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26화 (32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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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다소의 픽은 바뀌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비슷하다.

김은준 해설이 한 가지 관점을 날카롭게 짚는다.

〈저는 결국 요지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삼선 레드는 확고한 방향성을 들고 나왔습니다.〉

조합과 밴픽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현재 흘러가고 있는 게임.

의아할 수 있는 광경이다.

「초록색, 좋은데에~!?」

토이치가 던진 독병이 쨍그랑! 깨진다.

라인전 시작이 봇이 아닌 무려 탑이다.

대회 무대에서 종종 나오는 라인 스왑을 삼선 레드쪽에서 해왔다.

보편적인 판단으로는 하지 않는 게 맞다.

라인 스왑은 봇라인전이 약한 팀, 혹은 조합일 때나 시도한다.

토이치TV가 아닌 삼선 레드가 라인 스왑을 했다는 의미는 결국 하나다.

〈삼선 레드가 토이치TV보다 봇라인이 강함에도 라인 스왑을 했어요. 왜냐! 레전설을 말리게 하기 위함이죠!〉

-왜냐!

-킹냐 갓냐! 황냐!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강빈 해설의 정리대로다.

이전 세트에서도 결과적인 걸림돌이 됐다.

라인 스왑을 하면 양쪽 탑라이너는 초반 성장이 지체된다.

초반 성장이 말리면 게임 내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만큼 봇라인이 서로 풀리긴 한다.

삼선 레드는 그조차 감수하고 저질러 승리를 거머쥐었다.

〈라인 스왑을 해도 라인전 이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전 판에 증명됐잖아요?〉

〈오히려 이런 대회 운영으로 흘러갈수록 삼선 레드가 정교합니다. 보세요!〉

탑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빅웨이브를 모으고 모아서 라인을 한 번에 쭉 민다.

상대가 CS 받아먹으러 오는 순간 다이브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일련의 구도를 그 누구보다 해박하게 알고 있는 삼선 레드다.

한국팀, 그중에서도 운영 잘하기로 가장 소문이 난 팀이다.

토이치TV 선수들이 어디 있는지 콜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미니언 태우는 타이밍조차 완벽하게 계산한다.

지금 텔을 탄다면 상대의 백업이 오기 전에 죽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치TV의 레전설은 텔레포트를 탔다.

슈우웅……!

아예 성장을 못한 건 아니다.

봇듀오가 라인 스왑을 하는 사이, 탑은 정글몹을 빼먹는다.

그 수준은 기껏해야 2레벨을 겨우 찍는 정도라 잘 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이전 세트에서는 고스란히 내줬다.

대신 토이치TV도 반대쪽 봇라인에서 상응하는 이득을 봤다.

그렇게 서로 주고 받으며 운영을 하다가는 답이 없다는 걸 인지했다는 의미다

〈이걸 타나요? 아직 백업 오려면 한참 남았거든요?〉

〈아니, 잠깐만요. 이걸 진짜 타나요? 타?〉

타서 의외로 잘되는 케이스가 없지는 않다.

상대의 다이브를 버텨내거나, 오히려 킬을 가져오거나.

그런 슈퍼 플레이가 대회 무대에서도 종종 나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단한 탱커 챔피언일 때.

그리고 상대의 다이브가 깔끔하지 못했을 때다.

삼선 레드는 그 어느 팀보다 일련의 구도를 장기로 두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이브를 준비한다.

삼선 레드의 정글러 애꾸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삼선 레드의 봇듀오도 자리를 잡으며 텔레포트가 도착하길 기다린다.

〈그런데…… 알칼리에요. 일단 안개지대의 은신은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비장하게 외친다.

어째서 알칼리를 골랐는지 일단 이유를 하나 보여준다.

경기장 관중석에서 한탄, 탄성,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현장 대부분의 관중들은 한국 팬이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 해야 할지.

적어도 아찔한 줄타기와도 같은 상황인 건 분명하다.

구룽!

연기가 풀썩이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안개지대가 주위 적들의 눈을 속인다.

원형의 안개 안에서 은신 효과.

〈당장의 위기는 넘겼습니다. 문제는 한참 남았어요 아직!〉

〈힐라카랑 리심이 버선발로 급하게 뛰어오고는 있는데…… 버틸 수 있나요? 안될 것 같은데요?〉

클끼리 해설의 의문대로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문제는 하나가 아니다.

포탑 자체가 나가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삼선 레드는 빅웨이브를 야무지게 몰고 왔다.

미니언을 태우면서 동시에 포탑까지 깬다.

포탑이 깨지면 다이브가 아니라 사냥이다.

퀴릭!

그러니까 그전에 변수를 만들겠다.

