯하게 해놓은 게 아니다.
오면 오는 대로 그냥 싸운다.
예로부터 원딜은 패기.
타악!
힐로 던져진 올가미를 피하며 친다.
힐라카의 회복을 받으며 툭! 툭! 툭!
짧게 끊어친 관통 화살로 터트린다.
중첩된 오염이 퍼엉-!
애꾸사자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된다.
상대 봇듀오가 호응을 해오려고 하지만.
'그래서 뭐?'
들어올 거야?
근데 나 점멸 있는데?
정말 들어와도 되겠니?
0.1초 단위로 상황이 급변하는 고수준의 게임에서 무빙은 질문이다.
쓰렉귀는 감히 대답하지 못한다.
애꾸사자의 엄한 점멸만 빠진다.
촤라락!
퍼붓는 화살비가 쓰렉귀의 퇴로를 차단한다.
이어서 별똥별이 떨어지자 쓸 수밖에 없다.
상대의 점멸을 패기만으로 두 개 뺀다.
'생존기는 패기로 대신하면 되고.'
이제 올 정글은 없다.
그런데 웨이브가 거대하다.
상대는 반드시 받아먹어야 한다.
콰라락!
그리고 욕심은 화를 부른다.
선 6레벨을 찍으며 궁극기.
쏘아진 두 마리의 뱀이 얽히고설키며 고르키를 붙든다.
구태여 파루스를 선택한 이유다.
원딜러 주제에 궁극기가 2초 속박이다.
물론 고르키는 체력 상태가 제법 준수하다.
힐까지 쓰자 순삭은 힘들다.
쓰렉귀도 뒤에서 랜턴 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끝내 랜턴을 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터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힐라카의 침묵 장판이 추가로 들어갔다.
장판은 1.5초가 지나면 속박으로 변한다.
파루스의 궁극기와 연계되자 가히 끈끈이 지옥이다.
'라인전 버텨서 후반 캐리 할 거면 파루스를 안 했지.'
원딜밴도 구태여 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라인전 센 픽 가져갈 거면 가져가.
봇에서 맞라인전을 한 판 붙어보기 위함이다.
그대로 뚫어 박살을 낸다.
일방적으로 몰아세울 수만 있다면?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운영의 여지를 삭제한다.
'니들이 그렇게 운영을 잘해?'
이후 굴러가는 게임의 주도권도 마찬가지다.
샌드백처럼 맞아도 할 수 있을지 한 번 보자.
* * *
네 번째 세트의 초점.
봇라인에 있다는 건 삼척 브론즈도 안다.
레전설이 원딜 포지션을 확정 지으며 피바람을 예고했다.
쿠루룩!
쏘아진 관통 화살이 너무, 너무 아프다.
비주류 챔피언임에도 라인전 강하기로는 소문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쓰이는 이유가 있는데.
〈라인전이 세다는 건, 라인을 민다는 뜻입니다. 갱킹이 왔을 때 생존기의 부재가 분명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한 번 죽는 순간 연달아 죽으면서 소문난 맛집으로 변한다.
생존기가 없는 원딜러들이 대회에서 잘 안 쓰이는 이유다.
김은준 해설의 예상한 상황이 분명 연출되기는 했다.
어흥!
애꾸사자가 특유의 은신 궁으로 갱각을 날카롭게 잡았다.
던져진 올가미가 일직선으로 파루스를 노린다.
그런데 그걸 너무 쉽게 피해.
올가미가 빗나가자 갱킹이 갱킹이 아니게 된다.
파루스가 앞무빙 하며 툭툭 팬다.
몰락까지 쭉- 빨자 죽을 기세다.
슈우웅……!
고르키의 힐과 탑의 견제텔로 일단 살기는 살았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손해다.
레전설의 슈퍼 플레이가 관중들의 찬사를 자아낸다.
-레친놈 존나 침착하네;;
-앙 고양이띠!
-임프트&맏따 쳐발리는데……?
근데 이게 순수하게 감탄할 상황이 아니다.
LCK, 한국팀이 지고 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에서 말이다.
리플레이를 보며 해설진이 고찰에 들어간다.
〈힐의 이동 속도 증가로 스킬을 피하는 건 실제 프로들도 자주 하는 입롤입니다. 하지만 보통 저런 건 점멸로 피하잖아요?〉
〈그렇죠. 혹시라도 맞으면 큰일 나니까!〉
그런데 레전설은 한다.
