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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79화 (27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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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멸망전 플레이오프의 경기들이 진행되어 간다.

어느 팀이 과연 결승 진출의 영광을 얻을지.

대략적인 사이즈는 한참 전에 나왔다.

─강민식팀 분열 한 짤 요약.jpg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걸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지 말아주세요

사이좌 그는 대체……

└지로보: 인간이 5명이나 모이면 반드시 1명은 쓰레기가 있다.

└카카시: 동료를 소중히 하지 않는 녀석은 그 이상의 쓰레기다

└명언 제조기 갓만화 클라스ㄷㄷ

└지가 똥 싸고 팀탓하는 거 역겹자너ㅋㅋㅋ

가장 2위 확률이 높다고 점 지어지던 팀이었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1위인 레전설팀에게 떡발렸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나름대로 우승 후보팀 포스를 풍기며 종횡무진 질주했다.

한 번 급브레이크가 걸리자 기어가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

2, 3위 결정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강민식 멘탈 놨네 놨어

적 정글 오는 거 뻔한데 자꾸 딜교환 쳐거네

레전설 말대로 쟤는 주제 파악 좀 해야 돼

지가 뭐 레전설이야?

└레전설이면 솔킬 따고 정글까지 땄자너~

└캐리 욕심이 너무 많음

└크하하가 너무 잘하기도 했어

└카이팅이 무슨 알파고인 줄!

강민식팀 대 유리야팀의 경기.

유리야팀이 승리를 거머쥐며 2위를 확정지었다.

그에 따라 당연히 결승전의 파노라마가 예상된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당사자들에게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둘의 속사정에 대해 추측이 난무한다.

─내가 보기엔 이거 그냥 큰 그림이야

애초에 서로 싸운 게 아니고 대본임

이유 없이 저 정도로 싸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됨

결승전에서 만나서 어그로 끌려는 큰 그림ㅇㅈ?

└ㄴㅇㅈ 다른 팀들이 눈 뜨고 봐주냐?

글쓴이-근데 레전설이면 진짜 모르는 거 ㅇㅈ 안 해?

└그 생각 나도 했는데…… 그렇다고 보기엔 리야 연기력이 너무 실감남

└솔직히 유리야가 그런 연기가 가능한 애는 아니지ㅋㅋ

서로 사정을 모른다고만 한다.

물어봐도 서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잘 짜여진 각본이 아니냐는 이야기부터.

─ㄹㅈㅅ 저 새끼 혹시 먹버한 거 아니냐?

둘이 사실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거나ㅋㅋ

혼모노 쓰레기라서 가능성 있다

└혼모노는 너 같은데

└요즘은 초성으로도 고소되는 거 모름?

└흠ㅋㅋ 가능성이 없진 않지

└고소 각도 좁혀야……

이런 자질구레한 화두는 보통 BJ들 가지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인터넷 방송 갤러리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다.

멸망전 결승전까지 치닫자 롤 커뮤니티들도 남 일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별의별 의혹들이 다 나온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양쪽 다 질 생각은 전혀 없다.

특히 유리야팀 쪽에서는 연습이 불붙었다.

─와, 빡대가리야 왜 이렇게 사람 같이 잘함?

요즘 서폿 하는 거 보면 진짜 사람 같네

결승전 반드시 이기고 싶나 보다

연습 엄청 열심히 함!

└그러니까 그냥 각본이라고ㅋㅋ

글쓴이-네 다음 각본충

└이번 멸망전 리야 응원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레전설이 잘못했을 거야

결승전인 만큼 당연히 연습한다.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그럴래야 그럴 수가 없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반대다.

게으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빠듯이 쪼개 쓰기에 참가할 수 있는 멸망전이다.

─레전설팀은 연습 하나도 안 하네ㅋㅋ

결승전 져도 별로 상관없다는 건가?

각자 본직업이 따로 있으니까?

그런 거면 실망인데 흠ㅋㅋ

└바보야. 걸즈데이가 얼마나 바쁜데

└그 시간에 행사 뛰면 농담 아니고 수억원이야!

└개인 시간 쪼개서 참가하는 거라고 말했음

└참가해주는 거나 고마워해라 멍청아

멸망전 참가자 대부분이 팀게임 경력이 없다.

하지만 경력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쌓인다.

그 시간이 점점 유의미하게 빛을 발한다.

레전설팀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고하던 결승전.

유리야팀의 승산을 보는 목소리가 비등해진다.

스크림 연습이 누적되고 누적될수록 실력이 붙고 있다.

─유리야팀 우승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이유가

유리야팀 봇라인이 너무 셈

크하하가 피지컬만 따지면 레전설 못지 않잖아?

후반 캐리 구도도 원딜러라 꿀릴 게 없고

└크하하 피지컬이 그렇게 좋아?

글쓴이-피지컬이랑 라인전 능력은 프로도 인정해줌

└괜히 챌린저 원딜러가 아니긴 하지

└전략도 엄청 짜고 있더라. 상체 라인 버티는 쪽으로

연습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그 산 증인.

용케도 살아있는 피험체라고 할 수 있는 유리야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유리야팀은 시간이 갈수록 발전해나가고 있다.

걸즈데이 뺨칠 정도의 외모가 주목 받으며 이슈 또한 모은다.

