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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 출현 BAAAM!! -->
세상사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간혹 예상치 못하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는 경우도 있다.
NA LCS에서 선전을 하며 전략적인 픽으로 각광을 받았던 힐라카.
게임사가 결국 눈독을 들이고 말았다.
약 한 달 전부터 들려오던 카더라 통신.
뜬구름만 잡히던 리메이크가 확정되고 실행까지 되었다.
"나빴다. 힐라카 이제 없다!"
"있는데?"
"아니다. 다르다. 힐라카 잠들었다……."
얼마 전 하비가 귀엽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온 이유다.
힐라카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힐라카 모른다!
물론 애교가 아니라 한국어를 쓸 때의 말투다.
'근데 내가 나쁜 건 없지 않나?'
굳이 탓이 있다면 내가 잘한 게 죄지.
대회에서의 힐라카 선전에 조금 기여를 했다.
불을 붙였다는 부분에 코딱지만한 책임감은 느낀다.
"챔피언이 언제 죽는지 알아?"
"Remake!"
"아니…… 잘 들어봐."
최후의 한 발을 맞았을 때?
점화가 걸렸을 때?
맹독 버섯을 밟았을 때?
그런 건 단순한 킬각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야. 하비 네가 기억한다면 힐라카는 죽지 않아."
"Wow, 썽훈 You…… 로맨틱하다! 멋지다! 다시 봤다!"
다시 봤다는 뭐야 대체.
원피스를 안 본 모양이다.
사후 재평가를 받은 돌팔이 의사의 명언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아무튼 리메이크가 된 힐라카.
『힐라카는 로드 오브 로드의 초창기부터 모든 롤 유저에게 사랑 받는 챔피언이었습니다!』
매력적인 힐, 마법 저항력을 깎는 별똥별의 변수, 침묵과 궁극기의 생존력 덕에 말이죠.
문제는 힐라카의 캐리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독특한 원딜러와 활용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힐라카의 캐리력을 하락시키기 보다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하단 공격로의 균형을 맞추고자 합니다.
물론 힐라카의 캐리력은 그대로이기에 기존에 힐라카를 플레이하던 유저분들께는 영향이 적겠지만, 힐라카의 '캐리'를 좋아하시던 유저분들께는 조금 더 까다로운 '선택'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게임사의 패치 방향이다.
단적으로 힐라카의 공격 능력을 손 보았다.
쿨타임 감소가 갖춰지면 초 단위로 떨어지던 별똥별은 이제 없다!
대신 힐러로서의 능력이 크게 강화되었고.
파앙!
던져진 회전 도끼가 튕겨 오른다.
적 원딜러 테러스티나에게 맞고서.
당장의 딜교환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테러스티나&한나가 은근히 세.'
테러스티나의 스킬 딜은 초반에 강하다.
한나의 보호막도 상당히 성가시다.
그런데 힐라카는 도움이 안돼.
힐이 예전처럼 방어력을 증가시켜주지 않는다.
QQQ하면서 별이 떨어지는 걸 어떻게 막아!
그럴 수 없도록 공격 능력이 너프 받았다.
하지만 힐러로서의 능력은 엄청나다.
힐을 그렇게 아낌없이 퍼줘도 돼?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서.
파앙!
파앙!
굉장한 무리를 하는 게 가능해졌다!
무작정 들어가서 내려 찍는다.
서로 2레벨인 상태에서의 딜교환.
휘리링-!
짧게 쏘아지는 한나의 회오리만 피하면 된다.
앞점멸로 뛰어넘으며 무작정 친다.
테러스티나는 아직 점프가 없다.
물론 반항은 해오지만 상쇄된다.
힐라카가 4초마다 힐을 끼얹는다.
우주 끝까지 따라가 기어이 잡고 빠져 나온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32스택이 소모되며 114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짜릿한 승전보와 함께 들어오는 막대한 골드.
도라이븐을 하는 이유가 터져버렸다.
이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살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부랴부랴 레드도 안 잡고 달려온 듯하다.
정글 빵테온의 점멸 스턴.
아낌없이 퍼주는 힐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아직은 4초지.'
곧 셸 실버스타인도 울고 가게 된다.
* * *
경기 시작에 앞서 부연 설명이 들어간다.
그도 그럴게 최근 메타에서 흔한 조합은 아니다.
클끼리 해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Royal Club의 색깔을 말한다.
〈로얄 클럽의 조합이 요즘 메타에 즐겨 쓰는 조합은 아니에요. 요즘은 위험 요소 조합이라고 각자가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을 선호하거든요?〉
캐리형 챔피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드에서 암살자가 자연스럽게 픽이 된다.
탑도 순수 탱커보다는 딜탱 내지 딜러가 잘 나온다.
