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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81화 (2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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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나무다리 -->

푸른색의 리트머스 용지는 산성 용액과 반응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초등학교 때 숱하게 배워온 교육 과정이다.

산성 용액이 위험하다고 희석해 나눠주는 탓에 대부분 색만 빠진다.

하지만 정말 농도가 짙은 산성 용액은 붉은색으로 변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추억인 과학 시간이 살짝 떠오르는 듯도 하다.

야흐오의 칼이 스칠 때마다 과학 놀이터가 빗발친다.

사각!

싸캉!

단 두 번 썰렸을 뿐이다.

리심의 체력바가 빨간색에서 검은색으로 염색된다.

대신 하얗던 야흐오의 검이 빨간색으로 변해 뚝뚝 떨어진다.

이~쿠우!

하지만 리심은 기어코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점멸 범의 일격으로 야흐오를 차냈다.

아군을 향해 배달하는데 성공한다.

아무리 잘 커도 딜러는 결국 딜러.

일점사해 순삭하면 승기는 넘어오다.

유리야팀의 앞라인이 필사적으로 야흐오를 붙든다.

슈루룩-!

최근 탑라인에서 가장 괴물 같다고 칭송받는 챔피언이다.

세계수 나무카이.

평균적인 성장만 해도 어처구니 없는 생존력을 자랑한다.

그 거목이 진입하기가 무섭게 뚝뚝 베어 썰어지고 있다.

성장을 잘하면 잘했지 못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얄짤이 없다.

「우리에게 돈!」

탱커인 나무카이마저 칼날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그 사이 야흐오에게 치명타를 입혔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두 겹으로 겹쳐진 장막.

더불어 한 마리가 고군분투 중이다.

티몽이 자신의 존재감을 열심히 어필하고 있다.

〈브라운의 케어가 좋았고…… 티몽도 은근히 역할을 했어요!〉

클끼리의 외침대로 역할을 수행했다.

귀엽게 달려가서 실명침을 톡! 하고 쏘았다.

잠깐에 불과하지만 몸을 던져 주요 딜러인 꼬그모의 신경을 끌었다.

불과 몇 초 되지 않은 남짓에 유리야팀의 앞라인이 궤멸 상태다.

리심은 진작에 죽었고 나무카이도 터졌다.

미쳐 날뛰는 야흐오를 막을 수 없다.

─더블 킬!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그저 해버렸을 뿐이다.

그의 경기에서는 당연한 듯 뜨는 알림이다.

그 과정이 보고도 믿기지 않으린 만큼 어마무시하다.

〈이런 앞라인 교환은 한타 정석 1장 2절에 나오는 거거든요! 원래는 이렇게 정석적으로 부딪히면 유리야팀이 유리해야 정상이에요.〉

도저히 정상적이지가 않은 선수다.

익히 알고 있음에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침착함과 특유의 피지컬이 폭발하며 적의 앞라인을 사정없이 썰어냈다.

─레드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하였습니다!

앞라인에는 당연히 포함돼있다.

유리야팀의 정글러 리심.

나머지 팀원들도 체력과 궁극기 사정이 여의치 않다.

-바론 살살 녹는다!

-아니, 이걸 그냥 줘?ㅋㅋ

-바론 주면 답 없을 텐데 왜 시야 체크 안 하지?

-빡대가리야!

어쩌면 생각을 못한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잔혹하다.

레전설팀의 바론 버스트가 지나치게 빠르다.

〈잘 큰 섬광 야흐오가 바론을 너무 잘 잡아서 이건 만약에 시야 체크를 했어도 먹혔죠.〉

〈더욱 무시무시한 건…… 지금 이 장면을 20만 명이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솔로랭크에 또다시 혁명이 들이닥치겠네요.〉

-???: 정글 갈게요

-???: 아, 멸망전 안 봄?

-ㅅㅂ 상상하기도 두렵네

-섬광충 안 그래도 극혐인데!

클끼리의 우려는 예고된 미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세트.

앞선 첫 번째 세트와 구도가 완전히 같다.

프로 무대에서도 은근히 흔히 있는 광경이다.

프로 무대가 아닌 멸망전은 더 나올 만하다.

레전설의 야흐오를 두 번 연속 살려버렸다.

〈슈퍼 OP인 나무카이도 있고 앞라인 싸움에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조합적으로는 유리야팀이 유리한 게 맞아요.〉

앞라인 든든하고, 딜러진이 딜을 잘 넣는다.

대회에서 평균적으로 잘 나오는 밸런스형 조합이다.

챔피언도 OP라서 꿀릴 것이 없다.

하지만 롤이 조합 좋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게임을 푸는 과정 또한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개개인 가진 변수.

〈다~ 둘째 치고 레전설의 야흐오가 너무 잘하고, 너무 셉니다.〉

레전설의 야흐오가 너무 세다.

