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30화 (33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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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원래 캐리력이 좋은 챔피언일수록 단점도 가진다.

공부를 잘하는 대신 운동도 잘하고, 잘생긴 데다 키도 크고 여자에게 인기 많은 엄친아는 현실에서만 너프 당하지 않는다.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는 겜돌이 업계답게 엄친아에 매우 민감하여 OP챔피언은 확실하게 조지기로 유명하다.

한 마디로 단점을 만드는 것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대신 얼굴은 생기지 마.

마찬가지 롤도 성장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들은 명확한 약점을 가진다.

파사딘은 약간 극단적인 경우다.

크면 클수록 매우 센 대신 초반 넘기기가 힘들다.

하지만 생각보다 넘기는 게 어렵지 않아서 최근 OP챔피언으로 다시 부상했다.

〈근데 그게 단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거든요?〉

김은준 해설이 냉정하게 꼬집는다.

버티기가 수월해진 거지 망했을 때의 단점이 사라진 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세트.

촤앗!

레전설의 끠오라가 막무가내다.

생으로 들어가서 궁극기를 돌린다.

〈흩날려라 천본앵!!〉

-천봉앵!

-에라, 모르겠다!

-말릴 수가 없드아……

너무 잘 큰 나머지 별다른 한타 해설이 필요 없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너무 쉽게 상상이 간다.

끠오라의 궁극기가 스쳐 지나간 자리.

삼선 레드의 선수들이 걸레짝이 된다.

무지막지한 데미지에 정신을 못 차린다.

다행히 광역기라서 사상자가 나오진 않았으나.

─트리플 킬!

ToichiTV 트리플리프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양념을 야무지게 쳤다.

테러스티나 긴 사거리로 툭! 툭!

앞점프를 하며 깔끔하게 쓸어 담는다.

게임 시간 17분 경.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 이루어진 다이브다.

삼선 레드의 선수들이 떼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게임이 마무리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은데…… 하.〉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이 게임 끝났다!

그렇게 말할 수가 없는 게 해설자의 입장이다.

왜냐!

시청률이 떨어지니까.

토이치TV가 억제탑을 깨고 물러난다.

유유히 바론을 잡으러 가지만 막을 수가 없다.

먹고 정비해서 다시 미드 밀면 방금 전 참상이 조금 더 자극적이게 반복될 예정이다.

촤앗!

촤앗!

정비를 마치고 밀당도 없이 들이닥쳤다.

쌍둥이 포탑 다이브가 극히 평범하게 느껴진다.

레전설의 끠오라가 미니언을 타며 파사딘을 찌른다.

즉시 궁극기로 도망쳤지만 검의 댄스가 발동된 후다.

파사딘은 살기 위해, 그리고 잡기 위해 점멸로 우물에 뛰어들었다.

상대를 사지로 끌고 온 판단은 분명 좋다.

문제는 아군과 찜질을 공유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ToichiTV 레전설님이 SAMSUN 궆님을 처치했습니다!

전설의 출현!

SMASUN 임프트님이 ToichiTV 레전설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검의 댄스가 가진 다섯 번의 온힛 공격.

히드라의 광역 평타와 어우러지자 새빨갛게 양념된다.

궁극기가 풀리고 순간적인 평타 세 번이 겹쳐지며 파사딘이 터졌다.

〈나라는 괴물! 나라는 괴무울!!〉

〈안 해도 되는 오버 플레이였는데…… 뭐 땄으면 된 거죠. 게임 확실하게 끝났네요.〉

안 해도 되는 힘자랑이다.

근데 원래 잘 크면 한 번쯤 박아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이런 다전제에서는 심리적인 요인도 은근히 크다.

마치 전 세트 알칼리의 다이브가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레전설의 슈퍼 플레이에 또다시 인천문학경기장이 들썩인다.

프로 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으로 게임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물론 이따금 없는 건 아니다.

부시안 궁에 죽은 2레벨 탑라이즈.

라인 스왑이 망해서 아예 게임이 터진 경기도 간혹 있었다.

〈근데 그런 경우와는 달라요. 파사딘이 가진 근본적인 약점을 쑤시고 또 쑤셔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레전설이 말하는 겁니다. 너희 파사딘 하지 마!〉

정상적인 라인전이라면 그렇게까지 힘들 리 없다.

설사 한 번 죽어도 텔레포트 타고, 포션 쪽쪽 빨면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문제는 강제 스노우볼이 너무 엄격하게 굴러갔다.

선취점 다이브, 이후 6레벨 트리플 킬까지.

