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83화 (28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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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 순수한 라인전.

일반적인 게임 중의 라인전과는 다르다.

'또 1대1의 미드빵과는 다르지.'

2대2의 봇라인전이다.

로드 오브 로드의 세 가지 라인 중 가장 까다로운 특성을 지녔다.

얼핏 보기에는 1대1이 2대2가 됐을 뿐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푸슝!

부시안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우월한 라인 푸쉬력으로 쭉쭉 민다.

이렇듯 라인 주도권을 뺏겨버리면.

〈아…… 죄송해요. 얻어맞았어요…….〉

실수하는 순간 2대1로 신명나게 두들겨 맞는다.

소라의 한나가 부시안에게 앞대쉬각을 내줬다.

랄라가 스킬쿨을 돌려 호응하자 더욱 쓰라리다.

'본인이 알아서 실수를 안 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조금 안타까운 사실이다.

봇은 한쪽이 실수하는 순간 다른 한쪽도 발이 묶인다.

푸슝!

상대는 더욱 눈치 보지 않고 압박하는 게 가능하다.

통상적인 라인전이라면 조금은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게 현재 게임이다.

'정글이나 다른 라인의 개입 같은 변수가 없으니까.'

게임이 무척 간단해진다는 소리다.

라인을 쭉쭉 밀며 견제하다 보면 이긴다.

방금 전처럼 실수를 캐치해 안정적인 승리가 가능하다.

물론 변수가 아예 없다는 건 또 아니다.

어느 한쪽이 죽거나 포탑이 깨져야만 승부가 난다.

그 전까지 상대라고 실수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제가 자꾸 앞에 있다가 맞는데…… 그냥 쭉 빠져서 뒤에 있을까요?〉

그 실수를 할 확률조차 소라가 높아서 문제다.

챔피언과 포지션 숙련도는 둘째 치고.

기본적인 호흡이 잘 맞지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왜?

같이 뭘 해본 적이 없으니까!

게임은 같이 했지만 라인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하물며 상대는 이번 멸망전 내내 호흡을 맞춰온 정식 봇듀오다.

1대1이 아닌 2대2인 이상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될 걸 사전에 알고 있었다.

파앙!

회전 도끼가 솟구쳐 오른다.

오랜만에 잡는 도라이븐이다.

이 챔피언은 약간 독특한 포스가 있다.

'뭔가 좀 가까이 가면 안될 것 같은 위압감이 있어.'

이른바 패기.

투자의 귀재 샹크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찌릿찌릿 느껴진다.

상대로 하여금 실수하면 큰일난다는 공포심을 가지게 만든다.

킬 획득시 추가 골드라는 어마무시한 패시브 때문이다.

물론 이런 데스 매치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꺼낸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콰라라락-!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기는 이유는 하나다.

라인을 먼저 밀고 몰아치기 때문이다.

각이 없으면 강제로 만들어낸다.

도라이븐의 궁극기가 소용돌이 친다.

회전하는 톱날이 미니언과 함께 갈아버린다.

근거리 미니언이 다소 남아있지만 떨쳐내면 그만이다.

파앙!

도끼를 받으며 부스터를 재활성화시킨다.

기동력이란 측면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선다.

그렇다고 무리하다가는 역관광을 당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똥강아지든 매한가지야.'

생물은 기억에 의해 학습한다.

불은 뜨거우니까 멀리하자!

처음부터 그런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보통 없다.

무슨 천적도 아니고.

그런 거 하나하나 DNA에 새겨지진 않는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충분히 새겨 놓을 수 있는 노릇이다.

「변해라~♪」

치지직…!

도라이븐이 얼마나 위험한 챔피언인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수십만 시청자 포함해서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유리야다.

조급한 나머지 스킬 연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한 번의 정화로 모조리 떨쳐내며 카이팅한다.

하지만 불리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체력 상황, 라인전 구도, 모든 것이 다.

「세나찡 복수다!」

랄라의 궁극기로 커진 부시안이 맹공을 퍼붓는다.

맞상대를 한다면 이길 승산.

솔직하게 높지가 않다.

'애초에 이길 생각은 없었어.'

한 가지, 일련의 행위를 하기 위함이다.

유리야도 아마 알 것이다.

그 누구보다 처절하게.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한나가 부시안의 궁극기를 모조리 쳐맞으며 죽었다.

안마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데미지가 세진 않다.

하지만 다 맞으면 체력이 깎인 서포터 한 명은 충분히 보낸다.

-와, 이 쓰레기 새끼!

-저걸 걸즈데이한테 한다고?

-오늘만 사는 남자…… 그란 쓰레기……

-이쯤 되면 역으로 존경스럽다

전략적인 희생일 뿐이다.

소라라면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다.

이번 멸망전도 그렇고 내심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쓰레기.〉

"아니, 걸그룹이 쓰레기라는 말을 쓰면 안되죠!"

