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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파격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 뒤처리가 당연히 이어졌다.
멸망전이 갑자기 음악 방송으로 변한 이유다.
─레전설 마지막까지 실망을 안 시키네ㅋㅋ
엔딩곡 틀자면서 헬로우비너스 노래 틀음ㅋㅋㅋ
김의정 클끼리 수습하려고 걸즈데이 대표곡 정주행 중!
└자, 우리가 누구!
└그 혼모노 새끼 진짜ㅋㅋㅋ
└헬로우비너스 팬이라더니 정말이었나 보네
└순도 100% 산 또라이야
레전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글자 그대로 작은 공이라 수습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당사자들인 걸즈데이도 스케줄 때문에 바쁘다고 떠난 마당이다.
하지만 멸망전의 파급 효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도 그럴게 당연하다.
수십만의 시청자가 몰린 희귀한 상황.
파프리카TV측에서는 최대한 이용해 뽕을 뽑고 싶다.
〈사실 BJ들이 실력적인 면에서 프로게이머보다 크게 꿀리진 않잖아요?〉
걸즈데이 대표곡 정주행과 함께 멸망전 뒤풀이라는 신설 코너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실상은 이러저러 잡담을 나누는데 불과하다.
그리고 겸사겸사 파프리카TV의 홍보.
〈챌린저BJ들도 많고 파프리카 프릭스에서 활동하는 현직 프로게이머들도 있죠!〉
〈BJ이기 때문에 위트적인 부분은 더 감이 있어서 멸망전도 하나의 색깔을 갖춘 대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 개인적으로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트…… 갖추고 있긴 하지
-잼잼 듀오 꿀잼이자너!
-언제 어느 때 던질지 모른다는 긴장감ㄷㄷ
-클끼리의 꿈=일자리
롤챔스와는 다른 색깔을 가진 볼 거리.
존버가 일상인 롤챔스와 달리 킬과 교전이 잦다.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 진행되며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적어도 가능성을 보여준 건 맞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파프리카TV의 멸망전 분명 재밌기는 했는데.
─솔직히 레전설 안 나왔으면ㅋㅋ
다른 루트로 걸즈데이급 영입했어도 케미 못 살렸을 듯
탑급 연예인이랑 티키타카 가능한 BJ가 파프리카TV에는 없지
└저렇게 오늘만 사는 인간이 흔하진 않으니까……
└레전설도 해외 인지도 포함하면 ㅈ됨
└급이 되니까 서로 케미도 맞는 거지ㅋㅋ
└크~ 될놈될. 1년도 안돼서 벌써 이 정도나 떡상을
멸망전이 이토록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다름 아닌 레전설이다.
걸즈데이의 영향력.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이를 영입한 사람도 결국 레전설이다.
생각지도 못한 어처구니 없는 기행을 시도 때도 없이 저지른다.
따라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레전설이 없는 멸망전이 과연 성립될까?
그렇다고 이를 대체할 만한 인재가 파프리카TV에 있나?
─파프리카TV 이번에 걸즈데이 때문에 처음 접했는데
멸망전 꿀잼이길래 앱도 깔고 그랬거든?
근데 정작 레전설이 방송을 안 하네……
다른 BJ 재밌는 애 있으면 추천 좀
└롤챔스 보면 알 만한 클끼리도 방송하고, 양학 좋아하면 러이갓 개맥주?
글쓴이-클끼리 너무 가오 잡고, 러이갓 시끄럽고, 개맥주 게임밖에 안 함
└게임 방송이니까 게임만 하지ㅋㅋㅋ
└입맛 까다로우시네 인싸 형님
멸망전을 계기로 수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걸즈데이와 그 케미를 보기 위해 찾아온 거다.
컨텐츠가 끝나자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다.
물론 홍보에 적지 않은 도움을 미친다.
괜히 편의점에서 2+1이 난무하고, 사는 것마다 덤을 얹어주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많은 손님을 확보하기만 하면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도 상당수 고객이 남는다.
이를 소위 입맛 길들이기라고 한다.
사람은 비슷한 맛이면 평소 먹던 것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먹던 것.
레전설급의 방송이 흔한 것이 아니다.
─요 며칠 동안 파프리카TV BJ들 한 번 씩 둘러봤음
레전설만한 방송감 보이는 BJ는 딱히 없네
레전설은 방송 언제 해?
게임 방송만 하는 건 아니지?
└가끔 야방도 하고 미친 짓도 하고 그럼
글쓴이-야방이 뭐야?