정글러도 초식 정글이 사실상 사장되어 육식 정글 시대다.
원딜러도 하이퍼 캐리의 대명사 같은 챔피언들이 대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Royal Club의 색깔은 명확하다.
〈코리아나도, 쇈도 목적은 전 판이랑 같아요. 실드 주면 우즈가 마음껏 날뛸 수 있겠지! 중국 한정 진시황 메타라고 부릅니다.〉
-진시황ㅋㅋㅋㅋ
-ㄹㅇ이네
-금수저 메타ㄷㄷ
-우즈 자식 호화롭게 게임하는구만
그만큼 우즈의 캐리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전략을 쓰기도 하고, 가끔 비틀기도 한다.
Royal Club은 강력한 코치진을 바탕으로 밴픽에서 우위를 점한다.
〈오히려 최근 메타에 어울리는 건 토이치TV의 조합이죠. 최근 토이치TV가 강한 이유가 있습니다.〉
탑라이너인 이펙트를 제외하면 전부 숙련도가 요구되는 챔피언들을 주로 다룬다.
맞아 떨어졌을 때의 기대치는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가 앞서 위험 요소 조합이라고 말해 놓고 정정하긴 좀 그렇지만 도라이븐은 정말…….〉
〈동의합니다. 저런 리스크 있는 픽을 중요한 무대에서 꺼내는 게 쉽지가 않을 텐데.〉
〈자칫 상하기라도 하면 도라이븐 만큼 뻘쭘한 챔피언이 또 없거든요?〉
롤드컵, 프로게이머라면 바라지 마지 않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누구나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에 더더욱.
긴장감이 턱 끝까지 차오르기 마련이다.
그럴 텐데도 꺼내서 활약까지 연결한다.
─ToichiTV 레전설님을 Royal 우즈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관중석에서 흘러나오던 탄성.
이내 한탄으로 바뀌며 사무친다.
저 멀리 대륙에서 건너온 Royal Club의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속보다.
〈압도적 감사! 힐라카 주고 2킬 먹으면 땡큐죠!〉
리플레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생된다.
리메이크된 힐라카는 양날의 치료실이다.
아군에게 힐을 주면 자신의 체력이 깎이고 만다.
〈그렇다고 저걸 굳이 들어가서 잡아야 했을까……. 저는 좀 의문이긴 합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대로 의문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인 관점이기도 하다.
테러스티나는 앞점프로 잡고 나왔다.
클라스를 증명하는 깔끔한 딜계산이다.
그런데 그 클라스.
과연 어느 쪽이 앞설지 곱씹어볼 문제다.
카라락!
던져진 대형 도끼에 테러스티나의 뒷점프가 끊겼다.
이후 시작되는 페스티벌.
도라이븐의 단독 공연이 처절하리 만큼 펼쳐진다.
〈우즈 선수가 조급할 만했다고 봐요. 내가 우즌데, 중국에서 제일 잘하는 원딜런데! 두 세트 연속 체면이 말이 아니거든요?〉
〈중체원 우즈 아닙니까? 근데…… 지금 레전설한테 맞라인으로 밀리고 있어요!〉
결국 조급함이 화를, 그것도 아주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초반에 무려 3킬을 먹은 도라이븐.
다른 챔피언들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
파앙!
회전 도끼에 한 대 얻어 맞았다.
테러스티나의 체력이 뭉텅 깎인다.
〈진시황이 비틀비틀해요~. 팀원들은 어떻게든 빨리 불로불사의 영약을 구해다가 받쳐야 합니다.〉
-진시황 탄핵각 나왔는데?
-도라이븐 7분에 AD가 162……
-우리나라 정치판 보는 거 같다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진시황 메타.
원딜러가 황제처럼 호의호식 하며 커야 한다.
그런데 그 황제가 영약을 받치기도 전에 골골거린다.
3킬을 먹은 도라이븐의 압박이 거세다.
이러다가는 개입 없이도 라인전이 터질 기세다.
Royal Club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우즈를 키워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고. 로얄 클럽은 타이밍 잘 잡아서 한 번 비벼야 돼요. 도라이븐도 딱히 무적의 챔피언은 아니거든요?〉
패시브가 적을 처치시 추가 골드.
굉장히 매력적임에도 잘 안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숙련도 요구치가 높아서도 있지만 특별히 잘 크지 않으면 의외로 무력하다.
결국 강력한 건 라인전이다.
그 라인전 어떻게든 한 번만 비비면 된다.
봇라인 교전과 합류가 특히 강한 Royal Club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Royal 아웃섹님이 가고 있다고 알림!
미니맵에 핑이 미친 듯이 찍힌다.
Royal Club측에서 설계의 움직임이 보인다.
그 메인 오더를 맡고 있는 얼굴이 조금 익숙하다.
