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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93화 (29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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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 대결 한중전 -->

잘 큰 배인.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환상 속의 생물이다.

배인이 잘 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게 아니라 팀원이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 굴리는 게 빡빡해지는 천상계에서는 더더욱 불가피하다.

그것이 일반적인 통설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란 존재하는 법이다.

챵! 챵! 타앙!

몰락한 기사의 검과 유령 춤꾼.

2코어가 갖춰진 배인이 패기를 뿜는다.

상대 미드의 1차 포탑 앞에서 여유롭게 서있다.

파아앙!

이를 좌시해줄 만큼 만만할 리 있을까.

비역슨의 산다라가 검은 구체를 굴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

상대가 구를 퇴로까지 예측한 스킬샷이다.

어지간한 마스터&챌린저도 높은 확률로 걸린다.

어째서 비역슨의 산다라는 다른 건지.

비역슨만 산다라를 하는 건지 알려주는 광경이다.

처음 맞서는 것일 텐데도 당황 따위 전혀 하지 않는다.

-저걸 정확히 피하네

-와, 피한 놈이나 굴린 놈이나……

-우즈가 메카닉이랑 난전은 미친 원딜이야

-저런 배인만 있으면 충드립 쏙 들어가긴 하겠다

우즈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한국이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트롤러는 환영 받지 못한다.

하지만 롤판에서 괜히 인성에 비례한 실력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일류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탑급이다.

그것도 원딜의 나라 중국에서 그렇게 불린다.

중체원이라는 석자가 그리 가볍게 붙었을 리 없다.

심지어 그가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배인을 잡았다.

세계에서 단 한 명만이 배인을 하는 걸 허락 받았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파다하게 퍼진 이야기다.

우즈의 배인만은 다르다, 특별하다.

일련의 소문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라인전을 박살내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미드 주도권을 꽉 잡고 시야와 오브젝트에 대한 우선권을 쥔다.

승리로 향하는 가장 정석적인 공식임은 틀리지 않으나.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전설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네 번째 솔킬이다.

티몽을 깔끔하게 잡으며 포탑을 빠져 나온다.

탑라인은 주도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티확찢!

-티몽은 찢어야 제맛이지

-항상한심 티몽 존잘인데 그냥 찢기네ㄷㄷ

'티몽은 사회악 같은 녀석이니까.'

박멸을 해야 함이 옳다.

하비도 티몽 할 때 솔직히 좀 거슬렸다.

하비가 아닌 이 녀석은 얼마나 거슬리겠니.

시원하게 개통을 해주며 탑라인을 휘젓는다.

물론 그 사이 아래도 탑 이상으로 터졌다.

두 명이 있는 만큼 스노우볼이 더욱 매섭다.

'근데 결국 이 게임의 운명은 하나야.'

봇이 얼마나 터지든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내가 1대1로 전부 씹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타악!

내던진 투창이 적 정글러 두두에게 적중한다.

도망치지만 이동 속도 차이가 극명하다.

창을 맞은 시점에서 살아 돌아갈 수 없다.

-아니, 진짜 개억지로 쫓아가서 죽여버리네

-탑미달리 기동성 진짜;

-저렇게 설계해두면 안 당할 수가 없지ㅋㅋ

미달리로 탑을 박살냈다.

위쪽 적 정글의 시야를 장악했음의 동의어다.

상대는 들어왔다가 창이나 덫 한 번 밟으면 죽는다.

'이 흐름을 끊기지 않고 쭉 이어가야 돼.'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순수한 AD템이 필요하다.

테자이나 비술도 현재 게임에서는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

날카로운 드릴처럼 사이드 라인을 강제로 뚫어낼 수 있는 돌파력.

치잉-!

티몽과 마주치면 그냥 때린다.

빌지워터의 해군칼로 발을 늦추고 툭툭!

금은 장식 머리띠로 실명을 풀며 반강제로 찍어 누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억지 킬각은 챌린저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의 극천상계 유저는 킬을 최소 몇 만 번씩은 해본 사람들이다.

어떻게 죽여야 효율적인지.

자신이 이길지, 질지 경험으로 안다.

천부적인 센스, 재능은 논할 가치도 없는 구간이다.

보다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해낼 뿐이다.

상대로 하여금 숨을 돌릴 틈 자체를 주지 않는다.

테자이와 비술을 안 올린 이유도 게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게 아니라 단기적인 안목이 필요하지.'

