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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29화 (32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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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프로 무대라고 솔킬이 안 나오는 건 아니다.

실력 차이, 상성 차이, 그리고 밑그림.

예를 들어 정글러가 점멸을 빼줬다거나 있지 않은가?

비단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는 나온다.

프로게이머 사이에도 실력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약간 억울하다.

써컹!

써컹!

끠오라의 검이 미니언을 벤다.

별 것 없는 라인 푸쉬의 한 과정이다.

그 과정이 미드 1차와 2차 사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간이 6분도 안됐는데 미드 중앙에서 오버파밍 하고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연다.

레전설이 상상을 벗어난 미친 짓을 하고 있다.

〈아니, 패기도 정도껏이지! 저래도 되나요?〉

〈일단 근거는 있는 패기입니다.〉

상황은 매우 당황스럽다.

하지만 원래 무리라는 건 한 끗 차이다.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한다.

〈파사딘이 5레벨입니다. 점멸도 없어요. 끠오라한테 거리 주는 순간 궁극기 연계되면서 처참하게 찢깁니다.〉

리메이크 이전의 끠오라 궁극기.

세상에서 제일 다이브 잘 친다는 무적 공격기다.

슬슬 점화도 돌아올 타이밍이라 눈치를 보는 수밖에 없다.

초반에 죽고 빅 웨이브를 놓친 스노우볼이다.

물론 6레벨을 찍으면 파사딘도 궁극기를 배운다.

정글러가 와서 한 번만 위협을 주면 되는 일일 텐데.

휘릭!

애꾸사자가 눈치를 본다.

허공에 던진 올가미가 심정을 대변해준다.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

상대 리심도 똑같이 와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탑을 끼고 있다고 한들.

끠오라의 궁극기 변수를 생각하면 접근하기가 애매하다.

물론 애꾸사자가 앞장서면 못 갈 것도 없다.

미니언 웨이브가 아까워서라도 가야 한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야, 이리와 봐. 뭐 어쩔 건데? 이게 에이스 선수가 가진 힘입니다. 패기에요. 엄청난 패기로군!〉

-투자의 신 샹크스니뮤!

-사스가 원피스 애독자 클끼리

-칠다 센세의 오다 시절 명대사……

언제 어느 때 파고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심지어 사람이 하는 게임이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낀다.

이전 세트에서 말도 안되는 생 다이브를 당했다.

레전설 저 인간이라면 진짜 할지도 몰라.

하지만 믿는 바가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던 거다.

휘리리리링-!

풀차지한 한나의 회오리가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내가 왔으니 그만 재미 보고 물러나라.

타협안을 던진 것이다.

당연히 받아볼 만하다.

지금까지 충분히 디나이 해서 이득을 봤다.

괜히 더 하다가는 역으로 킬 주면서 게임 터져.

촤앗!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미니언 막타만 치고 물러나려는 척.

한나가 다가오자 깜빡이도 안 키고 훅 들어온다.

써컹!

써컹!

순간적인 평캔에 한나의 체력바가 썰려 나간다.

갑작스레 반피가 나가자 아차 싶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점멸.

그 위치가 미드 2차 포탑 안이다.

일반적으로는 분명 잘 쓴 게 맞다.

하지만 간혹 의도치 않은 트롤이 될 때가 생긴다.

〈검의 댄스! 아아악! 왜 하필 아군쪽에다가 점멸을!〉

〈한나 사망! 애꾸사자 사망! 대. 형. 사. 고. 초 대형 사고오오!!〉

두 해설진의 울부짖음이 상황의 안타까움을 대신한다.

끠오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가 타겟팅이 찍혔다.

한나가 점멸을 쓴 탓에 세 명이 휘말린다.

포탑의 공격은 깡그리 무시하는 무적 광역기.

리심이 방호로 합류해 딜을 보태자 두 명이 썰린다.

그래도 끠오라를 잡는다면 제압킬로 나름 교환이 되는데.

〈허겁지겁 달려왔습니다! 패시브 발동되면 엄~청 빠르거든요. 힐라카가 살렸어요. 잠깐, 아니!!〉

힐라카가 힐을 주입하며 달려가 파사딘에게 탈진까지 걸었다.

그 덕분에 간신히 살았어.

한나보다 늦기는 했지만 결과가 좋았으면 됐다.

그런데 레전설이 말한다.

나 아직 결과 안 봤어.

