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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87화 (28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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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롤드컵까지 아직 기간이 남기는 했어도.

'근데 손발을 많이 맞춰본 게 아니잖아.'

새로 영입된다고 하는 선수들.

만약 베테랑이 와줘도 야기될 문제다.

개인 실력 이전에 팀원과의 호흡을 생각해야 한다.

다행히 생각보다 이르게 소식이 왔다.

탑티어의 선수 영입에 성공했다.

대체 누구를 영입했나 했더니.

-뭐야 진짜 비역슨이야?

-실화냐……

-아니, BJ라며?

BJ맞잖아.

누가 봐도 BJ잖아.

"미국에서 온 BJ역슨입니다. 환영해주세요."

"Um…… Hello?"

BJeogsen.

태어났을 때부터 이름에 BJ를 달고 태어났다.

고로 BJ를 하는 건 숙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오늘 비역슨과의 합방을 기획하게 된 참된 의도다.

-BJ역슨ㅋㅋㅋㅋㅋㅋㅋㅋ

-끼워 맞추기 오지고 지리고 레릿고 스무스~

-근데 진짜 비역슨이야??

진짜 비역슨이 맞다.

방송을 비추는 캠을 통해 보이고 있다.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 비행기를 타고 찾아왔다.

-어디서 외국인 배우 구해온 거 아닐까?

-왠지 신기한TV 서프라이즈에서 본 거 같음!

-레전설 방송감이면 씹가능

-비역슨 맞는 거 같기도 한데……

같기도 한데가 아니라 진짜 비역슨이라고!

어디 속고만 산 시청자들이 이토록 많다.

그 마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니까.'

한국 사람들한테 북미 프로게이머 누구 좋아해?

묻는다면 백에 아흔은 비역슨이다.

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역슨의 실력이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른 하나는 비역슨 말고 달리 알려진 선수가 없다.

그런 유명한 프로게이머와 갑자기 합방을 하다니.

"내가 더 잘하고 유명해 이 새끼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은 BJ잖아요

-본업BJ, 부업 프로게이머!

이분은 태어날 때부터 BJ다.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조우해서 인사를 나눴고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일단 한국에 왔으니 김치 좀 먹이면서 한국에 대해 가르쳐봅시다."

-기승전 김치?

-진짜로? 안 빼고?

-게임한다며?

무슨 얼어죽을 게임이야.

앞으로 신명나게 할 텐데.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예절부터 따라야지.'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는 예로부터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는 특별 관습이 있음이다.

* * *

갑작스레 화제가 되고 있다.

님들 요즘 대세 이거임 이거!

SNS에는 꼭 올라오는 어그로 인용이다.

드문 일도 아니게 됐지만 오늘 만큼은 조금 다르다.

「미국 최고의 프로게이머 비역슨 한국 상륙!」

「레전설과 비역슨. 두 탑프로게이머의 운명적인 만남.」

「BJ……? BJ역슨? 비역슨? 그가 BJ가 된 것은 필연이었다.」

인터넷 기사가 주르륵 게시될 정도다.

그 정도로 한국에서 비역슨은 상당히 유명하다.

서구권 프로게이머들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선수다.

─비역슨이 걔 아니냐 걔?

북미의 테이커

북전파라는 별명이 있는 그?

근데 갑자기 비역슨 얘기는 왜 하는 거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미드라이너는 따질 것도 없이 테이커다.

최근 팀의 슬럼프와 함께 휘청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2시즌 연속 국내 리그 롤챔스 우승, 해외 리그인 롤드컵 우승.

두유 노우 시리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세 글자다.

이에 비견이 되는 실력을 가졌다고 하여 별명이 붙었다.

비역슨은 명실상부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서양 프로게이머다.

└레전설 방송에 비역슨 출연하고 있음ㄷㄷ

글쓴이-?? 아니, 그 새끼는 어떻게 바람 잘 날이 없어!

└그 비제이가 그 비제이 했을 뿐……

└걸즈데이 다음은 비역슨ㅋㅋ 인맥 개쩔어 진짜!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레전설이 속한 토이치TV.

당연하게도 외국 게임단이고 외국 선수들이 소속돼있다.

비역슨이 그 중 한 명으로 당당히 합류했다.

믿기가 힘든 사실이지만 실화라고 밝혀졌다.

팀 혼자 중단과 토이치TV가 고액 협상을 체결한 결과.

─실시간 재평가 받고 있는 드립.jpg

하지만 저 비역슨!

이 새끼 사실 진짜로 가고 싶었던 거임;;

└말만 하고 안 갈 줄 알았냐!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ㅠ.ㅠ

└하지만 저 비역슨! 이번에는 정말로 이적에 성공했습니다!

