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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잼 -->
조별 리그 예선전이 끝났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화제와 함께 무대가 옮겨진다.
부산 광역시에 위치한 국제 E스포츠 R&D센터.
수도권에 편중되었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부산에도 하나 신설됐다.
첫 개장을 겸해 롤드컵 조별 리그의 본선 경기가 치러진다.
이미 정규 해설진들이 방송을 진행 중이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때는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잖아요? 결승전 때마다 이번에는 부산, 이번에는 광주, 이번에는 인천 이런 식으로…….〉
김은준 캐스터가 신이 나서 과거 이야기를 한다.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는 아니지만!
전설적인 짤방의 주인공이기는 하다.
아무튼 스타크래프트의 前프로게이머이자 前해설자였던 만큼 감회가 새로울 수 있는 부분이다.
진용준 캐스터 또한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물론 클끼리 해설은 잘 모른다.
〈이러다 광주 쪽에도 하나 생겨서 지역 대항전 같은 거 열리면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별로 재밌을 것 같진 않습니다. 안 그래도 LCK가 아직 성장 중인데.〉
-김은준 안 받아주네
-선 그어버리기~
-클끼리 무안ㅋㅋ
그러한 개념이 이미 있는 지역도 존재한다.
이를 테면 중국의 LPL.
연고지 개념을 서서히 현실화시켜 가고 있다.
서부와 동부로 나눠서 경기를 치르고 있기도 하다.
유럽의 EU LCS도 마찬가지다.
서부와 동부로 나뉘고 국제 대회 출전은 서로 경쟁이 붙는다.
이렇듯 넓고, 유저 수가 많은 탓에 팀이 많은 지역은 나눠서 관리한다.
인구가 적은 한국에서는 요원한 일이긴 하겠지만.
〈역시 양보다는 질! 한국이 롤드컵을 다시 한 번 제패해 E-스포츠 종주국의 위치를 확고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를 위해서라도 첫 경기, 반드시 가져가야겠죠!〉
-김은준 신난 거 보소ㅋㅋㅋㅋ
-ㅈ밥들 해설하다가 전세계 1,2위팀들 나오니 신날 만하지!
-강팀준이 또……
텐션이 오를 만도 한 일이다.
조별 리그의 본선이다.
참가하는 팀들의 퀄리티가 180도 달라진다.
심지어 첫 번째 경기는 한국팀과 중국팀의 대결이다.
〈KTX 롤러코스터 A팀 대 Royal Club! 개인적으로 많이 때려줬으면 하고 생각했던 팀입니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구설수가 많은 선수가 속해있는 팀이죠. 참고로 우즈 선수는 중징계를 받아서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클끼리 때려주고 싶대ㅋㅋㅋ
-역시 복싱좌!
-이미 레전설이 겁나 때려줬지ㅋㅋ
-출장 정지 돼지쉨ㅋㅋㅋㅋ
롤드컵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 대항전이다.
그리고 국가 대항전은 늘 라이벌 구도가 잇따른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중국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다.
지난 롤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부디 한국팀이 우승해주길!
한국팬들은 당연히 바라고 있다.
그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
롤드컵의 진정한 시작.
조별 리그 본선이 시작된다.
* * *
조별 리그 본선 1일차
기대가 벅차오르는 경기들이 포진돼 있다.
특히 첫 경기의 승패는 한국과 중국 팬들의 이목을 모았다.
「KTX 롤러코스터 A…… 중국 Royal Club 상대 완승!」
「에이스 까메오, 완벽한 정글 캐리 선보여.」
「한국의 벽은 높다! 여전히 막강한 LCK 섬머 시즌 우승팀.」
KTX 롤러코스터 A가 Royal Club 상대로 시종일관 몰아치며 승리했다.
라인전을 완전히 박살을 내고 교전 능력도 확실하게 앞섰다.
물론 중국쪽 여론은 우즈가 없었으니 무효다!
그런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까메오曰: 우즈가 버스 타길래 나도 버스 탔다
하루종일 파밍만 하다 팀원 버프 받고 이기더라
그래서 나도 녹턴 골라서 RPG 하다 이겼다
1경기 MVP 선정 까메오 인터뷰 中
└중체원 버스 원딜러행ㅋㅋㅋㅋ
└캬 까메오 마음에 들어
└진짜 얄밉게 깐족대지
└오늘 만큼은 까메오 빤다!
MVP로 선정된 KTX 롤러코스터 A의 정글러 까메오가 시원스러운 인터뷰로 가능성을 부정했다.
원래 세상은 이긴 자의 정의다.
섬머 시즌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까메오 선수의 주가가 더더욱 상승하게 됐다.
이외에도 치러진 많은 경기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롤드컵의 조별 리그 본선은 Double Round Robin 시스템이다.
총 열 여섯 팀이 네 조로 나뉘어 각 조에서 서로 두 번씩 겨룬다.
