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09화 (30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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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아웃 스테이지 -->

롤드컵의 그룹 스테이지.

예선과 본선 이후는 토너먼트 리그다.

이를 정식 명칭으로 녹아웃 스테이지라고 부른다.

〈간단하게 한 번 지면 끝! 녹아웃! 그래서 녹아웃 스테이지입니다.〉

〈설명이 좀 어이가 없긴 한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클끼리 해설의 설명을 김은준 해설이 가까스로 긍정한다.

정말로 그러하니 뭐 어쩌겠는가?

8강 본선은 한 번 지는 순간 탈락.

아니, 엄밀히 말하면 세 번 지는 순간 탈락이다.

〈롤챔스와 마찬가지로 5전 3선승제. 익숙한 매치지만 그만큼 변수도 많거든요?〉

〈다전제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단판제랑은 느낌이 전혀 달라요!〉

단판제와 다전제.

한 번 겨루냐, 여러 번 겨루냐의 차이다.

그 차이는 팀의 성향과 선수들의 집중력 등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단판제는 속된 말로 쇼부 한 번 잘 치면 된다.

다전제의 경우는 실시간으로 분석이 이루어진다.

상대의 필살 전략에 한두 번 져도 틈을 메우면 만회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이러한 전략 분석과 안정성은 한국 LCK가 독보적이다.

따라서 조별 리그에서 조금 아쉬웠던 모습들.

8강에서는 다시 위세를 떨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선 레드! 유럽 1위팀 얼라이언스전 완승!」

「중국 EDC, 북미 강호 Cloud7 상대로 침착한 대처 돋보여.」

「그룹 스테이지와 다른 모습?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기대는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치열한 접전이 되리라 대부분 예상했다.

서양팀의 공격성은 인정 받아왔다.

그런데 생각 외로 싱거워?

호전적이고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조별 리그에서 돌풍을 몰고 왔던 서양팀들.

8강 무대에서 중국과 한국팀들에게 의외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렇다고 팀 자체가 약해졌다는 소리는 아니다.

Cloud7는 전패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얼라이언스도 1경기를 화끈하게 따내며 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국 져버린 것 자체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

〈사실 반쯤 예견이 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한가로운 토요일 주말이다.

첫날 진행된 두 경기의 결과.

김은준 해설이 총평 아닌 총평을 내놓는다.

〈한 방 꽝! 붙으면 공격력 센 쪽이 변수를 창출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다전제는 결국……〉

만에 하나 그게 먹혀도 다음 세트에서 바로잡을 수 있다.

이렇듯 필살기성 전략은 많아봐야 한 번 내지 두 번이다.

상대 코치진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예상을 하고 있기에 찌를 수 있는 빈틈은 많지가 않다.

〈조별 리그에서 전력이 드러났다는 것도 없지 않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loud7도 얼라이언스도 자신들이 원하는 바는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두 팀 모두 이 먼 한국땅까지 와서 좋은 경기, 재밌는 경기 팬들께 선사하였습니다.〉

-강 팀 준

-약팀들한테도 그런 따듯한 말 좀 해줘……

-8강 와서 가장 물이 오른 건 김은준인 듯ㅋㅋㅋㅋㅋ

안정적이고 대처에 능한 한국팀이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이는 중국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 중국은 막싸움 좋아하는 지역 아니었어?

일단 싸우고 본다는 이미지가 있는 중국이지만 밴픽은 의외로 강한 편이다.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팀과는 구조적인 면에서 많이 다르다.

─중공군의 최신식 인해전술.jpg

코치가 선수보다 더 많음

└ㅁㅊㅋㅋㅋㅋㅋ 몇 명이냐 대체

└내가 센 것만 정확히 아홉 명

└아니, 치트키 아니냐? 저건 너무 많은데

└6.25가 힘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내 아이큐 150.

네 아이큐 150.

총 300의 머리로 완벽을 작전을 짠다!

9명이면 무려 1350의 완벽 그 이상의 머리다.

그런 합산법이 정확하게 적용될 리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숫자가 많으면 보다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은 밴픽에서 강점을 가진다.

북미와 유럽팀의 8강 탈락.

한국과 중국팀의 4강 진출.

