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 롤드컵 결승 -->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예상 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양팀이 치열하게 1,2세트를 한 번씩 주고 받았다.
그 결과에 대해서 커뮤니티에서 격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왜냐!
두 번째 세트를 우리가 졌어.
진 거야 그렇다 칠 수 있는데 너무 쫄보식 운영한 거 아니야?
─???: LCK에는 룰이 있어. 그걸 반드시 지켜야 해!
대각선의 법칙: 탑에서 이득 보면 반대쪽은 손해를 봐줘야 돼. 알았지?
바론 애무의 법칙 : 한쪽이 바론을 쳐주면 바로 텔을 타주는 게 매너야. 알았지?
바론 딸피의 법칙 : 바론이 딸피가 되면 모두 바론을 그만 치고 한타를 하는 거야. 알았지?
레전설: 즤랄들 하고 있네.
└우리가 바론 치는데 왜 텔을 타지 않는 거지? Auto-K Auto-K~
└해설들이 저 3개 존나 강조하지ㅋㅋ
└바론 매너 국룰 모르냐ㅉㅉ
└레전설 인성 보소. 매너 안 지키네
바론을 쳐서 스플릿을 도는 알칼리를 불러오려고 했다.
롤챔스에서 굉장히 흔히 볼 수 있는 운영이다.
그 과정에서 삼선 레드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혹여 할 수 있었던 실수를 하지 않았다.
바론 한타 잘 유도했고, 바론 먹으면서 이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결과는 명백하다.
─그냥 레전설이 미친놈임
최대한 수 줄여 놓으면 나머지는 잡겠다
바론 한타에서 세 명 죽었을 때 끝난 거야
└진짜 그랬을지 모르겠다……
└임프트 트리플 먹고 당당히 귀환하자마자 저승행~
└마지막까지 텔 안 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당연히 텔레포트를 탈 거라고 생각했다.
삼선 레드는 여차하면 점멸로 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안 오자 오히려 당황해버렸다.
그럼에도 한타는 이겼다.
임프트의 토이치가 예술이었다.
하지만 레전설에게 갈리자 종잇장처럼 역시 찢긴다.
가히 레전설했다.
그만한 활약이 돋보이는 2세트였다.
그러지 못했다면 분명 이길 수 없었으리라.
─2세트 주님의 르풀랑.Gif
궆의 르풀랑이 W를 연속으로 쓴 모습이다
└파사딘 궁점멸ㅋㅋㅋㅋ
└순간 해설자들 뇌정지 옴ㅋㅋㅋ
└뽀록일까? 설마 노리고 할 수 있나 저걸??
└어째서 상남자 잼할이 생각나는 거지……
퍼스트 블러드, 선취점.
딴 것은 좋았지만 퇴로가 막혔다.
점멸도 없고, 파사딘은 코앞까지 쫓아왔다.
많이도 필요 없이 QE만 긁으면 죽는다.
파사딘은 가볍게 궁극기를 쓰며 다가갔다.
그 순간 궁극기를 똑같이 쓰자 위치가 바뀌었다?
〈노린 건지, 아니면 의도치 않은 요행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슈퍼 플레이에요. 게임 터졌습니다!〉
당황한 파사딘이 점멸로 제자리에 돌아갔다.
그런데 자드가 기다리고 있네?
심지어 알칼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두 번째 세트가 터져버린 순간이었다.
그 이후의 쇼타임은 사실 부산물에 불과하다.
하드 캐리 챔피언을 잡은 레전설의 캐리력을 증명하는.
〈1,2세트. 거칠게 핵펀치 한 방씩 주고 받은 느낌입니다. 서로가 가진 몸집, 힘 체크했을 거에요.〉
삼선 레드가 일방적으로 깨졌다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클끼리 해설이 총평을 늘여 놓았다.
첫 번째 세트는 삼선 레드가 운영과 전략으로 게임을 선점했다.
두 번째 세트는 그 운영과 전략을 가볍게 상회하는 전투력을 보였다.
〈돌고 돌아서 원점이냐?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삼선 레드가 조금은 더 숨을 고를 여지가 있다고 봐요.〉
-그놈의 해석의 차이……
-해석의 차이=한쪽 생각이 병신
-그냥 좀 딱 잘라 말을 하지ㅋㅋㅋ
양쪽 다 유리한 구도가 있다.
각각의 경기로 보여주긴 했으나 경우가 다르다.
삼선 레드는 기본기로 이긴 거지만 토이치TV는 변수가 싹 튼 거다.
레전설의 활약 여하에 달렸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러한 경기를 보였다.
봇은 물론 비역슨도 상성 우위를 가져가고도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로서는 가히 아쉬울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사정을 까고 보면 그럴 만도 한 일이다.
