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89화 (289/443)

###289

<-- 인성 대결 한중전 -->

중화사상(中華思想).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의 네 글자다.

실제로 의미는 그 느낌적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며,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이 우수하며, 다른 나라는 오랑캐로 중국의 아래다.

중국인 특유의 자문화 중심주의 사상이다.

물론 비단 중국에만 있는 사상은 아니다.

독일의 나치스도 그렇고, 이스라엘의 유대교도 그렇고, 옆나라 일본도 그렇고.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쳐맞을 짓을 과거에 했음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까지 그런 정신 나간 짓을 대놓고 하는 나라는 당연 없다.

종교적, 혹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뇌 정책에 놀아났을 뿐이니까.

옛날이야 문맹률이 높아서 그런 게 먹혔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오직 중국만이 그런 정신 나간 사상을 현대에도 교육을 통해 주입하고 있다.

공산당의 지배를 보다 합리화하고 용이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자국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한 쇼비니즘의 성격을 가진다.

공산주의라 나라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와 닿는다.

"그럼 솔로랭크에서도 본래 연습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빵즈들은 전혀 신경 쓰지 말고."

그러한 사회 풍토에서 변질된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인들은 이를 굳게 믿는다.

타국에서 이기적인 짓거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의아할 정도로 없는 이유다.

또한 한 가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트롤을 하는 합리적인 이유라니?

놀랍게도 존재한다.

그것도 팀차원에서 말이다.

-아, 우즈네 ㅅㅂ

-게임 조져따리ㅋㅋㅋㅋㅋ

솔로랭크의 큐가 잡힌다.

우즈와 같은 팀이 된 팀원들이 대놓고 중얼거린다.

-왜여? 우즈 개꿀 아닌가? 요즘 폼 안 좋음?

일련의 의문.

한 명쯤 나올 만도 하다.

마스터 하위권 유저인 5픽이 의아한 듯 물어본다.

그도 그럴게 우즈의 실력은 보증돼 있다.

마스터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최상위권의 실력이다.

아니, 챌린저 구간이라고 해도 환영받을 실력의 소유자다.

자존심 높은 한국 천상계 유저들도 인정은 하나.

-아니ㅋㅋ 게임을 얼마나 쉬었길래 여기 구간 유저가 그걸 모르지

-여친 하구 놀아주느라 ㅠ.ㅠ

-…….

-……퉤!

살다 보면 괜시리 패배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생의 반을 롤에 갈아넣은 천상계 유저들은 특히 더하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오해에 지나지 않지만.

-저 여친 빨리 5성 띄워야 하는데 닷지판인지 아닌지 설명 좀ㅠ.ㅠ

-아, 네…….

옆구리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천상계에는 오타쿠가 많다.!

안타깝게도 일반화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아무튼 우즈의 대한 악평은 널리 퍼져있다.

"하, 빵즈들."

"왜 또 뭐라 그래?"

연습실 옆자리에 앉은 팀원이 우즈의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외계어다.

전혀 이해가 안되니 말이다.

심지어 이해를 할 마음도 없다.

중화사상.

그로 인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기본적인 영어도 배우지 않는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않는 거다.

필요에 의해 찾아서 배우는 사람은 있지만 대부분은 배울 필요성을 찾지 못한다.

왜?

우리 14억 중국인들이 더 많으니까!

-ADC. 打野下路?小田原.(원딜을 간다. 정글은 봇갱을 와라.)

중국인들이 한국 서버에서 중국어로 대화하는 말도 안되는 짓을 서슴없이 해버리는 이유다.

우즈의 채팅에 픽창이 시끌벅적해진다.

-들판을 치다가 뭔 개소리야?

-보나마나 뻔하지ㅋㅋㅋ 봇갱 오라고

구글 번역기라는 훌륭한 기능!

그조차도 복잡한 중국어에 게임 용어까지 섞이면 번역이 막힌다.

하지만 뜻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가 하는 늘 똑같으니까.

'알아서 봇만 오면 캐리해주는데 한국 서버 마스터 떨거지들은 늘 주제 파악 못하고 설치는군.'

이해가 안되는 한국어 채팅이 우즈의 심기를 더욱 건드린다.

번역기로 돌려보려는 노력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기적이지만 그것이 중화사상이 가진 요체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결국 닷지 없이 시작하고 만 게임.

사실 마스터 유저들에게는 개꿀이긴 하다.

우즈가 욕은 먹어도 실력 하나는 확실하니까.

날고 기는 한국 프로들과 어깨를 견주거나 그 이상일 정도다.

