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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 대결 한중전 -->
솔로랭크와 대회의 다른 점.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다름이 아니다.
'끝'이라는 개념 자체가 솔로랭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패배』
이 두 글자가 세 번이 넘게 떠도 다음 판이 가능하다.
대회와 달리 단판제, 3전 2선승제, 5전 3선승제.
그런 거 없이 ∞전 ∞선승제다.
사실 선승제라는 표현도 어색하다.
솔로랭크는 결국 많이 하다 보면 승률이 5할에 근접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한국과 중국의 팬들에게는 의미가 있다.
-저 티몽하는 빵즈 누구야?
-항상한심이래!
-아이디부터가 한심한 녀석이네呵呵
-티몽만 아니었어도 우즈가 캐리할 수 있었을 텐데 벌레 같은 놈!
사실 중국에는 조금 늦게 전파됐다.
왜냐!
비역슨은 익히 알지만 레전설은 잘 모르겠어.
원래 그 나라에서 유명한 선수랑, 타국에 유명한 선수는 다르다.
이를 테면 북미.
레전설을 제외하면 가장 높게 쳐주는 선수는 바로 미터스다.
하지만 한국에선 비역슨 아니면 트리플리프트 이야기만 나온다.
심지어 로드 오브 로드는 역사가 그리 깊지 않다.
작년만 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았던 선수가 퇴물이 된다.
세계 최고의 원탑 원딜러 헤이샤오가 은퇴를 한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예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이 바로 롤판이다.
하물며 데뷔한지 반년도 안된 선수.
연관 자체가 없었던 중국 사람들이 잘 알 리가 없는 것이다.
「레전설은 한국인 프로게이머다. 우즈를 싫어하고 있다.」
게임 진행 절반 즈음해서 채팅창에 제보가 올라왔다.
우즈의 미간이 움츠러들며 게임을 더욱 집중했다.
한국이라는 단어에 최근 기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그 결과.
"상체가 너무 터지는 바람에 아쉬웠지만 다시 만나면 절대 질 일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절할 정도로 패배했다.
미달리의 움직임 하나에 농락 당했다.
변명이야 붙일 거리가 있지만 심기는 결코 편할 수가 없다.
당연히 설욕을 하고 싶다.
그 순간은 의외로 허무할 정도로 쉬이 다가왔다.
아니, 챌린저 구간에서는 필연이라고 보는 게 맞다.
-상대 또 비역슨이야!
-그 레전설이라는 놈도 있어?
-둘이 듀오큐를 돌리고 있나 봐
-빵즈랑? 비역슨도 좋게 봐선 안되겠어
듀오끼리는 같은 팀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챌린저 구간은 유저수가 많지 않다.
즉, 게임이 끝나고 바로 돌리면 거의 10할에 수렴하는 확률로 다시 맞붙게 된다.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만나게 됐다.
한중전의 소식을 듣고 더욱 더 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몰려온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후야TV 우즈의 방송에는 130만 명이라는 숫자가 찍혀있다.
「현재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수: 1,369,740名.」
심지어 현재 진행형으로 오르는 중이다.
한국 이상으로 중국 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우즈가 중심이 되어 중국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때문에라도 반드시 져서는 안된다.
다행히 이번 판은 팀이 썩 괜찮다.
일단 티몽이 아니고 파이어뱃.
-그런데 상대는 빵테온이야. 또 라인전을 터트릴 속셈이야
-괜찮아. 파이어뱃은 빵테온의 카운터니까
-후픽으로 잘 고른 거지
후픽의 이점을 살려 상성이 우위인 픽을 가져갔다.
무엇보다 티몽과 달리 한타가 좋은 챔피언이다.
설사 망해도 궁만 잘 깔면 1인분이다.
우즈가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이를 위해 밴카드를 소비하기까지 했다.
전 판에 거슬렸던 미달리와 산다라.
비역슨의 산다라가 미드를 아예 찢어버렸다.
운영 단계에서도 이니시를 못 걸도록 위협적인 선을 그었다.
세계 최고의 산다라 장인이 누구인지 중국과 한국에도 익히 알려졌다.
그 산다라가 밴이 되자 비역슨은 정글을 갔다.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정글 카직트.
무엇을 노리는지 유추는 어렵지 않다.
리심(0/0/0): 탑만 좀 사리면 이길 듯?
파이어뱃(0/0/0): ㅇㅇ E찍고 당기려고요
챌린저쯤 되면 각자 판단을 할 줄 안다.
소위 말하는 게임 보는 눈이라는 걸 가진다.
대충 힌트만 던져도 알아채거나, 미리 알거나 둘 중 하나는 된다.