수많은 경기가 예정돼 있는 만큼 매일매일이 바쁘다.
하루 여섯 경기씩 치러진다
그 총평을 정리해둔 자료.
─롤드컵 조별 리그 본선 1일차 정리
한국-LCK 2승 0패
유럽-EU LCS 1승 0패
중국-LPL 0승 1패
대만·홍콩·마카오-LMS 0승 1패
브라질-CBLOL 0승 0패
북미-NA LCS 0승 1패
└펄~럭!
└아아, 이것이 1부 리그의 공기인가
└주모오오오!
물론 고작 1일차다.
설레발을 치기에는 한참은 이르다.
하지만 당장의 승리를 기뻐해도 되는 것이 사실.
출전한 한국의 두 팀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KTX 롤러코스터 A팀과 삼선 갤럭시 레드.
후자의 승리도 커뮤니티에서 화젯거리다.
─???: 북미가 전력을 숨기고 있었다며 씨발놈들아!
없잖아
└뇌신ㅋㅋㅋㅋㅋ
└그 전력(全力)이 아니라 이 전력(電力)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뇌신 1승!
└캬, 뇌신 연전연승ㅋㅋㅋㅋ
최우룡 감독이 이끄는 삼선 갤럭시 레드가 북미의 Cloud7을 잡았다.
자신이 선언했던 바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엄청나게 일방적으로 이겼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이게 프로팀들 사이에서는 소위 말하는 클라스 차이에요. LCK는 경기를 통해 1부 리그임을 증명한 셈입니다.〉
클끼리 해설의 게임 중간 짚으며 한국팬들의 자부심을 더더욱 고취시켰다.
역시 E-스포츠 최강국!
E-스포츠의 종주국!
하지만 1일차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롤드컵 2일차 경기 일정. jpg
1경기 삼선 레드 VS SK 게이밍
2경기 타이완 아시안즈 VS 카붐 E-스포츠
.
.
6경기 토이치TV VS 삼선 갤럭시 블루
└한국팀 경기가 딱 1,6 경기로 배정되네
└시청자수 고려해서 일부러 그런 듯?
└드디어 토이치TV!
└뇌신호 출격!
한국팬들이 한국팀 못지 않게 관심을 주고 있는 팀이다.
바로 그 레전설이 있어서!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북미팀 중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일련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합리적인 추측이긴 하다.
〈저도 생각을 좀 많이 해봤어요. 정말로 토이치TV는 북미 최강팀일까? LCK를 위협하는 매서운 맹수가 될 수 있을까.〉
1일차 해설 도중 이야기 한 번 나왔다.
시청자들이 워낙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클끼리 본인의 입이 워낙 근질근질하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정말 셉니다. 비역슨, 트리플리프트…… 레전설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증명이 안된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팬분들도 알 만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선수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
롤드컵 해설 때 넌지시 짚고 넘어간 후.
〈에이, 힘들지. 난이도가 높다는 게 뭐야? 한 마디로 베이컨 치즈 김치전 같은 거거든. 까딱 잘못하는 순간 와갤 요리가 되는 거지.〉
-와갤 요리 대참사ㅋㅋㅋㅋㅋ
-사스가 레전설 까는 기계!
-역시 참된 디시인! 와갤 요리를 알죠?
-역시 클끼리 언어. 이럴 줄 알았다ㅋㅋㅋ
본인의 개인 방송을 통해 사견을 더 깊게 밝혔다.
이는 개인 감정 이전에 타당성 있는 추측이다.
〈만약에 돈을 때려 박아서 스타 선수만 영입한다. 그런 팀이 현실에서 없잖아. 이게 돈 문제 이전에 왜 없냐면…….〉
스타라 불리는 선수들은 공통된 특징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실제 성량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게임 내 움직임.
당연히 크게 움직이는 사람이 더욱 눈에 띄기 쉽다.
하지만 큰 움직임일수록 실수도 하기 쉬워진다.
이를 개인 기량과 더불어 팀의 지원으로 커버한다.
보통 대부분의 팀들은 그런 선수가 한 명 내지 두 명이다.
그런데 토이치TV는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너무 적어. 만약 저 멤버로 섬머 시즌을 우승하고 왔다. 그러면 아무리 북미팀이라도 위협적이지. 근데 팀구성한지 겨우 2주도 안됐잖아?〉
-2주도 안됨?
-레전설이랑 비역슨 갠방하고 있었던 것 보면……
-진짜 거의 급조했나 보네
-토이치TV가 LCS 우승하고 급하게 돈 때려 박았대!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그 재료로 만든 음식이 꼭 맛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요리 만화에 보면 무조건 나오는 클리셰다.
나쁜 요리사가 엄청 비싼 식재료를 쓴다.
주인공은 싸구려 식재료를 겨우겨우 구해온다.
