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전설의 재림-280화 (28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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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나무다리 -->

유리야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크하하는 레전설에게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있다.

지난 제1회 멸망전.

당시 독보적인 우승 후보였던 다크팀과 막상막하를 이룬 게 바로 크하하팀이었다.

4강까지 물밀듯 치고 올라갔다.

그 4강에서 만나고 말았다.

레전설을 낀 러이갓팀에게 패배.

3위라는 아쉬운 성적에 머물러야 했다.

크하하와 레전설의 악연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크하하' 를 잡은 야흐오 원딜의 정체는?」

「비원딜의 탄생. 더 이상의 순혈, 황족은 없다!」

「멸망전 공식 인증! 파프리카TV 최고의 원딜BJ 남절!」

레전설의 시크니처픽이자 전략인 비원딜이 처음 창시된 경기이기도 하다.

화제가 빗발친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경기 시작 전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파프리카TV 최고의 원딜BJ를 가리는 자리.

일련의 이야기가 나오며 양쪽 팬들의 신경전이 오갔다.

결과가 나오자 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자체적인 기사까지 쏟아졌다.

'당시에는 정말 보고서도 믿기지 않았지.'

야흐오 원딜이라니.

순혈 원딜러의 그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져버렸고, 그로 인해 크하하는 제물이 되고 말았다.

BJ남절로 알려졌던 레전설의 인기를 위한 밑거름.

그것만으로도 분을 품기에는 차고 넘치는 일이다.

하지만 크하하는 인정을 안 할 정도의 외골수는 아니다.

'놈이 비겁한 수를 쓰지 않았다면 절대 지지 않았어.'

지극히 정당한 근거를 가진 비난이다.

크하하는 아직도 진정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괜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모종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하하님 초대 보냈어요!〉

〈네, 봤습니다. 바로 들어갈게요.〉

팀장인 유리야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이다.

바로 그녀가 비롯된 사건이다.

그녀 또한 레전설과 함께 러이갓팀에 소속돼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로 겨루지 않았다.

상대 팀이었다면서 대체 왜?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당시 러이갓팀의 서포터였던 유리야는 불참했었다.

사유는 지각.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날에 하필이면 늦잠을 잔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저지르는 실수다.

하지만 그 실수가 악의에서 비롯됐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나 쓰레기일 수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의도적으로 유리야의 늦잠을 유도했다.

사적인 친분을 이용, 과음을 시켜 곯아떨어지게 만들었다.

대신 참가한 것은 골드 티어인 운영자.

상대는 비열한 노림수로 게임을 이겼다.

유리야의 여린 마음을 상처 입게 한 장본인이 레전설이다.

'쓰레기 자식.'

자신과 유리야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계기가 되어 가깝게 지내게 됐고, 호감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현재 같은 팀 소속으로 레전설을 적대하는 결승전 자리에 섰다.

〈게임이라는 게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지만 오늘은 악착 같이 이기겠습니다. 시청자분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크하하 파이팅!

-오빠 꼭 이겨주세요!!

-레전설 그 쓰레기 제발 타도하자

-유리야찡을 위해서라도 제발ㅠ.ㅠ

최근 파프리카TV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하는 레전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지기 마련.

꼴 보기 싫어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이 모여 유리야팀의 팬덤에 섰다.

둘의 사이를 열렬히 응원하는데 이른다.

말하자면 레전설의 피해자 모임이다.

─내가 보기에 크하하는 유리야한테 사심 있음

대표BJ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이유가 뭐겠어?

유리야팀 들어가려고 큰 그림 그린 거지ㅋㅋ

└스크림 하는 거만 봐도 썸 타는 거 같잖아~

└크하하 갠방 때 유리야 언급 많이 함

└둘이 선남선녀라 잘 어울려!

외모 하나는 일찍이 인정 받아온 유리야다.

크하하도 상당히 곱상하게 잘 생겼다.

시청자들이 러브 라인을 잇는다?

연예인팬들이 그런 걸 상상하듯.

BJ팬들은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는다.

실제로 서로 마음이 없는 것 같지도 않아!

이번 멸망전을 우승해 레전설에게 복수한다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유리야팀 팬덤은 노골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략 공유도 활발히 이어진다.

─미드&정글을 굳이 이기려고 하지 말고

든든한 걸로 반반 가면서 한타 하면 돼

정식 한타면 크하하가 밀릴 이유가 없지!