궆은 주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완벽한 균형감을 자랑하는 미드라이너다.
무너지는 모습이 상상조차 안 가는 안정감의 대명사.
삼선 레드라는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탱하며 보조한다.
안정적인 라인전과 보다 빠른 백업이야 말로 운영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물어보는 겁니다. 하지만 레전설이 출동하면 어떨까?〉
-레!
-전!
-전!
-눈치 싸움 실패ㅋㅋㅋ
클끼리 해설이 괜히 해석의 차이를 논한 게 아니다.
다전제는 전 판의 실수를 거울 삼아 고칠 수가 있다.
다이브 실수를 안 하고, 레전설의 캐리력을 틀어 막아 운영적 이점을 여실히 살린다.
그렇기에 묻는 것이다.
내가 미드로 가도 그럴 수 있겠니?
진행되는 세 번째 세트의 밴픽.
레전설의 질문에 삼선 레드가 대답한다.
〈어쩌면 저는 다행일 수도 있다고 봐요.〉
일단 한국팀의 경기다.
당연히 한국팀을 응원하는 관점에서 말한다.
클끼리 해설이 변수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한다.
〈판당 솔로킬 수치라는 게 있습니다. 야구 선수로 따지면 타율 같은 거에요.〉
그런데 레전설은 1이다.
하나라구요? 예? 단 하나요?ㅋㅋ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높아봐야 0.5다.
〈0.5라는 건 두 판 하면 한 판은 솔로킬 딴다는 겁니다. 근데 1은…… 못 딴 판이 없다는 거에요. 레친놈! 소리 나올 만하거든요?〉
-여기 타율 단 하나!
-혼밥의 위 대 함
-레친놈은 진심일 듯
물론 데뷔를 한지 얼마 안돼서, 그리고 공격적이라는 성향.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대단한 일임은 분명하다.
1 대 1을 늘 씹어 먹는다는 소리니까.
변수가 없으면 만들어내는 선수다.
하지만 그 반대되는 성향의 선수도 있다.
말하자면 모순(矛盾),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봇라인은 삼선 레드가 확실히 우세합니다. 그러면 관점은 미드와 탑인데, 비역슨이 빠지면 레전설 마크하는 게 더 편해져요.〉
레전설만 틀어 막으면 게임 진행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다.
굳이 솔킬, 라인전 안 터트려도 운영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궆의 안정감과 대디의 커버 능력이라면 차고 넘친다.
-대디의 장막!
-궆&대디면 최소 터지진 않지
-든 든 하 다
대디의 장막
적의 기습으로부터 아군을 지켜 준다.
롤챔스 공식 은어로 자리 잡을 정도로 갱각과 역갱이 날카롭다.
궆의 안정감까지 더해지면 제아무리 레전설이라도 변수를 창출하기 힘들다.
삼선 레드는 애초부터 작정을 했다.
밴픽부터 의도가 너무 확연하다.
와아아아-!
또다시 자신감 있는 선픽이 박힌다.
궆의 3연 파사딘.
이쯤 되면 단순한 조합 유도만이 아니다.
〈파사딘이라는 챔피언에 대해 리메이크 이후 잠시 안 좋은 평가가 오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위상을 되찾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침묵이 없어졌으니 사기가 아니네.
그랬던 이야기도 이제는 옛날 일이다.
다시 솔로랭크 필밴으로 등극한지 오래다.
개사기 평가를 듣던 궁극기가 건재하다.
그리고 옛날보다 라인전이 훨씬 강해졌어.
AD상대로도 몇몇 챔프 제외하면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리픈, 탤런, 제임스 정도 밴하면 상성 안 탄다는 거죠.〉
〈텔레포트로 버티면서 얼어붙은 장갑 올리면 오히려 이기기도 하고 그럽니다.〉
반대로 AP챔피언들 상대로는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다.
침묵은 사라졌지만 대신 마법 실드가 생겼다.
레전설이 설사 알칼리를 꺼내와도 괜찮다.
총검이 무난하게 떴을 때나 무서운 거지 맞라인전은 파사딘이 오히려 찍어 누른다.
안정감을 살리며 캐리력도 뒤쳐지지 않겠다는 선택.
그래도 레전설인데 혹시 또 모르지 않을까?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같은 게임단에 다대기 선수가 있잖아요?〉
〈그렇죠. 자드가 다대기 한다! 자드 장인 아닙니까?〉
야흐오 장인이기도 하다.
상대가 AD챔피언을 꺼낸다면 십중팔구 야흐오&자드다.
레전설이 설사 상성을 픽해도 문제되지 않도록 연습을 해왔을 수 있다.
