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303화 (3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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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잼 -->

대각선의 법칙.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E-스포츠계의 룰이다.

〈임요환 선수가 드랍십을 띄우면 상대는 본진을 방어해야 하잖아요?〉

스타 前프로인 김은준 해설이 과거 이야기를 조금 꺼낸다.

E-스포츠계의 할아버지인 만큼 잘 안다.

모르는 사람도 스치듯 들은 바는 있다.

-역시 전설의 명짤의 주인공!

-온게임넷 엽기대전 스타리그……

-스스로 원심력을 만들어내시는ㅋㅋ

스타크래프트가 다소 생소해진 지금도 기본 개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단어가 가진 뉘앙스에서 대략 유추가 된다.

〈반대로 드랍십 만큼의 병력이 빠진 본대는 약해집니다. 롤에서의 합류 싸움도 결국 골자는 같습니다.〉

-오 그렇긴 하네

-E-스포츠도 만류귀종인가?

-드랍십으로 흔들고, 스플릿으로 흔들고~

골자는 병력의 배분과 그 활용이다.

5대5 팀 게임인 로드 오브 로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상대보다 인원이 많은 쪽에서 뭐라도 이득을 보는 식의 운영.

「해일이당-!」

토이치TV에서 가장 강한 미달리가 없다.

그리고 카직트는 대치 구도에서 무력한 챔피언이다.

삼선 블루가 궁극기를 쏟아부으며 적을 몰아내 포탑을 깬다.

〈미드 1차 부쉈어요! 이러면 숨통이 좀 풀리죠.〉

〈미달리가 마음 놓고 푸쉬할 수가 없어집니다. 여차하면 조일 수가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거든요?〉

운영상의 이득을 가져가는 셈이다.

긍정적인 속보에 한국팬들이 들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가 대항전은 한국을 응원하게 된다.

-확실히 운영으로 가니까 흔들리긴 한다

-한국팀이었으면 라인 클리어 하나는 더 넣었을 텐데

-ㅇㅇ 궁극기 써서라도 막았을 듯

탑라인이 무너지며 흔들렸던 삼선 블루다.

하지만 라인전이 끝난 후 서서히 만회하고 있다.

뭉치며 세다는 조합의 장점을 보란 듯이 살린다.

「커져라~♬」

물론 사이드 라인은 여전히 약하다.

미달리의 푸쉬를 막는데 궁극기가 빠진다.

반대로 말하면 궁극기를 써서 미달리의 스플릿을 한 타이밍 저지했다.

이렇듯 본대가 공격할 때 나머지 약한 쪽은 전력으로 사리며 손해를 안 본다.

한국팀들은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대각선의 법칙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 볼 이야기다.

『임요환의 드랍십.』

유명해진 이유가 단순히 드랍십을 많이 사용해서 일까?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소규모 병력 컨트롤이 말도 안되게 뛰어났기 때문이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레전설의 미달리가 안 빼고 포탑을 부쉈다.

적 본대가 대놓고 합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선 블루는 저 미친 미달리를 잡거나 쫓아내기 위해 조인다.

기동성이 좋은 리심이 가장 바깥쪽으로.

야흐오는 천천히 걸어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발로 한 번 차주기만 하면 궁극기 호응으로 썰어버릴 수 있다.

「변해라~♪」

당하고 당하던 랄라가 점멸 변해라로 미달리를 묶는다.

그 2초 남짓한 사이에 리심이 방호로 접근하며.

이~쿠우!

확실하게 점멸 궁극기로 차버리고 음파를 맞힌다.

근처에 있던 야흐오의 궁극기 호응이 더해진다.

제압을 한다면 점멸이 전혀 아깝지 않다.

─ToichiTV 레전설님이 SAMSUN 다대기님을 처치했습니다!

결과가 조금 의아할 뿐이다.

잡은 자와 잡힌 자가 바뀌었다.

그 이유가 날아오르며 점멸로 다가가 싸캉!

─ToichiTV 달래님이 SAMSUN 천주님을 처치했습니다!

적을 잡거나 어시스트를 먹으면 점프 쿨이 리셋.

다시 날아 리심의 뒤를 잡는다.

리심은 미달리를 잡고 역주행해 달아나려 했지만.

〈아……!! 음파가 빗나갔고 카직트 더블 킬!〉

〈난리났습니다. 3대2인데 삼선 블루가 졌어요. 이러면 미드에서도 토이치TV가 압박을 안 할 이유가 없죠.〉

이 또한 대각선의 법칙이다.

미달리를 마무리했다면 토이치TV도 눈치를 봐야 한다.

근데 죽었네?

상대 아무도 없네?

그리고 너희 궁극기도 없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성장을 못한 탓에 억눌러있던 트리플리프트의 토이치가 슬금슬금 기어갔다.