└진짜 뉴비구나! 야외 방송의 준말이야
└레전설 프로라서 방송 보통 안 함. 토이치TV에서는 자주 하는데
롤 관련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파다하다.
레전설이 소속돼 있다는 토이치TV.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세계적의 인터넷 방송 시장을 호령하는 대기업이다.
결국 앞 글자만 다른 거 아니야?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지.
같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잖아.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도 토이치TV 서비스하면 좋겠다
토이치TV 한 번 둘러봤는데 화질 신세계네ㄷㄷ
방송 킬 때마다 거지 같은 광고 안 봐도 되고
└진짜? 화질이 그렇게 좋음?
글쓴이-그냥 1080p라고 보면 됨. 깨끗해
└파프리카TV도 화질 좋게 할 수는 있는데 유료라 그럼
└화질을 돈 받고 판다고?ㅋㅋ
좋게 말하면 장사를 잘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수전노다.
파프리카TV는 시청자와 BJ들에게 온갖 것들을 판다.
화질 상향, 광고 스킵, 다시보기 유지, 시청 인원 제한, 방송 리스트 상단 노출 기타 등등.
한국의 유명 게임 회사 돈슨도 보고 배울 정도로 과금을 유도한다.
인터넷 방송계의 돈슨이라는 별명이 이미 공공연하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BJ들에게도 토이치TV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토이치TV는 BJ한테 월급도 주네ㅋㅋㅋ
자신들이랑 계약한 BJ들에 한해서지만
월급 받으면 BJ들도 어그로 신경 안 쓰고 본인 컨텐츠 진행하기 좋겠다
└토이치TV에서는 BJ가 아니고 스트리머
글쓴이-아, 그래? BJ라고만 불러봐서 스트리머는 어색하다
└근데 그래봤자 그림의 떡이지. 한국에 없잖아
└파프리카TV가 지분율을 꽉 잡고 있어서……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또 아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말란 법은 없다.
적어도 인터넷 방송 관련해서는 규제가 세워지지 않았다.
섣불리 진출하기엔 너무 먼 시장.
투자를 결정하기엔 넘어야 할 벽도 높다.
이미 반독점이 되고 있는 지역에 발을 디디기엔 리스크가 크다
─레전설이 인방계의 문익점이 될 수도 있음!
한국에 토이치TV라는 신문물을 전파하는 거지
본인이 그럴 의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긴 하겠지만
└의지가 있다 쳐도 할 수 있나? 직원도 아니고 계약 선수가
글쓴이-토이치TV의 에이스인데 발언권 있지 않을까?
└그럼 삼선 갤럭시 선수들은 반도체 수입하냐?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흠ㅋㅋ
멸망전을 계기로 여러가지 화두가 오가게 됐다.
지금 당장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이야기.
하지만 언젠가는 싹틀지도 모를 씨앗이다.
물론 거기까지 신경 쓰는 시청자와 유저는 드물다.
그보다는 당장 뿌리내릴 싹이 걱정된다.
멸망전의 뒤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유리야 엉덩이는 어떻게 됨??
정조 위기가 닥치지 않았었나?ㅋㅋ
└고소 각도 좁혀야……
글쓴이-아니ㅋㅋ 멸망전 벌칙 있잖아
└맞다! 멸망전 뒤풀이 때문에 잊고 있었네
└탐스러운 리야 궁둥이 어쩔 ㅠ.ㅠ
한 가지 중대한 벌칙 수행이 남아있었다.
* * *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유리야가 어째서 그토록 화를 내는 걸까?
'출국하기 전까지 잘 놀고 헤어졌었는데.'
당시만 해도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
리야도 많이 서운해 하고 그래서 놀아줬다.
미국에 간 이후로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현대인의 필수앱 까톡으로 말이다.
무언가 말실수를 했다거나 한 적도 없다.
굳이 따지면 짚이는 게 아예 없지는 않지만.
'고작해야 기념일 안 챙겨줬다거나 그런 걸 거 아니야.'
결국 한국 가서 이야기 하다 보면 풀릴 일이다.
나도 미국에서 얼마나 바쁜데 이해해줘야지.
유리야의 격한 반응은 도무지 상정 외다.
"왜 세상이 끝난 것처럼 주저앉아 있냐?"
"……몰라요."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리야와 현실에서 만났다.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건수가 하나 있다.
우승은 우승이고 벌칙은 수행해야지.
세상사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만났음에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볼따구 터트리고 싶다.'