그런데 싸구려가 더 맛있어!
그렇다고 다른 팀들의 식재료, 선수들 급이 낮은 것도 아니다.
높으면 더 높았지 낮다고는 절대 할 수 없는 0티어 선수들이 굴러다닌다.
최우룡 감독의 인터뷰 대로 북미에서 잘해봤자 LCK에서는 그저 그런 수준인 게 현실이다.
그 현실.
때로는 곱씹어봐야 할 때가 생긴다.
─현 시각 이동하고 있는 토이치TV 차량 발견.jgp
달래 선수……
복장 굉장히 참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
그 현실 말고 진짜 현실.
* * *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다.
촉박하기를 넘어 배그 자기장 수준이다.
'하루하루 갈수록 더 피를 말려.'
롤드컵 개막을 열흘 앞두고 팀원들이 모였다.
숙소 계약 등 빠르게 체결했지만 애초에 너무 늦었다.
이후 예선전 기간을 포함해도 2주 가량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빠듯하게 연습할 수 없었다.
프로게이머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게 아니다.
롤챔스 영상이라거나 선수 이미지 같은 거.
당연히 선수 본인이 촬영을 해야 나온다.
대충 찍고 싶었는데 잘 나와야 한다면서 어찌나 보채던지.
첫 경기를 치르는 당일 날까지 말썽이다.
"야, 나 어때?"
"은근슬쩍 말 놓지 마라."
"눼이 눼이 꼰대 오빠씨."
요즘 애들은 정말 웃어른에 대한 공경이란 마음을 찾아볼 수가 없어.
그런 건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러러 나와야지.
달래가 요상하게 차려 입은 복장을 과시한다.
"난 전부터 말했지만 마음에 안 들어. 대회가 장난이야? 패션쇼야?"
달래가 또!
코스프레를 하고 나왔다.
저번이랑 똑같은 아링이다.
다만 스킨이 지난 번 것과 다르다.
슈퍼 스타 아링이 아닌 팝의 여왕 아링.
새로 나온 신스킨으로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이게 무슨 팝의 여왕이야. 밤의 여왕이지. 벌써부터 이런 거 입고 돌아다니면 나중에 커서 뭐가 되려고……."
"만질 수 있는 사람 선착순."
"야!"
그런 걸 선착순으로 주면 안되지.
나 보수적인 남자야.
주의해줬으면 좋겠어.
다행히 신설 구장답게 선수 대기실이 넓고 한적하다.
마지막 경기로 잡혀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이 거의 없기도 하다.
"이렇게 허벅지에 딱 달라붙으면 안 불편하냐? 거의 핫팬츠인데."
"불편한데 땡겨서 펴줄래?"
"딱히 만지고 싶어서 그런 게 어디까지나 순수한 호의니까 착각하지 마라."
전부터 생각했지만 달래가 허벅지쪽이 장난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말랐는데 몇 안되는 두터운 부분이다.
좋은 말로 튼실하고, 속된 말로는 육덕지다.
무슨 검스가 터지려고 그러네.
짙은 밴드 스타킹이 그럭저럭 어울린다.
특히 조이는 밴드 라인 위로 살짝 튀어나온 살이.
"야."
"왜 오빠 새꺄."
"평소에는 이런 거 왜 안 입냐? 좀 서운하려고 한다?"
확실히 얘가 이런 난이도 높은 옷을 잘 소화하긴 하네.
내가 웬만하면 인정 별로 안 하는데 스킨을 사는 이유가 있어.
로드 오브 로드 게임사가 아링 스킨 퀄리티를 유난히 높게 출시한다.
"꼬리가 실감나네. 신경 좀 썼나 봐?"
"너무 만지지 마. 연결돼있으니까."
"어디랑?"
"어딜까?"
꼬리가 보통 어디에 연결돼있을까?
우리 인간도 원숭이에서 진화하기 전에 꼬리가 있었고 그 흔적이 엉덩이 한가운데 위치한다.
설마.
"와, 농담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니가 하면 농담 같지가 않잖아 이 치녀야!"
마지막 경기로 배정이 잡히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사사로운 농담 따먹기가 오갔다.
정말로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삼선 블루라…….'
첫 상대부터가 매우 만만치 않다.
이전부터 인연이 있던 게임단이다.
아니, 악연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프링 시즌의 설욕, 그에 더해 최근 떠도는 이야기.
곱절로 갚아 되돌려줄 시간이 왔다.
========== 작품 후기 ==========
#달래와 전작의 예은
드세다는 면에서는 전작과 비슷한 면이 있죠
근데 이거는 사실 당연한 겁니다
원래 소설이든 만화든 작가가 선호하는 성향의 캐릭터라는 게 있어요
드센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매번 나오는 것보면 일리는 있는 말 같습니다.
#벌써 300화네요!
쭉 열심히,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