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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13화 (31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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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아웃 스테이지 -->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롤 유저라면 특히 더 그러하다.

이는 해설진도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아니준이 또!

-아니, 진짜 어이없긴 하다

-김은준 뒷목 잡으려고 그럼ㅋㅋ

실수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광경이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치명적이다.

김은준 해설이 말을 잇는다.

〈노텀 첫 궁이 실패를 넘어서 결과적인 갱승까지 되었습니다. 이거는 1데스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보면…… 하, 되겠네요.〉

잔잔하게 흘러가던 게임이었다.

양팀 정글러가 모두 갱킹과는 인연이 멀다.

탑과 봇도 라인전 성향이 공격적이지 않다.

KTX 롤러코스터 A팀으로서는 오히려 기회다.

무난하게 레벨링한 노텀.

첫 번째 궁극기를 성공만 시키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 대상이 레전설이라면 더더욱 낭보.

그런데 역으로 갱승을 내고 말았다.

상대의 대처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슈우욱-!

노텀의 궁극기는 노린 타겟을 무조건 따라간다.

쓰렉귀가 랜턴을 던지자 그대로 쭈욱-!

거의 우주 끝까지 따라가는 기분이다.

심지어 랜턴을 던진 쓰렉귀가 점멸까지 썼다.

포탑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 맞고 당겨진다.

김은준 해설이 어이를 상실할 만도 하다.

〈월척이에요 월척!〉

〈노텀을 포탑까지 납치해서 죽인다…… 다시 보니까 확실히 설계 같습니다.〉

단순한 슈퍼 세이브에서 그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리플레이로 다시 보자 확실하게 설계.

농락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클끼리 해설이 상황을 한 마디 드립으로 정리한다.

〈하늘에서 떨어진 300원, 아니 400원! 실수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번 롤드컵 명장면 중 하나로 기록 될 거라고 봅니다.〉

-까메오 진짜ㅋㅋㅋㅋㅋㅋ

-저건 실드 불가능

-왜 이렇게 추해졌냐 까메오

지난 섬머 시즌만 해도 세체정 분위기를 살짝 풍기던 까메오다.

롤드컵 선발전에서 위태위태.

롤드컵 본선에서는 중국팀 Royal Club을 상대로 폼을 구겼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경기.

도저히 상태가 말이 아니다.

1,2세트를 패배한 건 둘째 치고 방금 장면이 워낙 임팩트 깊다.

─ToichiTV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그에 반해 상대는 시도 때도 없이 캐리한다.

플레이 또한 무리 그 자체.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니 필연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역시 이즈레알은 앞비전! 물론 땄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그런데 땄지 않습니까? 그러면 해도 되죠!〉

진용준 캐스터가 맞장구를 친다.

이즈레알의 단독 공연이 시작됐다는 느낌의 경기다.

노텀의 첫 궁 실패와 갱승 이후 스노우볼이 격하게 굴러간다.

〈KTX가 어떻게든 풀려면 결국 노텀의 궁부터 시작해야 하잖아요. 근데 지금 5분이 넘도록 불을 못 끄고 있어요.〉

풀려면 어떻게든 한 번 저지라도 해야 한다.

그조차 시도를 못하고 있는 KTX A팀.

물론 갱승을 내는 것보다야 낫기는 하겠지만.

〈노텀의 궁은 와인이 아닙니다.〉

〈묵혀봤자 좋을 게 없다는 의미죠?〉

〈지속적인 갱이 안되는 만큼 궁쿨이 돌 때마다 확실한 이득을 하나씩 챙겨야 하는데 못하면…… 이렇게 무난하게 지는 스토리밖에 갈 수가 없는 거에요.〉

김은준 해설의 쓴소리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만다.

아무리 낙관적인 성격이라도 정도가 있다.

대차게 던지자 뭐지? 컨디션이 안 좋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를 가만히 봐줄 만한 선수도 팀도 아니다.

토이치TV의 매서운 공세에 서서히 굳혀진다.

특히 킬을 먹고 캐리하고 있는 레전설의 활약.

〈이 정도로 잘 큰 이상 전 세트와 마찬가지입니다. 레전설 굳이 다른데 안 가요. 미드 강제로 뚫어버릴 생각입니다.〉

자신이 잘 컸다는 사실을 보란 듯이 활용한다.

생존기조차 성큼성큼 딜링으로 쏟아 붓는다.

