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82화 (28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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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나무다리 -->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파프리카TV의 본사.

멸망전 이벤트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 직원들에게 진돗개 발령급 비상이 걸렸다.

고객센터에 무수하게 쏟아지는 항의 메일들!

툭하면 터지는 BJ들의 사건, 사고, 분란 조장!

물론 가장 주된 업무는 걸즈데이 관련해서다.

파프리카TV에서는 거의 처음 있는 사건이다.

어중이떠중이 연예인이야 BJ 중에도 있다.

하지만 탑티어의 걸그룹은 와 닿는 게 다르다.

「네 명의 여신 걸즈데이, 그녀들이 별풍선을 받는다고?」

「여캠의 본고장 파프리카TV에 걸즈데이가 뜬다!」

「걸즈데이가 바라본 파프리카TV와 BJ들.」

파프리카TV 내부를 넘어 외부 시선까지 관리를 해야 한다.

이미 포털사이트 등에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중에는 순수한 관심 어린 시선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적지 않다.

「파프리카TV 충격…… BJ간장맨 여성 폭행 퍼포먼스.」

「가만히 앉아 연봉 수억원을 버는 직업? 여캠과 남캠.」

「인터넷 사회의 작은 괴물. 별풍선이 BJ를 미치게 하는가?」

최근에 들어 이미지를 많이 쇄신하긴 했다.

하지만 묵은 때를 청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파프리카TV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솔직하게 좋다고 보긴 힘들다.

그런데 갑자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자들도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눈을 부라린다.

역으로 파프리카TV를 까내리며 기삿거리를 창출해낸다.

"소속 기자들 전부 닦달해서 기사 뽑아내!"

파프리카TV 홍보부는 야근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좋은 기사들을 많이 뽑아내면 나쁜 기사들이 가려진다.

몇몇 기자들과 계약을 맺어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게 만든다.

언 발에 오줌 누기지만 쌓이고 쌓이면 효력이 없진 않다.

이러한 이미지 세탁 작업은 이전부터 익히 있어왔다.

이렇듯 파프리카TV의 모든 부서는 땀이 삐질삐질 흐를 만큼 바쁘다.

하지만 가장 바쁜 부서는 따로 있다.

시스템 관리 부서의 직원들은 교대 근무까지 하며 한 시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1서버부터 6서버까지 전부 레전설 하나에게 박았으니 진짜 웬만하면 문제 없을 거야."

파프리카TV의 시스템 관리 부서.

선임 기술자가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듯 큰소리 뻥뻥 친다.

17만 명을 기준점으로 터진다는 건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는 분명 없던 현상이었으나.

'어휴, 근본적으로 기계를 갈아야 이런 오류가 없던가 하는 거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일이 터지는 순간 수화기에 불똥이 튄다.

걸즈데이를 보러온 시청자가 몇 명인데 서버가 터지는 게 말이 되냐?

상부에서 엄청나게 쪼아댄다.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싸매 궁여지책으로 일련의 답안을 내놓았다.

"선배님 나머지 서버들이 불안불안 한대요?"

"지금 인원으로 보면 아마 괜찮기는 할 거야…… 아마."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 김밥.

유통기한이 조금 지났다고 바로 상하지는 않는다.

먹는 것이 조금 찝찝할 뿐이다.

후임 기술자의 물음에 대답하는 선임 기술자의 마음이 대충 그러하다.

에이, 반나절 지난 정도로 설마 상했겠어?

대부분의 경우는 상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삼각 김밥을 구성하는 야채와 쌀이 하필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면?

"좆됐다……."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노후화된 구닥다리 서버라는 걸 생각하면 반쯤 필연에 가까웠다.

* * *

게임 중에는 18만 5천 명.

현재는 14만 명이 들어와 있다.

이렇게 많은 시청자 수에도 방송이 아직 터지지는 않았다.

'살짝 불안하긴 한데.'

결과적으로 안 터졌으니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다행이 아닌 방송도 있었다.

다름 아닌 결승전의 상대팀.

유리야를 포함한 몇몇 방송들이 터졌다.

〈마지막 한타 때 방송들이 다 꺼지면서 전체적인 렉과 지연으로 플레이에 지장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실수인 줄 알았죠."

같이 게임을 했던 만큼 낌새는 눈치챘다.

솔로랭크를 하다가도 가끔 있다.

쟤 혹시 튕긴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잠깐이긴 했지만 한타 도중이면 영향이 없다고는 보기 힘드니까.'

지금 내가 기분이 무척 좋다.

