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86화 (28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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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역슨 -->

멸망전의 후폭풍.

당연 작을래야 작을 수가 없다.

수십만 명이 실시간으로 봤고, 그 이상의 숫자에게 전파됐다.

─아니, 야흐오로 정글 가는 놈들은 대가리가 없나?

아군이 에어본이 무조건 있는 것도 아닌데

있어도 딱히 좋은 정글러는 아닌데

야흐오 정글 쳐하는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멸망전에서 나와버려서……

└님 멸망전 안 봄?ㅋㅋ

글쓴이-뭐야 그게. 대회임?

└크~ 인터넷 개통 축하드립니다

대회에서 선전을 하면 솔로랭크 픽률이 오른다.

그 효과는 예로부터 익히 증명되어왔다.

멸망전 또한 예외일 리가 없다.

정글 야흐오, 원딜 도라이븐.

플레이어의 손을 극한으로 타는 피지컬 챔피언들이 유행하는데 이른다!

솔로랭크 유저들에게는 가히 청천벽력과도 같은 악보지만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

─곧 있으면 처음으로 한국에서 롤드컵이 개최되네……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우리나라가 롤판에서 입지가 높아지니까 롤드컵도 열리고

이 뜻깊은 자리를 SKY T1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쉽다

└슼충 어서 오고~

└한국이 롤 최강인데 롤드컵 한 번쯤 열릴 만하지ㅋㅋ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ㅇㅇ빨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일 줄? 게임사 일처리 빨라서 마음에 듬!

곧 역대급의 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롤드컵.

세 글자로 줄여 부르면 간단하지만 정식 명칭은 당연히 따로 있다.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십이다.

세계적 축구 대회인 월드컵에 롤을 더해 상징적인 의미로 롤드컵이라 부르게 됐다.

명칭이야 어쨌든 롤판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으며, 많은 시청자가 보는 대회임은 틀림이 없다.

─이번 롤드컵이 진짜 역대급이긴 한 게ㅋㅋ

1. 개최지가 무려 한국임

2. 레전설(…….)이 출전을 해버림

3. 걸즈데이 콘서트 예정돼 있음ㄷㄷ

└롤판 아이돌 하면 걸즈데이지ㅋㅋㅋ

└걸즈데이 잘됐으면!

└레전설은 근데 북미팀 소속이지? 토이치TV

글쓴이-검은 머리 미국인됨ㅋㅋ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말이다.

북미팀 소속으로 롤드컵에 참전한 레전설.

차후에야 흔한 일이 되지만 현재는 최초로 있는 일이다.

다른 나라 대표팀에 한국인 선수가 소속돼있다?

심지어 그 선수가 다름 아닌 레전설이다.

안 그래도 높은 관심이 더욱 끓어오른다.

─레전설 멸망전 하는 거 보니까 혹시 하게 만드네ㅋㅋㅋ

북미 우승각에 마음 졸여도 되는 부분이냐?ㅋㅋㅋ

└캬 북미잼ㅋㅋㅋㅋㅋ

└겁나 애타자너ㅋㅋㅋㅋ

└북미가 우승하겠어 정말ㅋㅋㅋㅋ

피지컬과 실력은 진작에 보증 받은 선수다.

지난 스프링 시즌 당시 말도 안되는 전설을 써버렸다.

그리고 북미에서 신화를 하나 일구고 왔다고 풍문이 자자하다.

심지어 멸망전에서의 대활약.

인기 걸그룹 걸즈데이를 이끌고 우승을 해버렸다.

이른바 레전설을 해버리며 멱살 캐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또한 나올 수밖에 없다.

─???: 와…… 레전설 진짜 잘하네……

하지만 다른 라인은 못하네요!

저 비역슨 미드 말고도 잘합니다!

토이치TV 프론트 여러분 연락주세요!

└형이 왜 다른 라인을 가ㅋㅋㅋㅋ

└이 짤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역슨 피지컬 쩔어서 원딜도 잘할 듯!

└아니 형, 포지션도 포기할 정도로 우승하고 싶은 거야? ㅠ.ㅠ

레전설의 실력은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 맞다.

문제는 팀원들까지 그런 건 아니라는 부분이다.

북미 대회에선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국제 대회는 만만하지 않다.

특히 한국팀과 중국팀들은 라인전이 무척 강하다.

레전설이 캐리력을 발하기도 전에 터져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명 선수가 토이치TV에 지원하고 싶다는 드립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다.

─북미가 국제 대회 나올 때마다 항상 죽 쑤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님

북미는 워낙 안정 지향적이라 스노우볼이 팍팍 안 굴러가거든?