그 감독의 발언이 재평가의 재평가의 재평가의 재평가의 수순을 밟는다.

─알고 보니 롤잘알 그 자체였던 뇌신.jpg

Q. 올해 북미와 유럽 팀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번 해의 롤드컵은 북미팀과 유럽팀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조별 리그가 아닌 8강까지 내다본 발언이었던 것

└아아 소카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이분은 재평가를 대체 몇 번 받아야 만족하지?

└설레발은 한국인 종특이자너ㄹㅇ

한국의 미디어와 네티즌이 성급한 감이 있다는 건 고질적인 문제다.

빨리 달아올라서 빨리 식는다.

하지만 그만큼 호응이 엄청나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다.

삼선 게임단이 다시 국위선양하자 이내 다시 느그팀에서 우리팀이 됐다!

지나쳤던 발언도 날카로웠다고 재평가를 받는다.

이는 행실까지 포함된 평가다.

─최우룡 감독이 해외 선수들의 마인드를 지적했던.EU

[기사 발췌]삼선 갤럭시의 사령탑 최우룡 감독은 토이치TV와의 경기에서 패했지만 표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호되게 야단치면서 태블릿PC 회수와 휴대전화 게임 삭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방콕 타이탄즈를 압도적인 격차로 무찔렀다.

자신들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니, 고등학교도 아니고 압수 실화냐?

└그 꼰대가 또……

└근데 롤드컵 기간에는 빡세게 하는 게 맞지

└ㅇㅇ 성적 냈으면 된 거임

단체 생활에서는 꼰대스러운 것도 필요악이다.

비하 발언이 아니라 성향 자체가 그런 사람이었구나.

뒷받침하는 성적이 완고한 인간성을 멋지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해외쪽 커뮤니티는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아니, 벌써 두 팀이나 탈락했어?

8강에 진출한 서양팀들 중 남은 팀은 이제 단 하나 뿐이다.

─토이치TV까지 패배하면 서양은 완전히 멸망이구나!

심지어 8강 상대가 한국팀이야!

LCK의 섬머 시즌을 우승한 팀이라고!

주최 측에서 서양팀을 떨어뜨리려는 농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Calm Down. 그건 지나친 비약이야

└차라리 중국팀은 싸워보기라도 하는데 한국팀은 운영이……

└삼선 레드의 경기 봤어?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실점을 하지 않아

└한 번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끝이지

불안과 기대 속에 8강 3경기가 막을 올린다.

* * *

부산광역시 해운대.

BEXCO의 오디토리움에서 치러진다

그룹 스테이지가 끝나고 진짜 본선인 8강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여실히 와 닿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부산광역시 해운대! 녹아웃 스테이지 8강 2일차 인사드리는 캐스터 진용준입니다~.〉

8강답게 약 4천 개의 넓은 좌석 수를 자랑한다.

이곳저곳 빼곡하게 메운 관중들과 그 환호가 현장의 열기를 말해준다.

〈어제 경기 결과에 대해 불안해 하는 팬분들도 있고, 역시 한국! E-스포츠 최강국! 자부심을 가지시는 팬분들도 있겠지만 오늘은 많이 다를 수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미가 조금 들떠있다.

이번 롤드컵 가장 선풍적인 다크호스가 출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인정을 하기에는 갈 길이 있는 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토이치TV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시속 200km로 전속력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도 해설진의 역할이다.

클끼리 해설이 토이치TV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를 비유하여 표현한다.

〈직진만 하면 진~짜 센 팀이라는 말씀이시죠?〉

〈예, 반대로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흔들릴 여지가 크다고 봐요.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또 없는 거잖아요?〉

-레전설 까는 기계 시동 걸림?

-부릉부릉~!

-ㄴㄴ 건설적인 비판인 듯

-하긴 슈퍼 플레이 의존도가 너무 높기는 해

빠른 자동차일수록 코너를 돌기 어렵다.

카트라이더만 해봐도 알 수 있는 관성의 법칙이다!

이를 선수 개개인이 가진 피지컬, 드리프트 능력으로 극복해낸다.

하지만 바나나를 밟거나, 적이 물폭탄을 던지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리면 이를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가 있다.