애꾸사자가 튀어나온 순간을 정확히 노려 힐.
순간적으로 빨라진 가속도를 이용해 무빙을 친다.
그렇게 애꾸사자의 궁극기가 허무하게 계속 빠진다.
추가적인 손해는 그렇다 치고 말이다.
애꾸사자는 궁극기가 없으면 커버밖에 할 게 없다.
탑라인 견제텔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손해가 누적된다.
아니, 보이는 손해도 누적된다.
삼선 레드의 노림수가 실패하자 상대는 턴을 계속 가진다.
콰라락!
파루스의 궁극기가 묶어버린다.
점멸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쓰렉귀.
그 위로 침묵이 깔리자 최소한의 반항조차 불가능하다.
〈아니, 이게 진짜 하…… 파루스를 왜 했나 했는데 이중 속박에 침묵까지 걸리니까 선고 던지는 시늉도 못하네요. 쓰렉귀의 원한이 이승을 떠돌고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한탄스러운 듯 기뻐하고 있다.
플레이가 너무 강렬해.
입맛 저격이야.
-강팀준 너무 해맑다
-경기력이 좋으면 그냥 좋아
-???: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김은준은 웃고 있다!
어쩌다가 궁극기 맞으면 확정 사망.
탄속도 빠르고 사거리가 매우 길다.
원딜러임에도 스노우볼을 가속화하는데 한몫한다.
애꾸사자의 위치가 뻔히 들키자 탑미드도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삼선 레드.
대각선의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소화해내는 팀이다.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루시퍼의 파이어뱃이 궁극기를 쏟는다.
라인 클리어용으로 쿨하게 소비한다.
상대가 다이브를 치지 못하도록.
와아아아아-!
옵저버가 잡고 있던 위기 상황이 무사히 지나간다.
상대의 공세를 한 턴 막아낸 셈이다.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자 해설진들이 역전의 가능성을 논한다.
〈고르키는 망해도 고르키고, 한타 가면 임프트가 분명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루스도 무극의 대검 템트리가 아니라 생각보다 엄~청 세지는 않아요.〉
봇 라인전 졌으니까 게임 졌네!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소리다.
생각보다 충분히 할 만하고 한타와 운영을 통해 비벼볼 여지가 있다.
슈우웅……!
문제는 그 운영을 하기 전에 게임이 너무 빠르게 굴러간다.
토이치TV의 탑라이너 이펙트.
부쉬에 깔아둔 와드에 텔레포트를 탔다.
〈일그러진 전진 들어가고 그 위로 확실하게 부패한 촉수……. 아, 너무 잔인한데요?〉
〈쓰렉귀가 배에 힘 꽉 주고 버텨보지만 결국 더블 킬! 난리 났어요 봇라인!〉
삼선 레드는 탑라인의 텔레포트가 빠진 상태다.
커버는 꿈도 꿀 수 없는 가두리 양식장이 열린다.
두 해설자가 허심탄회하게 봇라인의 참상을 푼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물론 삼선 레드는 일방적인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 사이 반대쪽에서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진다.
파이어뱃과 애꾸사자가 탑라인 포탑을 파괴하긴 했는데.
〈그런데 이미 천문학적인 손해입니다. 봇듀오 죽었고, 1차 나갔고, 토이치TV가 용까지 가져갔어요.〉
글로벌 골드 격차가 순식간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운영으로 소소하게 메꿀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유일하게 기대해봄직한 건 한타.
〈그래도 아직 몰라요. 한타 꽝! 붙으면 저력이 있는 게 삼선 레드의 조합입니다.〉
〈삼선 레드가 운영만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한타도 잘하는 팀 아닙니까?〉
정식 한타가 열리면 파루스가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삼선 레드의 조합은 너나 할 것 없이 CC기를 가졌다.
레전설의 캐리력을 충분히 마크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는 삼선 갤럭시의 감독, 최우룡의 판단이기도 하다.
아무리 잘해봤자 결국은 CC기 걸고 때리면 죽어.
토이치TV는 레전설이 죽으면 딜러가 사실상 없다.
〈미드가 랄라에요. 파루스의 부족한 생존력을 보충해주기 위해서 비역슨이 희생했어요.〉
〈삼선 레드 입장에서는 파루스만 잡으면 된다는 소리죠?〉
〈그렇습니다. 심지어 그 가능성이 낮은 게 아니에요.〉
단순히 낙관적인 예측이 아니다.