웬만한 건 이해해줄 수 있음이다.

그런데 상대측에서 요구해온 이야기가.

"……팀장 바꿔봐요. 제 앞에서도 그 말할 수 있나."

〈제가 전해드리는 편이 더 원활한 소통이 될 것 같은데…….〉

"바꿔주시면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제가 동의해야 할 수 있는 거 맞죠?"

유리야팀의 팀장.

당연히 유리야다.

오래간만의 전화 통화가 연결되었다.

"리야야. 또박또박 말해볼래? 무엇을 원하는지."

윽박지르거나 협박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닌지.

전달 과정의 오류가 아닌지.

혹시 몰라서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재…… 재경기를 요구해요!〉

소심하게 외쳐온다.

잘못 들은 건 아니었던 듯하다.

'나한테 반항을 해? 미친 건가? 돌은 건가? 오늘만 살고 싶은 건가?'

뭐, 이해는 한다.

E-스포츠에서는 굉장히 흔히 있는 경우다.

온풍기 등 여러 이유로 갑자기 게임이 끊긴다.

판정승을 내리거나, 재경기를 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심지어 팀장의 입장이니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먹을 줄만 알지 그런 거 가질 줄은 몰랐는데.

〈이건 타당한 요구에요! 팀장으로서 말하는 거에요!〉

내가 대답을 않고 있자 특유의 때려주고 싶은 우쭐거림을 보인다.

제 딴에는 내가 말문이 막힌 줄 아나 보다.

"타당 맞아볼래?"

〈네?〉

"엉덩이를 타당타당 관악기를 연주하듯 자진모리 장단으로 맞아보겠냐고."

〈히, 히익…….〉

-자진모리 장단ㅋㅋㅋ

-유리야 오들오들 떠는 중

-과거의 기억…… 과거의 아픔!

아니, 잠시 빡쳐버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귀여운 아구몬이 스컬그레이몬이 됐을 때 딱 이런 기분이었지.'

아기 공룡 둘리처럼 생긴 띨빵한 아구몬이 갑자기 엄청 커지고 무섭게 변한다.

그 충격이 트라우마로 남은 친구들이 정말 한둘이 아니었다.

다마고찌에서 스컬그레이몬 나오는 순간 반 애들이 한 번씩 다 돌려보고 그랬는데.

'짱 멋있어서.'

스컬그레이몬 진짜 겁나 레어해서 나오기가 힘들다.

완전체까지 힘들게 키워도 대부분 콩알몬만 나온다.

스컬그레이몬은 완전체 중에서도 SS급이다.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았어. 너도 팀장으로서 힘들겠지."

〈타, 타당한 요구에요오!〉

"타당, 타당. 덩~기덕 쿵더러러러."

〈히익…….〉

원래 매도 맞아본 놈이 아픈 줄 안다.

잔뜩 쫄아 움츠러드는 주제에 말은 잘하네.

유리야의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그리워지던 참이다.

'살짝 금단 현상이 오려던 참이었어.'

그 찰짐은 한 번 때려보면 잊을 수가 없다.

손바닥의 표면적으로 최대한 넓혀서 찰싹!

엉겨 붙는 감족이 비교를 불허한다.

내가 거는 조건이다.

* * *

갑작스러운 서버 다운.

결승전 2세트 마지막 한타에 영향을 끼쳤다.

〈물론 한참 전부터 유리하긴 했어요. 바론도 먹었고, 글로벌 골드도 유의미할 정도의 차이가 나고. 하지만 역전의 여지가 없다고 보기는 또 힘들었거든요?〉

클끼리 해설의 말이 중론이다.

만약 유리야팀이 마지막 한타를 비볐다?

게임의 승기가 넘어가진 않겠지만 후반에 갈 힘을 얻는다.

-하긴 후반 가면 유리야팀이 유리하긴 하지

-어차피 야흐오가 다 써는 각이었다니까?

-님이 그걸 보고 옴? 왜 확신하듯 말함?

.

.

.

채팅창에서 양팀 팬덤간의 격한 토론이 오간다.

어떤 판정을 내려야 모두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능했으면 온풍기 사건이 그토록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팀 대표들이 타협안을 잘 협의 봤죠?〉

〈유리야님이 희생 덕분에 만족스러운 타협안이 나오기는… 하, 했습니다.〉

-웃음 참기 대결ㅋㅋㅋㅋㅋ

-클끼리 결국 터트렸죠?