하지만 다른 나라 팀들은 달라

롤판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지역을 소위 5대 리그라고 부른다.

당연하게도 각각의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한국은 밸런스가 굉장히 좋고, 특히 운영에 강점을 가진다.

중국은 난전과 개싸움을 무척 잘하며 피지컬이 뛰어나다.

유럽은 준수한 실력과 더불어 앞서가는 메타가 특징적이다.

대만·홍콩·마카오는 뛰어난 분석력으로 상대의 허를 잘 찌른다.

└북미도 장점이 없진 않지…… 북미잼!

└북미는 잼나자너ㅋㅋㅋㅋㅋ

└롤드컵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습니다 여러분!

└???: 이번에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북미는…… 재밌다!

독특한 챔피언도 꺼내고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던지고!

중계진들과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황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실력적인 면에서 솔직하게 애매하다.

기본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밀린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그런 북미에서조차 라인전 능력이 부실했다면 국제 대회는 씨알도 안 먹히지 않을까?

─한국 전지훈련 온 각 지역 대표 선수들 근황.jpg

솔로랭크 돌리면서 한국 메타 적응 중

포나틱 페케 장군- 마스터 127점

포나틱 네클레스- 마스터 82점

로얄 클럽 우즈- 마스터 272점

Cloud7 미터스- 마스터 31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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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참전을 위해 전세계의 대표팀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개중에는 본격적인 훈련에 접어든 게임단들도 꽤 있다.

한국 팀들과 스크림 경기를 가지는 등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선행되는 것이 바로 솔로랭크다.

그 나라의, 그 지역의 메타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롤드컵 시즌이기에 팬들의 관심도 높아서 정리된 자료들이 올라오는데.

└미터스 잘하네. 미터스는 한국에서도 챌 달겠다

└근데 다른 선수들은 마스터도 버거워하는데?

└북미는…… 메타 차이도 그렇고 실력도 별로라는 평이 있지

└와, 프로가 챌린저도 못 달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닌가

모든 선수들이 같은 시간, 같은 판수를 한 건 아니다.

먼저 올라가는 선수도 있고 늦게 올라가는 선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일정 판수 이상 하면 사이즈가 대충 보이기 마련이다.

북미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고전하는 추세다.

익히 알려진 북미 약체설에 근거가 뒷받침된다.

왜냐!

솔로랭크는 가장 보편적인 실력의 지표다.

─그 와중에 토이치TV는 아직 오지도 않았네

레전설도 깝깝하겠다

이 새끼 팀운은 파프리카 프릭스부터 보증 받았지

└ㅋㅋㅋ이번 롤드컵도 고통 받으려나

└4강 따리 예상해봅니다

└4강 따리도 대진운 받쳐줘야 할 듯ㅋㅋ

항상 뜨거운 감자에 쌓여있는 레전설.

멸망전에서 엄청난 선전을 한 것은 분명 맞다.

하지만 대회의 격이라는 측면에서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팀원의 부실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이전부터 나오던 이야기에 더더욱 살이 붙고 있다.

이는 분명 현실적인 근거가 바탕된 합리적인 추측이 맞지만.

「토이치TV, 팀 혼자 중단 긴급 협상! 비역슨 이적 가능성 보여…….」

「토이치TV, 비역슨 영입을 위해 고액 협상료 지불 용의 있다!」

「팀 혼자 중단 중대 발표! 토이치TV와 구체적인 협상 진행 중.」

대세를 송두리째 뒤엎을지 모를 충격적인 소식이 전세계를 강타한다.

* * *

한국에 도착한지 어언 일주일이 지나간다.

롤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나도 준비를 해야 한다.

-오 레전설 방송 켰다!

-타이밍 오지고 지리고 레릿고~

-낮시간대 여캠 많다 참방ㄱㄱ

-오늘은 어떤 여캠 조지냐?

조지긴 뭘 조져 조진 건 니 인생…….

아무튼 오해를 하지 않아줬으면 싶다.

누가 보면 내가 문란한 방송을 조장하는지 알겠네.

내가 하려는 바는 애초부터 뚜렷하다.

〈님들 저 본업 프로게이머입니다. 이상한 말로 현혹하지 마세요.〉

-오~ 누가 보면 프로게이머인 줄

-정보)레전설은 꼴에 프로게이머다

-본업이 BJ고 부업이 프로게이머자너ㅋㅋㅋ

-그 비제이가 또……

근 일주일 동안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했다.

컨텐츠들이 의도치 않게 자극적인 면이 있었다.

내가 여캠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인데 팀원을 구하다 보니 얽히더라고.

'적어도 게임 방송은 진지하게 하고 싶어.'