은신으로 접근해 몰락을 쭉 빨고 퍼붓는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자살 행위다.

잘 큰 고르키는 누커급 순간 폭딜을 자랑한다.

토이치는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찢겨진다.

하지만 이를 버티게 만드는 힐라카의 힐.

와아아아아-!

알파카의 자신감을 역이용한 순간 판단이 관중들을 매혹한다.

스턴각을 보지도 않고 그냥 쏘아버린다.

산다라의 점멸궁이 파바바밧! 박히며.

─ToichiTV 비역슨님이 SAMSUN 알파카님을 처치했습니다!

프레임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맞점멸 반응은 훌륭했다.

하지만 산다라의 궁극기는 타겟팅이다.

토이치의 맹독까지 터지자 깔끔하다.

〈알파카 죽었어요. 대. 형. 사. 고! 미드 막을 사람 사라졌고 이대로 2차까지 쭉…….〉

〈뚫지 않고 바론 가네요. 미달리가 텔을 타면…… 되죠. 카직트도 일단 걸어오고 있습니다.〉

클끼리 해설의 오피셜에 의하면 4대6에서 5대5 사이를 왔다~ 갔다~.

그래도 결국은 한국팀이 굳히는 스토리다.

그렇게 나아가던 게임이 갑작스레.

-으아아아…… 알파카 잘하는데 너무 잘 던져

-팀원 죽으니까 뇌정지 온 듯

-( -ㅅ- )

-그 신수가 또!

부활한 랄라가 허겁지겁 텔레포트를 탔다.

시간을 끌어서 최대한 막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망한 탑랄라와 인어는 그냥 서포터 두 명이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비역슨님이 SAMSUN 천주님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비역슨님이 학살 중입니다!

1+1 이벤트까지 벌어진다.

랄라가 허겁지겁 막으려고 했다.

그러다 날카로운 각도로 날아온 구체에 스쳤다.

스턴에 걸리고 호응이 쏟아지자 종이처럼 찢긴다.

〈이거는 약간 멘탈을 놓은 포지셔닝이었죠?〉

〈점멸 스턴도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안 맞을 수 있는 거였는데…….〉

소위 말하는 멘탈이 터졌다.

틈을 놓칠 만큼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다.

은근히 CS 다 먹으면서 잘 성장한 산다라가 학살을 띄웠다.

긴박했던 약 1분 가량이 리플레이를 통해 짤막하게 편집되어 흘러나온다.

〈미드 1차 부순 데까지는 너무 좋았어요. 이 이후로 특별히 실수한 것도 아닙니다.〉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삼선 블루의 운영은 괜찮았다.

미드 부수고, 랄라 버티고, 본대 합류하고 물 흐르듯.

흐르던 물이 갑자기 피바다가 돼버렸을 뿐이다.

〈여기서 미달리가 무리해서 포탑을 깼고, 삼선 블루는 응징하러 갑니다.〉

〈욕심을 냈으면 죽어야 하는 게 순리 아닙니까?〉

〈아…… 저희도 미처 못 봤는데 카직트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네요.〉

김은준 해설도 카직트의 위치가 당연히 미드 근처일 거라고 생각했다.

미드가 압박 박고 있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카직트는 강가까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용벽을 넘어서 적 정글에 침입했다.

싸캉!

아무 생각 없이 미달리를 향해 가던 야흐오.

은신으로 뒤따라가 내리 찍었다.

아래를 보고 있던 야흐오는 반응이 늦었다.

「우리에게 돈!」

물론 반응을 했다고 해도 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리심의 궁극기에 호응해 미달리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체력이 너무 많이 빠져버렸고.

〈미달리가 물어 뜯으니까 억하고 죽었어요! 삼종신기에 스태틱까지 묻은 한 방이었거든요?〉

〈삼종신기는 많이 봤는데 스태틱의 단도까지 올리나요?〉

〈솔로랭크 장인들이 최근 저 템트리를 밀고 있습니다.〉

진용준 캐스터의 의문대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이다.

써보니까 의외로 괜찮아.

라인 푸쉬에도 도움을 주고 미달리 챔프의 특성상 충전이 쉽다.

미달리 장인들이 밀고 있는 템트리다.

롤챔스에서 출연하며 이목을 사로잡는다.

중요한 건 어째서 미달리와 카직트가 저기에 있고, 이길 수 있었나.

〈본대 합류가 안되니까 미달리를 내주거나 시간을 끌어서 다른 쪽에서 포탑을 깨는 게 정상적인 판단이잖아요?〉

〈그렇죠! 앞서 말했던 드랍십이랑 같은 경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드랍십이 하나 더 출동하면서 삼선 블루의 본대를 박살냈습니다. 2대3으로!〉

어떻게 해야 스펠을 덜 쓰고 미달리를 잡을 수 있을까?

