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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간혹 나오는 이야기다.
CS를 먹고 성장하는 챔피언.
혹은 CS가 아닌 킬을 먹고 성장하는 챔피언.
아니, CS든 킬이든 똑같은 거 아니야?
결국은 돈이랑 경험치 들어오는 건데?
킬각 난이도 이야기라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끠즈, 카타레나 등 파밍이 힘든 챔피언들.
여차할 때 CS 포기하고 킬 견적 잡는 게 낫다.
그것도 분명 하나의 이유지만 진짜는 다른데 있다.
퀴릭!
알칼리의 경우는 특히 더.
말하기라도 하듯 판단이 과감하다.
과감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한 텔레포트 활용이다.
빅웨이브가 포탑에 먹혀 사라지고 있다.
먹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타버리는 텔.
나무카이가 뻘쭘하게 던진 인삼 하나로는 막을 수가 없다.
─더블 킬!
ToichiTV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탑에서 사라진 알칼리가 이동한 곳은 봇라인이었다.
흔히 있는 텔레포트 로밍이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킬을 내는 견적과 따라가는 추노력이 스토커급이다.
-아니, 알칼리 또라이야?
-저걸 포탑 안쪽까지 들어가서 기어코 잡고 나오네;
-알칼리 3단 대쉬 미쳤어……
-킬 먹으면 4단 대쉬야!
궁극기 3스택을 모은 상태에서는 도망갈 여지 자체가 없다.
심지어 킬&어시 리셋.
희생한 한나를 잡고, 미니언을 타고, 포탑으로 다이브 쳤다.
〈아니, 그래도 힐 쓰고 포탑이랑 비비면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레벨 차이로 찍어 눌렀습니다. 펑~! 터져버렸어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퍼엉~! 이다.
무려 9레벨을 찍은 알칼리다.
CS는 9레벨답지 않긴 하다.
하지만 막타를 못 쳤을 뿐.
경험치는 거진 다 챙겨 먹었다.
킬로 먹은 경험치도 한몫한다.
킬은 생각보다 경험치를 많이 준다.
즉, 레벨링이 빨라진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벌어진 레벨 격차다.
〈알칼리가 지금 소환자의 전장에 있는 10명의 챔피언 중 레벨이 가장 높습니다. 봇듀오와 각각 3과 4씩이나 차이나요.〉
〈그래서 방금처럼 스치면 퍼엉~!〉
원래는 8이었다.
그런데 텔레포트를 타면서 죽은 미니언.
한나를 잡고 레벨업하며 Q스킬 5레벨을 찍고 원큐에 터트렸다.
리플레이 화면이 적나라하게 비친다.
빌지워터 해군칼을 바르고 보름달 베기로 벴다.
표식이 터지며 다음 들어간 평타 한 방에 토이치가 끔살 당한다.
-이럴 때 제일 원딜 하기 싫음
-아이템은 별로인데 왜 이렇게 세냐
-레벨 차이가 너무 나서 그런가?
이렇듯 레벨 차이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성장 방어력, 마법 저항력, 공격력 등등.
특히 스킬 데미지 차이가 엄청 크다.
때문에 레벨 차이가 나면 소위 레벨딜이라는 게 박힌다.
레벨 차이로 찍어 누르는 것이다.
기력 관리도 필수인 알칼리는 그 체감이 더욱 각별하다.
반대로 원거리 딜러들은?
원딜은 CS 잘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가 레벨보단 아이템빨이기 때문이다.
임프트의 토이치는 안정적인 파밍으로 아이템을 잘 갖췄다.
하지만 힘이 세진 거지, 몸은 여전히 종잇장이다.
알칼리에게 찢기듯 터져나간 이유다.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물론 운영의 삼선 레드다.
일방적인 손해는 결코 보지 않는다.
대각선의 법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앞서 거의 허물어졌던 탑 1차를 나무카이가 깼다.
덕분에 글로벌 골드가 제법 만회된다.
운영으로 이끌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설자들의 낙관적인 예상이 틀린 건 아니다.
일단 한국 사람인 만큼 한국팀 응원해야 한다.
그리고 삼선 레드가 워낙 운영을 잘해서 또 모른다.
찰칵!
문제는 4킬을 먹었다는 부분이다.
킬을 먹고 얻은 건 당연히 경험치만이 아니다.
아이템빨을 덜 타는 거지, 안 타는 건 결코 아니다.
하물며 1코어.
알칼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사이드 라인에서 마주치자 격이 달라져 있다.
─ToichiTV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아주 간혹 있는 사고다.
알칼리가 너무 이른 시간에 총검이 나왔을 때.