─ToichiTV 레전설님이 SAMSUN 궆님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쿨타임이 돌아온 이연격으로 미니언을 탄다.

기어코 따라가 파사딘을 잡았다.

미드 2차 포탑 뒤쪽으로 간신히 살아나간다.

〈아찔한 게임! 힐라카 힐! 으아아아아악-! 살았어요!〉

〈이거 어떡하나요 삼선 레드? 레전설 트리플 킬! 7분에 4킬! 미쳐 날뛰고 있는데요!?〉

어처구니 없는 시간대에, 어처구니 없는 위치에서 교전이 열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겼고, 살아 나오기까지 했다.

심지어 레전설이 무려 트리플 킬을 먹었다.

〈레전설이 트리플 킬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템이 잘 나오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의 강소리가 아무래도 상관없을 정도의 임팩트다.

과장 조금 보태면 분당 1킬을 실현 중이다.

믿기지가 않는 초대형 참사.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보여진다.

레전설의 순간적인 판단력이 미쳐 날뛴다.

한나를 정확히 마무리하며 애꾸사자를 타고, 잡고, 빠져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또 들어가서 파사딘 잡았어요. 잡고 레벨업……! 하늘이, 하늘이 원망스러울 겁니다! 왜 거기서 레벨업을 해!〉

외친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게임이 생각지도 못한 시간, 장소에서 순식간에 굴러갔다.

눈덩이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말았다.

〈비상입니다.〉

〈비상이요?!〉

〈네, 완전 박살 났습니다. 이건 더 이상 레벨 차이, CS 차이가 문제가 아니에요.〉

클끼리 해설이 구태여 심각하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미드 2차 앞에서 계속 농성했다.

그러다 보니 라인 상황도 막혀.

미니언 웨이브가 뭉친 바람에 토이치TV쪽으로 당겨진다.

부활한 파사딘이 부랴부랴 텔레포트를 탔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당도하고 있다.

〈제발 나 경험치 한 입만! 근거리 두 개만 먹으면 6레벨이에요. 근데, 근데……안 줘요. 줄 생각이 없어요.〉

클끼리 해설이 감정 이입을 하며 소리친다.

레전설의 끠오라.

이연격으로 미니언을 타고 쫓아간다.

파사딘은 반항하고 싶다.

그런데 궁극기도 없고, 공허한 파동의 스택도 아직 안 쌓였다.

아이템과 레벨 차이가 나자 스치기만 했는데도 반피.

애꾸사자가 부랴부랴 백업을 오지만.

〈대디의 장막이 아닙니다. 그냥 아버지의 보살핌이에요.〉

〈아버지가 일도 못 나가고 집안만 보살피고 있는 겁니다. 미드만!〉

게임의 상황이 묘해진다.

정상적인 구도와는 한없이 거리가 멀다.

토이치TV의 미드 정글이 또다시 다이브를 실행한다.

* * *

어떤 팀이든 운영을 잘한다는 건 한 가지를 방증한다.

미드 정글이 탄탄하다.

라인전 단계 운영의 9할은 미드&정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로랭크가 미드&정글 게임이야.'

미드&정글의 움직임이 싸우는 장소를 정한다.

오브젝트를 먹을지 말지.

누구를 잡을지 말지.

탑에서 자강두천 하는 탑라이너랑, 초반에 딜도 탱도 안되는 봇듀오가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즉, 미드&정글을 공략하면 상대의 운영을 봉쇄할 수 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이야기.

그 실현 과정은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면 박살을 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초반에 잡은 선취점의 스노우볼을 극한으로 굴려버렸다.

이후 두 차례의 강제 다이브로 거세게 더 굴렸다.

그러다 보니 상대는 1차를 그냥 포기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궁극기 쿨이 돌아오면 빼도 박도 못하고 썰리니까.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파사딘이 좋은 챔피언이긴 해.'

침묵이고 나발이고 궁극기가 그냥 사기다.

점멸보다 훨씬 먼 거리를 한순간에 격한다.

스킬도 계수가 높아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방 세진다.

하지만 그전에 주도권을 뺏기면 이렇게나 박살이 난다.

파밍이 느리고, CC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미드 1차가 밀리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군이 가고 있다고 알림!

리심과 함께 봇라인으로 그냥 쭉 내려간다.

액션 자체가 뻔해서 상대도 쉽게 눈치챈다.

