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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311화 (3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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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슝!

타, 탕!

한 줄기 섬광이 미니언을 불태운다.

이후 쏘아지는 두 방의 총격.

'부시안이 리메이크 이후로 괜찮은 픽이 되긴 했어.'

전에는 고르키랑 이즈레알 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챔피언이 안 좋은 건 아닌데 너무 대충 만들었어.

이럴 거면 신규 챔피언 왜 출시했나 궁금했다.

결국 리메이크.

이후로 인파이팅 원딜러라는 특색을 가졌다.

하지만 나는 미드라이너로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다.

타, 탕!

앞대쉬 후 총알을 박아 넣는다.

적팀의 미드라이너 코리아나.

맞딜이 센 챔피언이지만 스킬쿨을 한 번 돌린 부시안보다는 못하다.

'그 어떤 미드도 초반에는 부시안 상대로 맞딜 못 이겨.'

두 방 쏘는 패시브가 워낙 사기다.

문제는 딜교환을 이기고 돌아오는 과정이다.

미니언에게 얻어 맞을 뿐더러 상대 정글러의 날카로운 갱킹.

─아군이 KTX 까메오(노텀)에게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냄!

생존기가 빠졌을 때 갱킹을 오는 건 정글러의 기본 소양이다.

각을 보고 있었던 듯 타이밍 좋게 나타난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문제지.

"와~ 슈퍼 세이브 했어요 주인님."

"목소리에 영혼이 없잖아."

"응, 니 엄마 내 미래의 시어머니."

소름 끼치는 소리 하네!

아무튼 달래가 던진 랜턴을 타고 돌아온다.

상대의 어설픈 갱킹, 나름 날카로웠던 노림수가 무위로 돌린다.

'기왕 쓸 거면 당연히 몰아먹기 조합으로 써야지.'

달래의 참교육을 포함해서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썼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일단 노예 역할을 하는 서포터가 리야가 아니다.

킬각을 잡을 피지컬이 충분하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딜교환을 빡세게 해놨다.

여차하는 순간 모가지를 따버리기 위해.

철썩!

쓰렉귀의 점멸 채찍 쓸기가 코리아나를 당겨온다.

코리아나는 무빙을 치며 점멸 타이밍을 쟀지만.

'걸린 시점에서 이미 죽었어.'

랜턴을 타고 접근해서 앞대쉬로 쏴버린다.

뚜벅이인 이상 반항은 무의미하다.

포탑 안쪽까지 따라가 확인 사살.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깔끔하게 잡고 빠져나온다.

이렇듯 지금껏 했던 몰아먹기 조합과는 다르다.

초반부터 딜이 잘 박히는 챔피언이다.

구태여 섬광이 뜨기를 기다린다거나.

코어템이 나오길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부시안은 원딜 중에서는 드물게도 초반부터 세다.

'그래서 미드 가능성도 있는 거야.'

라인 클리어도 시원하게 된다.

리메이크 이후 푸쉬력이 보다 좋아졌다.

사거리가 짧아졌다는 단점은 물론 있다.

슈우우웅……!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굴리면 그만이다.

달래가 깔은 용앞 와드에 텔레포트를 탄다.

위글의 랜턴을 구입해 왔기 때문에.

─ToichiTV 레전설님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용을 순식간에 토막을 낼 수 있다.

부활한 코리아나가 라인에 도착했을 때는 깔끔하게 먹고 뺀 후다.

미드를 쭉 밀고 정글을 돌고 반복.

'패시브가 평타 두 방이라 섬광 효과도 은근히 잘 받아.'

괜히 미드로 꺼내기 위해 벼르고 있던 게 아니다.

성장이 무난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원딜 챔피언인 만큼 단점 또한 명확하다.

'노텀이라……'

상당히 까다로운 부류의 암살자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글로벌 궁극기.

코리아나의 지원까지 받는다면 몸이 종잇장인 원딜러는 한순간에 찢어진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쪽에서 가면 그만이다.

* * *

경기 시작 초.

혹시나 하고 나오던 이야기다.

〈이렇게 쇈을 선픽으로 가져가면 탑이든 서폿이든 KTX 측에서는 노텀을…… 그렇죠. 안 할 이유가 없죠.〉

-천기누설 은준좌

-까메오는 노텀이지!

-노텀이 쇈 상대로 좋음?

까메오가 노텀을 할 가능성이 높다.

레전설이 미드에 섰다면 더더욱.

이펙트가 쇈을 꺼내면 거의 확정.

〈많은 분들이 쇈이 전략적으로 너무 좋은 픽이다. 무적이 아니냐? 그런 말씀을 많이들 하시잖아요?〉

〈아무도 안 하는데??〉

-응, 클끼리 너 혼자 밀어

-용준좌 정색ㅋㅋㅋㅋ

-쇈무새가 또……

전략적으로 좋은 픽이기 때문에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리고 실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토이치TV는 탑은 물론 서폿으로도 기용했다.

