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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잼 -->
한국에서 탑미달리는 기용이 잘 안되는 픽이다.
솔로랭크에서는 필밴급 OP인데 어째서?
초기에는 몇 번 활약했지만 이내 사장됐다.
소위 말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픽이기 때문이다.
〈라인전을 이득 보려고 하는 픽이잖아요? 그런데 프로 무대에서 솔킬을 따는 게 힘들 뿐더러 이득을 봐도 생각보다 활약할 여지가 없습니다.〉
솔로랭크는 라인전을 강하게 가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1킬 따이는 순간 탑오픈 GG.
정글 차이 때문에 게임 안 함.
무적의 논리가 탑신병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단 그런 게 아니더라도 차이는 여러가지 있다.
일단 와드의 수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
미달리가 스플릿 할 환경이 쉽게 조성되지 않는다.
한타로 가면 못 큰 탱커보다 존재감이 없는 게 AD미달리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솔킬을 따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반반만 가도 팀파이트 좋은 탱커를 하겠다. 섬머 시즌에 이후 LCK에서 사장된 이유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아직 쓰는 추세지만 결국 롤드컵 성적이 말해준다고 봅니다. 미달리는 살려줘도 크게 위협이 안된다!〉
롤드컵 1,2일차의 총평이다.
미달리를 가져간 팀들이 약점만 보여주며 패배했다.
삼선 블루는 대수롭지 않게 살렸고 토이치TV는 가져갔다.
밴픽 점수를 낮게 준 이유 중 하나였으나.
─ToichiTV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보란 듯이 솔킬을 딴다.
솔킬 한두 번 따는 것으로 만족이 안된다면 세 번 딴다.
삼선 블루의 탑라이너 천주의 랄라가 숨을 못 쉬고 있다.
〈근데 LCK에서 사장됐다는 거고 데이터를 봤을 때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는 활발히 활약을 했습니다. 이렇게 솔킬 세 번씩 따면 꺼낼 만하죠!〉
김은준 해설이 감탄사와 함께 쏟아낸다.
상대가 못하는 선수도 아니고 한국에서 손 꼽히는 탑솔러다.
하지만 실력이란 늘 상대적인 것이다.
〈참고로 레전설 선수는 NA LCS에서 탑미달리로 비술, 테자이 풀스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데이터가 있습니다.〉
〈대회에서 테자이의 영혼약탈자를 올려요?〉
〈테자이만 올린 게 아니라 비술까지 한 번에 올리면서 하이브리드의 강점을 극한으로 살리는 멱살 캐리를 해냈습니다. 저는 그 경기 다시보기로 봤는데 감명 받았어요.〉
-비술&테자이 풀스택ㅋㅋㅋㅋㅋㅋ
-AI전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냐?
-레전설 미친 새끼 한국에서 하던 짓 곱절로 하고 있었네ㅋㅋㅋ
물론 상대의 수준이 보다 높다.
그런 미친 짓거리 잘못하다간 역스노우볼 제대로 굴러간다.
그리고 그때와 달리 레전설이 혼자 짐은 바리바리 안 들어도 되는 상황이다.
이~쿠우!
탑라인을 노리러 가던 리심이 부쉬에서 딱 걸렸다.
카직트의 갈고리에 잡아 뜯기자 아프다.
무척 아프다.
깜짝 놀라 궁극기로 차내고 와드 방호로 도망갔지만.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라인의 1차 포탑이 무너진다.
그런데 리심은 피 채우러 우물에 갔다.
철거 속도가 빠른 AD인 미달리와 카직트가 고속도로를 낸다.
2차 포탑까지 허물어지며 글로벌 골드가 한순간에 쭉-! 벌어진다.
〈아니, 이게 게임이 이렇게 될 게 아닌데…… 리심도 음파로 부쉬 체크하면서 갔거나 벽 넘어서 갔으면 저렇게 걸릴 일은 없었거든요.〉
-클끼리ㅋㅋㅋㅋㅋㅋ
-???: 토이치TV는 밴픽이 좆망했다
-클하다 추끼리……
-아니, 이건 레전설이 미친놈이지!
클끼리로서는 가히 무안할 수밖에 없는 순간.
솔직하게 어쩔 수가 없기도 하다.
대회에서 저런 미친 짓 하는 인간이 어디 흔할까?
잠깐 안 봤을 뿐인데 그새 잊었다.
움직임이 겉잡을 수 없이 풀려버린다.
AD미달리의 상징과도 같은 삼종신기가 12분에 갖춰진다.
─SAMSUN 알파카님이 ToichiTV 하비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하지만 알파카다.