└아군이 CC기 많은 걸로 레전설을 억제하는 게 중요해

└크하하 피지컬은 정말 알파고를 방불케 하니까

└스크림 때 힘들었는데 괜찮으려나……

김상오팀과 유리야팀의 스크림.

그 결과는 가히 참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다.

걸즈데이를 끼고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전에 올라왔다.

마챌 봇듀오였던 김상오팀은 보험까지 든든했다.

그 보험은 진작에 계약 파기된지 오래다.

〈그만큼 레전설 선수의 어깨가 무겁다는 소리입니다.〉

〈지금까지는 다 잘 풀렸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잘 풀리리란 보장은 없고, 크하하팀이 분명 무언가를 준비해왔을 거란 말이죠?〉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세트의 밴픽.

해설진의 우려는 결코 과하지 않다.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당연히 알고 있다.

실제 시청자들의 반응도 알아야 되고.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포커스도 파악해야 하고.

롤챔스의 해설자들은 대부분 커뮤니티 반응을 주시한다.

〈심지어 가져갔어요. 크하하와 레전설이 앙금을 품게 만든 그 과학적인 챔피언!〉

-야흐오☆

-도발이야? 그런 거야?

-헤일이랑 이즈 밴돼서 나올 만하긴 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인주 누나가 없다!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했던 입장이다.

김의정 캐스터도, 클끼리 해설도 지난 멸망전의 중계를 맡았다.

레전설이 주로 하는 야흐오라는 픽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여러모로 다르죠?〉

〈네, 포지션이 다른 건 둘째 치고 분석이 많이 돼서 대처법도 많이 알려졌어요. 오히려 저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내내 악소문이 끊이지 않는 챔피언이다.

과학적인 챔피언 야흐오.

레전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바가 있다.

10데스 야흐오는 가히 충공깽이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 커뮤니티에도 은근히 알려졌다.

클끼리 해설의 우려가 더해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 * *

Kenn Apel, Ph.D.

세계적 언어병리학 박사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이란 지식이 아닌 태도다.』

어떤 사실을 합리적으로 탐구하고.

굳게 믿어왔던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아를 내려놓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바로 과학이다.

즉, 과학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와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게 다 알고 임해도 점수가 엄청 안 나오는 과목이기도 하다.

'2등급이랑 1등급의 벽이 겁나게 높은 과목이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시점부터가 시작이다.

한국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정수를 때려 박은 듯한 과목이었다.

진작에 수능도 봤고, 이제는 공부를 더 안 해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가 떨린다.

다대기!

쏘아진 회오리가 닿고 만다.

노리듯 질주하자 코리아나가 깜짝 놀란다.

자기 자신을 보호막으로 덮으며 궁극기를 시전한다.

호롱!

잡아 뜯은 것은 오직 공기 뿐.

미니언을 타고 역질주하여 스킬만 뺐다.

안다고, 버티려 한다고 그게 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과학이 아니다.

"몸 대요."

〈……네. 댈게요 타워에 몸.〉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쓰레기야

-킹리적 갓심 ㅇㅈ?

-레전설이 하면 정상적인 오더도 이상하게 들림ㅋㅋㅋ

음란마귀에 씌인 시청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이브는 문제 없이 이루어진다.

정말 간단한 일이다.

콰과광!

브라운이 나를 타고 날아와 궁극기를 박는다.

사거리가 길어서 멀리서 쏴도 된다.

하물며 방금 전 궁극기가 빠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브라움이 포탑에 맞는 사이 가뿐하게 잡고 빠져나온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알고 있음에도 사과에 얻어맞았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아리송한 게 인생이며 과학이다.

「발암을 맞아라!」

뒤늦게 백업을 온 리심도 마찬가지다.

던져온 음파를 장막을 깔아 차단한다.

포기한 리심은 밀려온 웨이브를 받아먹지만.

휘익!

휘리링!

두 눈 뜨고 봐줄 만큼 내가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어디 내 앞에서 군것질을 하고 있어.

「우리에게 돈!」

점멸을 사용한 풀콤보.

공중에 뜬 그대로 순삭시킨다.

미드&정글을 박살내며 승기를 점한다.

-캬 레전설 콤보!

