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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아웃 스테이지 -->
간혹 오해를 빚을 수도 있는 일이다.
무리를 한다.
일단 아군핑이 다섯 번 연속으로 찍힌다.
특히 캐리 중에 던지면 그 파급 효과는 대단하다.
잘 이어지던 게임의 흐름이 뚝- 끊길 정도로.
그만큼 롤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근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안 좋은 행위가 아니야.'
애초에 부정확한 표현이다.
롤이 무슨 스타크래프트도 아니고.
'마린 하나, 히드라 한 마리처럼 강함의 수치가 정확하게 표시돼 있는 게 아니잖아?'
마린이 카이팅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히드라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 테면 벌처 대 질럿.
플레이어의 컨트롤 여하에 따라 승자가 바뀌는 상성 관계다.
롤은 결국 이를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게 해낼 뿐인 게임이다.
「내가 왔다! 하하!」
미드 2차 포탑을 깨고 억제 포탑을 압박하던 도중.
봇에서 올라온 토이치 은신을 풀고 깔짝댄다.
제 딴에는 견제라도 해볼 속셈이었겠지만.
'그런데 뭐 어쩌라고.'
이제 겨우 몰락 하나 갖춰진 토이치다.
은신이고 나발이고 1도 위협이 안된다.
갑자기 나타났다고 빼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타, 탕!
푸슝!
꿰뚫는 불길과 함께 정확히 네 대 박아주자 정신을 차린다.
힐과 함께 점멸로 내뺀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적진 깊숙한 안쪽이다.
상대 토이치가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다.
어두워지며 곧 있을 사건사고를 예견하지만.
두다다다다!
노텀의 궁극기는 무조건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적당한 타이밍에 궁극기를 연사해 놓는다.
날아오는 과정에서 노텀은 걸레짝.
─적을 처치했습니다!
가볍게 두들기면 죽는다.
코리아나와 파이어뱃의 궁극기가 연계되긴 했다.
하지만 주력딜인 노텀이 녹아버려서 의미가 없다.
오히려 두 번째 제물로 쉽게 연결이 된다.
코리아나가 궁극기를 썼다는 것.
노텀의 묫자리 근처에 있었다는 소리다.
구슬이 자동 회수가 되지 않으려면 당연하다.
불이 꺼졌어도 위치는 대략 추측이 간다.
필연적으로 미드일 수밖에 없고.
타, 탕!
앞대쉬 점멸과 함께 코리아나의 미간에 총알이 박힌다.
맞딜이 성립할 격차가 아니다.
하물며 이쪽은 피흡까지 된다.
뒤늦게 점멸로 도망간다고 몰락을 빤 시점에서 죽어있다.
─더블 킬!
하지만 상대는 아직 더 있다.
보다 뒤에서 토이치가 카이팅한다.
궁극기를 켜고 꼼지락꼼지락 쏘고는 있는데.
'이 정도로 잘 커서 쿨감 갖춰지면 무한 대쉬야.'
한 번 더 대쉬와 함께 평타.
토이치는 몰락으로 거리를 벌리며 열심히 화살을 쏜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며 뒤를 돌아준다.
후욱-!
등 뒤에서 나타난 쇈이 도발 점멸로 그어버린다.
칼빵과 함께 토이치는 사망.
하지만 필리언의 부활로 당장은 살아난다.
그리고 곧 다시 죽어버린다.
─트리플 킬!
ToichiTV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달려온 힐라카의 힐을 받으면 안전하게.
그 사이에 나머지 한 명도 결국 잡힌다.
─ToichiTV 트리플리프트님이 KTX 선데이님을 처치했습니다!
노텀이 불을 껐을 때 뒷텔을 탄 모양이다.
위치는 특정 되지 않지만 날이 밝으면 보인다.
필리언을 제외한 적들이 모두 죽으며 사실상의 마무리가 뜬다.
* * *
푸슝!
타, 탕!
부시안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그 속도가 굉장히 심상치 않다.
〈공격 속도도 빠르고 쿨타임 감소도 갖출 만큼 갖춰서……화력이 괴물입니다 괴물.〉
클끼리 해설의 표현대로 괴물이다.
하지만 잡고 있는 상대도 괴물이다.
소환자의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오브젝트의 바론 백작.
─ToichiTV레전설님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괴물이 괴물을 잡기 위한 괴물 사냥꾼을 갖췄다.
불타는 섬광의 스택이 갖춰지자 살살 녹는다.
쓰렉귀와 함께 가볍게 2인 바론.