딱 이거 하나 생각하고 있던 삼선 블루다.

뜻하지 않은 교전이 열리자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한 채 무너졌다.

〈토이치TV가 포커싱도 너무 좋았고, 카직트가 점프! 점프! 더블 킬!!〉

〈이 와중에 미드에서는 알파카 선수가 죽었고요. 이거는 약간 역킬각 욕심을 냈었네요.〉

순식간에 게임이 펑! 터져버렸다.

후반 한타를 노리던 근간이 와르르르!

미달리도 더 이상 유통기한을 따지기에는 템이 너무 세고 깔끔하다.

〈미달리가 두 원딜보다도 먼저 무극의 대검이 갖췄습니다.〉

〈이렇게 템이 잘 나오면…… 준원거리 딜러로 전직했다고 봐도 되겠는데요?〉

물론 일반 원딜러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하지만 일반 원딜러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마치 드랍십처럼 게릴라 공세를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다.

〈삼선 블루 당황했습니다. 미달리를 막아야 하나? 본대를 덮쳐야 되나?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게 움직임에서 보여요!〉

〈한타의 삼선 블루가 한타 한 번 못하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왔습니다.〉

수가 더 많으면 이겨야 한다.

그런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상대가 바론 버프까지 두르고 있어서 싸울 수도 없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고민하는 잠깐의 사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레전설의 미달리가 빠른 공격 속도로 포탑을 툭! 툭! 툭!

랄라가 못 막자 어쩔 수 없이 야흐오가 봇라인을 백업 갔는데.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미드 라인에서 난리가 난다.

어느새 3코어가 나온 토이치가 풀딜을 쏟아 넣는다.

혼비백산 한 삼선 블루를 향해 한 마리의 벌레가 날아든다.

이~쿠우!

하지만 바로 차인다.

야흐오의 호응이 더해지며 찢긴다.

한타의 삼선 블루가 노련하게 받아친 듯 보였으나.

─ToichiTV 레전설님이 SAMSUN 알파카님을 처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딜러가 잡혔다.

그리고 누커인 산다라가 살아있다.

〈비역슨이 야흐오를 마무리하면 삼선 블루는 딜이 없어요…….〉

〈게임 끝났습니다. 쌍둥이 포탑을 껴도 이건 못 막습니다.〉

-강팀준 신남ㅋㅋㅋㅋ

-아니, 한국팀 졌는데 왜 이렇게 평안해?

-김은준은 그냥 경기 좋으면 다 좋아함ㅋㅋ

장기전이 될 것 같은 게임이었다.

삼선 블루의 노련미도 돋보였다.

그 공든 탑이 와르르르 무너졌다.

〈저는 솔직히 라인전 단계에서 토이치TV가 큰 재미를 못 보면 운영으로 서서히 말라갈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이니시도 없고, 메인탱도 없고 개개인이 캐리형 챔피언을 욕심 냈다.〉

김은준 해설도 조합을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토이치TV의 챔피언 하나하나가 너무 따로 논다.

〈그런데…… 개개인의 피지컬이 너무 좋으니까 따로 놀아도 되네요.〉

〈비역슨, 트리플리프트, 레전설! 둘째 가라면 서러운 캐리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잖아요?!〉

〈패기 있는 모습에 삼선 블루가 당황해서 계속 실점을 내줬던 것이 패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북미에서 최고라 평가 받는 선수들이다.

북미에서 최고라 평가 받아서 불안했다.

자신들의 실력을 여실히 증명하며 당황한 삼선 블루를 찍어 눌렀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MVP 왜 레전설임?

-아니, 진짜로 눈치 없나

-롤드컵이라서 오프게임넷 주관이 아님

평소 대세와 민심을 따르는 오프게임넷이다.

어차피 레전설은 심심하면 받는 게 MVP잖아?

이 뜻깊은 날에 달래 선수나 하비 선수가 한 번 받아서 이슈몰이해야지.

고지식한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는 그런 게 없다.

〈스타크래프트 때는 드랍십 두 대, 세 대 띄우면서 교란도 하고 그랬잖아요?〉

〈아까는 설명의 간소화를 위해 하나로 예를 들었는데 RTS게임인 만큼 원래는 그렇죠.〉

〈전성기의 임요환이 그걸 진~짜 잘했는데. 저는 딱 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잘하네요 레전설!〉

-용준좌는 ㅇㅈ

-용준좌는 저런 말해도 되지

-턴제 게임 좆까고 혼자 날뛰면서 판 다 만듬ㅋㅋㅋ

토이치TV의 첫 번째 데뷔 무대가 극상의 평가와 함께 화제를 낳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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