레전설의 알칼리가 미친 짓을 한다.

안개지대의 밖으로 벗어나며 낫을 던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고작해야 0.5초 가량.

포탑을 맹렬히 치고 있던 삼선 레드는 반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엇박자로 텀을 두며 다시.

챠캉!

애꾸사자에게 던진 낫을 평타로 터트렸다.

체력이 움푹 파였지만 두 번은 없다.

맏따의 한나가 점화를 걸며 회오리.

토이치와 애꾸사자도 놓치지 않았다.

저마다의 스킬을 쏟아 붓는다.

칼같은 응징에 들어간다.

와아아-!

현장 관중석이 목소리가 짧게 높아진다.

찰나를 놓치지 않은 대응은 분명 훌륭했다.

알칼리의 체력을 절반이 넘게 깎는데 성공했다.

안개지대의 효과로 다시 은신에 접어든다고 한들.

은신이 끝나는 순간 내리 찍혀 터질 것은 자명하다.

얼핏 쳐맞고 다시 존버를 탄 듯한 행위에 의미가 생겼다.

와아아아아-!

이번에야 말로 현장의 관중이 들뜬다.

들뜨는 이유.

비단 한국팀에 대한 응원만은 아니다.

토이치TV, 개개인의 선수들의 인기는 한국팀들에 못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세 선수.

〈살렸습니다. 하비가 버선발로 엄청 빠르게 뛰어왔어요! 이게 리메이크된 힐라카의 새로운 패시브거든요?〉

-팟수의 자랑!

-믿고 있었다고 젠장!!

-백업 늦었다며? 타이밍 칼 같았는데?

-체력 깎아서 패시브 터트린 판단이 미쳤어……

아군 체력이 낮아지면 발이 엄청나게 빨라진다.

푸른 눈의 팟수라 불렸던 그녀, 하비가 힐을 줬다.

이윽고 그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리심이 방호까지 탄다.

결과적으로 구사일생.

하지만 곱씹어볼 문제다.

이게 과연 아군의 백업이 제때 도착했기에 살아난 건가?

〈이건 큰 그림! 설계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레전설이 자기 몸을 미끼로 낚시를 한 거에요……!〉

상대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어? 열받네……?

삼선 레드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

살려두는 이유는 은신 때문이지 때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미리 체력 깎아두면 다이브 훨씬 용이하게 칠 수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 반응과 판단력은 훌륭했으나.

삼선 레드는 알칼리에게 시선이 팔려 포탑을 깨는데 실패했다.

게다가 알칼리를 결국 살려 보내버리기까지 해버렸다.

심지어 생각보다 빠른 백업에 당황하고 말았다.

〈포탑을 대신 맞던 한나가 이거 설마 못 잡아? 점멸 빠졌습니다.〉

〈점화도 빠졌죠. 큰 손해는 아니지만 분명히 기분 나쁠 거거든요!〉

전 판에는 깔끔하게 이득을 보고 시작했던 라인 스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영이란 이름의 톱니바퀴가 엇나갔다.

다름 아닌 레전설 하나로 인해.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이뤘습니다. 레전설이 버틴 거지, CS를 먹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포탑을 못 깬 건 아쉽지만 그건 토이치TV도 마찬가지거든요~.〉

아래쪽은 트리플리프트 혼자라는 이야기다.

나무카이도 허겁지겁 텔레포트를 탔다.

1대1이라면 충분히 막아 설 수 있다.

삼선 레드가 라인 스왑을 도모한 주목적은 이뤘다.

기분은 조금은 나쁘지만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

딱히 사상자가 나온 것도 아니니까.

생각을 벗어난 격전이 잠시 있던 것 뿐.

그 탓에 현장 분위기가 고조됐다.

레전설이라면 정말로 모르겠다.

무패의 행진을 하는 삼선 레드.

한국 롤드컵 우승을 이뤄줄 주역이다.

갈대와도 같은 현장 관중들의 마음이 술렁인다.

그럴 만한 슈퍼 플레이를 밥 먹듯이 하는 선수다.

첫 번째 세트와는 출발이 조금 달라진 격전이 시작된다.

* * *

팀이 아닌 내 개인적인 분석.

삼선 레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다름이 아니다.

'일단 루시퍼를 뚫어야 돼.'

삼선 레드의 탑라이너 루시퍼.

'세체탑' 소리를 괜히 듣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파이어뱃이 싱나드 상대로 라인전 상성이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유의 운영이 가미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라인전이 무너진 이후 순회 공연을 말하는 게 아니다.

초장부터 라인 스왑을 통해 서로 탑라인이 말리고 시작했다.

'캐리형 챔피언한테는 정말 안 좋은 출발이긴 하지.'