월드 클래스를 자랑하는 정글러 스피리트다.
탑 2차를 포기하고 봇을 달렸고 성과를 톡톡히 냈다.
〈바짝 마른 가뭄에 떨어지는 꿀맛 같은 단비! 알파카 더블 킬! 7대3까지 넘어갔던 경기가 5,5대4,5 아니, 용까지 가져가면…… 5대5!〉
-클끼리 신남ㅋㅋㅋ
-너무 편파 아님?
-애국 해설해야지!
-애국 걸러도 이건 진짜 큰 게 맞음
삼선 블루의 에이스 중 한 명이다.
알파카의 피지컬은 한국 최고라 평받는다.
심지어 초중반이 미달리 못지 않게 강한 고르키.
다대기!
나머지 에이스인 다대기도 미드를 압박하고 있다.
비역슨의 산다라를 열어준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야흐오가 패도적인 움직임으로 미드 주도권을 잡았다.
〈비역슨 선수도 CS 개수라던가 밀리지는 않아요.〉
〈근데 야흐오랑 산다라가 동성장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좀 나쁘죠.〉
-기분이 나쁘다=일방적 손해
-클끼리 언어 패치 완료!
-확실히 삼선 블루가 조합이 좋긴 좋다
조합이 좋다는 건 보험이 된다는 소리다.
특히 이렇게 핵심 카드가 잘 컸을 때는 더더욱.
랄라는 깡그리 망했지만 한타때 스킬만 잘 써줘도 1인분이 되는 챔피언이다.
〈결국 토이치TV는 점점 조급해져요. 미달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거고, 실수가 나올 확률이 커진다는 소리입니다.〉
앞서 조합 해설을 했던 대로 풀리자 어깨가 가벼워진다.
덩달아 입도 가벼워진 클끼리가 경기의 중점을 짚는다.
지금의 구도를 예측했기에 조합의 승리를 외쳤던 거다.
〈게다가 저는 운영도 좀 불안합니다. 라인전 단계에서야 탑이 워낙 잘해주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라인이 압박을 덜 받았지만 운영은 분명 삼선 블루가 앞설 거거든요?〉
라인전이 끝나면 운영이다.
운영하면 5대 리그 중에서도 역시 한국!
레전설의 미달리가 변수를 못 만들면 삼선 블루가 승기를 굳힐 것이다.
삼종신기 이후 코어템이 애매해지는 미달리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길지 않다.
전형적인 유통기한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추측은 분명히 타당하나.
* * *
각 팀마다 당연히 특색이 있다.
어떻게든 돈을 쏟아부어서 팀을 강하게 만들자!
구단측의 불도저 같은 밀어붙임으로 완성된 현재의 토이치TV.
─아군이 당했습니다!
단점도 있다.
자기 주장이 세다 보니 잘 끊긴다.
트리플리프트가 탑을 밀다가 우르르 몰려온 적들에게 잡혔다.
'오더가 통합이 안되다 보니 일어나는 문제인데.'
적들이 잘한 거기도 하지만 안이했던 감도 있다.
스크림에서도 이런 자잘한 미스가 자주 터졌다.
하지만 단점 만큼 장점 또한 명확하다.
툭! 툭!
야흐오의 머리를 툭툭 친다.
사이드 라인에서 대치 중이다.
완전히 망한 랄라 대신 야흐오가 가로 막는다.
'한 번 거세게 딜교환을 해서 체력을 깎긴 했는데.'
아직 이빨을 숨기고 있다.
들어와 주는 걸 오히려 기다리고 있다.
궁극기와 포탑으로 역관광을 노릴 속셈이다.
야흐오 장인 다운 노련함.
반드시 뚫어야 하는 이쪽 입장에선 곤란하다.
그 순간,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싸캉!
카직트가 점멸로 벽을 넘어 찍었다.
고독 상태인 야흐오는 그대로 터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달래님이 학살 중입니다!
순간적인 판단이 베일 듯 예리하다.
너무 예리해서 나까지 당황했잖아.
"말 좀 하고 다이브 하라니까?"
"어차피 말도 안 통하는데?"
입이라도 좀 안 열면.
다른 선수랑 언어가 안 통하는 거지 나랑은 통하잖아?
GOGO라도 말하던가 킬각 보이면 그냥 눈이 돌아간다.
'리심으로도 그 짓거리 한 이유가 있어.'
알고는 있었지만 원래부터 저런 애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고를 친다.
망할 때는 진짜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
반대로 흥하면 방금처럼 상대에게 여지를 박탈한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수문장인 야흐오가 죽자 오브젝트가 손쉽다.
