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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드컵 결승 -->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바다 미사일.
글자 그대로 땅을 작열하는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최근 탑라인 1티어로 각광 받는 파이어뱃이 봇라인에 텔을 탔다.
〈살 사람이라도 사나요? 아니면 싸우나요?〉
〈배에 힘 꽉 주고 버틸 생각입니다. 내가 죽더라도 너 하나는 데려가겠어!〉
-점사 점사! 토이치 잘 커서 가능성 있다
-임프트 보여주나? 세체원 가능하나?!
-으악…… 녹아버린다
레전설의 파이어뱃이 임프트의 토이치를 구워버린다.
불바다 미사일까지 절묘하게 깔려 퇴로가 차단됐다.
토이치와 한나는 결사항전, 거칠게 반항했다.
─더블 킬!
ToichiTV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ToichiTV 레전설님이 삼성 임프트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결국 쏟아지는 불길에 한 줌의 재가 되고 만다.
토이치에 이어 한나까지 활활.
반항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스킬 활용이 송곳 같았습니다. 토이치&한나가 배수진을 쳐서 데려 가려고 했는데 열관리가 매섭네요 레전설.〉
뒷텔의 타이밍도, 스킬 활용도 훌륭했다.
상대가 도망가거나 항전할 여지 자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이득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다.
─SAMSUN 대디님이 ToichiTV 달래님을 처치했습니다!
대각선의 법칙이 이루어졌다.
텔레포트를 탄 탑 대신 웨이브를 받아먹고 있었다.
상대의 호전적인 다이브에 리심이 그만 당하고 말았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 바람에 옵저버가 캐치하지 못했다.
탑라인에서 일어난 상황이 리플레이로 재생된다.
싱나드가 유체화와 궁을 켜고 미친 듯이 달린다.
이~쿠우!
닿기 직전 궁극기로 차내며 와드 방호를 탔다.
깔끔한 도주였지만 한 마리가 더 있었다.
애꾸사자의 강화 속박이 휘리릭!
〈싱나드가 선템을 신발로 가서 굉장히 빠릅니다.〉
〈다이브 살기는 기가 막히게 맡았는데…… 넘겨지면 어쩔 수가 없죠.〉
김은준 해설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현장의 관중들도, 중계 플랫폼으로 보는 팬들도 같은 마음이다.
-여신님 ㅠ.ㅠ
-감히 여신님한테 아이스께끼를;;
-저거 완전 노리고 픽한 거 아님? 레전설급 쓰레기인데
삼선 레드의 탑라이너 루시퍼.
싱나드가 모스트인 몇 안되는 선수다.
4강 경기에서도 꺼냈으므로 결코 의도는 아니다.
〈아무튼 총평을 해보자면 이득은 이득입니다. 토이치TV는 레전설도 컸고, 제압 골드도 먹었어요. 문제는…… 하나도 유쾌하지가 않아요.〉
레전설이 라인전은 물론 로밍까지 분명 잘해주고 있다.
미드와 봇이 특별히 무너진 것도 아니다.
근데 어느 한 구석을 뚫을 수가 없어.
〈그것이 바로 운영이 가진 무서움이죠.〉
〈삼선 레드가 대각선의 법칙 칼같이 지키거든요~!〉
진용준 캐스터도 알 만큼 기본적인 운영이다.
그 기본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특히 프로 무대에서는 의미가 크다.
순수한 실점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방금처럼 뭐라도 하나 무조건 가져간다.
슈퍼 플레이가 슈퍼 플레이가 아니게 된다.
「화염방사기 출력 전개!」
파이어뱃의 불길이 싱나드를 뜨겁게 지진다.
엄청나게 빠듯한 딜교환.
상대에게 거리를 줄 듯 주지 않으며 퍼붓는다.
싱나드로서는 가히 지옥이다.
피하면 미니언을 먹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넘기려고 하면 거리를 안 준다.
그런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바로 운영이다.
삼선 레드의 봇듀오가 탑으로 올라왔다.
* * *
팀에 AD가 너무 없다.
그리고 이니시가 부족하다.
코치진의 권유로 하게 된 파이어뱃.
은근히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챔피언이다.
나로서는 여유롭게 소화가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생각도 인다.
'확실히 열관리가 힘들긴 하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다른 쪽 열관리가 말이다.
우즈의 심정이 잠깐 이해된다.
아래 라인이 무참하게 터지고 있다.
몇 번 잡아줬음에도 여실히 밀린다.
봇라인 격차가 생각보다 많이 난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으하하!
광기 넘치는 웃음와 함께 넘겨진다.
미친 과학자 싱나드.