〈섬광이 챔피언 상대로도 세지만 진짜 빛을 발할 때는 오브젝트 잡을 때거든요? 2인인데 2인이 아니에요.〉
〈막말로 지금 KTX 롤러코스터 A가 전력으로 바론을 쳐도 부시안 혼자 치는 것보다 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눈대중을 해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비유의 한 방법에 불과하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부시안 미치게 잘 컸다……
-탱커도 없는데 딜 감당 가능?
-스치는 순간 그냥 순서대로 녹을 듯
지나치게 잘 성장한 부시안.
시청자들의 예상은 이윽고 현실이 된다.
─더블 킬!
트리플 킬!
한타라는 말조차 무색하다.
적진에 들어가서 홀로 쓸어 담는다.
물론 KTX의 선수들도 나름대로 반항을 하지만.
〈쇈에 힐라카가 보조해주는 저 괴물 부시안을 막을 방법이 없죠.〉
〈여차해도 쓰렉귀가 랜턴 던져서 빼내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
한타라는 단어조차 무색하다.
부시안의 사격장이 KTX 본진의 한복판에서 열린다.
감탄스러운 데미지를 잠시 구경하자 두 번째 세트가 끝난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2패를 했다는 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거에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 다음 세트로 끝이 날 수 있습니다.〉
한국팀이 연달아 2패를 했다.
그것도 초중반부터 압도적인 격차로.
김은준 해설이 첫 세트 패배 때와는 달리 엄중해진 목소리로 지적한다.
클끼리 해설은 약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전할 방법은 있습니다! 제가 다전제에서 패패승승승 많이 해보기도 했고, 당해보기도 해서 잘 알아요.〉
〈클끼리 해설 정도면 거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ㅇㅈ
-용준좌도 ㅇㅈㅋㅋㅋㅋ
-얼밤이 패패승승승 전문가긴 했지
-할 말은 한다 클카콜라!
현역 시절 패패승승승과 유난히 연관이 깊었다.
그런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혹은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관찰력이 뛰어나다.
〈KTX가 지기는 했지만 불리한 와중에 교전 타이밍과 설계는 좋았습니다. 충분히 긍정적으로 봐도 될 정도로!〉
그전에 워낙 격차가 벌어진 것이 패인이다.
반대로 벌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승산을 논할 수 있었다.
고로 다음 세트에서 KTX 롤러코스터 A팀이 목표할 방안은 확연해진다.
〈초반을 무난하게 넘길 수만 있다면 상대의 공격성을 역이용해서 훌륭한 설계, 보여줄 기량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약팀의 입장에 서는 클끼리 해설이다.
역전의 명가 얼밤 출신답게 지는 팀 입장에서 이길 방법을 모색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인식했다는 소리다.
어느 쪽이 약팀이고 어느 쪽이 강팀인지.
토이치TV 대 KTX 롤러코스터A의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 * *
이어진 세 번째 세트.
작전 타임까지 요구하며 지체됐다.
그런 것 치고는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원래 그렇기는 해.'
막다른 골목에 몰릴수록 사람은 익숙하고, 가장 믿음직한 것을 찾게 된다.
스스로에게 말이다.
KTX 롤러코스터 A팀이 섬머 시즌 승리할 수 있었던 원천과도 같은 조합.
두 번째 세트에서 했던 노텀과 필리언을 그대로 가져갔다.
자신들의 조합은 유지하며 대신 밴으로 변화를 꾀했다.
아무래도 부시안이 많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부시안이 초중반에 워낙 세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저격밴이다.
다른 챔피언으로는 주도적인 플레이가 힘들다.
마이도, 헤일도, 이즈도 템 나오기 전까지는 약하다.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윽고 시작된 세 번째 세트.
꿩 대신 닭이라고 이즈레알을 골랐다.
당연히 이전 세트처럼 초반부터 거센 압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즈도 부시안보다 좋은 게 딱 하나 있다.
1레벨에 겁나 세다는 점.
준비해온 전략을 유감 없이 실행한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적 정글에 달린다.
대회는 물론 솔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베다.
흔히 볼 수 있기에 대처법은 기본적으로 숙지한다.
'솔랭 마냥 흡연충만 없으면 돼.'
미리 나가서 체크하고 있으면 최소 죽을 일은 없다.
상대는 역시나 나와 있었고 체크 당했다.
하지만 본다고 전부 대처가 가능한 건 아니다.
1레벨 인베 조합에서 아군이 훨씬 더 강하다.
이즈레알 뿐만 아니라 쇈, 쓰렉귀도.
반대로 1레벨의 노텀, 필리언은.
'샌드백이지.'
