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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잼 -->
조별 리그의 예선은 큰 이변 없이 진행되고 있다.
메이저와 준메이저 지역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기는 하다.
─BKT Rockky님이 SK Jesiz님을 처치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뇌정지가 왔다.
SK 게이밍의 미드라이너 직트가 잘렸다.
게임 시간 30분이 넘은 이 중요한 시간대에 말이다.
〈아니, SK 게이밍 다 이겨 놓고 계속 잘리면…… 이러다 진짜 산으로 갈 수 있거든요?〉
-자강두천!
-아아, 뇌신 그는 대체
-뇌신…… 당신이 옳았어!
유럽의 3위팀 SK 게이밍의 경기력이 한없이 불안하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팀, 태국의 방콕 타이탄즈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중반까지 분명히 압도했지만 실점을 하나둘 내주더니 어느새 바론 근처가 위태위태하다.
─BKT Rockky님이 SK Svenskeren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런 와중 정글러가 시야 확보를 하려다 또 끊겼다.
나무카이의 점멸 속박 이후 모르피나의 속박 연계.
잘 성장한 덕분에 나름 버텼지만 결국 죽었다.
CC기 연계가 지옥처럼 들어가며 잡혀버렸다.
〈이러면 바론 나가는데 SK 게이밍 멘탈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정신은 이미 부산에 가있어요. 하지만 몸은 여전히 이곳 용산에 있고, 여기서 게임 지면 부산은 방콕 타이탄즈가 갈 수 있다는 걸 인지를 해야 합니다!〉
본선 조별 리그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열린다.
예선 조별 리그를 통과하는 팀들은 부산에 갈 예정이다.
반대로 통과 못하면 짐싸서 고향 가야 한다.
채널을 돌려도 되는 수준으로 거의 끝났던 게임이다.
그런데 갑자기 던지기 시작하더니 산으로, 바다로, 우주로 진출하고 있다!
어째서 2010년에 창단한 팀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을 듯한 광경이다.
하지만 짬이란 괜히 먹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잇는다.
유럽의 1위팀 얼라이언스와 명경기를 가질 정도로 뒷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너는 겁쟁이 맛이 날 것 같은데?」
궁극기를 켠 드웨인이 방콕 타이탄즈의 바론을 막기 위해 진입한다.
굶주린 까마귀떼가 날아다니며 적들의 살점을 뜯어 먹는다.
적의 화력을 순간 막아낼 수 있는 조냐의 물시계까지 켠다.
〈두치와 뿌꾸의 마빈 박사처럼 생긴 드웨인이라 자칫 약해보일 수가 있는데 이런 한타 구도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셉니다!〉
클끼리 해설의 외침대로 드웨인은 잘 안 쓰인다.
챔피언 자체가 너무 수동적인 성격을 띈다.
한국 롤챔스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부류.
하지만 롤드컵이 괜히 재밌는 게 아니다.
유럽팀인 SK 게이밍은 보란 듯이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를 현재 한타에서 보여주고 있다.
─SK Pogiven님이 BKT SunSun님을 처치했습니다!
드웨인이 앞에서 딜탱어그로를 소화하자 원딜러가 프리딜이다.
포기븐의 크레이브즈가 한 명씩 쓸어 담는다.
아니, 그러는 척하다가 한 번에.
─더블 킬!
트리플 킬!
크레이브즈 특유의 광역딜이 한순간에 터지며 녹아내린다.
롤드컵에 올라올 만한 저력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한다.
〈요즘 메타에서 잘 안 쓰이는 크레이브즈지만 이렇게 잘 쓰면 써도 되죠! 역시 크레이브즈의 장인 포기븐! 쿼드라 킬! 한타 캐리!〉
3대 5로 벌어진 한타는 SK 게이밍의 대승으로 끝났다.
초중반을 밀리다 딱 한 번 기회를 잡은 방콕 타이탄즈.
이판사판으로 시도한 바론 트라이였지만 모든 기회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한타 대패에 바론까지 내주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운다.
SK 게이밍도 더 이상 뇌정지 오는 일없이 집중한다.
그렇게 유럽팀도 본선에 진출하긴 했는데.
〈방콕 타이탄즈가 무시할 팀이 아니에요. 나름 동남아의 맹주거든요?〉
〈나름 말이죠 나름.〉
-강팀준 빡침!
-경기력 낮으면 말이 없어지시는……
-해설 안 해도 웃긴 치트 캐릭터ㅋㅋㅋ
-클끼리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고생하네ㅋㅋ
경기력이 메이저 지역 치고는 불안하다.