텔레포트로 아군 뒤를 잡아 이니시를 열었다.
─적 트리플 킬!
SAMSUN 임프트님이 학살 중입니다!
말리고 말렸지만 운영의 과정에서 점점 풀렸다.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다는 게 너무 크다.
아니, 움직임이 보다 정교하다는 표현이 옳다.
『패배!』
어떻게 한타로 잘 비벼보려고 해도 점점 차이가 난다.
가진 바 힘의 크기에서 밀린다.
특히 봇라인의 성장 차이.
토이치는 잘 크기 시작하면 말릴 수가 없는 하드 캐리형 원딜러다.
방템까지 갖춰지자 잡기도 힘들어진다.
돌파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조합은 나쁘지 않았는데…….'
봇라인 스노우볼이 너무 거대하게 굴러간다.
임프트와 맏따의 듀오.
더해서 상대 정글의 움직임도 거슬린다.
지금껏 상대해온 팀들보다 확실히 수준이 높다.
탑도 솔킬각은 잡을 수 있으나 터트리기는 애매하다.
경기를 붙어보자 어떤 팀인지 윤곽이 자세하게 그려진다.
내가 유능한 코치 타입은 솔직히 아니다.
Royal Club전처럼 상대의 핵심을 공략할 열쇠.
한두 개쯤 머리를 짜낼 수는 있어도 팀 자체를 파악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는 타이밍이 있었다. 근데 그게 교전 이득으로 연결이 안됐다."
"비역슨이 정글 차이 개쩐다는데?"
"헛소리 마. 아닌 거 다 알거든?"
우리팀은 내가 통역을 겸한다.
달래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치를 보지만.
'본인도 찔리는 바가 있겠지.'
봇 차이도 있었지만 정글 차이도 없지 않아 컸다.
비역슨이 자잘하게 벌려 놓은 미드 차이.
그걸 이득으로 연결할 능력이 없다.
솔직하게 운영적으로 많이 밀린다.
운영의 차이는 삼선 레드에서만 느낀 게 아니다.
삼선 블루전도, KTX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세밀함.
우리가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억지로 비집어 열어도 다른 곳에서 손해를 메꾼다.
그렇다고 내가 킬을 막 먹으면 하드 캐리가 되는 챔피언이냐?
"야, 유리야. 빨리 와서 어깨 주물러."
"네, 주무를게요. 힘내세요."
"너의 마사지 솜씨에 승패가 달려있으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
"저 마사지 배워본 적 없는데요……. 괜찮아요?"
파이어뱃은 나름 캐리력 있는 탑솔러다.
코치진의 권유도 있어서 긍정을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역시 턱이 없어.
'나다운 챔피언이라.'
캐리력 대결이라면 원하는 바다.
* * *
다전제에서 첫 번째 세트는 중요하다.
두 번 들으면 너무나도 귀 따가운 소리다.
하지만 금일 결승전에서는 그 의미가 너무 컸다.
김은준 해설이 고양된 목소리로 떠드는 이유가 있다.
〈결승전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양팀 모두 경기를 치렀잖아요?〉
〈그렇죠. 수많은 난적을 꺾으며 올라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밌는 건…… 삼선 레드도, 토이치TV도 단 한 세트도 안 졌어요. 패배를 몰랐습니다.〉
조별 리그 6승 0패 깔끔한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8강에서도, 4강에서도 3승 0패로 이겨버렸다.
그야말로 패배를 모른다.
어느 쪽이 먼저 패배를 알게 될 것이냐?
-와…… 레전설도 캐리를 못하는 판이 있네
-왜 없어? 스프링 시즌 때 4강 따리였는데
-아니, 그냥 삼선 레드가 너무 잘해
-레전설이 그냥 탑 야흐오 하면 안됐나?
첫 번째 세트의 승패.
삼선 레드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따라서 토이치TV가 패배하게 됐다.
술렁이는 채팅창의 반응은 경기의 치열함을 방증한다.
〈라인전은 서로 팽팽했어요. 토이치TV는 탑이 우세했고, 반대로 삼선 레드는 봇이 우세했습니다.〉
물론 굳이 따지면 삼선 레드가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이치TV가 일방적 열세냐?
레전설의 파이어뱃이 워낙 잘 큰 탓에 몰랐다.
리심과 야흐오도 한타 파괴력이 엄청나다.
때문에 이건 진짜 한타 붙어봐야 알겠다.
그런 소리도 나왔으나 문제는 안 열린다.
〈엄밀히 말하면 삼선 레드가 불리할 때는 각을 안 내줘요. 이런 게 운영 잘하는 팀의 특징입니다.〉
〈삼선 레드가 소싯적에도 운영은 블루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삼선 블루가 한국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소싯적에도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는 개개인의 기량까지 그 이상으로 무르익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팀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다.