상대의 수성을 반강제로 뚫어내는데 이르렀고.

〈앞비전을 하는데 리스크가 너무 없습니다.〉

〈앞비전 하고 쓰렉귀가 랜턴으로 당겨오면 노리스크 아닙니까~!〉

이를 까메오의 노텀이 저지를 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단계적으로 증명됐다.

〈폭풍 성장한 이즈레알이 앞비전으로 딜박기 시작했고, 이제 대치하다가 한 명 갑자기 순삭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김은준 해설의 예상은 이윽고 현실이 된다.

이즈레알이 앞비전으로 노텀을 미친 듯이 팬다.

노텀은 불을 끄고 점멸로 빠졌지만.

샤라라락-!

이즈레알의 정조준 사격이 정확하게 예상 위치를 긁는다.

까메오의 노텀이 아무것도 못하고, 궁극기도 빠진 채 죽는다.

-까메오 폼 완전히 구겼네

-3 대 빵 실화냐……?

-한국팀 최초 롤드컵 광탈!

-레전설이 사고 쳤네 사고 쳤어

3 대 0이라는 깔끔한 전적.

세 번째 세트조차 KTX 롤러코스터 A는 패배했다.

토이치TV가 롤드컵 본선 4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

* * *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8강.

단 2일만에 모든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인 지역 리그와 달리 롤드컵은 빠르게 빠르게 치러진다.

전세계에서 팀들이 오다 보니 관리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비용이라던가 여러가지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사이에 이뤄진 격전.

「삼선 레드 얼라이언스 상대 완승……」

「EDC, 기세등등한 Cloud7 꺾어……」

「충격의 전패, KTX 롤러코스터 A……」

충분히 그럴 만했던 경기도 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난 결과도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관련된 화두가 터져 나온다.

─???: 까메오 노텀 대비 완벽하게 해놨는데 아깝네……

평소에도 불 끄고 지내는데

└뇌 신

└전력 절약이 생활화되신

└ㅋㅋ삼선 지금 비상 걸렸을 듯

앞서 허무히 떨어진 Cloud7과는 달랐다.

실력적인 우위를 보여주며 4강 진출을 확정.

경기를 본 모든 게임단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노텀이 포탑까지 끌려 들어가냐?

쓰렉귀 랜턴 타이밍부터가 완전히 뽀록이네.

운빨이 안 좋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TX 롤러코스터 A가 토이치TV 상대로 상성이 안 좋았던 게

KTX가 한국팀 치고는 운영이 빈약하잖아?

힘 대 힘 불도저 싸움 하면 밀릴 수 있다고 봤어

더불어 상성의 차이.

상대 전적 우위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팀마다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이 존재한다.

불포켓몬이 풀포켓몬을 이기지만, 물포켓몬한테는 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진 힘의 총량은 같아도 상성에서 밀릴 수 있다.

KTX A팀과 토이치TV의 관계가 그런 거 아닐까?

─전용준(마무리 멘트): 자, KTX 롤러코스터 A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났지만

또 아직 삼선 갤럭시 블루가 남아있기 때문에!

└성지글!

└빛보다 빠른 손절ㅋㅋㅋㅋㅋ

└경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탈락시키고 있었누ㅋㅋㅋㅋㅋㅋ

애초부터 불안했었다

까메오가 결승전 이후로 많이 나태해진 감이 있다.

전력과 상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질 만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변수라던가, 아니면 실수를 했다던가 그래서 진 게 아니라 확실하게 실력적으로 토이치TV가 KTX 롤러코스터 A보다 우위였습니다. 충분히 질 만한 경기였고 패배했습니다 LCK.〉

김은준 해설이 경기가 끝나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실력적으로 딸리니까 진 거지.

지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

구차하게 구구절절 변명을 늘여 놓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것이 LCK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음 경기도 LCK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삼선 블루 대 Royal Club.

LCK 위기설이 도래한다.

* * *

한가로운 주말, 그것도 일요일이다.

심지어 가장 기대되는 경기들이 몰렸다.

〈8강 1일차, 어제 경기도 굉장히 중요도가 높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솔직히 오늘 만큼은 아니잖아요?〉

김은준 해설이 해맑다.

앞선 경기가 워낙 속이 뻥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다음 진행될 경기도 수준 높은 두 팀간의 대결이다.