-되는데?

-너 한정으로 됨

-가서 죽어! 가 자연스럽게 나오네

-평소 행실이 묻어나는 거지 쯔쯧

내 평소 행실이 어때서?!

승부에 누구보다 진지한 사람.

만약 그렇게 보고 있다면 제대로 본 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궁극기와 실드로 단단해진 부시안과는 다르다.

랄라 자신은 한없이 연약하다.

부시안을 지키기 위해 돌출돼있었던 게 결정타다.

양팀의 서포터가 죽은 1대1의 교환.

물론 이것이 꼭 이득이라고 볼 건 아니다.

체력적인 손실도 있고, 선취점을 내준 탓에 100골드를 손해 봤다.

─162스택이 소모되며 374Gold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그렇다면 더 벌면 그만이다.

도라이븐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정수.

가장 큰 건 이렇듯 킬을 먹고 터트리는 것이다.

〈랄라 커져라 때문에 지는 줄 알았는데 역시 잘하세요!〉

"원래 진정한 대물은 커지지 않아도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진짜 쓰레기.〉

-혼모노 쓰레기자너;;

-사탄: 역시 배울 점이 많은 위인

-사탄계의 교과서 레전설!

-걸그룹한테 섹드립을 치네ㅋㅋ

랄라 커져라 말한 거잖아.

음란마귀에 씌여 가지고 발랑 까진 애들이 많다.

요즘 애들 생각하는 건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성훈씨, 듣던 대로 인성 정말 터지긴 하셨어요. 랄라 하시는 분이 화낼 만도 해요.〉

"아까부터 걸그룹이 무슨 말씀이세요! 게임 가지고 오해하시면 섭합니다."

〈근데 그런 진지한 모습 싫진 않아요. 꼭 이기시고 화해하셔야 돼요!〉

응원까지 받은 마당이다.

1대1의 매치라면 꿀릴 것이 없다.

체력이 낮아 집에 가야 하는 탓에 다소의 손해는 보겠지만.

'웨이브 하나 정도야 쿨하게 버릴 만하지.'

그럴 만한 골드를 획득한 참이다.

* * *

글자 그대로 데스 매치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쓰러지기 전까지 게임이 지속된다.

서로 서포터가 죽어도 원딜간의 대결이 이어진다는 소리다.

정비까지 한 탓에 장기전이 되리라 여겼다.

예상이 무색하게도 금세 결판이 났다.

딱 세 단어로 요약이 가능하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클끼리의 외침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데스 매치인 만큼 딱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킬장면이 리플레이를 통해 송출된다.

워낙 갑작스러운 사태였다.

파앙!

전조조차 없었다.

만나자마자 그냥 달려들었다.

부스터를 키고 도끼를 받으며 다시 한 번 발동한다.

그폭발적인 속도는 대쉬기 한 번으로 떨쳐낼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결국 전면전이 되었고 그 결과는 아슬아슬했다.

부시안도 결코 1대1이 약한 원딜러가 아니다.

〈하지만 서로 체력이 풀피였어요. 딜교환은 부시안이 좋을지 몰라도 지속딜은 도라이븐이 압도적이거든요?〉

부시안은 스킬딜 의존도가 큰 원딜러다.

한 번 쏟아내면 이후로 공백 상태다.

그에 반해 도라이븐.

파앙!

파앙!

모든 체력과 마나를 불태우듯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시동이 걸린 서커스 공연의 희생양이 된다.

회전 도끼에 갈가리 찢기며 결판이 났다.

─레전설님이 크하하님을 처치했습니다!

이동 속도 차이 때문에 도망도 못 간다.

미니언을 끼고 분전했음에도 지고 말았다.

다음 스킬쿨이 돌아오기 전까지 명줄을 부지하지 못했다.

〈이로써 깔끔하게 우승자가 정해졌네요.〉

〈유리야님의 운명 또한 마왕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에이, 농담이겠죠~.〉

〈농담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데…… 실제로 했다는 제보가 채팅창에 올라오고 있네요.〉

-유리야 정조 위기!

-부들부들! 부들부들!

-안돼 우리 순수한 리야가 더럽혀지다니!

안타깝게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약 8분이 넘는 시간 유리하게 진행되던 라인전.

레전설의 도라이븐이 찌른 한순간의 틈이 역전의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세트의 승리를 지켰다.

레전설팀이 유리야팀을 상대로 2대0의 승리를 거뒀다.

멸망전 결승전이 막을 내리며 우승팀이 정해지게 됐다!

「나의 천사가 되어줄래? 너 말곤 아예~ 다른 여잔 전부 다 돌! …….」

앞서 들었던 그 벨소리다.

우승을 하고, 내기를 이기자 더욱 사무친다.