리심의 물음에 파이어뱃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한다.
쟤네 탑만 후벼 팔 생각이잖아?
탑 풀고 로밍 다니려고 하네.
-파이어뱃을 하는 빵즈가 티몽처럼 죽으면 봇이 위험해
-그 항상 한심한 녀석 말이지?
-빵테온과 4인, 심하면 5인 다이브를 계속 하려는 거겠지
시청자들의 수가 무려 130만…… 아니 140만 명이다.
일련의 추측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럴 걱정은 없었지만.
─퍼스트 블러드!
이전 게임은 미드에서 나왔다.
비역슨의 산다라가 존재감을 여실히 과시했다.
이번 게임도 분명 어느 라인에서는 나올 것이다.
중국인들은 봇라인이 되길 바랬다.
그 바람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루어졌다.
선취점, 퍼스트 블러드는 봇라인에서 나왔다.
"아니, 빵테온이……?"
빵테온이 봇라인 부쉬에 숨어있었다.
확정 스턴과 적 서포터 쓰렉귀의 점멸 호응.
1레벨인 이상 살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다.
생각조차 못하고 있던 우즈는 허무하게 당했다.
-비겁한 빵즈!
-실력으로 안되니까 꼼수를 쓰는 거야
-우즈! 저런 빵즈에게 지지 마!
늦인베의 일종이다.
텔레포트가 있는 빵테온.
위치와 타이밍이 절묘했던 탓에 선취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1킬 정도 내줘도 결국 봇은 이긴다.
자신의 전용 서포터와 듀오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밍첸도 많이 위험해 보인다.
터엉!
집에 가지 않았다.
뒤로 돌아온 빵테온이 점멸 방패 치기로 스턴을 걸었다.
한나는 맞점멸을 반응했지만 스턴이라는 상태 이상은 확정이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2레벨을 찍은 쓰렉귀의 선고가 연결된다.
1레벨인 한나는 종이처럼 찢긴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대의 승부수.
-쓰레기 새끼!
-아이디가 뭐라고? 레전설?
-졸렬하고 비열한 쓰레기야. 저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을까?
채 3분도 되지 않아 2킬을 내주고 만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탑라인에 미니언 웨이브가 충분히 박히는 시간이다.
쿠화악!
3레벨을 찍고 도착한 비역슨의 카직트가 대신 먹는다.
초반 레벨링이 더딘 카직트가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빵테온은?
슈우웅……!
모를 수밖에 없다.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돌아가는 과정에서 장신구 와드를 하나 박았다.
텔레포트를 탈 초석.
그리고 우즈는 때마침 귀환했다.
한나는 죽었기 때문에 아직 오고 있다.
2 대 1이라면 포탑을 끼고 있어도 충분히 버티겠지만.
─적에게 당했습니다!
레전설 님이 학살 중입니다!
3 대 1, 그것도 다이브에 최적화된 빵테온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많이 달라진다.
게임이 요상하게 흘러간다.
* * *
게임을 이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100명의 플레이어가 있으면 100가지의 방법이 있다.
'올라오는 과정에서 진짜 신기한 새끼를 한 놈 봤지.'
인베 핑을 미친놈처럼 찍더라?
뭐, 그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인베에 집착하는 애들이 있다.
그리고 솔로랭크에서 인베는 성공 확률이 실패 확률보다 높다.
절대로 반반이 아니다.
가는 쪽은 무조건 5명.
받아치는 쪽은 5명이 아닐 수 있고, 실수하는 사람도 나온다.
인베가 좋은 조합으로 가면 킬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아무튼 그 신기한 빵테온이 인베를 성공시켰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집에 안 가고 봇라인에 들려서 킬.
간 척하고 다시 돌아와서 킬.
집에 갔다가 다시 와서 킬.
너무 신기한 경험이라 기억에 남아있다.
이를 응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다듬었을 뿐이다.
─레전설(빵테온)님이 rangquansjkkkr(테러스티나)님을 지목!
핑을 찍자마자 바로 봇라인에 낙하한다.
빵테온의 글로벌 궁극기는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앞뒤로 포위해 도망갈 각 자체를 뺏는다.
하도 죽어 3레벨, 4레벨인 적은 먹잇감이다.
적 정글 리심도 봇만 봐주다 성장을 못해 5레벨.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킬을 먹고 6레벨을 찍은 부시안에게 마무리 당한다.
3 대 1의 깔끔한 교환이다.
그 사이 탑라인은.
쿠화악!
싸캉!
라인을 밀고 텔레포트를 타려던 파이어뱃의 점멸이 빠진다.
비역슨의 카직트가 덮쳐버렸다.
고독딜이 뼈아프게 박힌다.