볼을 부풀린 채 묵묵부답이다.
눈도 안 마주치기 싫은 듯 고개를 훽 돌린다.
"왜 이렇게 불만이야? 무엇이 너를 화나게 만들었어?"
"진짜 몰라서 물어요?"
"어."
"진짜…… 진짜…… 나쁜 사람."
만난 이후부터 쭉 저런 상태다.
엉덩이나 때리라면서 볼을 부풀린다.
진짜 때리면 볼따구 터질 거면서.
'내가 유리야를 때리는 건 어디까지나 애정의 표시지.'
싫어하는 사람을 때릴 정도로 내가 막무가내는 아니다.
그런 건 그냥 폭력이지.
유리야가 조금이라도 성장했으면 해서 든 사랑의 매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유리야 상대로 안 때리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
보고 있으면 아오 진짜…….
이마를 콱 짚어서 인형뽑기 기계 마냥 들어버리고 싶다.
그런 야만적인 짓, 자제할 줄 아는 남자다.
"안 때리니까 말 좀 해봐. 오빠도 얼마나 답답하겠어."
"쓰레기."
"뭐?"
"선배 진짜 쓰레기에요. 그렇게 안 봤는데. 믿었는데."
"……."
아니, 내가 뭘!
많이 때리기도 했고 갈구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근데 다 지난 일이잖아.
이제 와서 그러는 건 솔직히 에바참치지.
"때리고 하는 건 친하니까 그랬던 거고. 싫다고 하면 안 하지 나도."
"그런 거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뭘 말하는 건데 아오!"
"소리 질렀어! 흐에엥……."
머리가 멍해지는 게 일단 볼기짝을 한 대 때리고 싶다.
찰싹 찰진 소리와 함께 마음의 평안이 찾아올 것 같다.
싫다고 하니까 차마 시행하진 않겠는데.
'그런 게 아니면 대체 뭔데?'
직접 만나서까지 답답함을 못 풀고 간직해야 돼?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보기로 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풀어보자.
"내가 미국에서 타지 생활 하면서 바빴을 거 아니야. 그치?"
"……네."
"바쁘다 보니 연락을 소홀히 할 수도 있는 거지?"
"……네."
"그렇다고 내가 연락을 안 한 건 또 아니지? 인정하지?"
"……네."
거봐!
난 잘못이 없다니까?
지금껏 살면서 양심에 찔리는 짓은 별로 한 적이 없다.
유리야에게도 잘못을 그렇게 많이는 안 했다.
"근데 갑자기 연락 끊고! 나를 나쁜놈으로 몰아세우고! 그래도 돼, 안돼?"
"돼요."
때려도 돼?
볼따구 터트려도 되는 거지?
일어난 화를 가까스로 다스린다.
"왜 되는데? 연락을 소홀히 한 게 그토록 죽을 죄야? 나쁜 짓이야?"
"소홀히 한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르느끄 그름 므그 믄즌드 으 믄드 그스느으."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물어봤다.
유리야가 화가 난 부분.
양이 아닌 질 쪽이었다.
"내가 성의 있게 답장을 안 해서? 내 스타일 원래 그렇잖아. 아직도 몰라?"
유리야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보낸다.
여자랑 까톡한다고 쓸데없는 미사여구 안 붙인다.
그리고 이를 유리야도 잘 알고 있을 터다.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뭐?"
"책임지진 않더라도 신경은 써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맞는 거잖아요……."
약간 어처구니 없는 일을 상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
곰곰이 돌이켜본 결과 답은 하나다.
유리야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당시 출국 전, 유리야와 모종의 일이 있기는 했다.
오해를 풀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렸던 장소에 찾아왔다.
"이런 짓 저런 짓 당해서 시집 못 가게 될 거에요!"
"그런 걸로 시집 못 가면 나도 장가 못 가."
달래한테 얼마나 많이 당했는데.
너무 과민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또 뭐?"
유리야가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한다.
머리가 과부하가 된 듯 눈동자가 땡그랗다.
기다리자 버퍼가 걸린 두뇌가 작동하며 입을 열었다.
"선배랑 저 잤잖아요……."
"그랬지."
"그리고 여기…… 러브 호텔이잖아요."
"그렇지."
그러긴 했다.
부정할 수 없는 과거다.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진 않겠다.
'내가 그때…… 너무 많이 취해서 실수를 하긴 했어.'
솔직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날의 상황을 재현해보고자 한다.
유리야와 단둘이 호텔에 찾아온 이유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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