그 파괴력은 대비나 계산을 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대형 사고입니다. 나무카이 점멸도 빠지고 죽었어요.〉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던 거 같은데요?〉
탑라인에서 다시 마주한 나무카이.
나무카이는 별 생각이 없었다.
EQ로 웨이브 클리어하고 와드 박아야지.
그런데 알칼리가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달려들어 봤자 뭐 어쩌겠어?
세계수라는 소리를 듣는 나무카이다.
처음 죽었을 때랑은 아이템이 다르다.
잘 크면 나무카이 만큼 단단한 챔피언이 없어.
하지만 알칼리 만큼 지속딜 좋은 챔피언도 없다.
기어코 따라가서 결국 죽여버렸다.
생존기가 없는 나무카이의 단 하나의 단점.
끈질기게 파고들며 기어코 솔킬을 따는데 이른다.
〈지금 탑 초 슈퍼 빅 울트라웨이브에요. 이걸 텔로 막으면 반대쪽에서 용이 나갑니다.〉
〈파사딘이 출동하네요. 그리고 나무카이는 미드로…… 이러면 토이치TV도 바로 용 치기는 애매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선 레드다.
운영에 있어 실수를 하지 않는다.
물 흐르는 듯한 라인 스왑으로 추가 손해를 최소화한다.
LCK에서 운영을 가장 잘하는 팀.
반대로 하면 LCK식 운영만을 한다.
당황스러운 짓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해버린다.
타항!
퀴릭!
쏘아지며 낫을 파사딘의 목에 건다.
다이브를 치는 것임에도 망설임이 없다.
파사딘은 침착하게 스킬을 흩뿌리며 거리를 벌렸다.
파사딘이다.
세상에서 생존기 제일 좋은 챔피언이다.
심지어 궁극기 거리도 너프 전이라 엄청 널찍하다.
손가락에 꼽힐 만큼 사기적인 궁극기임은 분명하지만…….
모순.
세상에서 생존기가 제일 좋다.
이를 뚫어낼 수 있다면 세상에서 추노력 제일 좋은 챔피언이다.
알칼리에게 뒤를 붙잡혔다.
궁극기로 도망쳤음에도 바로 따라 잡힌다.
포탑 안쪽으로 다시 점멸을 쓰며 결사항전을 도모했으나.
─ToichiTV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파사딘을 유유히 잡고 빠져 나온다.
자칫 죽을 뻔했지만 미니언 피흡.
총검의 흡혈량이 가능케 만든다.
와아아아아아-!
연이은 슈퍼 플레이.
인천문학경기장이 함성으로 뒤덮인다.
어느 팀의 팬인지를 막론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강제로 새어 나오게 만든다.
〈이게 바로 격차의 차이죠!〉
강빈 해설의 조냐조차 깨지게 만들 정도로.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의아한 점이 많다.
일단 저게 정말 죽을 각이었는지.
〈아니, 진짜 이게 하…… 원래 보통 시도도 안 하는 거잖아요? 저걸 누가 다이브 칠 생각을 해요.〉
-근데 레전설은 함
-레진놈이 또……
-강팀준 해맑~
이미 이득을 봤다.
또 무리를 할 이유가 없다.
했다가 자칫 제압이라도 당하면 게임 뒤집힐 수 있는 손실이다.
〈소위 말하는 레전설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솔직히 안 할 만도 했거든요. 삼선 레드가 타협안을 던졌잖아요?〉
〈우리가 용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길게 가자! 그렇게 말한 거 아닙니까?〉
진용준 캐스터 정리대로 게임의 내용을 통해 말을 건넸다.
정비 타이밍 잡고 템 사서 용 가면 공짜다.
삼선 레드는 용 정도는 내줄 생각이었다.
와드 위치를 보면 생각이 대략 보인다.
아, 쟤네 용싸움 할 생각이 없구나?
그러면 우리가 가져가면 되겠네.
던져준 떡 마다할 사람이 없다.
구태여 먹고 있는 떡 뺏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냅다 뺏어서 결국 다 가져버렸다.
─레드팀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파사딘이 죽자 인원 공백.
아칼리가 내려감으로서 간단하다.
탑 1차까지 깨지자 글로벌 골드 격차가 확-!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침착하게 하면 복구할 수 있다고 봐요. 삼선 레드, 조합 무너지지 않았고 운영의 이점 살려야 하겠습니다.〉
운영을 잘하는 팀은 역전 확률이 높다.
삼선 레드의 운영력이라면 충분히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알칼리라는 픽이 괜히 대회에서 안 쓰이는 게 아니다.
〈은신도 첫 귀환 전에나 재미를 볼 수 있는 거지, 나중에 한타 시작하면 핑크 와드 세 개씩 박힐 거에요.〉
〈왜냐! 알칼리의 안개지대는 핑크 와드로 카운터칠 수 있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의 외침대로 약간 뻔한 암살자다.