포탑은 지켰으나 CS를 먹은 건 아니다.

코앞의 CS를 챙길 수 없는 설움.

한 번씩은 당해보는 디나이다.

라인 스왑은 초절정 디나이다.

템이 떠야 딜이 나오는 게 캐리형 챔피언의 숙명이다.

라인 스왑으로 인해 초반 CS를 거의 챙기지 못했다.

우연찮은 일이다.

준비해온 픽.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갖춰졌다.

퀴릭!

던져진 낫이 적 나무카이의 목에 걸린다.

블루팀인 상대는 나무카이를 가져갔다.

이전 세트에서는 밴을 했던 것과 달리.

나무카이는 명실상부 0티어 탑솔러다.

탱커임에도 캐리가 되는 몇 안되는 챔피언이다.

상대는 내가 AP를 못하게 위해 나무카이까지 잘랐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는 자신들이 선픽.

선픽의 이점을 살려 자르지 않고 가져갔다.

탑을 뚫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소리다.

'나무카이가 상당히 띠꺼운 챔피언이야.'

챔피언이 띠꺼움 그 자체다.

CC기 덩어리, 단단함, 라인전도 세.

암살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대체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지.

그러면서도 캐리력을 갖춘 픽이 없을지.

알칼리 만한 해답이 없다.

타항!

궁극기와 함께 쏘아진다.

아직 5레벨인 상대 나무카이.

그에 반해 나는 6레벨을 진작에 찍었다.

비결은 첫 텔레포트다.

빅웨이브를 먹지는 못했지만 경험치.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살았고, 미니언 경험치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알칼리는 암살자 중에서 유일하게도 아이템보다 레벨이 중요한 챔피언이다.

챠캉!

퀴릭!

앞서 던진 표식을 터트리며 낫을 하나 더 던진다.

의도적인 시간 차 진입.

나무카이를 딸 수 있는 완벽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어흥!

하지만 그 밑그림.

상대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게 아니다.

나무카이의 일그러진 전진과 함께 애꾸사자가 튀어나온다.

5레벨인 나무카이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사려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건 안다.

알고 있음에도 저지른다.

그러지 않으면 못 이긴다.

구룽!

안개지대를 깔기도 전에 핑와는 박혀있다.

때문에 점멸을 쓴다.

부쉬 속.

핑크 와드의 감지 효과가 닿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일부 맞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안개지대.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상승의 효과도 있다.

상대의 공격을 조금은 흘리며 공세를 이어간다.

챠캉!

안개지대 바깥으로 나가며 평타 한 방.

나무카이에게 걸린 표식을 터트리며 궁극기로 친다.

그러자 나무카이의 체력은 위험한 지경까지 떨어진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지.'

따는 것 자체는 확정이다.

그럴 수 있는 각을 만들어두었으니까.

문제는 동귀어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나무카이가 점멸을 쓰며 도망간다.

망설임 없이 사지를 향해 쫓아간다.

포탑 안쪽에서 잡고 미니언을 타며 역주행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당장의 도주는 성공했지만 적 블루 지역에 갇혔다.

뒤에는 애꾸사자, 앞에는 파사딘이 다가온다.

그것도 6레벨을 찍은 파사딘이.

궁극기로 공간을 격하는 사기성은 리메이크 이후에도 여전하다.

체력 상태도 안 좋아 긁히는 순간 죽는다.

점멸, 은신도 빠져서 버틸 수단이 없다.

하지만 상대의 기동성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파사딘의 궁극기는 점멸과는 다르다.

시전 시간이 있기에 타이밍 읽는 것이 쉽다.

타항!

그 찰나와도 같은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쏘아진다.

파사딘과 교체하듯 위치를 뒤바꾼다.

파사딘은 뒷점멸로 마치 르풀랑처럼 되돌아오지만.

구오오……!

비역슨의 자드가 저승사자처럼 기다리고 있다.

벌어낸 1초가 조금 넘는 시간이 만들어낸다.

쿨타임이 돌아온 안개지대에 숨으며 막타.

─더블 킬!

파사딘의 막타를 낼름 먹는다.

격전의 일어난 사이.

탑라인 CS가 타고 있다는 소소한 문제는 있지만.

'이번 세트는 유독 CS와 인연이 없네.'

근데 원래 CS가 아니라 킬을 먹고 성장하는 챔피언이다.

========== 작품 후기 ==========

마나의 주인님//비중 낮은 조연의 경우 모티브가 되는 BJ도 있습니다. 근데 주연급 조연의 경우는 없거나, 일부 따오는 정도입니다. 유리야가 유소나님을 모티브 한 것 같다는 댓글도 봤는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둘이 닮은 점은 드럽게 못한다는 것 빼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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