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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잼 -->
예기치 않은 손님.
분명 그렇지만 딱히 놀랄 일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하도 안 와서 노심초사 하고 있었긴 한데.
츄웁……!!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빨아 먹히고 있다.
어렸을 적 진달래를 따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진달래꽃 끝의 꽁지를 떼고 쪽 빨아먹으면 달착한 꿀맛이 난다.
'철쭉이랑 무조건 헷갈렸었지.'
어렸을 때 철쭉 괜히 빨았다가 입술이 탱탱 불은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철쭉은 무려 독이 있더라…….
잘못 먹으면 응급실 내지 사망까지 이를 수 있을 만한 치명적인 독.
모르고 먹으면 약이라는 속담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사실 철쭉은 꿀 함량이 별로 없어서 구별하기 쉬웠다.
아무튼 갑자기 꽃 생각이 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과연 이 꽃은 진달래인가 철쭉인가?
"하자, 빨리!"
"……."
눈이 무섭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치다.
진달래, 아니 달래가 현관문도 닫지 않은 채 소란을 핀다.
'이 집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분명 주소를 가르쳐준 적이 없다!
하지만 달래라면 알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일이지만 이 집에 나 혼자 사는 게 아니야.
"손님 있어."
"누구?! 어떤 년이야!"
"놈이야."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온 놈이 화들짝 놀라 다시 돌아갔다.
한 5초 고민하더니 다시 나왔다.
난감한 상황이긴 해.
"너 여자한테 관심 없더니 그런 길로……."
"말도 안되는 상상하지 말고 비역슨이야."
"친근하게 부르네?"
그럼 팀원을 친근하게 부르지 험악하게 부를까?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하고 있다.
굉장히 거북한 상황에서 인사가 잠시 오갔다.
제대로 된 인사가 될 리가 없었고 나오기로 했다.
본인이 완전 눈이 훼까닥 뒤집힌 상태다.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게 먼저인 듯싶다.
"이 오빠도 느낌 있네. 귀여운데?"
"오빠 아니야. 동생이야."
"이런 건 오빠라고 불러주는 거지."
한국 사회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데 한국 사람 아니다.
게임밖에 모르는 순박한 덴마크 청년.
비역슨이 달래의 눈길에 어쩔 줄을 모른다.
서양에서도 모델을 한다고 할 정도로 선이 동양인답지 않게 가늘고 예리하다.
서양인 시점에서도 충분히 미인상일 것이다.
하지만 속은 새까만 육식 동물이다.
무서운 누나가 눈독을 들이기 전에 데리고 나왔다.
* * *
갑작스레 찾아온 달래와 대화를 나눴다.
몸적인 대화를 포함해서 말이다.
집에 손님이 있는 고로 근처 호텔에 왔다.
"혀가 두툼해졌다? 맛도 기름져 지고."
"뭔 소리야 대체."
"니 맛있다고."
"……."
나 먹힌 거야?
이 누나 좀 무섭다.
오랜만에 만난 달래는 눈초리가 더욱 베일 듯 날카로워졌다.
소위 말하는 여우상.
'진짜 연예인 다 되긴 했다.'
하도 정신이 없고 얘가 하도 원하는 게 많아서 운동하는 중에는 알지 못했다.
관리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냥 딱 봐도 이 사람 연예인이구나.
대충 봤으면 혹시 성형이라도 했나?
만져보자 자연스러운 곡선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연예인들의 성형 의혹이 이래서 더 나오나 보다.
안 그래도 작은 얼굴이 더더욱 밤톨 만하다.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매니저 언니가 하도 닦달해서 요즘 고기 한 점 못 먹어."
"그래? 그래서 날 먹은 거야?"
"응! 내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고기가 소금도 안 뿌린 닭찌찌랑 니 혀랑…… 꿀꺽!"
침을 삼키며 손끝이 엄한데 간다.
이 누나 정말 위험하고 무서워!
"……꿀꺽이 그거야?"
"내 삶의 낙임. 불만?"
불만은 딱히 없다.
여자친구가 헌신적으로 해주면 싫어할 남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얘가 피지컬이 뛰어난 편이라 그것이 운동에도 적용이 된다.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사소한 문제는 있지.'
원래 사소한 건 하나하나 신경 안 쓰는 편이 스트레스도 안 받고 인생 살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달래 본인이 원하니까.
얼마나 굶주렸으면 눈이…….
"왜?"
"아니, 너……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서."
지나가던 선량한 시민들.