짤막한 부연 설명이 공기 안 좋은 날 목캔디처럼 와 닿는다.

한타 존재감이 글자 그대로 미친놈이다.

-레전설이 잡으면 저렇게 센데 왜 우리팀 야흐오는……

-우리팀 야흐오는 과학이지ㅋㅋ

-4코어 야흐오 어떻게 막냐;

심지어 몰아먹기를 통해 괴물처럼 성장했다.

어째서 야흐오를 했는지 플레이로 보여주고 있다.

야흐오는 아이템과 레벨빨을 극한으로 받는 챔피언이다.

치명타 셋팅의 폭발적인 파괴력.

16레벨에 이르르자 패시브 실드도 두텁다.

야흐오를 순삭하는 일은 지극히 요원하기만 하다.

〈티몽을 잡고, 돌풍 장막을 넘고, 브라운의 방패를 깨트리면 비로소 최종 보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레전설이 마왕 포지션인가요?〉

〈지금 게임에서는 그렇게 봐도 과언이 아니죠.〉

RPG게임에서는 거의 클리셰다.

용사가 마왕을 죽이고 공주를 구출한다.

그런데 현실에서까지 잘되리란 보장은 없다.

휘익!

휘익!

바론 버프를 두른 야흐오가 질주한다.

칼날이 스칠 때마다 미니언이 터진다.

후반 미니언은 나름 체력이 높은 준탱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진다는 사실.

야흐오의 폭딜이 감당 안된다는 의미다.

이윽고 벌어진 한타는 얼핏 아비규환과도 같다.

딴따란~♪

티몽 장인으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티몽 올스킨.

자랑이라도 하듯 혜민의 티몽이 망토를 펼치며 달려든다.

─티모잘해요님이 일카라나님에게 당했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이니시가 될 리가 없다!

코리아나에게 구체를 얻어맞고 ^오^ 밝게 웃는다.

하지만 그 사이 앞라인을 미친 듯이 주파하는 이가 있다.

휘익!

싸캉!

아주 잠깐 스친 것만으로도 위기감을 자극한다.

코리아나는 자신을 향해 궁극기를 썼다.

조냐까지 사용하며 역이니시를 노렸다.

「우리에게 돈!」

그 예상이 당연한 듯 비틀어진다.

유리야의 랄라가 공중에서 터져버렸다.

악명이 높은 그 레전설 콤보가 작렬했다.

콰과광!

브라운의 궁극기가 깔리며 엎치락뒤치락.

난전이 될수록 피지컬이 더욱 빛을 발한다.

절묘하게 파고드는 레전설은 마치 저승사자다.

─트리플 킬!

과감한 판단으로 적들의 멱을 하나하나 딴다.

상대의 공세는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낸다.

특히 꼬그모가 딜할 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가 딱 하나 있죠. 격차의 차이!〉

-???: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강빈 센세 그는 대체……

-그냥 쨉이 안되네ㅋㅋㅋ

피지컬이라는 것은 조금 잘못된 개념이다.

매트릭스처럼 총알을 피한다고 실력이 뛰어난 게 아니다.

거시적인 포지셔닝, 순간적인 판단력 등이 복합되어 적용된다.

레전설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이다.

반대로 크하하는 조건 없이는 빛나지 못한다.

물론 팀원들이 최대한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쿼드라 킬!

야흐오가 그전에 다 때려 부순다.

슈퍼 세이브의 핵심인 랄라를 잡았다.

코리아나의 궁극기도 허무하게 빠졌다.

앞라인인 나무카이와 리심은 두들기면 정직하게 쓰러진다.

홀로 남은 꼬그모가 아무리 세다고 한들.

클끼리 해설의 드립대로 마왕을 만나기 위해서는 사천왕부터 쓰러뜨려야 한다.

피지컬이 좋아도 딜할 각이 안 나오면 결국 딜을 넣을 수가 없다.

─레전설님은 전설적입니다!

하물며 그 피지컬에서조차 앞선다고 보기 힘들다.

적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결승전.

양팀 에이스의 존재감 차이는 극과 극이다.

미친 듯한 성장력과 한타력으로 씹어 먹는다.

〈티몽 죽었고, 브라운 죽었고, 힐라카도 죽었지만…… 마왕이, 마왕이 너무나도 건재합니다!〉

〈소라 선수의 고르키도 딜지원을 잘했어요! 딜러 두 명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게임 끝났고, 우승팀 정해졌습니다!〉

-캬, 걸즈데이에서는 소라가 에이스야!

-소라 플래티넘임ㅋㅋ 잘해

-정말 플래티넘? 나보다 티어 높네ㅠ.ㅠ

작년만 해도 실버 티어였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말이다.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충격을 먹은 건지, 연습을 하며 실력이 붙은 건지는 몰라도 성장했다.