하지만 최근 쇈의 픽률이 저조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를 개인의 숙련도와 조합으로 극복한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파훼한다면 방법이 없다.

〈노텀이 궁을 쓰면 쇈은 아무것도 못합니다.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로 초상화에 쓰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참고로 안돼요.〉

〈클끼리 해설이 쇈 디스를 하니까 너무 어색한데요? 맨날 쇈은 무적의 챔피언이라고 노래를 부르다가!〉

〈제가 언제 노래까지…….〉

노텀은 쇈의 아이덴티티인 궁극기를 봉쇄한다.

불이 켜졌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

이는 1패를 해버린 KTX에게 낭보다.

〈까메오 선수가 시그니처 챔피언인 노텀으로 활약을 해준다면 분위기를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도 밴픽적으로 우세하다.

역전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숨을 곳은 없어!」

쓰렉귀의 그랩이 코리아나를 낚아 챈다.

포탑도 아닌 레드팀의 정글 안.

일촉즉발의 상황에 녹턴이 불을 껐지만.

─ToichiTV 레전설님이 KTX 쿠키님을 처치했습니다!

일어나버린 결과는 바꿀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쓰렉귀가 코리아나를 끌었을 때는 이미 쇈궁이 발동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발동이 된 것까지는 취소할 수 없죠.〉

김은준 해설의 설명대로 어쩔 수가 없다.

게임의 구도가 이렇게 된 이유.

다름 아닌 주도권 때문이다.

〈레전설 선수가 스프링 시즌에 종종 보여줬던 거의 반억지식으로 CS를 몰아먹는 전략인데…… 분명하게 약점이 있거든요?〉

다른 프로팀들이 괜히 안 쓰는 게 아니다.

눈에 띄는 확연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약점이라 함은 바로 주도권.

초중반에 CS만 먹다 보니 다른 걸 못한다.

그렇다고 성장 속도가 두 배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쓴 이유는 아마 미드 때문일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골드 미드!

유리야를 써먹기 위한 방안이 아닐까?

앞으로 다시 쓰일 확률은 낮다.

쓴다고 해도 별 위협이 안된다.

〈그런데 주도권을 계속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적 정글 계속 들어가서 시비 걸고 있어요!〉

〈부시안&쓰렉귀가 봇에서도 센 조합인데 미드에서도 세네요. 방금처럼 한 번 걸리면 그냥 죽습니다.〉

쇈의 궁이 덮어지며 끊고 시작한다.

경기의 향방이 생각과 달리 급속하다.

이런 구도에서는 성장형 챔피언인 노텀이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한 명 더.

KTX 롤러코스터 A의 서포터 하찬은이 째깍째깍 올라온다.

섬머 시즌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필리언이 6레벨을 찍었다.

〈먼저 물려도 필리언이 궁만 잘 써주면 비빌 수가 있긴 한데……〉

필리언은 롤드컵이 보증하는 0티어 픽이다.

아군의 경험치 획득량을 8% 증가시켜주는 패시브.

6레벨이 중요한 노텀과도 상승 효과를 일으켜 KTX가 밴픽을 우월하게 선점했다는 근거가 됐다.

분명 반박할 여지가 없는 정론이지만 약점은 있다.

필리언 승률이 의외로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부활을 해도 의미가 없을 때.

키잉-!

그야말로 사형 선고다.

점멸 선고가 필리언의 멱을 낚아 챈다.

부시안이 스킬쿨 한 번 돌리자 바로 사망.

자신에게 궁극기를 써서 버티기는 했다.

하지만 호응을 해줄 아군이 없다!

글로벌 궁극기는 쿨타임이 매우 길다.

〈쇈도 노텀도 아직 1분 가량 남았습니다. 코리아나가 구슬은 던져보지만 아무 의미가 없죠.〉

김은준 해설이 담담한 어조로 짚는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

아래쪽 정글 주도권을 완벽히 먹혔다.

이는 조합을 고려했을 때 의미가 더욱 크다.

〈코리아나가 블루를 먹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는데 블루도 뺏기고, 정글몹도 뺏기고…… 그러면 자연스레 노텀 섬광 타이밍도 늦어지고요?〉

〈총체적 난국입니다. 용도 뜨는 순간 순삭될 예정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용이 뜨자마자 대기하고 있다가 삭제해버린다.

부시안이 몇 대 톡톡! 쏘자 푹푹! 박힌다.

섬광 템트리를 택한 건 노텀만이 아니다.