설계도 설계였지만 그 과정에서 피지컬과 판단력이 빛을 발했다.

레전설이 아니라면 만약 같은 상황이라고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LC게이였으면 저런 무리 절대 안 하지

-레친 새끼ㅋㅋㅋ 7분에 미드 2차 다이븤ㅋㅋㅋ

-파사딘 따고 피3으로 살아나간 게 정말……

LCK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과격함.

미드 1차가 생으로 살아있는 상황에서 미드 2차 포탑 다이브를 쳤다.

살 떨리는 외줄타기를 끝내 성공시키자 이후의 스노우볼이 막대하다.

승패패, 삼선 레드로서는 비상이다.

반대로 북미의 팬들은 혹시나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LG야구처럼 매 시즌 이번에는 다르다를 외치던 북미.

〈이번에는 진짜로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로.〉

〈이미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수세에 몰린 건 LCK에요.〉

이따금 국제 대회가 열렸을 때.

해설자들이 뭐라뭐라 설명은 한다

이 선수는 이만큼 잘하고 자국 리그에서도 어쩌고저쩌고~.

솔직하게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왜냐면 쟤네들이 잘하는 모습을 난 본 적이 없어!

이번에도 설레발만 치다가 다음에 또 달라졌다고 하겠지.

별 생각 없이 그럴 거라 생각했다.

우승은 한국이 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 가능성에 대해 섬뜩한 상상이 점점 커진다.

〈아직, 아직은 괜찮아요. 우리 삼선 레드 선수들 힘내고 있고 역전 가능성 충분해요.〉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가 되어서 힘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국민이 응원하고 있어요!〉

결국 변수는 레전설이다.

그 해답을 삼선 레드는 알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이전 세트의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

초반을 보다 안정적으로, LCK다운 운영을 할 기반을 닦자.

그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조금 돌아가는 것 쯤이야.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에요. 그러면 삼선 레드의 변수는 누구냐?〉

이윽고 네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그 심상치 않아진 구도에 대해 입을 연다.

클끼리 해설이 달라진 토이치TV의 선수진을 짚는다.

〈삼선 레드가 라인전도 세고, 운영도 잘하고 대체 약점이 뭐냐? 팀의 주장이자 맏형인 맏따 선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일한 변수가 있다면 그건 원딜러인 임프트라고.

팀의 캐리를 맡긴 했지만 그만큼 불안하다.

커뮤니티에서 일련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

─現한국 원딜 1,2위라 평받는 임프트와 알파카의 차이

임프트는 존나 뛰어다니는 유치원생이라 지속적인 케어만 해주면 되는데

알파카는 가만히 있다가 장난감 삼키는 미숙아라 잠깐 딴 데 봤다간 갑분싸 함

└맏따야, 본심 적고 가도 되는 거냐?

└장난감 삼킨대 ㅋㅋ

└???: 맏따 꼮 잏래야 해씀미까?

└둘 다 팀 내 유일한 변수 제조기인 건 똑같음ㅋㅋ

원래 피지컬에 의존하는 유저는 실수도 하기 쉽다.

이를 팀의 사령탑인 맏따가 항시 뒤통수 대기로 커버한다.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싸늘한 시선이 매력적인 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물어보는 것이다.

맏따의 보조를 받는 임프트가 그렇게 캐리력이 좋아?

봇라인에서도 한 번 붙어보자.

한 가지 더 물어온다.

-크…… 역시 롤은 원딜겜인가?

-솔직히 탑은 겁나 잘해도 캐리가 힘들지

-캐리되는데? 알칼리 하는 거 못 봄?

-밴을 하잖아ㅋㅋㅋㅋ

탑으로도 충분히 캐리가 된다는 걸 보여줬다.

미드로도 운영을 할 수 없으리 만큼 터트렸다.

그런데 그 전략이 이미 노출되지 않았는가?

삼선 갤럭시의 우수한 코치진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적어도 소 잃고 외양간은 확실하게 고칠 것이다.

하지만 앞선 세트로 깨달은 바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지금 양팀 밴이 심상치 않죠?〉

〈원딜3밴…… 아니, 4밴 나왔어요. 우리 챔피언 폭 싸움 한 번 해보자! 원딜 6밴 나올 가능성 농후합니다.〉

클끼리 해설이 의미심장하게 외친다.

이윽고 설마는 현실이 되고 만다.

원딜 6밴.

너희만 저격밴 할 줄 아는지 알아?

서로 봇라인에 변수, 핵폭탄이 있다.

그 변수를 보다 변수 있게 만들어보자.