이는 토이치TV뿐만 아니라 서구권팀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다전제에 대한 화두도 불타오르는 지금 토이치TV는 다시 한 번 검증이 필요할 듯합니다.〉

국내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대두되는 이야기다.

잘하기는 엄청 잘하는데 왠지 불안해.

멤버도 많이 바뀌었고, 삐걱대는 모습이 경기 내내 없지 않았다.

-레전설이 달래만 안 갈구면 됨

-그 새끼가 의사소통 문제 일으키는 원인임!

-뭐야, 레전설 적폐였어?ㅋㅋ

물론 이는 이미 이긴 경기에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오버 플레이를 하다가 일어난 사고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상대가 강하다.

8강 C조 토이치TV 대 KTX 롤러코스터 A팀의 경기.

와아아아아-!

한국 LCK의 대표팀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한국에서 열린 만큼 당연히 한국 관광객 수가 가장 많다.

한국팀이 등장했으니 호응이 높을 수밖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까메오 선수,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입니다.〉

〈저 선수는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없어요~. 카메라에 비칠 때 늘 웃고 있지 않습니까?〉

진용준 캐스터의 말대로 늘 웃고 있다.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정글러 까메오 선수.

유쾌하고 활발한 성격과 더불어 실력적인 면까지 주목 받아 주가가 급상승했었다.

-근데 요즘 영 부실하지 않나

-우즈한테 쌉발리고 정색ㅋㅋ

-최단기 퇴물각?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원래 유쾌한 것과 밉살맞은 건 한 끝 차이다.

성향이 워낙 나대는 스타일이다 보니 여러가지 의미로 주목을 받기 쉽다.

그런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토이치TV의 에이스 레전설도 한따까리 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더욱 금일 첫 번째 매치업이 기대를 모은다.

〈스타성! 예로부터 E-스포츠에는 스타 선수들이 많이 탄생했잖아요?〉

〈예로부턴가요?〉

〈예로부터죠! E-스포츠 역사가 거의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대로 스타크래프트 이후 거진 20년이 다 됐다.

반올림을 해야 그렇다는 거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길다.

〈두 선수 모두 각자의 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지 않습니까~? 심지어 스타일도 비슷해요.〉

〈저도 언급을 하려다가 말았던 부분인데…… 확실히 그런 감이 있죠.〉

-클끼리ㅋㅋㅋㅋㅋ

-이때다!

-레전설, 까메오 둘 다 깐죽깐죽 얄밉긴 해

일각에서는 멸망전 느낌이 있다.

지는 순간 한쪽은 무조건 욕 오지게 먹겠네.

까들은 반대쪽 선수의 편을 들으며 커뮤니티 등에서는 뜨거운 화제가 되는 추세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대가 한없이 부푼 양팀의 첫 번째 세트.

그 밴픽이 막이 오르자 가장 먼저 체크하는 건 다름이 아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출전을 했는가?

〈사실 토이치TV는 조합이 어떤 쪽으로 짜여져도 이상하진 않아요. 식스맨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팀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한국 롤챔스 프로팀들.

대부분의 프로팀들이 식스맨을 잘 기용하지 않는다.

식스맨은 사실상 벤치의 동의어라고 해석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유일하게 토이치TV는 에이스가 벤치다.

식스맨 멤버가 무려 레전설.

멀티 포지션으로 활약하며 팀의 전략을 다양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어요. 과연 오늘은 어떤 포지션으로 나오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관점을 바꿔서 접근해보면 유추가 안되는 건 아니니까요.〉

김은준 해설은 특유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해봤다.

과연 오늘은 어떤 포지션으로 나올 것인지.

미드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지었다.

〈KTX는 탑이 강하고 든든해서 강제로 뚫는 건 힘들고, 역시 미드&정글 싸움에 힘을 싣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상대 전적도 있어서 자신감도 있을 테고요.〉

-KTX는 탑이 구멍이 아니지ㅋㅋ

-천주는 구멍임?

-상대적으로 클라스 차이가……

지난 LCK 섬머 시즌 결승전에서 탑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일련의 유추는 곱씹을수록 타당한 근거를 갖췄다.

결과적으로 정말 적중하기도 했다.

〈미드&정글은 미드&정글이긴 한데…….〉

떨떠름한 말미가 당황스러움을 대신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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