그런데 눈치를 채서 뭐?

「넘어지지 마라!」

애꾸사자가 친절한 소리를 하며 올가미를 던져온다.

걱정해주지 않아도 넘어지는 일은 없다.

그대로 쭉 걸어서 봇라인에 당도한다.

─아군이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상대 봇듀오는 그대로 도망간다.

도망가면 당연히 포탑이 나간다.

파사딘의 백업이 느린 데다, 오다가 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포기다.

구웅!

그러면 다른 곳에서 이득이라도 봐야 한다.

소위 말하는 대각선의 법칙.

안타깝게도 파사딘은 뭘 할 수가 없다.

아이템이 안 나온 상황에서 로밍이 좋은 챔피언이 아니다.

웨이브 클리어도 매우 느려서 라인 손해도 거의 안 본다.

이렇게 미드 1차가 일찍 터지면 파사딘은 무력하다.

'미드가 말리면 정글도 마찬가지야.'

최근 리심과 함께 롤드컵 1티어 정글러로 불리는 애꾸사자다.

하지만 애꾸사자는 먼저 덮칠 때나 좋은 챔피언이다.

역으로 먼저 당하면 스택 관리도 엉망이고 샌드백밖에 안된다.

상대의 운영이 좋다?

아예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면 의미가 없다.

달래의 리심과 돌아다니자 상대는 따라오는 것밖에 할 게 없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순회 공연의 수당으로 엄청나게 들어온 골드.

귀환해 소비하자 코어템이 완성된다.

따질 것도 없이 배고픈 히드라다.

'끠오라는 이걸 가는 이유가 따로 있지.'

다름이 아니다.

바로 스플릿을 하기 위함이다.

봇라인 1차가 깨진 관계로 내가 사이드 라인을 맡는다.

써컹!

터엉-!

배고픈 히드라의 액티브를 터트리며 빠르게.

광역 평타가 미니언 웨이브를 썰어버린다.

쭉쭉 밀자 어느새 2차 앞까지 당도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낀다.

지금까지 여차하는 순간 생 다이브.

아무런 가감 없이 친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그렇긴 한데…….'

어그로를 끌어서 주도적인 운영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미아핑.

그리고 굉장히 위협적인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

뒷텔을 탄 파사딘이 다가온다.

머리 위의 느낌표, 위험 표시도 예사롭지 않다.

적어도 주위에 한두 명이 있는 게 아닌 건 알겠다.

깔아둔 설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나를 끊기 위해 상대는 모든 걸 투자했다.

상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작정을 했다.

'1 대 3이라.'

따질 것도 없이 불가능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끠오라에겐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해 미니언을 타며 문다.

「변해라~♪」

랄라가 타겟팅 CC기를 걸어온다.

반대로 말하면 미리 뺐다.

쏘아진 보라색 창을 아랫무빙을 피하며 돌격.

써컹!

터엉-!

두 번째 이연격과 함께 평타 세 방이 중첩된다.

나무카이와 라인전하던 랄라는 방어룬이 없다.

순식간에 체력이 썰리자 깜짝 놀라서 커져라~!

동시에 애꾸사자도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파사딘도 부랴부랴 궁극기로 공간을 격한다.

속박이 풀리길 잠시 기다리며 한꺼번에 썬다.

촹! 촹! 촹!

끠오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

무적 판정에 의해 맵에서 잠시 사라진다.

주위의 적을 다섯 번 베면 칼춤이 끝이 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지막 춤이 끝나면 타겟팅했던 상대에게 되돌아온다.

평타 한 방과 함께 랄라가 깔끔하게 두 동강 난다.

그리고 E스킬 속검술의 쿨타임이 초기화된다.

킬을 할시 쿨타임이 리셋.

끠오라가 여자 마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 효과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지속딜을 하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피흡이 워낙 탁월하다.

평타는 물론 궁극기까지 히드라의 광역 평타가 들어간다.

이렇듯 상대가 뭉쳐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흡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상당한 수준이다.

잘 컸다고 해봤자 아직 게임 시간 12분 대.

우직한 1 대 3이 가능할 만큼 상대가 만만하지 않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당연히 아군도 만만하지 않다.

텔레포트를 타고 온 이펙트의 나무카이.

점멸 일그러진 전진으로 파사딘을 속박하며 광역딜을 터트렸다.

세 번째 세트가 터져버린 순간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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