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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 출현 BAAAM!! -->
어느새, 어느 순간이다.
변화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대체 어디서부터 게임이 이렇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카시오가피의 라바둔의 죽음투구가 분기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클끼리 해설이 나지막하게 늘여 놓는다.
해설자로서 분석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AD에게 무극의 대검이 있으면, AP에게는 라바둔이 있잖아요. 근데 이게 한 20분 타이밍에 뜨는 게 아닌 이상 끝장 났다! 그런 표현까지는 잘 안 쓰거든요?〉
마법사 챔피언의 최종병기 같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강함은 늘 상대적인 것이다.
롤은 결국 후반 갈수록 원딜러가 킹왕짱이다.
상대 원딜러인 테러스티나가 워낙 잘 큰 상태다.
그렇다고 원콤을 낼 견적이 나오냐?
상대의 버프가 워낙 두터워서 꿈도 꿀 수 없다.
AP딜러의 활약이 두드러질 구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한 일이다.
카시오가피의 독니가 촉촉하게 젖어든다.
─ToichiTV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앞에서 선고 견적을 보던 쓰렉귀.
선고가 실패한 후 순식간에 녹아났다.
독니가 몇 대 박힌 것 같지도 않은데 아이스크림이다.
〈가볍게 톡톡 치는 거 같은데 딜이 너무, 너무 잘 박힙니다.〉
가볍게 쳐도 아프게 박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문력이 매우 높으니까.
경기 시간이 30분이 넘은 만큼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이면 탱커들도 단단해진다.
예상치 못한 킬각이 잡힐 리가 없어야 한다.
그런 상식이 무안할 정도로 너무 세다.
〈카시오가피가 리메이크가 되면서 패시브가 개편됐습니다. 주문력을 %로 올려준다는 개념인데…….〉
김은준 해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인다.
카시오가피의 패시브가 풀스택을 채웠다.
그리고 라바둔의 죽음투구가 떠버렸다.
각각이 주문력을 30%씩 증가시켜준다.
특성과 맞물리자 거진 두 배 가까이 뻥튀기된다.
심지어 테자이의 영혼약탈자까지 진작에 간 상태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쓰렉귀를 잡힌 탓에 바론.
Royal Club의 강타를 들고 있는 이가 쓰렉귀였다.
당연히 막으려고 했지만 나무카이가 쉽게 뚫리지 않았다.
〈바론 버스트 진짜 진짜 빠릅니다. 주문력 1100 돌파했거든요?〉
〈여기에 귀환해서 영약까지 빨면……그렇죠. 1200 넘볼 만하죠.〉
교전에서 스택을 하나둘 쓸어 담았다.
솔킬까지 만들어내며 어느새 14스택.
-책 다 넘기면 주문력 1300 가능?
-씹가능이지
-미쳤네…… 풀템 테러스티나 씹어 먹겠는데?
강함이란 늘 상대적인 거다.
풀템이 뜬 하이퍼 캐리형 원딜러.
그보다 더 월등한 캐리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인 것이다.
그보다 더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면?
기형적인 성장이 가능케 만든다.
우즈의 테러스티나가 결국 샀다.
〈양팀 에이스의 캐리력 대결이 한계까지 왔습니다. 테러스티나 6코어! 신발 팔고 동풍 샀어요.〉
설마설마 하던 이야기다.
그 설마가 현실로 다가온다.
『동풍』
공격력+25
공격 속도+50%
이동 속도+10%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10%
고유 지속 효과- 강인함
신발을 팔면 가볼 만한 극극후반 아이템이다.
게임이 장기전이 됐을 때나 간혹 보인다.
이동 속도와 강인함이 신발을 대체할 수 있기에.
〈심지어 섬광도 팔았습니다. 차라리 유령 춤꾼 하나 더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에요.〉
〈지금 우즈의 어깨가 무겁거든요! 캐리력 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와, 미친 공속템 세 개ㅋㅋㅋㅋ
-저러면 신발 없어도 이속 괜춘하지
-진시황, 황제 메타 ㅇㅈ한다
원딜러가 갈 수 있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둘렀다.
생존은 전적으로 서포터와 정글러에게 맡긴다.
Royal Club 그 자체와도 같은 팀 색깔.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토이치TV는 팀원들이 고르게 성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름이 넘어온다.
키잉-!
때문에 Royal Club은 걸어볼 수밖에 없다.
상대가 가진 자신감.
나무카이가 사이드 라인을 푸쉬하러 온다.
부활한 쓰렉귀는 부쉬에 잠복하고 있었다.
상대가 오자 선고를 맞힌다.