〈이번 롤드컵이 이변도 많았고, 서구권의 강세도 눈여겨 볼 만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가장 이목을 모았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보고 있습니다.〉

〈지난 롤드컵 결승전도 그렇고 그게 통계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으니까요!〉

진용준 캐스터의 맞장구대로 2013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컵.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었다.

심지어 Royal Club이다.

〈논란이 있는 선수이긴 해도 실력적으로는 확실해요. 그러니까 Royal Club도 우즈 선수를 밀어주는 것이기도 하겠고요.〉

Royal Club은 무려 시즌3 준우승에 빛나는 팀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강팀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바로 그 SKY T1 K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3 대 0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끝을 맺긴 했지만…….〉

〈저력을 가진 팀이라는 소리 아닙니까? 패배를 밑거름 삼아 분명히 발전했을 거거든요!〉

하지만 결국 한국팀을 상대로는 안되지.

삼선 블루는 스프링 시즌 우승, 섬머 시즌 준우승에 빛나는 LCK 최강팀 중 하나다.

SKY T1 K가 흔들리며 롤드컵 진출조차 못한 현재 가장 믿음직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삼선 블루가.

─레드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파괴된 포탑이 신호탄이 되었다.

마지막 한 방.

욕심내는 것만으로도 대회 무대에서는 치명적인 빈틈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미드 2차를 깨야 글로벌 골드 격차가 좁혀진다.

삼선 블루의 원딜러 알파카는 치고서 바로 빠져나왔지만.

이~쿠우!

마치 바람처럼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리심이 와드 방호와 점멸로 아름답게 찼다.

이제는 리심의 기본 소양이 된 아웃섹킥.

본좌에게서 펼쳐지자 역시 다르다.

〈아니…… 하!〉

김은준 해설의 말문이 막힌다.

막힌 이유가 스로잉을 봤기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못한 게 아니라 서로 워낙 잘했고 날카로웠다.

리심이 궁극기로 하뜨의 브라운을 차버렸다.

꼬치 꿰이듯 당구킥!

그 바람에 하필 알파카의 점프가 끊겼다.

─Royal 우즈님이 SAMSUN 하뜨님을 처치했습니다!

우즈의 토이치가 프리딜을 박는다.

하뜨가 방패를 들었지만 위치가 너무 안 좋다.

무엇보다 우즈가 알파카에 비해 손색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하뜨의 방패가 뚫리자 그 다음은 알파카다.

나머지 적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중요한 한타에서 Royal Club이 대승.

〈리심 그 자체 아웃섹! 중체원 우즈! 임팩트 있게 증명하네요.〉

한국팀이 져서 아쉬운 것도 한두 번이다.

이미 앞서 3 대 0으로 패배를 했다.

그리고 또다시 2 대 0.

두 번째 세트를 내주며 침몰 직전의 위기에 봉착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김은준 해설은 그냥 박수.

상대가 잘 싸웠는데 이걸 뭐 어떻게 하겠나?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LCK가 1부 리그, 오만한 자리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 지난 1년간 해외 리그도 LCK 이상으로 성장했고 이게 그 결과입니다.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상대서 잘해서 진 거에요. 순수하게!〉

상대를 너무 얕본 감이 있다.

국제 무대임을 고려 안 하고 LCK식으로만 싸웠다.

중국팀 Royal Club의 전투력을 생각하지 못한 채 한타를 해 대패.

세 번째 세트가 남아있기는 하다.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역전 가능하다.

중계진이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요~! 삼선 블루, 역전할 기량이 있는 선수들 아니겠습니까?〉

〈다전제 최고의 스토리인 패패승승승! 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나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앞선 경기에서도 늘여 놓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승산이라도 보였다.

클끼리 해설도 보다 바쁘게 입을 놀리며 해결책을 강구했다.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Royal Club의 기세가 매섭다는 의미다.

이윽고 치러진 삼선 블루 대 Royal Club의 세 번째 세트.

「LCK, 충격의 2연패. 이대로 괜찮은가?」

「더 이상의 순항은 없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LCK.」

「전문가가 바라보는 한국팀 패배의 이유. 변화의 시기가 왔다.」

3 대 0으로 또다시 대패하며 여론을 술렁이게 만든다.

한 팀도 아니고 두 팀이나 탈락하다니?

위기론까지 불거지며 시끌벅적해진다.

그러한 와중.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우즈의 충격적인 인터뷰가 주목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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