봇 1차와 함께 용까지 가져온다.
얘가 괜히 미친 애가 아니다.
"기다려. 기다려. 귀환 타면 던진다."
"미친뇬아 여기 대회야……."
서포터를 할 때와는 다르다.
탑과 정글은 달래의 주포지션이다.
임하는 마음가짐부터가 아주 옹고집이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또라이가 다 있지?'
귀환을 타는 액션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탑 2차를 압박하던 적들이 뺀다.
내 텔레포트와 카직트의 귀환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 집에 안 가고 부쉬에 잠적하고 있자.
휘익!
휘익!
다대기!
야흐오가 라인을 밀러 왔다.
랄라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생존기가 없는 야흐오.
노출된 이상 점멸을 써도 살 수가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탑 2차를 압박하다 뺐기 때문에 추가 손해도 안 본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다름이 아니다.
'킬을 준다고?'
뭐지?
옛날은 물론이고 스크림 때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대회라서 나름 타협을 한 건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득을 봤다.
달래의 노림수가 먹혀들며 조금 더 많이.
하지만 갈증을 달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미달리가 유통기한이 있기는 있어.'
비술과 테자이를 동시에 가서 억지로 극복한다.
이전에 사용했던 방법도 하나의 수단이다.
근데 그런 게 먹히는 것도 상대 나름이다.
북미의 프로팀 중 하나인 LMC.
강력한 팀이지만 운영이 너무 안된다.
그래서 내가 돌아다녀도 상대의 포위망이 헐겁다.
그에 반해 삼선 갤럭시 블루.
이전에도 상대를 해봤기에 알고 있다.
운영이 강점인 팀은 아니지만 LMC와는 당연히 비교도 할 수 없다.
─아군이 위험 신호를 보냄!
봇라인 스플릿 도중.
상대가 있을 만한 예측 지역에 위험핑이 찍힌다.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모호하다는 소리다.
이렇듯 상대의 위협이 있으니 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그래야 한다.
우리팀은 일단 그딴 게 없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ToichiTV 달래님이 SAMUN 알파카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432G)
SAMSUN 다대기님이 ToichiTV 달래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추가 골드 : +500G)
정글러가 맛이 가서 들어간 후에 생각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선을 성큼성큼 넘는다.
킬에 눈이 뒤집힌 달래가 고르키를 잡고 죽었다.
야흐오한테 제압킬을 헌납하고 어시스트도 대량으로 줬다.
'……대회에서 저런 짓 하면 안되는데.'
나만 해도 이런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사람의 본성은 숨기고 싶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여캠하면서 가끔 성깔 나오는 것처럼.'
그래서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누가 그런 규칙 정했어?
꼴아박고 어떻게든 잡으면 되잖아.
어설픈 팀워크보다는 선수 개개인이 가진 피지컬을 극한으로 활용하자.
파아앙!
파바바바밧!
비역슨의 산다라가 풀딜을 꽂아 넣는다.
적 서포터 인어가 버티지 못하고 터진다.
대신 적중한 리심의 음파가 위기를 초래했으나.
이~쿠우!
리심의 점멸궁을 맞점멸로 반응하며 상쇄해낸다.
야흐오 궁이 앞서 빠진 덕분에 살았다.
아니, 감안하고 들어간 거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럴 거라고 믿어.'
그런 걸 하나하나 물어볼 짬은 지금 없다.
그리고 피지컬이란 원래 감이 9할이다.
왠지 될 것 같아서 그냥 했어.
결과적으로 상대를 땄으면 된 거다.
타악!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는다.
무심코 던진 창에 랄라가 꿰뚫린다.
야흐오가 두 번이나 죽고, 점멸도 빠진 탓에 사이드 라인을 막으러 왔다.
나 또한 선행할 입장이다.
타워를 끼고 사리는 랄라를 억지로 때려 잡는다.
궁극기 쓰면서 반항해봤자 못 큰 랄라는 버티지도 못하고 찢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ToichiTV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억제 포탑까지 따라가 잡고 빠져 나온다.
제법 앙칼지게 반항했지만 무의미한 헛수고다.
위쪽에서 워낙 교전이 빈번해 아래쪽에 할애될 인원이 없다.
즉, 운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정상적이지 못한 게임을 내내 유지한다.
그 틈을 사정 없이 파고들어 어떤 의미에서는 운영을 한다.
'미친 듯이 난전을 유도하는 것도 운영은 운영인 셈이지.'
반쯤 자포자기해서 짰던 방안이 어느새 팀의 컨셉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컨셉은 북미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