-아웃섹……
-리심 본좌 아님?
-정글 빵테온 좋나? 1티어는 아니지 않아?
리심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다.
바로 그 아웃섹킥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심 하나만 보여주는 선수는 또 아니다.
〈봇 보려고 고른 정글 빵테온이거든요? 봇라인 갱에 특화된 정글러인데 이건 다이브 작정했습니다. 쇈도…… 궁극기 탔습니다!〉
김은준 해설이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윽고 당연한 듯 현실이 된다.
쇈이 궁을 미리 외우고 있다.
빵테온이 낙하함과 동시에 펼쳐질 참상.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것이 실현될지는 조금 다른 문제다.
〈속전속결! 속전속결 빨리!!〉
〈아아악-!! 침묵! 원망스럽다! 날 여기서 내보내줘!〉
빵테온이 내려오는 바로 그 자리.
힐라카의 침묵이 원형으로 예쁘게 깔려있다.
그 효과는 단순한 침묵에서 그치지 않고 속박까지 연계된다.
물론 그래봤자 잠깐이다.
빵테온, 쇈 초중반 다이브에 특화된 챔피언이다.
문제는 그 잠깐 때문에 도라이븐을 잡는 게 지체되고 만다.
카라락!
빵테온의 스턴이 끊긴다.
쇈이 허겁지겁 도발 점멸을 걸기는 했다.
하지만 딜이 부족했고 결국 도착하고 만다.
「커져라~♬」
텔레포트로 뒤늦게 도착한 랄라가 궁극기를 켠다.
물론 3 대 4다.
수적으로 열세다.
그런데 포탑을 끼고 있어.
심지어 제법 오래 버텼어.
〈살 사람은 살아야 돼! 쭉 빼서 한 명이라도 더 살아야 돼요!〉
〈아앙! 아아아악-!〉
해설진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한 명씩 잡힌다.
랄라의 풀버프를 받은 도라이븐이 진격한다.
Royal Club의 반격은 힐로 전부 상쇄된다.
─더블 킬!
ToichiTV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선두에 섰던 빵테온은 사망.
쇈도 결국 따라잡히며 죽었다.
봇듀오는 다행히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으나.
─ToichiTV 비역슨님이 Royal 콘님을 처치했습니다!
미드에서 사달이 일어나서 문제다.
애꾸사자의 궁극기 갱킹에 당했다.
깔끔한 다이브가 목숨을 거둬갔다.
〈킹각선의 법칙! 갑자기 확 무너지는데요 로얄 클럽?〉
이 또한 대각선의 법칙의 일종이다.
본대가 성공하면 좋았겠지만 실패했다.
실패했다고 반대쪽에서 봐주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아직은 할 만해 보이는 게 사실이에요.〉
〈테러스티나의 후반 캐리력 믿고 한 번 더 저질러서 제압킬 먹으면 또 모르는 게 롤이잖아요? 그런데…… 아까와는 한 가지가 확연하게 달라요.〉
실패를 거울삼아 한 번 더 저질러서 게임 비비면 또 모른다.
그게 원딜 캐리 조합이 가진 핵심이다.
하이퍼 캐리형 원딜러가 4코어, 5코어를 어떻게든 띄운다.
후반 한타에서 풀버프 받고 퉁퉁! 쏘면 캐리력 장난 없다.
하지만 그게…… 마스터 키는 결코 아니다.
특히 이렇게 기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타임 어택이에요. 라인전 끝나기 전에 저 괴물…… 제압 못하면 테러스티나 파밍만 하다가 게임 끝날 가능성 농후합니다.〉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발 한 번만!
빵테온이 조용히 부쉬에 대기한다.
스펠이 빠진 도라이븐이다.
힐라카의 힐은 치유 감소로 막는다.
스턴 걸고 점사하면 제아무리 레전설이라도.
파앙!
코어템인 피를 마시는 칼을 사고 자신감이 넘친다.
4킬 도라이븐.
잡는다면 제압 골드가 역전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몰라요. 모릅니다. 쥐도 새도 몰라요. 진짜 지금 빌고 있을 거거든요? 제발 와라! 제발 당해줘라!〉
-클끼리가 제일 간절한데ㅋㅋㅋ
-레전설 까는 기계 시동?
-이거 모른다. 참교육 가능?
어느 쪽의 참교육이 될지.
길고 짧고 것은 대봐야 안다.
빵테온의 스턴과 함께 한나의 점멸 궁극기가 밀기는 했다.
「생명을 내리소서!」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병든 국민들의 마음은 고치지 못하겠지만 타들어가는 치유 감소는 고칠 수 있다.
리메이크 된 힐라카의 궁극기가 생명을 지핀다.
#셸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원작자
#돌팔이 의사- Dr. 히루루크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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