'엄청 잘 큰 상태거든.'
내가 봇라인을 파고, 파고, 또 파는 사이 미니언 웨이브.
당연히 포탑에 박힐 수밖에 없다.
이를 비역슨의 카직트가 먹는다.
성장 속도가 라이너 이상급으로 빠르다.
성장 기대치가 높은 카직트에게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 정도만 해도 사실상 게임이 터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원래 아픈데 쑤시고 쑤시고 또 쑤셔야 하는 거야.'
봇 1차 포탑을 철거했다.
2차 포탑 앞에서 라인전이 이루어진다.
상대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차피 망한 거 당겨서 먹어야지.
그러다 한 번 던져주면 킬 받아먹고 크면 된다.
게임을 포기할 생각은 아직 없는 듯 보인다.
사르륵……!
그래서 덮쳐주기로 했다.
비역슨의 카직트가 궁극기 아공간 은신으로 진입한다.
그 뒤를 텔레포트를 타서 엄호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레지날도 제자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직 4레벨과 5레벨 봇듀오다.
테러스티나와 한나가 생존력이 좋다고 해도 그건 6레벨 이후 이야기다.
이렇듯 초반부터 조져 놓으면 나중에 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우즈 8분 5데스ㅋㅋㅋㅋ
-봇듀오 합쳐서 9데스야!
-분당 1데스 돌파하는 돼지 수준
-저러고 또 지 혼자 멘탈 나가서 게임 던지지ㅉㅉ
시청자의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게임 하다 보면 꼭 있다.
많이 죽은 애들이 게임 즐겜하는 척한다.
대충 파밍을 하다가 반항도 안 하고 죽어준다.
자연스레 미드 오픈이 나고 게임이 끝.
하지만 아직 승리라는 알림이 뜬 건 아니다.
[전체]Royal Mingchen(한나): Hey 上. you Korean Pro? Where?
오픈을 해도 넥서스까지 부수러 가는 길은 꽤나 멀다.
쭉쭉 부숴도 몇 분 걸린다.
채팅 칠 시간은 나온다는 이야기다.
상대 서포터가 아마도 나를 향해 물어온다.
-뭔 말임 저게?
-上이라는 것 보니 탑 아닐까
-4드론 빵테한테 감명 받은 듯ㅋㅋ
-한나 로얄 클럽 서폿임
그 정도야 나도 안다.
문제는 저게 무슨 소리냐는 거지.
채팅창 반응을 보아하니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한국인 프로게이머인지, 그리고 어디 팀 소속인지.'
그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대답을 못해줄 건 없다.
근데 곧이곧대로 해줄 이유는 또 없다.
[전체]레전설(빵테온): What? I am NA Progamer. I am not Korea.
-I am not Korea가 뭔 소리야?
-나는 한국이 아니다?ㅋㅋ
-레전설 스피킹만 잘하고 쓰는 건 못해?
못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다.
쟤도 영어 이상하게 썼잖아!
그럼 나도 이상하게 쓸 수 있는 거지.
한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상대가 잘못 이해한 거다.
정보통이 있는 건지 생각보다 날카롭기는 하지만.
[전체]Royal Mingchen(한나): You ID Korean. Not Korean?
[전체]레전설(빵테온): BJeogsen Too
[전체Royal Mingchen(한나): ?哈, 知道了. OK
-흠;; 맞는 소리긴 한데
-외국인 코스프레 오져버렸고~
-아하, 알겠다 라고 하네
-그러고 보니 비역슨은 왜 한국 아이디야ㅋㅋㅋㅋ
만들어 달라길래 만들어줬지.
前TSM의 미드라이너이자 구단주 래지날도.
그와의 친분이 밑바탕된 아이디다.
외국인이라고 한국 아이디 쓰지 말란 법은 없다.
쓰지 않아야 될 건 대리 계정 뿐이지.
비역슨은 게임사에게 양도 받은 슈퍼 계정이다.
'저쪽에서 뭐라고 할지 궁금하긴 한데.'
눈 가리고 아웅이니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딱히 진지하게 한 농담은 아니니 상관없다.
그보다 대다수의 시청자, 한국 유저들이 만족한다는 게 크다.
'근데 쉽게 물러날 애들은 아니야.'
내가 저런 애들 진~짜 많이 상대해봐서 안다.
꼴에 자존심은 더럽게 세다.
계속 큐 돌려서 만나려고 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이런 애들을 달리 표현하는 한 마디가 있다.
승점 자판기.
하나 정도 마련해두면 점수 올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 작품 후기 ==========
rangquansjkkkr
참고로 이건 실제 모티브가 된 선수의 아이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