오죽하면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르다.

후, 말렸으니 사리면서 파밍해야지.

이런 개념은 챌린저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터질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적이 던져 주려나?

아군이 한 건 해주나?

적어도 티몽은 운빨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더블 킬!

rangquansjkkk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 운빨은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미드 아래쪽 부쉬에서 일어나버린 교전.

풀버프를 받은 배인이 미쳐 날뛴다.

아군은 나름 날카롭게 노렸으나 배인의 구르기가 훌륭했다.

산다라의 궁극기를 브라운이 점멸 방패로 막아냈다.

안 그래도 잘 큰 배인이 무쌍을 찍으면 골치가 아파지긴 하나.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순수한 AD딜템을 올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미달리 특유의 스플릿과 타워링 속도가 극대화된다.

상대가 아주 조금만 틈을 내줘도 싹 다 철거해버린다.

* * *

아주 가끔 그런 게 열린다.

양 나라 간에 자존심 매치 말이다..

대표적으로 한일전이라는 훌륭한 예가 있다.

로드 오브 로드에서는 절대로 성립될 수가 없다.

양학하는 입장에서도 미안해!

어른과 어린 아이의 싸움이라 너무 일방적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간에는 가능하다.

특히 중국은 롤판에서 입지가 있는 국가다.

감정의 골이 일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깊다.

─레전설 vs 우즈 한중전 현황ㄷㄷ

파프리카TV 레전설 방송 4만 2천 명

후야TV 우즈 방송 107만 명

└떼놈들 겁나 많네

└저거 절반 이상은 주작일 듯ㅋㅋ

└주작 걸러도 진짜 많긴 하다 워메

엄청난 수의 시청자가 몰려들게 됐음은 필연이다.

한중전 구도가 되며 화제에 불이 붙는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일련의 소란이 전파되었다.

안 그래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우즈다.

누군가 한 명 정의구현을 해주길 바랬다.

상대팀으로 잡힌 레전설이 그토록 든든할 수가 없다.

챵! 챵! 타앙!

조금 안타까울 수 있는 일이다.

게임의 전황이 너무 어둡다.

잘 큰 배인의 3타가 터지자 리심의 체력이 절반 가까이 날아간다.

고정 피해라는 특유의 컨셉에 더해 치명타 세팅까지 완성된 결과다.

몇 초만 프리딜을 퍼부으면 탱커고 딜러가 갈가리 찢긴다.

팀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풀버프까지 받고 있다.

-랄라 한국인 아님? 매국노ㅅㄲ

-랄라, 두두 둘 다 한국인 확인

-게임 가지고 매국노ㅋㅋㅋ 그럼 던졌으면 좋겠냐?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트롤러가 싫다고 똑같이 트롤을 하면 안되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챌린저 티어다.

이 구간에서 살아 숨 쉰다는 것 자체가 서바이벌이다.

자신의 목숨을, 점수를 던져서 인정 받지도 못할 애국심을 발현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레전설님이 전설적입니다!

오직 단 한 명만이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굉장히 익숙한 알림이다.

레전설의 경기를 즐겨보는 팬들은 수십 번은 봤다.

하지만 아무리 레전설이라 하더라도 저 정도로 큰 배인이 답이 있나?

전폭적인 서포팅을 받는 배인은 RPG게임의 마왕 같은 존재다.

저 배인이 쓰러진다는 상상 자체가 가지 않을 정도다.

─블루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게임을 꼭 정석적으로, 마왕을 잡아서 깰 필요는 없는 일이다.

숙련도 있는 유저일수록 보다 다채로운 공략법을 추구한다.

레전설의 미달리가 봇라인 2차 포탑을 뚫어버렸다.

사이드 라인을 막을 유일한 적.

7데스를 한 티몽은 허수아비다.

탑과 봇이 훤할 정도로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예 말리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보니 결단을 내렸다.

우즈의 배인이 궁극기를 켜고 미끄러지듯 달려든다.

랄라의 이동 속도 버프까지 더해진 상태다.

챵!

단 한 대, 맞는 순간 도망갈 수 없다.

그 한 대가 미달리에게 정확히 꽂혔다.

무서우리 만큼 빨라진 이동 속도가 이를 가능케 만든다.

미달리는 벽을 넘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라간다.

점멸을 사용해 벽을 바로 넘었다.

기묘한 서커스의 시작이었다.

-미달리도 넘는데?