봇갱만 봐준다면 게임을 이길 확률이 훨씬 높다.

타산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는 분명 이득이다.

나무카이(0/1/0): 미달리 점멸W 하면 그냥 잡는데 탑을 왜 안 오지?

리심(0/0/2): 우즈가 바로 꼴아박을 텐데 그래도 괜찮으면

나무카이(0/1/0): 하…… 탑생;

인내하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위다.

자기 라인 갱 좀 와 달라!

솔랭 유저라면 누구나 바라지만 강요해서는 안된다.

왜냐!

정글러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동선이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천상계 정글러들은 나름의 정글 철학이라는 게 있다.

나는 봇 2렙갱으로 킬 한 번 따면 무조건 이겨.

역버프 동선 꼬는 카정으로 레벨링 차이 벌릴 거야.

기타 등등 선호하는 정글 동선과 게임 스타일이 존재한다.

이를 무시하고 아군 동선을 강제하는 건 그냥 대놓고 실례다.

그럼에도 우즈가 솔로랭크에서 봇갱만 미친 듯이 요구하는 이유.

캐리 때문은 당연히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게임 구도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꾸웨엑!

푸슝!

우즈의 꼬그모가 스킬까지 사용하며 라인을 마구마구 민다.

지극히 위험한 행위다.

생존기가 없는 꼬그모는 갱킹과 로밍에 지극히 취약하다.

퀴이이잉……!

아니나 다를까 온다.

데굴데굴 콩머스가 빠르게 굴러온다.

적 봇듀오의 호응까지 더해지며 위험에 처하지만.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아군 리심이 봇라인만 하염없이 봐준 덕에 역갱이 가능했다.

우즈가 이름값을 하는 카이팅으로 적을 보내버렸다.

라인도 먼저 밀고 있어서 유리한 교전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학살 중입니다!

물론 일방적인 이득일 수는 없다.

그 대가는 참혹하다.

한 번쯤 봐줘야 할 탑이 완전히 버려졌다.

라인전이 무척이나 강한 미달리에 의해 고통 받는다.

나무카이(0/3/0): 우어어어어! 저어어엉글러어어어!!

리심(0/0/4): 재스가 참자ㅋㅋㅋ 존버가 답이다

스트리머인 BJ김재슥의 희생은 보람이 있었다.

우즈의 꼬그모가 하드 캐리를 일궈냈다.

『승리』

팀에게 억지 요구를 하여 봇만 파게 했다.

봇라인 교전을 자꾸 유도하여 피지컬로 끝장냈다.

이는 사실 로얄 클럽의 코치진이 내린 일종의 훈련이다.

사람의 뇌는 많은 것을 저장할 수 없다.

기능적으로는 되지만 육체가 소화하지 못한다.

탑에서 딜챔프만 하던 사람이 탱챔프를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우즈는 공격만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로얄 클럽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특유의 폭발적인 피지컬과 어울려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낳는다.

-하;; 우즈 따까리 해서 이기면 좋냐?

-네 다음 점수 빨리고 부들부들~

-느그들 같은 애들이 맞춰주니까 저 돼지 새끼가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지

게임이 끝나고 전적창에 들어서자 격한 채팅이 오간다.

당연하게도 우즈의 억지 요구를 싫어하는 유저들이 많다.

대놓고 실례이거니와 말하는 싸가지도 결코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미 커뮤니티에서 대차게 까이고 있으니 설명이 필요할까?

우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다음 큐를 돌린다.

그리고 똑같은 요구를 매게임 반복한다.

* * *

사람은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한다.

더불어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쳐준다.

사명감을 가지고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어로 멋지고 잘생긴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No. 모릅니다. 뭐라고 하나요?"

비역슨도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문화에 관해 호기심 많은 청년이다.

가르치는 이로서 보람을 느끼는 상황이다.

"Byungshin means Handsome. 따라해 봐. 나는 병신이다."

"Oh No! 전 잘생기지 않았어요. You are Byungshin. 썽훈이 병신이다."

"……."

-지 꾀에 지가 당했죠?

-비역슨 알고 있는 거 같은데ㅋㅋ

-한국 생활 벌써 익숙해졌자너~

-레전설 수법에 익숙해진 거겠지!

이 녀석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은 걸?

순진하게 생겨 가지고 알 건 다 안다.

오늘도 한국의 맛집들을 순례하며 방송을 했다.

'근데 너무 즐기긴 했어.'