-반쯤 쫄아서 받아들인 거 같은데ㅋㅋㅋ

어떠한 판정이 내려져도 한쪽은 반드시 아쉽다.

그런 상황에서 마치 솔로몬과 같은 판결이다.

양팀 대표간의 극적인 화합이 이루어졌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느 때와 같은 무미건조한 아나운서의 목소리.

하지만 한 가지가 좀 많이 다르다.

열 명이 있어야 할 전장이 덩그러니 훤하다.

〈시작하기에 앞서 규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소위 말하는 데스 매치다.

재경기를 치르되 과정이 간략하다.

그냥 양팀 대표들이 나와서 한 판 붙자!

-그러면 유리야가 너무 불리하지 않아?

-레전설이 발가락으로 해도 이길 걸?

-발가락ㅋㅋㅋㅋㅋ

정말로 그렇게 돼도 이상하지 않다!

때문에 2 대 2의 라인전이 진행된다.

봇라인에서 자존심을 건 승부가 막을 올린다.

〈1대1 미드빵이 2대2 봇빵이 됐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이기는 쪽은 승점을 하나 얻게 돼요.〉

딱히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릴 수밖에 없이다.

-결국 재경기 하는 거랑 뭐가 다름?

-경기를 치르는 시간? 조건?

-레전설이 너무 봐준 거 같은데

큰 틀에서는 재경기랑 다를 게 없다.

채팅창에서 나오는 의문은 틀리지 않다.

한 가지, 추가된 벌칙을 빼먹었을 뿐이다.

〈이런 말씀드리긴 뭣하지만…… 유리야님의 엉덩이가 걸려있는 승부라고 하죠?〉

〈두 분이 사적으로 통화를 해서 벌칙을 정한 모양이에요. 참고로 절대! 저희가 관여한 부분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승부가 됐다.

미니언이 출발하며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킨다.

한 가지 의문이 추가로 채팅창을 지배한다.

-혹시 레전설이 지면 걸즈데이가 맞음?

-ㅋㅋㅋㅋ소라가 총대 매나

-아, 그건 좀ㅎㅎ 기대되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소속사와 담당 법무팀과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어서……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로 칼같이 가능성을 부정한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다소 아쉽기는 하나 차고 넘치는 탐스러운 보상이다.

-유리야 엉덩이가 그렇게 탐스러워?

-레전설 말로는 엄청 찰지다더라

-찰지구나!

-설마 여기까지 바라보고 큰 그림을?

양팀 대표간의 데스 매치가 진행된다.

유리야팀은 크하하와 유리야.

레전설팀은 레전설과 소라.

순수한 실력만 따지면 레전설팀이 유리하다.

레전설과 크하하의 실력 비교는 둘째 치고.

소라는 플래티넘으로 나름대로의 실력자다.

〈하지만 꼭 유리하다고 볼 수 없어요. 왜냐! 소라님은 서포터 유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나왔죠?〉

〈소라님 본인이 희망하기도 했고, 레전설님도 이를 수락했다는 시청자 제보가 있네요.〉

선수를 간택한 사정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본래 서포터인 유아가 겨우 실버 티어.

턱걸이라고는 해도 플래티넘인 소라를 택하는 게 얼핏 봐도 타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옳은 선택으로 작용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도 그럴게 상대팀은 멸망전 내내 손발을 맞춰왔다.

푸슝!

타, 탕!

크하하의 부시안이 라인을 무섭게 압박한다.

리메이크 이후 라인전 압박 능력이 거세졌다.

더불어 푸쉬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랄라.

〈라인전 초장부터 매섭게 압박하고 있는데요?〉

〈라인 푸쉬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죠. 게다가 호흡을 많이 맞춰왔다는 사실이 움직임에서 보여요.〉

클끼리 해설의 말대로 보인다.

유리야의 티어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럼에도 틈을 거의 내주지 않는다.

부족함을 크하하가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캬하, 괜히 러브 라인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네

-보톡도 서로 존댓말 하면서 너무 예쁘게 함!

-레전설은 틈만 나면 죽어! 라고 했는데ㅋㅋㅋㅋ

유리야팀 안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실력 또한 멸망전 진행 과정에서 일취월장했다.

그에 반해 거의 처음 호흡을 맞춰봤을 레전설팀.

눈에 띄게 삐걱거리고 있다.

불협화음이 들릴 수밖에 없다.

봇은 어느 한쪽이 특별히 잘한다고 이기는 라인이 아니다.

오히려 족쇄가 되어 다른 한쪽이 실력을 반감시킨다.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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