한타 파괴력이 엄청나게 센 삼선 레드.
운영의 뒷심인 라인 클리어도 제법 걸출하다.
파아앙!
삼선 레드의 미드라이너 궆의 시그니처 챔피언 제임스.
쏘아진 번개포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터진다.
원거리 미니언이 깔끔하게 클리어된다.
〈저 포탄이 불바다 미사일과 함께 떨어지는 순간 난리나는 겁니다. 물론 토이치TV 입장에서.〉
반대로 말하면 삼선 레드의 대승이다.
파루스의 약점인 생존기의 부재.
한타에서 필히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김은준 해설도, 클끼리 해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만큼이나 파루스의 픽은 애매하다.
피지컬로 만회하는 건 한계가 있다.
「쯔쯧~!」
그런데 그 한계.
누가 정한 것인지 한 번쯤 곱씹어볼 일이다.
랄라의 버프를 받은 파루스가 미드에서 쇼를 펼친다.
타악!
빠른 속도로 달려가 평타 한 방.
제임스는 포탑을 끼고 가볍게 응전한다.
가볍게 주고 받을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사생결단이다.
몰락을 쭉 빨고 끊어친 관통 화살로 꿰뚫는다.
순식간에 체력이 빠지자 당황스럽다.
이어져 쏘아진 부패한 촉수.
〈잠깐만요. 방금 죽을 뻔했는데요?! 점멸 빠졌어요?〉
〈아니, 무슨 킬각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상대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저돌적이다.
미드를 스쳐 지나가고 있던 파루스가 갑자기.
생다이브를 치더니 점멸을 우격다짐으로 뺐다.
그로 인해 제임스는 미드 수성을 못하게 됐다.
서로 날개를 펼치면서 운영하는 타이밍이다.
당연히 미드 근처에 백업이 있을 리가 없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드 1차가 생으로 밀린다.
삼선 레드의 운영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얼타는 팀원이 없었기에 미드에도 인원 분배가 없었다.
〈삼선 레드 당황했습니다. 흔들리고 있어요!〉
〈토이치TV가 일방적인 이득 봤습니다. 처. 음. 으. 로.〉
처음으로 삼선 레드가 일방적인 손해를 봤다.
대각선의 법칙,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의미는 결코 작을 수가 없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완벽함.
그것이 삼선 레드가 보여준 요체다.
라인전 잘하고, 운영하면 우리가 무조건 이겨.
설사 불리해도 손해 최소화하면서 한타할 거야.
그게 현재 안되고 있다.
토이치TV의 공격성이 삼선 레드의 운영을 박살낸다.
「쯔쯧~!」
서포터가 아니다.
주문력이 높은 미드 랄라다.
버프를 받고 빨라진 파루스가 미드에서 무작정 시위한다.
미니언 보다 앞서나가 적들을 툭툭 때린다.
스킬쿨이 있을 때는 관통 화살을 쏜다.
상대의 스킬은 자연스럽게 피하며.
〈원래 파루스가 저 포지션에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근데 있어요. 왜? 안 맞았으니까! 피할 자신감이 넘치니까!〉
어처구니 없는 돌격에 삼선 레드가 당황했다.
운영을 할 여유를 잃어버렸다.
상대의 공세가 너무 격해.
〈지금 난리 났습니다. 레전설 그냥 미드 뚫어버릴 생각이에요.〉
〈사이드고 운영이고 다 필요 없고 미드 모여야 돼요. 미드 모여어!!〉
-미드 모여!
-대회에서 미드 모여 메타ㅋㅋㅋㅋㅋ
-클끼리 다급해ㅋㅋㅋ
-아아, 브론즈 당신들이 옳았어……
앞선 포킹과 공격은 각을 좁히기 위한 밑준비였다.
말하기라도 하듯 궁극기로 옭아맨다.
점멸이 없는 궆의 제임스.
철썩!
정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쓰렉귀는 걸어야 했다.
안 걸면 제임스가 죽는다.
점멸 채찍 쓸기로 넘기며 아군의 호응을 기대한다.
분명 상대가 무리했다.
싸우는 위치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기분이 나빠.
운영을 좋아하는 삼선 레드.
그 운영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결국 상대가 원하는 대로 싸우게 되었고.
─더블 킬!
ToichiTV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레전설의 슈퍼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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