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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15화 (31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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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 출현 BAAAM!! -->

롤드컵 기간이다.

당연 여유를 낼 수 있는 시간은 하나도 없다.

'공식적인 보수가 돼버린 달래와의 관계는 그렇다 치고.'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우리팀은 더더욱이다.

하지만 가끔은 숨을 돌릴 시간도 필요하고, 한 마리 신경 써줘야 한다.

「선배 뭐해요?」

-일

「전 치킨 먹어요!」

-난 달래

「헐, 달래가 많이 못해요? 너무 혼내지 마요!」

나도 혼내주고 싶어.

힘이 없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대화가 통하듯 안 통하는 듯한 느낌은 그렇다 치고.

'좀 서운할 거 아니야.'

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또 삐지면 어떡해.

본인도 반성하는 만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원래 사람 관계가 서운한 일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잘해줘야 한다.

유리야와 달래를 대동해 4강 경기를 구경하러 왔다.

"그거, 그거…… 제 팝콘인데요."

"맞아 니 팝콘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내 군것질거리야.

훌륭한 탄수화물과 염분 공급원이 되고 있다.

'팝콘이라는 게 참 신기해.'

영화관 같은데 가면 왠지 사기 싫다.

가격의 압박도 있고 먹다가 목 막힐 것 같다.

기왕 영화관 왔으면 영화 보는데 집중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옆자리에 있는 친구.

유리야의 팝콘을 뺏어 먹자 부들부들 한다.

"더 없냐?"

"흐에에엥……. 아껴 먹고 있었는뎅!"

꼭 보면 아껴 먹고 있다.

그렇게 깨작깨작 먹으니까 옆사람이 더 먹고 싶어지지.

너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거야.

'누가 아껴 먹으래? 어?!'

그리고 원래 맛있는 건 나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다고 하잖아.

양은 줄었지만 그만큼 맛이 배가 되면 본전이다.

유리야도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을 테다.

"저는 그냥…… 입에 한가득 넣으면 행복해요."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아껴 먹지 마. 내가 교훈을 주는 거야."

"히잉……."

꼭 팝콘은 영화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먹어야 더 맛있더라.

손에 묻은 기름기를 빨아 먹고 있던 그때.

"언니, 괜찮으면 내 꺼 먹어."

"헐. 아냐 아냐. 나, 나…… 괜찮으니까."

하나도 안 괜찮은 듯한 대답이다.

달래가 어디선가 사온 팝콘을 내민다.

'언제 봐도 적응이 안돼.'

언니라고 부를 사람이 명백히 바뀌었다!

상황이야 어쨌건 간에 먹을 게 늘었네.

"너 다이어트 한다며? 다이어트는?"

"내가 먹으려고 산 거 아니야."

"아무튼 고맙게 잘 먹을게."

싹.

손을 내밀자 온데간데없다.

유리야의 손에 고스란히 얹혀진다.

"뺏어 먹지 마라?"

"나는 먹으면 안돼? 나는 입이 없어?"

"그 주둥아리는 이미 쳐먹었잖아요. 양심에 털 난 새꺄."

유리야의 팝콘을 좀 많이 먹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다 나눠 먹고 사는 거지.

'……서운하다 정말로.'

맛있게 먹는 리야의 얼굴을 보아하니 화가 조금은 풀린다.

아무튼 경기가 시작된다.

삼선 레드 대 EDC의 4강 경기.

현장은 수천 명이 아득히 넘어가는 관중들로 차있다.

내가 앉아있는 관계자석만 비교적 한적하다.

눈길을 조금만 돌리면 엄청난 수의 중국인들이.

EDC! EDC! EDC! EDC!

무서운 기세로 외쳐댄다.

아마 카메라로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가감 없는 현장 분위기 그 자체는.

'부스 바깥이 시끄럽다고 생각은 했는데.'

경기가 시작할 때만이 아니라 그냥 계~속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이윽고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린다.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잠시 헷갈릴 지경.

"EDC가 한국팀이에요?"

"뭐라고?"

"EDC가 한국팀이었어요?!"

"그래, 많이 먹어."

주위가 하도 시끄러워서 옆자리의 리야가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린다.

아마 일반 관중석은 이보다 더 하겠지.

물론 경기장이 커서 그런 감도 있다.

'LCK 결승전급이구만.'

대회가 그보다 한 단계 아니, 이상으로 큰 롤드컵이다.