팀 혼자 중단이 어째서 팀 혼자 중단일까?

비역슨이 미드에서 혼자 멱살 캐리하니까 팀 혼자 중단이지.

그로 인해 생기게 된 드립이다.

하지만 저 비역슨!

상큼한 미소로 이적 의사를 밝힌다.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짤방으로 국내 롤 커뮤니티에서는 유명세를 탔다.

실화가 되며 방아쇠가 당겨진다.

비역슨의 한국 상륙.

그리고 레전설과 합방이 엄청나게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다.

─비역슨이 북전파라 불릴 정도로 잘한다던데

드디어 실력을 볼 수 있는 건가?

레전설이랑 합방하면 듀오도 하겠지?

└레전설이랑 투탑 체제 기대해도 될 듯?

└아니, 비역슨 레전설이면 너무 치트키인데……

└진짜로 북미가 우승하나?ㅋㅋ

└대박이다 진짜ㄷㄷ

한국 롤 커뮤니티들이 실시간으로 터질 듯 달아오를 만도 하다.

드립과 함께 유명세를 타던 비역슨이 한국에 상륙했다.

심지어 레전설과 합방을 진행하고 있다니?

얼마 전 걸즈데이와의 케미로 국내 인지도가 물오른 레전설이다.

비역슨과의 케미 또한 기대해 볼만 하겠다!

그런데 정작 방송을 가니 게임을 안 한다?

〈Do You Know 지성팍?〉

요상한 컨텐츠가 이목을 사로 잡는다.

* * *

"Do You Know 찬호박?"

"No. 몰라요."

"아니, 메이저 리그까지 진출한 찬호박을 모른다고? 이건 너무하지 않아?"

-ㅇㅈ 이건 좀 너무하긴 하다

-박찬호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은 김연아ㄱㄱㄱ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한다.

나이도 한국 나이로 19살.

굉장히 어린 축에 속한다.

"미국 사람이 야구를 안 좋아하는 게 말이 돼?"

"저 미국 사람 아니에요. 덴마크 사람입니다."

"……아, 그래? 그럼 그럴 수도 있지."

솔직히 말해서 덴마크가 어떤 나라인지.

북유럽에 있는 잘 사는 나라 이상은 한 개도 모른다.

아무튼 미국 사람이 아니니 야구를 잘 모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나 레전설, 그 정도 융통성은 있는 남자다.

"Do You Know 삼성? Do You Know 현대?"

"Uh…… 현대는 모른다. 삼성은 알고 있다. 삼성 핸드폰 쓰고 있다."

"핸드폰을 삼성 갤럭시 쓰고 있대!"

-진짜로?

-오~ 비역슨 호감 확 올라갔어

-명예 한국인 인정하자너ㅋㅋㅋ

-그만해 미친놈들아!

한국인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문제다.

채팅창에 긍정적인 반응들이 빗발친다.

안 그래도 높은 비역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치닫고 있다.

"Do You Know 김……."

"Stop Stop! 왜 자꾸 무언가를 아냐고 묻는 겁니까?"

"When in Rome, do as Romans do. 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당연히 알고 있죠. 근데 그게 왜요?"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라.

마찬가지로 한국에 왔으면 동방예의지국의 예절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명인, 음식, 기타 등등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어보는 거다."

"Why……??"

"나도 몰라 묻지 마."

-두유 노우 싸이? 두유 노우 강남스타일?

-아 근데 영어로 대화 겁나 잘하네

-사스가 유학파ㄷㄷ

좋든 싫든 한국에 오면 겪어야 할 통과 의례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분명히 하게 될 거다.

미리미리 익숙해지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같은 팀으로서 신경을 써주는 거니 부담 안 가져도 된다.

"두유 노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음식이 도착했으니 음식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언제까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역슨과 함께 식당에 왔다.

식당에서 현재 Live 방송을 진행 중이다.

음식이 도착한 고로 두유 노우 시리즈는 잠시 중단한다.

식당 아주머니가 밑반찬과 함께 탐스러운 갈비를 내려놓는다.

내가 이래 봬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잘 안다.

주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엄선했다.

비역슨에게는 갈비를 대접하려고 한다.

"Do You Know 갈비?"

"……."

-그만한다며ㅋㅋㅋㅋ

-음식 먹으면서도 계속 물어볼 기세

-식겁하겠다 진짜

그냥 순수하게 물어본 거잖아!

갈비가 아무리 맛있어도 알고 먹어야 더 맛있지.