테러스티나가 앞점프 랜턴으로 합류한다.
〈버티나요? 버틸 수 있나요?!〉
〈4코어 세계수도 6코어 테러스티나 앞에서는 장작입니다! 괴물!! 진괴외물!!〉
Royal Club도 전원이 대기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필히 눈치를 챘으리라.
그러지 않았기에 걸렸고, 그렇기에 합류전이 된다.
합류 속도에서 Royal Club이 훨씬 빠르다.
텔레포트를 탄 또도 박사.
쇈 서폿도 궁극기가 있다.
원딜 랄라로 빠른 기동성을 살려서 금방 왔다.
─Royal 우즈님이 ToichiTV 이펙트님을 처치했습니다!
전설의 출현!
후반에 가면 세계수 소리가 반드시 나오는 나무카이다.
성장을 잘했음에도 꺾이고 만다.
테러스티나의 대포가 퉁! 퉁! 퉁!
「세나찡 복수다!」
부랴부랴 합류한 토이치TV도 반격하지만 빈약하다.
역시 후반에 가면 팔이 짧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그에 반해 테러스티나는 너무 너무 강해.
한타의 구도가 금세 쫓기는 듯 돼버린다.
바론 버프를 두르고 있음에도 밀리고 있다.
그만큼 풀템, 아니 그야말로 황제와도 같은 위엄을 자랑한다.
테러스티나의 딜이 상상 그 이상이다.
과감한 앞점프까지 더해지며 프리딜을 넣는다.
현장의 수많은 중국팬들이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지던 그때.
〈그가 옵니다. 악당……, 아니 영웅 출현!〉
한 마리의 뱀이 전황을 180도 뒤바꾼다.
앞점멸로 벽을 넘으며 쏟아부은 궁극기.
─더블 킬!
압도적인 주문력이 이루어내는 광역 누킹이다.
우즈를 엄호하기 위해 하필 뭉쳐 있었다.
쏟아진 광역딜에 떼몰살을 당하고 만다.
잔뜩 신이 나있던 우즈는 뒤도는데 실패.
하지만 천만다행, 쓰렉귀가 미카엘의 그릇을 사용했다.
스턴은 풀렸으나 문제는 CC기가 아닌 데미지 그 자체에 있다.
〈맞딜! 맞딜해야 돼요!〉
〈도망 못 가요! 독 묻었거든요?!〉
해설진의 함성이 귀에 맴맴 울린다.
카시오가피는 독을 묻히면 무지막지 강해진다.
이동 속도 자체가 빨라지며 독니를 연사할 수 있다.
심지어 나일아이다.
스킬에 둔화 효과가 묻어난다.
뒷점멸을 했던 테러스티나는 결국 사생결단을 내린다.
누가 더 세나 누구 한 명 끝장 날 때까지 붙어보자!
〈는 죽음? 는 살음?〉
〈는 죽음?!〉
〈는 살음!! 살았어요!〉
두 해설자가 콜라보를 이루자 진용준 캐스터도 신세대 용어에 동참한다.
싸움의 결과.
괴물간의 혈투에서 살아남은 건 안타깝게도.
─ToichiTV 레전설님이 Royal 우즈님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레전설님이 Royal 우즈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전설의 출현!
아주 약간 더 긴 리치를 이용해 테러스티나가 우위를 점했다.
피흡이 되며 순간 이거 설마 지나?
생각이 떠오르던 참에 차오른다.
〈주문력 1300 넘었습니다. 이러면 독니 촉촉! 때릴 때 회복량도 무시할 수 없어요. 아찔한 게임까지 터지면서 결국 승자는 레전설……!〉
동귀어진이 될 뻔했으나 마지막 독니가 체력을 한 움큼.
킬&어시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아찔한 게임까지 터졌다.
한 끗 차이의 승부는 승자를 확실하게 결정시켜 주었지만.
〈오겠지! 우즈가 죽었으니까 원한을 달래주러 오겠지!〉
〈다 알고 있었어요 레전설! 아니, 이 싸움을 이기고도 방심을 안 풀어주나요?〉
-저걸 피해?
-아니, 진짜 레친놈ㅋㅋㅋㅋ
-한타 집중력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
또도 박사가 점멸로 식칼을 던지며 카시오가피를 노렸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었다는 듯 피해버린다.
도망은 커녕 독을 적시고 카이팅.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후반에 오면 탱커는 포션이에요. 심지어 카시는 둔화가 있기 때문에…… 으아악!〉
클끼리 해설의 리액션이 이입을 한 것 마냥 사무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탱커 유저는 최소 한 번은 당해본다는 지옥 같은 카이팅이다.