〈삼선 레드, 넘사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짜 셉니다. 자랑스러워요.〉
〈이렇게 되면 저는 3 대 0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일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레전설 까는 기계 시동?
-ㄴㄴ 진짜 했던 말이긴 함
-킹리적 갓심……
클끼리 해설이 8강에서 했던 비유를 다시 꺼낸다.
토이치TV를 자동차로 비유하면 시속 200km로 전속력으로 가는 느낌이다!
싸움을 잘하는 건 좋은데 너무 싸움만 잘해서 상대의 운영에 휘둘릴 여지가 있다.
8강과 4강에서는 힘으로 뚫어버렸지만 결승전은 역시 쉽지 않다.
그 어느 팀보다 운영을 잘한다는 삼선 레드.
토이치TV의 사상 최악의 적이다.
이윽고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된다.
첫 번째 세트 와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해설진들이 격찬을 했던 바로 그 밴픽.
〈파사딘을 왜 선픽하지? 당연히 일반적인 밴픽은 아니잖아요?〉
김은준 해설도 '일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두고 봐야 의도를 알 수 있다는 표현이다.
해설자들이라고 모든 의도를 읽을 수는 없다.
만약 자리가 달랐다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비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경기가 아니다.
결승전, 비범한 준비를 해오기 마련이다.
〈파사딘을 카운터 치기 위해 미드를 AD로 꺼내고, 정글을 서로 1티어 반반 나눠 가지면 탑에게 AP가 강제된다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AP를 하려고 보니까 헤일이 밴이 됐다.
말카림부터 시작해서 단순한 저격 밴인 줄 알았다.
돌이켜 보면 캐리형 챔피언을 못하도록 선택지를 좁혀두었다.
〈야흐오나 리픈을 꺼내기가 힘듭니다. 왜냐! 올AD가 되기 때문이죠!〉
강빈 해설이 날카롭게 짚는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다.
〈파사딘 선픽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신의 한 수, 바둑 대리해주는 만화에서 나왔던 단어인데…… 물론 롤 시점으로 생각해보면 참 큰일 나는 만화긴 해요.〉
-대리충이 바둑 대회 쓸어담는 만화……
-추억 파괴 실화?
-힝, 내 안의 갓띵작이;;
-다크가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파사딘 상대로 셀프 카운터를 하기도 뭣하다.
양팀의 조합은 이전 세트와 비슷하게 갖춰진다.
하지만 아직 탑은 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서 파이어뱃이 최선 같은데요?〉
〈동의합니다.〉
〈저도…….〉
결승전인 만큼 세 명의 해설자가 총출동한다.
모든 해설자들의 의견이 아무튼 맞아 떨어졌다.
3초, 2초, 1초…….
결과적으로 틀린 말이 되긴 했지만.
〈아~! 이런 수가…….〉
하지만 결과가 틀린 거지 근거는 있다.
근거 좋아하는 김은준 해설의 얼굴이 밝다.
그저 대회에서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걸 대회에서 쓴다고? 솔랭 장인챔 아닌가
-알칼리…… 다이에나 하위 호환 같던데
-브실골에서는 필밴급 사기캐임ㅋㅋㅋ
킬을 먹어야 세지는 챔피언이다.
소위 말하는 충蟲 성향을 띄고 있다.
대회에서는 아예 안 나오는 부류의 픽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볼 수 있는 픽은 아니에요. 리스크가 굉장히 높은 픽이고, 망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레전설이에요. 도라이븐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선수잖아요?〉
레전설이다.
그렇기에 기대해봄직 하다.
양팀의 최종픽이 완료되며 조합에 대한 평가가 오간다.
〈서로 완벽하게 만족하는 밴픽은 아니에요. 분명히 구멍이 있고, 약점을 파고들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김은준 해설이 정리한다.
레전설의 캐리력을 억제하려는 삼선 레드의 노림수는 훌륭했다.
하지만 레전설도 흔하지 않은 암살자 챔피언을 꺼내 들며 받아쳤다.
이것이 과연 어느 쪽의 이득인지.
예상을 하기에는 데이터가, 표본이 부족하다.
결승전, 그 중요도에 걸맞게 양팀이 밴픽을 꼬고 꼬았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과연 어떤 승부가 펼쳐질 것인지! 이곳 인천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세트 대결 가겠습니다. 경기~~ 시작하죠~~!!〉
진용준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수만 관중들의 호응과 함께 롤드컵 결승전 두 번째 세트의 막이 오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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