집중하기 위해서라면 토이치TV에서 방송을 키는 게 좋다.

안타깝게도 전용 회선이 없어서 그럴 수가 없다.

영상 송출은 데이터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대륙간의 회선을 깔아야 한다.

토이치TV는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처럼 방송 시청자가 많은 경우는 송출 대기 시간 등이 길어져서 더더욱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진지하게 빡겜만 하기에는 적적하잖아.'

유리야 한 마리 쓰다듬으면서 하면 재밌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어색해!

호텔 일이 있고 난 이후로 둘만 있으면 공기 맛이 느껴질 정도로 민감하다.

〈아니, 저 롤드컵 대비로 솔로랭크 빡세게 돌려야 돼요. 저라도 잘해야 우승각이 보이죠.〉

-그냥 게임 한다고?

-오늘 여캠물 장난 아닌데……

-레전설이 캐리해야 하는 건 맞지ㅋㅋ

-그래도 한 번만 둘러보자. 안 보면 후회한다 정말

저런 애들이 친구들 공부할 때 옆에서 핸드폰으로 게임 두들긴다.

일부러 소리 크게 키워 놓고.

주머니에 이어폰 있는 주제에.

'옆에 가서 무슨 게임이냐고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주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지.'

이렇듯 평가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채팅창에 신경 쓰이는 이야기들이 언뜻 보인다.

-방장아 BJ요요 가슴 봄? 미침 그냥

-요요 허리 작살나!

-개미 허리 오지지. 가슴도 F컵이고

그렇게 물이 좋아?

그럼 한 번은 볼 수 있지.

원래 한 번이 두 번 되고 세 번 되는 거다.

내가 바쁜 사람이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듯한 남자다.

시청자들의 어그로 때문에 방송 진행이 차질을 빚는다.

하지만 나 레전설, 시청자들의 의견 무시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BJ요요의 방송.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이러한 감명을 받지 않았을까?

과거의 위인과 공감대가 형성되려고 한다.

-ㅎㄷㄷㄷㄷ

-아니, 저게 돼?

-진짜 신세계인데ㅋㅋ

의자에 도도하게 앉은 한 명의 여성이 초코에몽을 마신다.

해당 기업의 논란 때문에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만큼은 흐뭇해진다.

봉긋한 가슴 위에 초코에몽이 얹어져 있다.

미끄러지지 않는 평안함이 느껴지는 봉우리다.

내 인생에서 등반하고 싶은 산이 지금 한 곳 늘었다.

-안녕하세요. 찐입니다. 인사 박아주세요

-ㅁㅊ 새끼ㅋㅋㅋㅋㅋ

-찐(찐따라는 뜻)

-저 새끼는 프로냐, BJ냐? 허구헌날 여캠들한테 껄떡대네

나도 잘 모르니까 묻지 마.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요요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BJ에 의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실화야?

나를 잘 모르는 여캠인가 보다.

그런 사람이 흔하지는 않을 텐데 유감이다.

"착각하지 마세요 여러분. 제가 찬 거에요. 타입이 아니라서."

-추전설 레하다……

-입 벌리고 침 흘린 주제에

-가오 잡는다고 강퇴함ㅋㅋㅋ

-열혈 형님들 심기 안 살피지?

살면서 여자 보고 침 흘린 적이 없는 남자다.

저런 여자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말이야.

"지만 초코에몽 되는 줄 알아? 춘자도 돼! 아마도지만……."

-기승전 춘자ㅋㅋㅋ

-돼서 뭐 어쩔 건데ㅋㅋ

-응, 달래는 너랑 안 놀아

-레전설 빡쳤죠? 부들부들하죠?

정중하게 부탁하면 해줄지도 모른다.

달래가 은근히 마음 약한 아이다.

대차게 까인 요요님은 둘째 치고.

"어차피 오늘 합방이 예정된 BJ가 있었어요. 솔로랭크 한 판 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마침 준비 됐나 보네."

-오오 드디어 유리야?

-방장님 리야랑 화해 했어요?

-ㅋㅋㅋ자진모리 장단 기대해도 되나

무슨 자진모리 장단이야.

리야 피부가 약해서 연속으로 때리면 농담 아니고 피멍 든다.

나 만큼 많이 때려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다.

애초에 부른 사람은 유리야가 아니다.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서 찾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BJ를 하던 양반이다.

-???

-뭐야. 웬 양키

-실화야? 감동 실화냐?

-아니ㅋㅋㅋㅋ 설마 BJ역슨이야?

정말로 내가 찬 거다.

========== 작품 후기 ==========

아슬아슬 안 타는 쓰레기 같네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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