〈나쁜놈…….〉

〈아닙니다.〉

〈아뇨, 벨소리가요.〉

-조건 반사로 튀어나오네ㅋㅋㅋ

-찔렸죠?

-이런 거 대본 있음?

-있겠냐ㅋㅋ 둘 다 방송감 미쳐~

훌륭한 실력과 그에 비례하는 인성이 레전설의 아이덴티티다.

그러다 보니 약간 과하게 질타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닌 듯하다.

〈방금 전에 소라님한테 섹드립을 치셨다는 제보가 있거든요?〉

〈누명입니다. 오해에요.〉

〈오해 받을 짓을 보통 시도도 못할 것 같은데 참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러울 정도에요!〉

-ㅋㅋㅋㅋㅋㅋㅋ

-레피셜: 크하하+커져라보다 자신이 크다

-걸그룹 앞에서 물건 자랑을ㄷㄷ

-크하하 의문의 1패 추가!

그 외에도 수많은 제보가 빗발친다!

오늘만 사는 듯한 드립 덕에 멸망전이 더욱 불타오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이야기도 분명 있었으니까.

─걸즈데이 진짜 캠킬 생각 없나?

방송하는 것 자체가 대박인 건 맞지만……

솔찌 걸그룹의 반이 외모인데 캠은 켜줘야지

뭐, 별풍 리액션이나 춤은 안 치더라도

└반이 뭐야. 외모 보고 빠는 게 아이돌인데

└근데 리액션 드립은 좀 역겹네ㅋ

└걸즈데이가 여캠이냐? 리액션 해주게

└이런 애들 특)별풍도 안 쏘면서 바라는 거 오지게 많음

초기에만 해도 나왔던 목소리다.

초기에는.

어느새 색다른 장점이 두각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인기 걸그룹의 꾸며지지 않은 일상을 볼 수 있다!

그 어떤 지상파 방송에서도 가능할 수 없는 컨텐츠다.

방송에 나왔다는 시점부터 각본의 여지를 의심하게 된다.

─걸즈데이의 출연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자꾸 롤 대회에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지

한두 번도 아니고 큰 그림이 있는 거 같잖아

근데 레전설과 케미 보니까 순수하게 즐긴다는 게 느껴지더라

└님 인생 겁나 피곤하게 사네연;;

└이분 최소 걸즈데이 카페 우수회원

글쓴이-헐, 어케 암

└님 진지 맛있게 드셨나요?

걸즈데이의 멸망전 참전.

높았던 우려가 무색하다.

팬들도, 당사자들도 이제는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재밌었어요!〉

〈시청자분들, 팬분들 모두 응원 감사드립니다.〉

〈이런 기회가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끝은 아니니까 기대해주세요.〉

〈시청자님들 티몽 좋죠!?〉

각자 인삿말을 남기고 이르게 떠났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워낙 바쁘다.

그럼에도 티 하나 내지 않은 걸즈데이에게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멸망전이지만 이렇게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고, 산뜻한 여신님들의 목소리까지 들으니 보람이 더욱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레전설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제가 덤 쪽이에요?〉

〈아, 잠깐 마무리인 줄 알고 착각했습니다. 혹시 서운해 하시는 거 아니죠?〉

-맞는 거 같은데

-걸즈데이 인사 들으면 끝난 거 맞지ㅋㅋ

-레전설 아직 우승 소감도 안 말했음 ㅠ.ㅠ

-누구를 캐리인가…… 누구를 위한 똥꼬쇼인가!

멸망전 내내 못하나 공식 방송에서는 목소리도 비치지 못했다.

소속사의 엄중한 대처 때문이다

한 마디씩, 그것도 팬들을 향해 하자 반응이 터질 듯하다!

워낙 떠들썩해진 바람에 묻히고 말았다.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니게 되었다.

의외로 쿨하게 대인배스럽다?

〈김의정 캐스터님도, 클끼리 해설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우승 소감 같은 진부한 건 생략하고 엔딩곡이나 하나 듣고 갑시다. 걸즈데이는 떠났지만 의미는 살려야죠.〉

〈아~ 역시 방송감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레전설이네요.〉

멸망전 우승쯤이야 당연하다는 걸까?

오히려 방송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연결된 보이스톡을 타고 흘러나온다.

「V I C T O R Y Girls ooh~」

-걸즈데이에 이런 노래가 있었나……

-좀 다른 걸스인데?

-이거 설마ㅋㅋ

설마 하는 일을 진짜로 해버린다.

인성 면에서도 가볍게 레전설한다.

〈자, 우리가 누구!〉

-헬로우비너스!

-미친 새끼야ㅋㅋㅋ

-걸즈데이 없다고 밑밥 깐 이유가 이거였어??

많은 의미를 담았던 멸망전 결승이 막을 내린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 원고료 후원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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