쉴 땐 확실히 쉬어야 하긴 하지만 너무 풀어져서도 안된다.

직업의 본분을 망각하고 진짜 그 비제이가 돼버릴지 모른다.

슬슬 프로게이머로서 자각을 하고 진지해져야 할 시간이다.

"고로 오늘은 밥 먹고 돌아가면 진지하게 솔로랭크합니다."

-응, 그 말 어제도 들었어

-빨간 뚜껑 소주 마시고 뻗었죠?

-비역슨 술 못 마시는데 지 혼자 꾸역꾸역 쳐먹어ㅋㅋㅋ

딱 한 잔만 마시려고 했다.

근데 원래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는 법이다.

그러다가 두 병씩 마실 수도 있는 거고.

'안주가 워낙 좋은 걸 어떡해?'

칼칼한 매운탕을 어떻게 소주 없이 마셔?

매운탕에 대한 실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좀 마셨다.

비역슨은 약간 꺼려하는 눈치긴 했지만 신기한 경험이라면서 먹었다.

'라면사리 넣어주니까 술술 잘 먹더라고 사이다랑.'

Easy한 거 말고 본격적인 음식도 먹어봐야 한다.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식문화를 따라야지.

약간 Hard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경험해보면 한국의 음식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히게 된다.

"고로 감자탕 한 번 뜯고 음주롤 달려보겠습니다."

-미친 새끼 이젠 그냥 예고하네ㅋㅋㅋㅋㅋ

-캬, 감자탕은 인정이자너~

-비역슨이 먹을 수 있을까?

-그로테스크 할 거 같은데 흠ㅋㅋ

어제는 생선을 먹었으니 오늘은 고기를 뜯어야지.

그리고 이는 비역슨을 배려한 음식이기도 하다.

감자탕에 대한 실험은 이미 끝난지 오래다.

'토이치TV 애들도 잘 먹었어.'

한국은 매운 음식이 많다며?

우리도 매운 음식 먹어보고 싶다.

L.A 한인타운 감자탕집에 데려다 줬더니 환장해서 먹는다.

아니나 다를까 비역슨도 잘 먹는다.

이러면 나도 소주 마시는데 눈치 안 보이지.

채팅창에 신경 쓰이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레전설님 우즈 사건 봤어요?

-우즈 사건 판결 좀 해주시죠ㅋㅋ

-중국 선수가 우리나라 솔랭에서 깽판 치는 중!

중국의 유명 프로게이머 우즈.

그가 한국 서버에서 트롤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잘하기도 하고 마땅히 해결책도 없어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보고."

나는 지금 이 행복한 시간이 더 중요해.

그리고 나도 북미 프로게이머다!

한국 프로게이머 아니다.

"하지만 But 이 가슴속 뜨거운 심장에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다. 나 레전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남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레전설이지!

-정의 구현 가즈아아!!

-레전설 술챘어ㅋㅋㅋㅋ

소주가 들어가니까 입이 좀 트네.

즐거운 기분으로 되는 대로 지껄였다.

"너도 빠지면 안되지. 어? 같은 팀이잖아. 한국은 무조건 같이 가는 거야 무조건……. 따로 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OK OK. Why Not?"

-레꼰대 또 시동 걸렸죠?

-비역슨 이 와중에 잘 맞춰줘ㅋㅋㅋ

-와, 우리 회사 부장님이랑 똑같은 소리하네

뭔가 그래야 하는 분위기 같았다.

몸도 마음도 들뜨다 보니 술이 잘 들어간다.

"위하여!"

"Wehayeo?"

"위하여 is Cheers! OK. Let's get it?"

""위하여!""

-비역슨 사이다 들고 위하여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위하여!

-레전설 저러다 뻗겠다 뻗겠어

적당히 먹으려면 술을 뭐 하러 먹니?

안 먹으면 아예 안 먹고 먹으면 확 가버려야 해.

그렇게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음주가 이어졌다.

너무 노는 감은 있지만 들어가면 멈추지 않는다.

음주롤은 무슨 택시 타고 귀가해야 했다.

귀가를 한 것까지는 좋은 일이다.

다음 날 아침.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며 일어났다.

무언가 많은 말들을 한 듯한 기억이 날랑말랑 한다.

'혹시 뭔가 말실수 했었나?'

감자탕집에 약간 실례를 저지른 감은 있다.

근데 뭐 시끄럽긴 했는데 많이 마셔줬잖아?

양심에 찔릴 일까지는 안 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핸드폰에 수북한 까톡과 함께 기사들의 링크가 보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