툭! 마법 화살을 쏘자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따라가서 한 대 더.
맞히자 적 레드 지역을 쉽게 장악한다.
상대는 들어올 생각도 하지 못한다.
쓰렉귀의 선고, 쇈의 도발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가 실행할 바는 당연히 역버프.
자연스럽게 연상되기에 단체로 귀환을 탄다.
─아군이 적 블루 지역에 가고 있음을 알림!
쇈과 쓰렉귀와 함께 3인 늦인베.
도착하자 슬슬 버프가 젠이 될 타이밍이다.
와드를 박아두었는지 백무빙을 치고 있지만.
'뭐 어쩔 건데?'
뚜벅뚜벅 걸어가서 툭! 툭!
1레벨 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이즈레알이다.
강려크함을 마음껏 즐기며 상대 정글에 강제로 진입한다.
안되겠다 싶은 노텀은 아래로 빠진다.
레드부터 먹겠다는 속셈이다.
이후 아군 블루까지 먹으면 큰 손해는 아니라고 여기겠지만.
"블루 먹고 시작하면 세게 압박할 수 있겠는데?"
"쟤네 노텀이 이판사판 봇 찌를 수 있으니까 당겨."
"Okay. Okay!"
신이 난 트리플리프트를 가라앉힌다.
아군 봇듀오가 블루를 대신 먹었다.
손쉽게 3버프 컨트롤을 하고 시작한다.
* * *
조금, 아니 심각히 당황스럽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늘 헤실헤실 웃는 까메오의 입가조차 웃음기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우리가 레벨링 더 빠를 테고 결국 6레벨 되면 따라잡는 차이니까 천천히 가자 천천히."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서포터 하찬은.
팀의 맏형으로서 메인 오더를 맡고 있다.
개인 기량은 솔직하게 떨어지지만 이렇듯 침착한 모습과 수준 높은 오더가 단점을 메꾼다.
무엇보다 필리언.
존재만으로도 팀에게 유의미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추가 경험치 8%가 쌓이고 쌓이면 1레벨이 앞서는 타이밍이 온다.
정글러인 까메오의 노텀을 필두로 그 타이밍에 이득을 볼 생각이다.
그럴 수 있는 판은 차차 그려지고 있다.
그도 그럴게 이전 세트와 달리 상대 미드&정글의 공세가 강하지 않다.
"까메오, 6레벨 얼마나 남았어?"
"엉~ 거의 다 됐어. 금방이야 금방!"
"아니, 정확히 몇 캠프 남았냐고."
조금 신경질적인 물음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세트 연속 정글 차이로 패배한 꼴이다.
그럼에도 태도가 진중하지 않으니 짜증이 난다.
대회든 솔로랭크드 미드&정글이 차이나면 역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KTX 롤러코스터 A가 봇에 특별히 강점을 가진 팀도 아니다.
오히려 서포터의 발 빠른 백업과 설계로 미드&정글을 밀어주는 팀이다.
밀어줬음에도 패배.
3버프 설계까지 당하자 답답함이 북받친다.
하지만 원래 노텀이라는 챔프가 초반 주도권이 없는 챔피언이고, 첫 궁을 성공시키는 것으로 게임을 푸는 정글러다.
까메오는 노텀 장인답게 그 성공률이 무척 높다.
굉장히 날카롭게 궁극기를 쓸 줄 안다.
믿는 것밖에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미드각 나오는데? 드디어 내 실력을 보여줄 차례인가? 으컁컁컁!"
까메오 특유의 돌고래 같은 웃음소리가 팀원들의 고막을 찌른다.
긴장이 이는 순간이다.
글로벌 궁극기답게 쿨타임이 유난히 긴 노텀.
첫 번째 궁극기가 성공하냐, 실패하냐로 희비가 갈린다.
성공시 진 게임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역전의 발판을 다질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대 레전설은 상당히 들 뜬 상태다.
안 그래도 과감한 플레이를 즐겨하는 선수다.
연이은 성공으로 자신감이 한껏 차올랐다.
한 번쯤 오버 플레이가 나올 만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왔다.
이즈레알이 앞비전을 그만 해버리고 말았다.
쿠구구궁!
그 순간 한 치의 지체도 없이 불이 꺼진다.
까메오의 노텀이 미사일처럼 쏘아진다.
코리아나의 구슬까지 달고서.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과 진입각이다.
쓰렉귀는 아직 5레벨.
비전 빠진 이즈레알은 손쉬운 먹잇감이다.
분명 그래야만 했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고요하게 잔잔하던 게임.
첫 번째 신호탄이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쏘아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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