그 섬광이 띄워지는 속도도 압도적으로 빠르다.

상대 정글몹까지 뺏어 먹고 있기 때문이다.

킬&어시로 챙기는 스택 또한 쏠쏠하다.

〈10분인데 섬광 벌써 20스택 넘었어요. 정글만 돈 노텀보다 빠릅니다. 뜨는 순간 화력 차이가 하늘과 땅!〉

클끼리 해설의 예고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9할.

그 이전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게 KTX다.

남은 시간은 길지가 않고 어떻게든 교전을 열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쿠구구궁!

울며 겨자 먹기로 불을 끈다.

쇈이 백업을 오기 전에 결판을 내야 한다.

까메오의 노텀이 점멸 빠진 쓰렉귀를 향해 쏘아진다.

그 순간.

탑라이너 선데이의 텔레포트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상대의 공격적인 정글 침입을 역이용하여 설계하겠다.

「기가 갤럭시 브레이커!」

불바다 미사일이 대지를 뜨겁게 적신다.

노텀과의 연계로 코리아나 궁도 깔끔하게 들어갔다.

일단 원하는 바를 이루고서 시작한다.

─KTX 까메오님이 ToichiTV 달래님을 처치했습니다!

관중석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현장에는 그녀의 팬들이 한가득 찾아와 있다.

하지만 죽기 직전 던진 선고가 마치 사후넨처럼 딱 붙들어 낚았다.

푸슝!

타, 탕!

쓰렉귀가 죽어도 선고의 스턴 효과는 남아있다.

몸이 굳은 노턴을 향해 총구가 불을 뿜는다.

물몸인 노텀은 부시안의 폭딜을 버틸 수 없다.

〈레전설!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궁극기 다 피하면서 잡았습니다. 잡았기는 한데……〉

〈필리언 궁국기가 있어요. 노텀 부활 중이고, 여기서 부시안 한 번만 제압하면 상당히 크거든요?〉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절실한 희망사항이다.

한국팀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 또한.

그런데 도저히 쓰러질 생각을 안 한다.

어둠이 사라지기 전에 못 잡으면 큰일이다.

코리아나와 파이어뱃은 다급해진다.

부시안을 잡기 위해 앞점멸.

하지만 레전설이다.

피지컬이 빛을 발하는 챔피언을 잡았다.

부시안의 미칠 듯한 카이팅이 터져 나오며.

「생명을 내리소서!」

힐라카의 궁극기가 목숨줄까지 잇는다.

이윽고 불이 켜지며 쇈 또한 의지를 잇는다.

단순히 도망간 게 아니라 카이팅을 계속 쳤기 때문에.

─ToichiTV 레전설님이 KTX 선데이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이펙트의 도발 점멸이 두 명에게 적중했다.

부시안이 앞대쉬로 한 명씩 쓸어담는다.

마지막으로 부활에 의해 되살아난 노텀.

〈달래의 복수다! 트리플 킬~!〉

-세나 아님?

-노텀이 달래 죽였으니 달래지ㅋㅋㅋ

-클끼리 드립 신났네

부시안의 궁극기가 노텀을 향해 쏟아지며 마무리.

필리언은 살아 돌아가긴 했지만 별로 의미가 없다.

성장을 잘하든 못하든 어차피 존재 가치는 부활 한 번이다.

그 부활이 더 이상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방금 전 교전은 그 쐐기다.

부시안의 화력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왔다.

〈부시안 섬광 떴습니다. 정석적인 템트리는 아니지만 분명히 셀 거란 말이죠?〉

〈마이처럼 패시브 2타가 있어서 온힛 스킬 효율이 좋거든요. 이를 극대화시킬 생각인지 몰락검까지…… 아무튼 지금 부시안 세상에서 제일 셉니다!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세상에서 제일 세다.

은근히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해설진들이 말하는 세상은 소환자의 전장이다.

10명의 플레이어 중 가장 압도적으로 세다.

이 힘을 한 번쯤 과시하고 싶다.

길 가다가 한 번 걸리기만 하면.

타, 탕!

푸슝!

코리아나를 향해 앞대쉬.

당연히 거리를 안 내줬지만 좁힌다.

몰락검을 쭉 빨고 타워 안쪽까지 따라가 쏘고, 쏘고, 또 쏘고!

〈쓰렉귀가 랜턴으로 슈퍼 세이브까지! 궁없는 노텀은 멀뚱멀뚱 할 수 있는 게 없죠?〉

스노우볼을 강제적으로 굴린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부은 KTX는 이제 뒷심마저 없다.

반대로 토이치TV는 굴릴 여지가 너무 많다.

여지가 없어도 만들어내는 기량이 있는 선수다.

미치도록 성장한 레전설이 소환자의 전장을 지배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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