북미와 유럽이 아시아권에 비해 약하다.
일련의 불안에 신빙성에 더해진다.
그런 김은준 해설의 개인적인 의견과는 별개로 현장과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겁다.
〈아마 곧 래딧에 SK 우승! 이라는 글이 미친 듯이 도배될 겁니다.〉
〈우승이요? 이제 겨우 예선인데?!〉
〈그게 우리나라의 콩진호 선수처럼 일종의 밈이라서…….〉
진용준 캐스터의 의문을 클끼리 해설이 준비했다는 듯 설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래딧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토이치TV 채팅창만 해도 북적인다.
-SK 우승!
-죽기 전에 SK가 우승하는 걸 보게 되다니……
-SK 게이밍의 팬으로서 감격스럽다!
-솔직히 예선은 통과해야지 LOLOLOL
이렇듯 메이저 지역과 준메이저 지역은 기본기 측면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
차후에는 차이가 좁혀지지만 2014년은 아직 뿌리가 깊지 않았던 시기다.
게임을 갖다 던져도 결국은 이기게 돼있다.
하지만 단 한 지역.
SK 게이밍 다음으로 경기를 치른 팀이 문제였다.
* * *
김은준 해설.
누구나가 인정하는 명품 해설자다.
그가 나오길 기대하고 대회를 보는 시청자가 많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니, 가끔 시끄러운 거 빼고는 딱히 없지 않나?
평소 LCK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아니…….〉
롤 유저라면 누구나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본인은 몰라도 주위 사람들은 눈치 챈다.
'아니' 가 나온 순간 분위기가 싸해진다.
〈팀 커즈 이러다 메이저 지역 최초로 광탈하겠는데요? 봇 2차까지 밀려서 진짜 큰일 났습니다.〉
조별 리그 예선의 마지막 경기다.
북미의 팀 커즈 대 브라질의 카붐 E-스포츠.
전 경기의 여파가 더해지며 김은준 해설의 심기가 심각히 불편하다.
밴픽을 할 때부터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경기력까지 애매하니 화가 날 만도 하다.
물론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좋으나.
〈미드 테러스티나가 붕- 떴어요. 딜 박히려면 한참 남았고 사이드 주도권도 밀려서 성장할 데가 없습니다.〉
-김은준 정--색
-테러스티나가 그나마 라인전 잘했는데?
-그냥 본인이 해설하기 싫은 거지ㅋㅋ
-강팀준이 강팀준했을 뿐!
강팀 위주로 해설을 하는 건 김은준 해설의 색깔이다.
단순한 컨셉이면 좋은데 진심이 섞인다.
간혹 2부 리그의 해설을 맡았을 때.
롤챔스 해설과는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말이 없어진다.
혹은 진심으로 화를 내며 갑자기 훈계를 한다.
이를 보고 시청자들이 붙여준 별명이 강팀준!
팀 커즈가 조별 리그 예선 마지막 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대인 카붐 E-스포츠가 준메이저 중에서는 나름 잘하는 팀이다.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 지역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숨을 곳은 없어!」
시야 체크를 하던 모르피나가 물리고 말았다.
미리 블랙 실드를 안 썻다는 점에 마이너스 1포인트.
이후의 대처에서 김은준 해설의 '아니' 욕구를 자극한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그냥 깔끔하게 점멸로 빠졌으면 모른다.
그런데 뒤늦게 블랙 실드를 쓰고 어떻게든 살아보려다!
카붐 E-스포츠의 원딜러 토이치가 암살을 할 각을 만들어주었다.
궁극기를 켜고 독화살을 쏟아붓는다.
점화가 더해지자 모르피나가 사르르르 녹는다.
모르피나가 잘리며 바론쪽 시야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됐고.
─KBM Minerva님이 CRS IWDominate님을 처치했습니다!
블랙 실드가 없는 탓에 시야 체크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정글러까지 추가로 끊기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심지어 킬을 먹은 것도 하필이면 토이치.
〈잘 큰 토이치가 두 눈 뜨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너무…… 너무 안이해요!〉
〈눈을 뜨고 돌아다니지 감고 돌아다니진 않잖아요 보통!〉
〈아무튼 라인전도 그렇고 중간중간 실수들이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쉽네요 팀 커즈.〉
이렇듯 강팀준 모드가 되면 진용준 캐스터마저 못 말릴 정도로 정색한다.
해설자로서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많이 던지기도 한다.
─KBM TinOwns님이 CRS Voyvoy님을 처치했습니다!
무리하게 바론을 막아보려던 테러스티나가 앞점프!