갈비는 동물의 늑골 부위에 있는 고기 부위로 아무튼 쫀득쫀득해서 겁나 맛있다.

하지만 불판에서 노릇노릇 익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갈비가 익기 전에 한 번씩 밑반찬을 집어 먹는다.

"Do…….'

"안다! 알고 있다! 김치,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

-이걸 선수친다고?ㅋㅋ

-비역슨 벌써부터 한국 적응하고 있는데?

-캬, 역시 북미 최고의 프로게이머!

DO……로 시작한다고 다음 단어가 꼭 You Know인 게 아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어색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Try해보겠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 있다면.'

당연히 해야지.

말을 꺼냈는데 못 먹는다고 거부하면 많은 한국팬들이 실망한다.

"자, 잡숴봐."

"Me?"

"그럼 너지. 식당 아줌마겠냐?"

-인성ㄷㄷ

-비역슨 상대로도 거침이 없네

-쟤는 걸그룹 상대로도 필터 안 거치는 애라……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 김치.

실질적으로 건강에 안 좋다, 염분이 높다 그런 이야기 있기는 한데.

'그건 제대로 모르고 먹었을 때 이야기고.'

6개월에서 1년 사이 발효한 김치는 건강식이 맞다.

그 이상으로 너무 푹 재우면 그냥 짠지가 되는 거고.

식당에서 파는 김치는 회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된 건 내놓지도 않는다.

아삭!

씹히는 맑은 청음과 함께 먹방이 시작된다.

서양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비역슨의 김치 먹방.

과연 그 맛이 어떠할지.

'어떠하든 간에 무조건 맛있다고 말을 해야 돼.'

한국에 왔으면 무조건 김치를 좋아해야 한다.

그 사실을 비역슨이 과연 알까?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직접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식감이 좋고 새콤해서 먹기가 쉽다. 더 매울 줄 알았어요."

-속보 비역슨 김치 먹음!

-오, 외국인들한테도 김치가 먹혀?

-이거 100% 기사 올라간다ㅋㅋㅋㅋㅋ

-이 방에 무조건 기레기 있을 듯

비역슨 본인이 알지 모르겠지만 방금 전 통과했다.

한국으로의 진정한 입국 테스트를 말이다.

추가 검문들도 긍정적인 속보가 잇따른다.

-근데 비역슨 포크 안 쓰고 젓가락 쓰네

-젓가락질도 할 줄 안다고?

-잡는 법이 좀 이상하긴 한데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외국인들이 보통 젓가락질을 못한다.

내가 외국인들과 밥을 많이 먹어봐서 안다.

젓가락 한 짝으로 음식을 꼬챙이 마냥 찍어 먹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어째서 한국인들이 게임을 잘하는지 많이 궁금했고 젓가락 습관이 관련이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 비역슨이 이렇게 참한 아이입니다."

-명예 한국인 진짜로 인정해줘야 할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준비해온 거 아닌가ㅋㅋ

-입국 심사를 이 정도로 스무스하게 통과한다고?

채팅창 반응이 뜨겁다.

솔직히 말해서 약간 언급은 해줬다.

방송을 시작하면 한국에 대해 여러가지 물어볼 수 있다고.

근데 그 여러가지 Do You Know 시리즈가 심각히 많자 식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심사는 무사히 통과했다.

내가 괜히 자랑스럽네.

"Korean Barbecue. 갈비."

"칼비?"

김치가 입에 맞는 이상 나머지 한국 음식 클리어는 지극히 간단하다.

하물며 갈비.

바비큐처럼 친숙한 느낌이라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손꼽힌다.

-프로게이머 둘이서 먹방 찍고 있네ㅋㅋㅋ

-사스가 BJ역슨!

-태생부터가 BJ자너ㅋㅋㅋㅋㅋㅋ

말할 것도 없이 잘 먹는다.

뜨거워서 약간 힘들어했지만 식혀서 먹으면 그만인 일이다.

"비역슨, 모처럼 한국에 왔으니 가장 중요한 걸 가르치겠다."

"Ok. Why Not?"

"한국은 5천년 역사를 가졌다. 유교 의식이 뿌리 깊게 박힌 나라다."

"오래된 나라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유교는 잘 모르겠어요."

"먹지만 말고 고기 좀 쳐구으라고 팔 떨어지니까!"

-외국인 상대로 인성질ㅋㅋㅋㅋ

-마! 장유유서 모르나 장유유서!

-아아, 이것이 한국의 유서 깊은 『꼰대질』이다

-비역슨 졸지에 고깃집 청년행……

후임의 인성 교육 또한 찬찬히 이루어가고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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