이 무서운 누나에게 해를 입지 않았을지 걱정된다.
물론 그 정도로 분별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오~ 몸 좀 커졌네? 꼴에?"
야릇한 손길로 쓰다듬어온다.
하도 밝혀서 약간 불안한 감은 있다.
"몸도 그렇고 맛이 변했어."
"왜? 상했니?"
"우웅. 평소에는 불고기 같았는데 오늘은 두꺼운 스테이크를 한 입 가득히 베어 무는 느낌."
"……."
뭐라 반응할지 매우 난감하긴 하다.
아마 미국 생활을 오래해서 그렇겠지.
식습관에 변화도 있었고, 운동도 했다.
'미국에서는 운동이 그냥 일상이야.'
너도 나도 그냥 이유 없이 한다.
남자들이 몸을 가꾸는 걸 좋아한다.
숙소를 겸하던 토이치TV L.A지사 내부에 헬스 시설도 있어서 취미가 되었다.
음식도 기름진 게 익숙해지게 됐고.
그렇다고 맛까지 바뀔 거라는 차마 상상도 못했지만 원래 여자들이 예민하다.
본인이 맛있게 즐겼다면 음식으로서도 보람을 느낀다.
'보통 반대이지 않나?'
달래가 옛날에는 은근히 순진무구한 구석이 있었는데 갈수록 누님이 되어간다.
물론 그때도 성욕은 엄청나긴 했다.
"오빠, 그거 알아?"
"응?"
"나 지금보다 옛날에 오빠랑 알콩달콩 하던 시절이 더 그립다?"
사귀었던 시절 애틋한 한 때를 보내긴 했다.
헤어진 것도 좋게 헤어져서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진다.
하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추억에 대해 해석이 엇갈린 듯하다.
"그때 우리 풋풋했는데 그치? 순수했고."
"순수했다고?"
추억 미화 오지네?
내가 그때 골병 드는 거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닳고 닳은 커플들이 으레 그렇듯 건전하지 못하게 놀았다.
요즘 가끔 하는 걸 매일매일 몇 번씩이나 했으니 젊은 몸으로도 삭신이 쑤신다.
여자야 배출하지 않으니까 덜하겠지!
그런데 남자는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복상사라는 역사책에나 나오는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그러면 하기가 싫어져야 하는데…….
머릿속과 달리 몸은 이성적이지 않다.
당시에도 춘자가 워낙 좀 돼다 보니 한 마디로 마약 같았다.
"에이, 남자가 엄살은."
"너 그거 남녀 차별 발언이야 주의해."
남자도 얼마나 연약한데.
아무튼 춘자씨의 이성이 돌아오셨다.
정상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꼭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 * *
세계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축제 롤드컵!
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각팀들의 오피셜 또한 열린다.
전력 노출을 위해 숨기고 숨기고 있던 로스터들이 일제히 발표된다.
「삼선 레드…… 식스맨 스케치 확정!」
「삼선 블루 식스맨 감수. 출전 가능성 어두워.」
「KTX 롤러코스터 A. 자신감의 표출? 예비 멤버 없다!」
한국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오피셜을 발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세계 최고라 손 꼽히는 지역인 만큼 전 세계에서 관심이 뜨겁다.
일단 당장 네티즌들의 반응이 무섭게 쏟아진다.
└삼선은 레드고 블루고 식스맨 절대 안 쓰지ㅋㅋ 쓸 이유가 없어
└딱히 약점이 없어서……
└차라리 KTX A팀이 개쿨하네. 어차피 안 쓰니까 식스맨 안 넣어버림ㅋㅋㅋ
최대 6인 로스터다.
5인으로 로스터를 짜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보통 보험은 들어두기 마련인데 의아하다.
KTX 롤러코스터 게임단의 이재훈 감독이 인터뷰 기사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Q. 5인 로스터는 이례적인 판단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KTX A팀은 추가적인 선수 확보가 되지 않았다. B팀에서 끌어 쓸 수도 있었지만 출전 가능성이 희박한데 희망만 주는 건 선수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Q. 5인 로스터면 전략 폭이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은 문제가 없나?
A. 현재 KTX 롤러코스터 A팀은 완벽하다. 이 이상 변화 줄 필요가 없다. 까메오의 캐리력은 예측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소위 통신사 더비라 불리는 SKY T1은 지난 해 우승을 차지했다. KTX도 기대를 해도 되겠나?