-우즈 어리둥절ㅋㅋ

-그런데 결국 잡히는 그림

배인 뿐만 아니라 나머지 적들도 쫓아왔다.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 판단력이 빛을 발한다.

쏘아진 투창이 정확하게 랄라의 미간을 꿰뚫는다.

「커져라~♬」

하지만 순삭을 하기에는 까다로운 류의 챔피언이다.

랄라의 궁극기가 덮쳐오는 미달리를 튕겨낸다.

그 사이 배인은 다시 아래쪽으로 굴러온다.

완벽하게 싸먹는 구도.

그려온 그림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미달리라는 챔피언이 가진 변수가 상상을 뛰어 넘었을 뿐이다.

─레전설(미달리)님이 쪼렙이다말로하자(랄라)님을 처치했습니다!

물어 뜯고 막무가내로 패자 죽는다.

잠깐은 버티겠지 하는 낙관적인 생각이 쏙 들어간다.

배인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랄라의 시체만이 남아있다.

미달리는 그대로 역주행하여 벽을 넘는다.

미드 억제탑을 지나 탑 억제탑.

탑 억제 포탑은 앞서 파괴됐다.

-갑자기 백도어?

-우즈 쫓아온다ㅋㅋㅋ

-최소 억제탑은 깨겠는데?

─블루팀의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윽고 설마는 현실이 된다.

특유의 빠른 공격 속도로 툭툭 두들기자 금방 깨진다.

배인이 뚜벅뚜벅 걸어 도착했을 때는 억제탑이 깨진 후였다.

물론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심지어 적 진영 한복판이다.

바론 견제를 위해 올라가 있던 나머지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온다.

콰과광!

브라운의 궁극기 얼음 계곡이 미달리를 노린다.

스치기만 해도 Q를 확정으로 맞힐 수 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서커스의 본방이었다.

-피함ㅋㅋㅋ

-응, 안 맞아

-피하고 춤추는 인성 보소!

스킬샷을 여유 있는 몸놀림으로 피한다.

스킬이 빠지자 브라운은 멀뚱멀뚱.

배인의 추적도 이제는 위협적이지 않다.

궁극기도, 랄라의 버프도 꺼진 마당이다.

재빠른 미달리를 잡기에는 발이 느리다.

근처에 두두도 일단 대기하고는 있지만.

까득!

미달리에게 물리자 반피가 나간다.

눈덩이를 던지고 도망가는 게 고작이다.

1대1로 미달리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배인 하나다.

그 배인을 농락하듯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만든다.

장애물과 벽을 넘어 요리조리 도망 다닌다.

약이 바짝 오른 우즈는 기어코 실수를 저지른다.

타악!

평소라면 안 보이는 데서 날아와도 피할 수 있을 창이다.

멘탈이 상하자 무작정 달려들게 됐다.

스킬도 판단도 손이 꼬인다.

창을 맞힌 미달리의 이동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물어 뜯기기라도 하면 그대로 터진다.

하지만 배인.

투웅!

밀쳐내고 뒷구르기 하면 최소 생존이다.

창을 맞았다고 아주 큰 실수는 아니다.

레전설에겐 그조차도 내주면 안됐다.

─레전설님이 rangquansjkkkr님을 처치했습니다!

선고를 맞자마자 금은 장식 머리띠로 푼다.

곧장 배인을 향해 날아가 멱을 뜯는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 해낸다.

-선고를 풀 수가 있어??

-아니, 벽꿍도 아니고 넉백을 풀 생각을 하네

-그저 레전설, 빛전설……

-인장질 조쿠요!

-중국애들 뭐라고 하고 있으려나ㅋㅋㅋ

뛰어난 피지컬에 반해 멘탈이 쿠크다스다.

중체원 우즈에게 항상 지적돼오던 고질점이다.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한순간 틈을 내줬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패인으로 연결된다.

배인 하나 믿는 조합에서 배인이 끊겼다는 것.

미달리가 몸이 성한 상태로 생존해 있다는 것.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적 진영에서 대놓고 놀고 있는 미달리를 쫓아내지 못한다.

쫓아내긴 커녕 농락 당하며 게임의 승기가 기운다.

관심을 끌어모은 첫 한중전의 승패가 갈라진다.

물론 설욕의 순간은 올 수도 있다.

챌린저 구간에서 같은 시간대에 듀오큐를 돌리면 무조건 상대팀으로 잡히기 마련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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