그대로 산다라의 궁극기를 얻어 맞고 터져버렸다.
-거기서 앞점프 할 생각을 하네……
-이게 바로 북미잼인가?ㅋㅋ
-딸피에 눈이 멀었나 봐
-잡았다 쳐도 저건 못 빠져 나가지!
결국 카붐 E-스포츠가 바론을 처치하고 그 스노우볼로 게임을 이겼다.
브라질팀이 본선에 진출하다니?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메이저 지역이 이런 초보적인 실수로 지는 건.
〈북미가 항상 다른 메이저 지역에 비해 약체라는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이건 진짜 와…….〉
-김은준 말문 막힘ㅋㅋㅋ
-진짜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듯
-라인전부터 너무 갖다 던지긴 했어
-이래서 북미잼 북미잼 하는 거구나
게임 자체는 의외로 재밌었다.
신기한 픽도 나오고, 교전도 잦고.
체계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김은준 해설의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다.
커뮤니티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오간다.
─이 시각 재평가되는 존나 대단한 새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세계 최고의 꿀잼 대륙 발견!
└출제 범위ㅋㅋㅋㅋㅋㅋㅋ
└달걀좌!
└수능 세계사 난이도 미쳤누
└교수님, 이건 출제 범위 밖인데요?
└킹 럼 버 스
말로만 듣던 북미잼이 이런 거였구나!
하다 하다 브라질한테 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조별 리그 예선 최고의 명경기가 탄생한 셈이다.
─뇌신…… 당신이 옳았어!
저런 리그에서 북체미? 북체원?
의미가 있을 리가 없지ㅋㅋㅋㅋ
└브라질팀한테 지는 팀이 북미 3위팀!
└대체 어디까지 바라본 거지 뇌신?
└롤판 최고의 롤잘알
└삼선이 괜히 롤드컵을 두 팀이나 올린 명가가 아니야
논쟁을 낳았던 최우룡 감독의 인터뷰도 재평가 아닌 재평가를 받게 된다.
말이 심했던 게 아니라 냉철했던 거구나!
북미 수준이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네.
그래도 3위팀인데, 그리고 실수했던 건데…….
너무 단편적으로 평가하는 건 아닐까?
그런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친구의 친구한테 들었는데 Cloud7이……
페닉스 게이밍한테 스크림 털린다더라
└아니, 페닉스한테 진다고?
글쓴이-압도적인 격차로 탈탈탈
└네 다음 찌라시~
└만에 하나 진짜면 엄청 심각한 건데……
프로게임단들의 스크림 정보는 기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특히 롤드컵 시즌.
민감한 만큼 더더욱이다.
하지만 이따금 입이 가벼운 사람들이 유출하기도 한다.
북미 최강팀인 Cloud7의 스크림 성적이 안 좋다고?
LCK의 최하위권인 페닉스 게이밍한테 질 정도로?
찌라시에 지나지 않지만 결국 이런 건 심증이다.
팀 커즈가 예선 광탈을 해버려 설득력이 붙는다.
북미와 유럽이 정말 옛날 같지가 않구나?
─우승은 결국 한국팀들 중에 나올 확률이 90%!
다른 지역 팀 중 특별히 경계할 팀이 토이치TV, EDC, Royal Club 정도인데……
토이치TV는 북미잼이라 요즘 주가 내려갔고
EDC는 1위팀에 LPL 스프링, 섬머 우승팀이라 세긴 셀 듯
Royal Club은 우즈가 잘하긴 하지만 최근 근황이ㅋㅋㅋ
└돼지 새끼 마스터 강등되고 허우적대다 다시 챌린저 올라가더라
└레전설한테 참교육 당하고 멘탈 갈림ㅋㅋ
└징계 뉴스 다시 뜬 거 봄? 캬~
막대한 자본력을 쏟아붓는 중국팀은 경계의 대상이다.
최근 입방아에 오르는 우즈의 피지컬은 한껏 물이 올랐었다.
그런데 레전설과의 사건을 계기로 솔로랭크에서조차 휘청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정적이었던 건.
「Royal Club 원딜러 우즈. 추가 트롤 행위 확인! 게임사 중징계 가능성 내비쳐…….」
이전에도 트롤 행위를 저질러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다.
레전설을 상대로 하던 게임에서 참지 못하고 반복했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지난번에는 벌금형으로 끝났지만 재범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임사는 고심 끝에 가중 처벌을 선언.
앞으로 벌어질 롤드컵 2경기를 출장 정지 처분한다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본선 경기를 코앞에 두고 날벼락을 감수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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