스프링 시즌 이벤트 전 당시 골드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현재 플래티넘 5티어라는 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전체 유저 기준 상위 10%면 나름 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포터도 아니잖아요? 원딜 유저에요 원딜 유저!〉

〈막말로 나중에 걸그룹 은퇴하면 롤BJ해도 될 실력이에요.〉

-걸그룹이 롤BJ를 왜 해ㅋㅋ

-클끼리가 또……

-클끼리 망언 목록 하나 추가!

-걸즈데이팬들 어금니 꽉 깨문 거 보소

보통 인기 있는 걸그룹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모르는 이가 더 적다.

아무리 클끼리가 롤판에서 인지도가 있어도 비빌 수 없는 상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인간도 있었다.

* * *

3전 2선승제.

깔끔한 2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현실이 되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저기 걸즈데이님들~."

〈네?〉

〈왜 갑자기 님붙여요?〉

〈수상한데…….〉

-킹리적 갓심

-대체 뭘 말하려고

-이 새끼 또 슬슬 시동 건다ㅋㅋ

나중에 딴 말 나오기 전에 지금 확답을 받고 싶어서.

진짜 솔직히 말해서 걸즈데이 돈 엄청 벌 거 아니야.

우리 같은 일반인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르겠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건 맞긴 할 텐데……

-왜 우리라고 몰아가지?

-역겹죠? 은근슬쩍 또 정치하고 있죠?

"아니, 상금 받고 하면 걸즈데이 같이 위상 높은 걸그룹의 커리어에 흠집이 날까 봐…… 걱정돼서 그렇지."

우승 상금 끽해야 천 만원이다.

다섯 명이서 나누면 각각 이백 만원이다.

운영자한테 물어보니까 심지어 세금도 안 떼준대.

걸즈데이 입장에서는 받는 게 귀찮을 정도의 푼돈이잖아?

〈푼돈 아닌데요? 저 아직도 용돈 받아서 쓰는데.〉

"네, 안 물었고요. 다른 분들 의견 좀 여쭙겠습니다. 참고로 저 작년 10월에 전역해서 이후로 열심히 일만 하고 있는 근로 청년입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주택청약 든지 4개월 됐어요. 이점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소라 쟤 처음에는 착하더만 갈수록 틱틱대.

나는 정말 장난으로 꺼내는 말이 아니다.

주택 청약 앞으로 낼 거 생각하면 등골이 혀.

〈네, 싫어요!〉

〈저희 팬 아니라면서요? 헬로우비너스 팬인 거 다 알거든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니, 왜 이럴 때만 그 감성이 안 살아나는 거야!

여자들 특유의 공감 능력으로 보다듬어주는 상황 아니었어?

'이렇게 세상 살기 팍팍하면 언제 돈을 모아서, 언제 내 집 마련을 하고, 언제 장가를 가겠어.'

있는 사람이 더 한다고 너무하다 정말.

채팅창에서 불편한 제보들이 올라온다.

-레전설 북미 가서 한 건 제대로 벌었다며?

-억대 연봉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토이치TV에서 도네 겁나 땡긴다고 본 적 있음!

"……프로게이머는 한철 장사라서 벌 때 빠듯이 벌어놔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심사숙고 부탁드릴게요."

〈저희도 한철 장사인데요?〉

〈나이 들면 걸그룹 못해요.〉

"아니, 수많은 팬들 앞에서 한철 장사라는 표현 쓰면 안되죠! 팬분들의 사랑이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는 말입니까 지금?"

-그럼 너는 써도 되니?

-쟤는 원래 쓰레기라……

-내로남불이 극한에 다다르니 뭐라 따지기도 힘들다

고려만 하는 것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걸즈데이 애들이 착해서 내심 기대하고 있다.

빡세게 캐리했으니 방송 끄면 수고했다고 챙겨주겠지.

"근데 진짜로 저 캐리했는데 캐리 수당 따로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리얼루다가 정말로."

〈저도 출연료 못 받고 하는데요.〉

〈출연료 계산해주시는 거죠 사장님?〉

〈어, 채팅창에 제보 올라온다. 어제 걸즈데이 팬들한테 별풍선 엄청 받았대!〉

"……제가 매니저님께 연락 드려서 800만원 계좌에 입금할게요. 세금 제가 뗄 테니 부담들 가지지 마시고요."

-본전도 못 찾았죠?

-이 새끼 진짜 왜캐 뻔뻔하냐ㅋㅋㅋ

-너무 대놓고 뻔뻔해서 귀엽다 귀여워ㅋㅋ

얘들이 어린 나이부터 사회 생활을 해서 그런지 똑 부러지네!

나도 나중에 딸아이 낳으면 저렇게 키우고 싶다.

정말 참된 걸그룹이야 걸즈데이.

'내가 이래서 헬로우비너스를 좋아해.'

약간 댕청한 편이 취향이다.

물론 유리야 정도 말고.

상대 유리야팀에게서 항의가 와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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