거리를 주지 않고, 도망도 못 치게 하며 독니를 촉! 촉!
─마무리!
카시오가피는 어느새 풀피가 돼버린다.
또도 박사가 잡히며 에이스가 떴다.
그리고 미니언도 몰려온다.
빅 웨이브와 함께 카시오가피가 진격한다.
주문력이 하도 높아서 포탑을 잘 깨.
공격 속도가 낮아도 그냥 깡으로 부순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게임 시간이 이미 35분에 이르렀다.
쭉쭉 밀고 나가도 거칠 것이 없다.
억제탑을 깨고 쌍둥이 포탑.
하지만 아직이다.
빨리 죽은 순서대로 부활한다.
쇈과 쓰렉귀, 그리고 원딜러인 랄라까지.
─더블 킬!
그래봤자 간식거리밖에 안돼서 문제다.
시간 끌기조차 수행을 못하고 있다.
기형적인 성장이 가져온 문제다.
〈우즈 몇 초 남았죠? 이제 슬슬 부활할 때 안됐나요?!〉
〈아직 10초 남았어요. 목이 타요 목이 타!〉
부활의 체감 시간이 유난히 긴 건 기분 탓이 아니다.
레벨이 높다는 게 꼭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CS를 몰아먹고 폭풍 성장해버린 테러스티나.
자리가 높을수록 책임도 무거운 법이다.
다른 팀원들보다 부활 시간이 길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간절할 입장이다.
〈우즈가 말하고 있어요. 질 수 없어. 우리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지금 키보드에서 손 안 떨어질 거에요. 아쉬움이 북받칠 겁니다.〉
해설진이 심정을 대변해준다.
지난 롤드컵 준우승에 빛났던 팀이다.
그 이상으로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이번에야 말로 롤드컵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자!
그런데 결승전 문턱 직전에서, 그것도 이를 아득바득 가는 밉살맞은 적에게.
레전설이 포탑을 툭툭 건든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쌍둥이 포탑이 허물어지고 넥서스.
하지만 전문적인 포탑 철거반이 아니다.
드디어, 드디어 부활을 했다.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다.
쓰렉귀가 던진 랜턴을 타기만 하면 코앞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타지 못한다.
부숴져 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죽었던 이펙트. 텔레포트 있었고, 탔고, 부쉈고! 으아아…….〉
Royal Club의 예상보다 조금 더 빨리 넥서스가 깨졌다.
마지막 반항조차 허락 받지 못했다.
그토록 시끄러웠던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먼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한순간에 고요해진다.
『승리』
그 두 글자가 현장을 무겁게 짓누른다.
저 먼 바다 건너에서 왔을 수많은 중국팬들.
그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팝콘이다.
아니, 그 이전에 순수하게 찬사를 보내도 될 만한 업적이다.
〈북미가, 북미잼이라는 오명을 쓰던 NA 지역이 최초로 롤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최초임?
-시즌1 때도 못 갔나
-북미잼이 북미꿀잼으로 변하다니!
클끼리 해설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러한 부분은 캐스터보다 해설자가 잘 안다.
북미가 시즌 1,2 때는 잘 나가는 지역 아니었어?
안타깝게도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바닥을 쳤다.
그 흔한 4강도 시즌1 롤드컵때 딱 한 번 가봤다.
결승전은 구경조차 한 적이 없었다.
서구권 팬들로서는 특히 더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갈 여정이 남았다.
4강, 준결승에서의 승리란.
〈LCK를 제외하면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LPL의, 지난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Royal Club이 압도적인 격차로 꺾였습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을 뽐내며 왕좌에 도전할 자격을 거머쥐었습니다.〉
진용준 캐스터가 바톤을 이어받는다.
단순히 4강 승자가 정해진 자리가 아니다.
바로 결승전, 이번 롤드컵의 주인공 혹은 그에 준하는 조연이 확정됐다.
-아, 결국 올라오네……
-악당 출현 BAAAAM!
-레전설의 참교육은 우즈로는 불가능했다 ㅠ.ㅠ
이미 한 팀은 어제 이 자리에서 우승을 예고했다
삼선 레드의 상대팀이 정해지게 된 것이다.
그 의미는 여러모로 각별할 수밖에 없다.
〈삼선 레드 대 토이치TV. 대박 매치업이 정해졌습니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한국인 선수가 에이스인 해외팀과 한국팀의 대결. 이게 참 진짜~~.〉
〈시청자 여러분들 그럼 저희는 인천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 좁은 한국땅에서 일어난 우연 아닌 우연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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