준결승전임에도 1만 5천석 규모의 경기장을 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보다.

그 엄청난 중국 인파에 둘러 쌓인 채 경기를 치른다.

첫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디자.

EDC! EDC! EDC!

보다 전투적으로, 커진 함성으로 경기장이 울린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무려 4강전이다.

유일하게 남은 한국팀이다.

한국팬들도 적지 않게 응원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드컵 4강 직관 후기.jpg

코스프레 이벤트 코너 개꿀

한국이 이겨서 더 개꿀

그런데 현장에 중국인들 엄청 많음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림

└ㄹㅇ? 한국인데?

└중국팬들 겁나 무서워. 근처 좌석에 앉았는데 눈치 보여서 한국 응원 못했음ㅠ.ㅠ

└그건 에반데;;

글쓴이-근데 진짜 중국인들 무섭긴 해. 단체 행동이 기본이라

현장에 중국인들이 그렇게나 많다더라?

사실 그럴 만도 한 일이다.

2일 연속 중국팀 경기가 예정돼있다.

그러다 보니 날 잡고 온 중국 관광객들이 엄청나다!

작정하고 온 그들은 기세 또한 무섭다.

한국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 몬테소리 그거 해봐 그거!

세계 최고의 원딜은 나메이다. 그러니까 내가 클끼리보다 돈을 더 받는 거다

※실제로 한 말

└이륙을 허가한다

└빠른 이륙ㅋㅋㅋ

└만능짤ㅋㅋㅋㅋ

└응 EDC 개발렸어~ 삼선 레드 무패야^^

압도적으로 EDC를 이겨버렸다.

외국 해설진의 발언이 무색하게도.

오히려 임프트와 맏따의 듀오가 EDC 봇라인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물론 이는 시즌 초에 나왔던 발언이다.

삼선 레드가 아직 주목 받지 못하던 때 말이다.

한국 내에서도 솔직히 관심 별로 없었는데 까보니까 제일 잘해?

─임프트: 와 점프 실패해서 죽을 뻔했다 그치 형?

웃어?

└맏따 씹정색ㅋㅋㅋㅋㅋ

└에이, 이 형 또 어금니 꽉 깨문다ㅎㅎ

└고정하심씨오 맏따!!

└LCK의 빛! 희망! 갓!

한국의 모든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이 기도를 하며 응원한다.

관심이 집중되자 인기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삼선 레드가 EDC를 꺾고 결승전 진출을 확정.

한국팬들은 크게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아직 롤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EDC의 나메이가 그렇게 고평가를 받았다고?

그러면 그런 나메이를 이긴 우즈는?

─지금 페북 난리난 우즈 세체원설ㄷㄷ

LPL에서 우즈가 나메이 상대로 항상 이겼대

나메이〈〈〈우즈

└믿고 거르는 페북 난리?

└정보)실제로 중국에서는 우즈〉나메이임

└우즈 인기가 개쩐다고 듣기는 들었는데……

물론 일방적인 여론은 아니다.

서포터인 밍첸빨 덕에 결과적으로 이길 뿐이다.

외국 해설진이 EDC의 원딜러인 나메이를 고평가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원래 봇은 라인전 둘이 하는 거다.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삼선 레드가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팬들에게 Royal Club은 삼선 레드와도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유일하게 남은 중국팀.

심지어 가장 인기도 많고, 주목과 기대가 쏟아지던 Royal Club이다.

지난 롤드컵 준우승을 거둔 팀인 만큼 당연하다.

이번에야 말로 보여줄 시기가 아닌가?

롤드컵 4강 2일차.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이 시끌벅적할 만도 하다.

* * *

일요일.

한 주의 마지막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휴일로 지정한 날이다.

어제 토요일 이상으로 올림픽체조경기장이 북적거린다.

그 이유는 비단 휴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는 롤드컵 4강이 치러지기 때문이고.

"밥 나눠드려요! 음료수도 있어요! 공짜니까 마음껏 받아가세요!"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밥을 나눠준다고?

음료수도 있어?

씨발 아저씨가 무료급식소를 신설했나?

그렇지가 않다.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퀄리티가 아니다.

큐브 스테이크가 얹어진 강남역 길거리의 밥차에서나 팔 것 같은 음식이다.