토이치TV의 원딜 3밴은 그런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삼선 레드는 어째서 똑같이 원딜 3밴을 때렸나?

〈도라이븐…… 굳이 설명 안 하겠습니다. 핑크스, 자자해요. 레전설 선수가 잘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카시오가피! OP로 유명한 카씨 가문의 막내거든요?〉

〈카서트, 카직트 OP 시절에 무섭기는 했죠~.〉

〈카씨가 얼마나 사기냐면 메신저도 카카오톡이 독점했어요.〉

〈아니, 그건 좀…….〉

-용준좌 정색ㅋㅋㅋㅋㅋ

-클끼리 드립 욕심 너무 심해!

-혹시 카시오가피도 그래서?

-우주 최강 카카로트!

로드 오브 로드의 명언 중 하나다.

카로 시작하는 챔피언들은 언젠가 OP가 된다!

나름 무시할 수 없는 신빙성을 자랑하는 이야기다.

아무튼 일련의 6밴으로 인해 1티어들이 전부 잘렸다.

서로 가져갈 만한 원딜러가 별로 안 남았다.

이렇게 되면 챔피언 폭 싸움으로 귀결된다.

〈남은 것 중에 가져갈 만한 게 고르키…… 그렇죠. 삼선 레드가 가져가네요. 먼저 뺏어오는 게 최선의 선택 같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3초 빠른 예언대로 가져간다.

살아남은 원딜러 중 고르키가 가장 좋다.

토이치TV의 선택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1,2티어 원딜이 멸종해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있기는 있으나 선택이 애매하다.

그도 그럴게 삼선 레드가 그만 가져가 버렸다.

〈고르키&쓰렉귀면 밴픽 전혀 말렸다고 볼 수 없거든요?〉

〈라인전 세상에서 제일 센 봇듀오 중 하나입니다. 물론 아직 모릅니다. 단언을 할 수가 없는 선수에요.〉

정말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인간이다.

챔피언 폭 싸움을 걸어온 것도 그럴 만하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수수한 챔피언이다?

〈파루스? 라인전 강하게 갈 목적이면 뭐 해도 되긴 하는데…….〉

김은준 해설의 말미에 의아함이 차있다

고르키보다 티어가 낮은 원딜 챔피언이다.

아니, 완전 비주류 챔피언이라 좋은 픽이 아니다.

그럴 거면 왜 굳이 챔피언 폭 싸움을 벌였을까?

의문이야 어쨌건 양팀의 조합이 갖춰진다.

순수한 원딜 캐리력 대결이 막을 올렸다.

* * *

삼선 레드는 초- 비상이다.

다전제에서 상대의 노림수로 한 판쯤 지는 거.

아주 치명적이지 않다고는 해도 데미지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하물며 1승 1패 주고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번 더 지면서 1승 2패.

이번 세트까지 지면 우승을 내주게 된다.

'스왑을 할지, 아니면 맞라인전을 할지…….'

밴픽이 완료되며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이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의견을 조율한다.

과연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타당할런지.

라인 스왑을 하면 높은 확률로 이득을 본다.

하지만 라인 스왑은 약한 쪽에서 수그리는 거다.

고르키&쓰렉귀를 강한 픽을 가져가 놓고 뭣 하러?

수세에 몰린 삼선 레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코치진은 묻는다.

자기 자신이 아닌 선수들의 본심에 말이다.

"라인전 이길 자신 있어?"

"다른 변수만 없으면 저희가 이깁니다."

"좋아. 그러면 맞라인전 쪽으로 방향을 잡자."

최우룡 감독의 물음에 팀의 서포터이자 주장인 맏따가 단언한다.

회사로 따지면 코치진은 사무, 선수들은 현장이다.

현장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사무는 물러나 주는 게 순리다.

안 그런 회사도 있겠지만 적어도 프로게이머판은 그러하다.

나머지 부분에서 그 확신의 안정감을 더하는 게 맞다.

다른 변수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번에는 궆이 제임스니까 웬만하면 안 터져.'

라인전을 한정하면 절대 질 이유가 없다.

삼선 레드의 봇 듀오는 LCK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변수가 있다면 임팩트의 텔레포트와 미드 주도권.

연습의 연습을 거쳐 준비해온 파사딘이지만 더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두 번 패배한 만큼 즉시 전략을 선회한다.

초반 주도권이 있는 제임스로 안정감을 더한다.

대신 봇라인에 보다 치중하여 팀의 색깔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구태여 욕심 낼 필요 없이 임프트가 가진 슈퍼 캐리력을 믿는다.

피드백이 오가며 네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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