-역시 인성에 반비례한 실력ㄷㄷ

-저건 진짜 볼 때마다 신기하네ㅋㅋㅋㅋ

체력도 얼마 없는 정글이 알짱대는 건 죽여 달라고 시위하는 거지.

그조차도 신기할 수 있는 일이다.

원래 과학이라는 게 그렇다.

'나도 초등학교 때 리트머스 종이 같은 거 신기해 했으니까.'

파란색 종이가 빨간색 되고, 빨간색 종이는 파랗게 젖고.

원리를 알고 보면 다 별거 없는 과학 현상이다.

피지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콤보다.

─더블 킬!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학살의 신호탄을 울리며 게임 지배에 박차를 가한다.

어째서 야흐오를 선택했는지.

주력 픽인 헤일이나 이즈레알이 밴됐기 때문도 있다.

'근데 원딜이 강한 팀을 상대로는 야흐오가 원래 좋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돌풍 장막이 원거리 투사체를 차단해서.

그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진짜는 다른 하나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다름 아닌 스노우볼.

오브젝트를 엄청난 속도로 박살낸다.

상대로 하여금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사각!

싸캉!

평타는 물론 Q스킬 바람 가르기에도 묻어난다.

불타는 섬광의 추가 데미지를 극한으로 살린다.

15분에 나온 햇바론.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미드&정글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몰래 바론에 성공한다.

집에 간 척 빠르게 쳐서 잡았다.

본래라면 불가능해야 할 행위가 야흐오로 인해 가능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더블 킬!

물론 적들도 놀고 있지는 않다.

티어 차이가 워낙 나서 어쩔 수 없다.

소라와 유아가 나름 분전했지만 그래봤자 나름이다.

'하지만 헛되지는 않았어.'

어느 쪽이 더 부수는 속도가 빠르냐?

당연히 봇보다는 미드&정글이 빠르다.

야흐오라는 픽이 그 가속화를 더욱 배가시킨다.

찰칵!

코어템이 하나둘 갖춰진다.

오브젝트의 격차도, 전체적인 성장도 앞선다.

크하하의 꼬그모가 성장을 해 조합적인 시너지를 발휘해봤자.

'조합 자체를 썰어버리려고 하는 게 몰아먹기야.'

혼자서 다 해먹기 위함이다.

그럴 수 있을 만한 성장을 거의 했다.

완성된 불타는 섬광을 포함한 3코어.

무극의 대검이 나온 이상 앞라인부터 쪼갤 수 있다.

그에 반해 꼬그모의 성장은 잘 큰 정도다.

게임 시간 18분, 겨우 2코어가 나왔다.

값비싼 아이템이고, 꼬그모가 왕귀형 원딜러라는 걸 감안하면 분명 위협적이긴 하다.

「발암을 맞아라!」

근데 아무리 열심히 카이팅 해봤자 넣을 수 있는 딜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런 각을 줄 만큼 내가 놀고 있지도 않다.

설사 돌풍 장막의 시간이 끝나도.

'브라운이랑 번갈아 막으면서 다 썰어버리면 돼.'

성장에 탄력을 받은 야흐오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딜을 넣을 수 있는 각만 나오면 된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

이전부터 요긴하게 사용해왔다.

"가서 죽어."

〈히이잉…….〉

-레전설 자꾸 혜민 건드네?

-ㄴㄴ저 새끼는 다 건드는데 혜민을 가장 많이 건들 뿐임

-솔직히 티몽이 사회악이긴 하지ㅋㅋ

어차피 티몽은 죽는 챔피언이잖아!

죽었을 때 가장 해맑게 웃으며 존재 가치를 발한다.

기왕 죽을 거면 산 제물이 되어서 어그로나 끌고 죽으라고.

'티몽에게도 역할 분배해주는 이렇게 착한 팀장이 또 어딨겠어?'

혜민의 티몽이 헐레벌떡 뛰어간다.

마침 점멸이 아직 안 돌아온 크하하의 꼬그모.

자아를 내려놓고 과학을 인정하게 만들어줄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예비군 뺑뺑이 돌고 와서 오늘 한 화에요.

다행히 비가 와서 강당에서 죽쳤네요

예비군 도시락 반찬ㅋㅋ

볶음김치도 아니고 볶음깍두기는 처음 봄

근데 의외로 맛있어서 다 먹었어요

#켄 애팰씨의 이야기

유튜브 1분과학님이 인용한 걸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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