들어오는 메커니즘도 일직선 돌진.
생존기인 은신은 핑크 와드가 카운터다.
굳이 낮은 랭크에서만 성황인 데는 이유가 있다.
대처 능력이 떨어져서 잘 당해주니까.
당연하게도 프로게이머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근데 저는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게…….〉
〈어떤 변수가 있나요?〉
〈누가 스플릿 마크 할래? 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손 들 수 있는 친구들이 없어요.〉
진용준 캐스터의 물음에 클끼리 해설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옵저버가 비추고 있는 광경.
레전설의 알칼리가 봇라인을 쭉쭉 밀고 들어가고 있다.
그거야 뭐, 탑라이너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저 알칼리 잡으려면 몇 명 와야 돼?
일단 혼자서는 누가 와도 못 막는다는 사실이 방금 전 증명됐다.
* * *
삼선 레드의 선수들, 특히 맏따의 입에서 침이 튀기고 있다.
"일단 쳐! 쳐!"
"쳐도 돼? 확실해?"
"그냥 쳐! 원석이 앞에서 견제하고 나머지 버스트해."
삼선 레드의 메인 오더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판단과 방향을 맏따가 정한다.
그런 맏따가 바론 버스트라는 극단적인 오더를 내렸다.
상황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래서다.
먹으면 좋고, 들켜도 최소 손해는 없다.
"체크 됐는데? 쟤네 오는데?"
"위쪽 렌즈 깔끔하게 다 돌렸어. 와드 없어 쳐!"
운영적인 관점에서 바론을 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도권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의 스플릿을 막기 위함이다.
잘 큰 레전설의 알칼리가 사이드 라인을 푸쉬하고 있다.
1대1로는 막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컸다.
마주치는 순간 다이브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수가 없기에 바론을 쳐서 부르는 것이다.
상대가 혹여 뒤를 치지 못하도록 시야 체크도 완벽히 해놨다.
알칼리가 텔을 타는 순간 전면 철수.
그럴 수 있는 진영을 갖추고 있다.
바론을 치다가 빠르게 물러날 수 있는 것.
바론을 바라보는 위치인 블루팀의 이점이다.
운영이 뛰어난 삼선 레드는 그조차 이용한다.
일련의 바론 대치를 이골이 날 정도로 해봤다.
"잠깐만, 알칼리 텔 안 타는데?"
"그럼 먹어. 먹어! 버스트 하라고!"
그런데 상대가 안 와.
이런 경우도 간혹 나온다.
흔히 말하는 심리전, 밀당이다.
너희 정말로 계속 칠 거야?
우리 확 덮쳐버린다?
상대는 물어보는 것이다.
여기에 당황해선 안된다.
뭣하면 먹고 죽으면 된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최소 손해는 아니다.
노련함과 경험이 바탕된 패기로 상대와의 대치를 버텨낸다.
"알칼리 안 오면 먹는 걸 전제로 계속 쳐. 죽으면 안돼! 죽으면 안돼! 점멸 생각!"
병적으로 집착하듯 말하는 이유가 있다.
누구 하나 실수하는 순간 싸그리 도미노처럼 쓸려 나가고, 바론 나가고, 게임 대패로 이어진다.
이윽고 바론 체력이 2천 이하가 되었다.
한순간의 엇갈림으로 대형 사고가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가 슬슬 진짜로 텔을 타면 언제든 뺄 수 있도록 진영을 바로잡고 계속 친다.
구오오……!
그런데 안 타.
대신 싸움을 걸어왔다.
텔레포트를 타지도 않았는데 그냥 싸우고 있다.
비역슨의 자드가 뛰어들며 전면 교전이 일어났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임프트의 카이팅이 빛을 발한다.
한나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바론을 치다 체력을 깎였음에도 이겼다.
수적 우위와, 임프트의 슈퍼 플레이가 돋보였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SAMSUN 임프트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삼선 레드도 세 명이 죽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이득.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침착한 바론 버스트와 교전이 역전의 발판을 일구어냈다.
글로벌 골드 격차를 거의 좁혔다고 맏따는 생각했다.
항상 냉정함을 잃지 않는 그임에도 한순간 정신이 팔렸다.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포탑을 내주는 거야 아프지 않다.
아니, 억제탑까지 내줘도 상관없다.
바론이 없는 이상 상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도 잃을 게 없다.
근데 억제 포탑이 아니다.
쌍둥이 포탑이다
부랴부랴 귀환한 삼선 레드의 선수들이 막기 위해 갔지만.
─더블 킬!
ToichiTV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인생 허무하게 마무리되고 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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