A. 모쪼록 해주길 바란다. 정말 많이 준비했고, 현 한국 최강팀으로서 왕좌를 굳건히 지키겠다.
불과 한 달 남짓된 한국 LCK의 섬머 시즌.
세간의 예상을 깨며 KTX 롤러코스터 A팀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진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훈 감독 패기ㄷㄷ
└패기 가질 만하지. 지금 까메오 폼 미쳤는데!
└통신사 더비 우승이라…… 까메오가 테이커급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
KTX 롤러코스터 A팀의 정글러이자 에이스, 까메오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LCK에서 암묵적으로 밀어주는 스타 플레이어 중 하나다.
1세대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있어온 밈이다.
실력도 있는데 캐릭터도 재밌어?
E-스포츠 흥행에 도움이 되니 상부상조 하자는 취지다.
본래 레전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해외로 간 지금 까메오가 그 대체제를 맡았다.
특유의 까불까불한 성격에 실력이 더해지자 느낌이 산다.
롤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롤판은 굉장히 바쁘다.
각 게임단들의 코치진은 잠 시간도 아껴야 할 정도로 바빠지는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롤드컵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의 게임단들이 최종 로스터를 확정했다.
「롤드컵 초대 챔피언, 포나틱. 기복 극복하나?」
「이번에는 다르다! 북미의 맹주 Cloud7!」
「중국 1위팀 EDC. LCK를 위협할 이빨인가?」
유명한 팀들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 관심을 끌어모으는 게임단.
「토이치TV 2014 롤드컵 정식 로스터 발표!」
한국팀들과 거의 동급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이다.
분명히 다른 나라팀인데…… 남 같지가 않아!
그럴 만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레전설 있는 팀이지? 캬…… 출세했네
└하비 너무 반갑고~
└비역슨도 빼놓을 수 없지!
└ㅋㅋㅋ이 팀은 멤버 자체가 재미있어
한국팬들의 입맛을 쏙 사로 잡았다.
파프리카TV의 멸망전 등으로 입방아에도 올랐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부 매니아 팬층에 한정된다.
레전설이 홍보하지 않았다면 파급 또한 없었을 것이다.
북미에서 또 재미있는 팀 하나 결성됐나 보다?
이번에는 색다른 북미잼을 보여주나?
가벼운 마음으로 넘겨 짚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다르다!
매 시즌 북미팀들이 목청 높이는 그 외침에 현실감이 더해진다.
해외 기사와 오피셜이 한국 커뮤니티에 번역돼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충격의 토이치TV의 정식 로스터……
탑- Effect
정글- Dallae
미드- BJeogsen.
원딜- Triplelift
서포터- Habi
식스맨- Legensul
미쳤는데……?
└레전설 식스맨? 벤치행?
글쓴이-멀티 포지션 되니까 스왑해서 쓰려는 듯
└트리플리프트, 비역슨 뭐냐…… 이래서 대기업, 머기업 하는 건가?
└탑은 설마 내가 아는 그 이펙트 맞음?
SKY T1 K 탑라이너 이펙트.
팀의 롤드컵 진출 좌절과 함께 계약이 종료되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가 한동안 커뮤니티에 나돌았다.
팬들로서는 가히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일.
대체 어느 팀에 가려고 하는지 기대를 모았었다.
그런데 설마 이만한 선수들이 한 팀에 집중되다니.
└이 정도면 대기업의 횡포 아니냐?
└완전히 돈으로 발랐네 발랐어. 유명 선수 다 끌어 모았네
└근데 Dallae는 누구야? 저 선수도 북미에서 개쩔어?
└LCS 자주 보지만 들어본 적 없는데 Dallae? 달래?
당연히 봤을 리가 없다.
* * *
"너라고?"
"그럼 세상에 이렇~게 이쁜 달래가 또 있을까요?"
진심 역겹다.
먹은 거 있었으면 나올 뻔했네.
'아니, 뭐 이쁜 건 맞는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그딴 말하면 좀 그렇다.
나오진 않아도 최소 체한다.
"하비가 꼬드긴 거야? 너 일은 어쩌고?"
"일의 일환.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 같은 거지."
지난 번에 미국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고 알고 있다.
토이치TV 쪽이랑 협력한다면 나로서도 기분이 썩 좋다.
그런데 너…… 씹퇴물이잖아?
"응, 내가 더 잘해."
"……그래. 니가 짱 먹어라."
어처구니가 없는 답정너다.
옛날부터 아주 우기기의 달인이다.
'가만,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
지고는 못 사는 달래의 입버릇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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