김은준 해설의 혹시나 하는 의문이 중계 플랫폼의 채팅창에서 신빙성을 얻는다
-그렇긴 하네
-다대기 상대로 빡연습한 거면 ㅇㅈ
-정신과 시간의 방급 수련인데?
-비역슨이 선전 못할 만도 했어……
비역슨, 피지컬과 캐리력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레전설보다 위다.
라고는 못해도 아래급이라고 단정 짓기는 뭣하다.
특히 메인 오더를 내려놓고 라인전에 집중하는 최근에는 기량이 과거보다 더욱 무섭게 무르익었다.
그런 비역슨조차 확실한 재미를 못 봤다.
레전설이라고 답을 찾을 수 있을지.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양팀의 전승 우승은 물 건너 갔어요. 서로 한 줌씩 재를 뿌렸습니다. 이제는 서로 잃을 게 없어요!〉
혹시나 하고 나오던 이야기다.
만약 한 팀이 3 대 0으로 이긴다?
그러면 롤드컵 최초, 아니 전무후무할 전승 우승팀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1승 1패를 주고 받으며 가능성은 확실하게 깨졌다.
치열한 진흙탕 싸움만이 남았다는 소리다.
진용준 캐스터의 선언대로다.
의아함을 부르는 토이치TV의 마지막 픽과 함께 세 번째 세트가 막을 오른다.
* * *
세 번째 세트.
패배한 상대팀은 블루팀을 가져갔다.
예외적으로 레드팀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하다.
'바론 칠 때도 그렇고 이점이 많지.'
얼핏 보면 그냥 데칼코마니다.
블루팀이나 레드팀이나 그게 그거 아니야?
그게 그거가 아니라는 사실이 승률을 통해서도 나온다.
블루팀이 평균 60%, 레드팀이 40%.
놀랍게도 평균적으로 그러하다.
상대팀은 이번에야 말로 안정적인 경기를 통해 승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레드팀이라고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푸웅-!
파사딘이 던진 허무의 마격.
리메이크 이후 침묵이 사라진 구체가 날아왔을 때 동시에 내딛는다.
촤앗!
써컹!
레드팀은 마지막까지 픽을 숨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파사딘이 또 선픽으로 나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AD챔피언을 많이 밴하기는 했는데.'
내 챔피언폭은 유별난 부분까지 닿는다.
1레벨부터 상대를 두 번 따라갈 수 있는 끠오라.
촤앗!
써컹!
이연격으로 파사딘을 다시 한 번 따라가 벤다.
적을 때릴 때마다 체력 재생력이 올라간다.
패시브 4스택이 쌓이며 체력이 금세 회복된다.
물론 라인이 짧다.
탑과 달리 미드는 지속적인 프리징 압박이 힘들다.
파사딘은 충전형 포션인 크리스탈 유리병을 빨며 체력을 채운다.
밀린 웨이브를 다 받아먹을 쯤이면 대부분 회복된다.
하지만 그건 받아먹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레드팀이 가진 이점은 한 가지 더 있다.
─아군이 가고 있다고 알림!
최근 대회는 역버프 시작을 기본으로 한다.
봇라인을 봐주는 게 수월한 동선이기 때문이다.
레드팀은 첫 버프로 레드를 먹게 되고, 레드가 있으면 2레벨 갱의 우선권을 가진다.
상대 정글에 슬그머니 침입한 달래의 리심.
파사딘이 근거리 미니언을 치는 타이밍을 노렸다.
날아간 음파가 적중한 시점에서 죽음이 확정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파사딘은 점멸을 쓰며 반항했지만 늦었다.
리심이 레드를 묻히고 방호로 빠져나온다.
이연격으로 따라가 툭툭 치며 점화.
선취점을 깔끔하게 가져온다.
잡고 나오는 과정도 무리가 없다.
애꾸사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커버 오긴 했지만.
'2레벨 블루 애꾸사자는 아무런 위협이 안돼.'
제때 도착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심지어 올가미도 배우지 않은 타이밍이다.
포탑에 타는 웨이브를 받아먹는 게 고작.
슈우우웅……!
물론 파사딘은 텔레포트가 있다.
초반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겨우 어느 정도다.
'이미 스노우볼은 굴러갔어.'
반대로 말하면 상대의 텔레포트가 빠졌다.
한 번이라도 더 죽으면 치명적으로 와 닿는다.
물론 이쪽도 미드&정글 점멸이 빠진 건 작지 않으나.
찰칵!
끠오라로 퍼스트 블러드를 먹었다.
당장 아이템 차이, 골드 차이도 나지만 소소한 거다.
앞으로 굴릴 스노우볼의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에 비하면.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