음료수도 종이컵이 아닌 플라스틱 컵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런 것치고는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다.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RNG 밥차 등장. Royal Club은 승리만 해! 음식은 우리가 쏜다.」

「롤드컵에 Royal Club 'Uzeu' 커피가 있다고?」

「[기자석] LCK '홈코트' 만들어버린 Royal Club 팬들의 환호.」

중국팀 Royal Club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나눔에 나섰다.

외지에 온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팀의 위세를 자랑한다!

한국인들도 오면 얼마든지 공짜로 밥과 음료수를 나눠준다.

─현장인데 Royal Club 무료 밥이랑 음료수 먹는다 ㅍㅌㅊ?

중국산이라 혹시 했는데 맛있네

Royal Club성님들 덕분에 낭낭하게 점심 먹습니다 ^오^

└어휴, 매국노 새끼 그걸 먹고 싶냐?

글쓴이-먹는 게 뭐 어때서?

└밥은 죄가 아니지……

└근데 음료수에 우즈 사진 있는 거 실화?ㅋㅋ

Royal Club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선수다.

지난 2013 롤드컵 결승 진출을 이룬 에이스이기도 하다.

논란도 있고, 밉상도 있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해.

적어도 중국의 롤팬들에게는 그 이상 가는 스타가 없다.

명실상부 중체원!

시즌3 준우승에 빛나는 실력자!

Royal Club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중국팬들로 인해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론 한국팬분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북미에서 건너온 서양팬분들도 엄청 많아요! 하지만 언제나 숫자는 상대적인 거라서…….〉

한국의 롤드컵 중계석.

진용준 캐스터가 현장의 상황을 조금 전달하다.

믿기지가 않지만 중국팬들이 과반수 이상의 좌석을 점령했다.

무려 1만 5천석에 달하는 좌석 수다.

준결승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일 정도.

그에 반해 한국팬들은 대체적으로 현장 관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본다.

그러한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국팀의 경기가 아니기도 하다.

〈토이치TV…… 시즌1 월드 챔피언컵 이후 최초로 4강에 진출한 북미팀의 경기를 보실 예정입니다.〉

〈최초인가요?〉

〈예, 최초입니다. 유럽팀은 올라온 적이 있는데 북미만 유독 성적이 저조했거든요?〉

하지만 보란 듯이 성적을 내며 파죽지세로 올라오고 있다.

그 주역은 레전설!

북미팬들에게는 가히 꿈과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반대로 중국팬들에게는 어떨까?

〈중국에서 Royal Club과 우즈 선수의 입지는 대단합니다. 그런데 그런 우즈 선수와 솔로랭크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저도 들은 바가 있어요. 사건이 좀 있었죠?〉

처음에는 한국 사람 맞냐?

북미 선수인 거 아니야?

비역슨이랑 친구라던데?

정보가 애매모호했지만 롤드컵을 치르며, 상대팀인 토이치TV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바로잡아졌다.

레전설, 확실하게 한국인 선수가 맞구나.

그렇다면 일부러 시비를 건 거였구나?

인터넷에 떠오른 기사 하나가 불난 집에 부채질, 아니 기름을 퍼붓는다.

우즈가 인터뷰를 했듯 레전설도 마찬가지다.

우즈의 기사가 한국에 퍼졌듯, 레전설의 기사도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레전설 선수는 간단하게 말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이게 참 별 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싸움 좋아하는 클끼리 해설이 신이 나서 떠든다.

단순하게 잘 싸워보자.

그런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현 시각 우즈 제대로 좆된 이유

Q. 최근 'Uzeu' 우즈 선수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우즈 선수가 기대하는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참교육 확정

└레전설ㅋㅋㅋㅋㅋㅋ

└빛 전 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게 만든다는 건가?ㅋㅋ

└사탄도 공중제비 돌 드립이네

뭐, 아닐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본인의 속마음을 쏙 빼서 알 수는 없다.

적어도 중국팬들은 적의라 해석했고 그렇기에 더욱 경기장이 반쯤 중국 현지화가 되었다.

〈시청자분들에게는 안 들릴 수도 있지만 중국팬들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한국에 있는 건지, 중국에 있는 건지 헷갈려요!〉

김은준 해설도, 진용준 캐스터도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인 편파 응원.

클끼리 해설이 드립을 더한다.

〈관중의 대다수는 중국인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악당이 되는 셈인가? 재미있군! 악당 출현 BAAAM! 이런 느낌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북미팀.

시즌1 이후 최초 4강 진출.

토이치TV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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