─유리야팀 케미 맞추는 거 너무 보기 흐뭇하다ㅋㅋ

팀원들이 전부 다 착해

팀탓도 안 하고 서로 으쌰으쌰 함

크하하랑 유리야 사이 가까워지는 것도 보기 좋고

└이러다 둘이 썸 탈 듯ㅋㅋ

└이미 각 보고 있던데?

└크하하는 기대 많이 하더라

└크하하 레전설 싫어해서 특히 더 함ㅋ

결승전의 날이 다가온다.

* * *

2014 제2회 파프리카TV배 로드 오브 로드 BJ멸망전.

특별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더욱 더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파프리카TV 내부의 시청자만 따지면 롤챔스를 아득하게 넘어섰을 정도다.

〈이 방송, 저 방송 다 따지면 25만 명 가까이 됐다고 하니까…… 말 다했죠. 인터넷 방송계의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번 멸망전 해설도 맡은 클끼리가 담담하게 입을 연다.

이미 놀라움은 지난 플레이오프 때 모두 쏟아냈다.

결승전 시작에 앞서 다시 한 번 되짚을 뿐이다.

〈굿게임TV를 진행해오며 별별 사건 다 겪었지만 시청자가 너무 많아서 파프리카TV 서버가 터지는 건 저도 처음이에요!〉

2007년부터 쭉~ 의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터넷 종합게임방송국이다.

롤챔스의 2부 리그인 LML을 맡고 있는 굿게임TV.

그 대표 캐스터인 김의정도 한 소리 얹는다.

-17만 명을 조심해……

-16만 명대 유지해야 한다 애들아!

-마의 17만!

〈레전설님 방송만 툭 하고 꺼졌죠. 채팅창에 올라오는 17만 명이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그 어떤 개인 방송도 10만 명을 넘어간 적은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다.

파프리카TV의 삼대장 중 하나인 러너맨.

그가 열었던 아마추어 롤대회인 러너 리그가 10만 명의 벽을 깼었다.

〈그때도 10만 명 넘어가니까 방송이 엄청 끊기고 그러기는 했어요. 결국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진 없었는데…….〉

〈레전설 선수가 복귀하자마자 큰 사건 하나 일으키네요. 레전설답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고.〉

-클끼리입 간질간질

-레전설 까는 기계가 또

-솔직히 걸즈데이빨이긴 하지ㅋㅋ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명탐정 코난 같은 녀석이다.

레전설이 있기에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레전설이 사건을 뒤에서 일으키는 걸까?

심증은 있는데 확증이 없어서 문제다.

합리적 의심만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멸망전이 계기가 되어서 롤드컵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져 스타크래프트에 이은 E-스포츠 전성기가 오기를 전 바라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저희도 일자리가 늘어날까요?〉

〈적어도 저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아니…… 같이 좀 잘 살면 안돼요?〉

-클끼리 선 긋는 거 보소ㅋㅋㅋ

-근데 진짜 대박이긴 하다

-벌써 공식 방송 2만 명 돌파ㄷㄷ

파프리카TV가 성장을 하며 시청자층을 보다 확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총합은 고작해야 5만 명.

롤방송 평균이 대충 그러하다.

그 몇 배가 되는 숫자가 들이닥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된 입구는 멸망전 공식 방송이 아니다.

현재 레전설의 개인 방송은 시청자가 벌써 7만 명에 육박했다.

〈다행히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했다고 공지가 떴어요. 시청자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을 해주시면 됩니다.〉

-응, 안 믿어

-어차피 또 터질 듯

-투컴이랑 핸드폰까지 돌려서 파프리카TV 터트려야지ㅋㅋㅋ

심지어 결승전이다.

터질 전조가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아직 밴픽이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이번 결승전의 관심 거리는 하나가 아니다.

유입 시청자들은 모를 수도 있는 이야기다.

양팀 주장의 사이가 애달프다고 한다.

「나는 너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어. 진심을 원했어. 마지막으로…….」

통화 연결음이 애절하게 울려 퍼진다.

유리야팀의 주장 BJ유리야.

경기 시작에 앞서 전화가 연결된다.

〈안녕하세요. 김의정 캐스터입니다. 통화 가능하시죠?〉

〈네! 안녕하세요. 유리야에요.〉

-레전설 전화는 안 받으면서

-아니, 진짜 하……

-빡대가리야!

당연히 예정돼 있는 시간이긴 하다.

결승전인 만큼 들어보지 않으면 섭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진정 듣고 싶은 건 경기 각오, 전략 같은 게 아니다.

〈채팅창에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혹시 레전설님과 최근에 다투셨나요?〉

〈……몰라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이번 결승전에 대한 각오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되겠죠?〉

-갑. 분. 싸

-방금 전까지 해맑다가 바로ㄷㄷ

-썰만 풀어도 시청자 어그로 개끌릴 텐데 왜 안 풀지?

-BJ들도 자신들의 사생활이 있겠지

승리하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해왔다.

전략 또한 팀적으로 구상한 게 있다.

의외로 똑 부러지는 대답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나의 천사가 되어줄래? 너 말곤 아예~ 다른 여잔 전부 다 돌! …….」

이어서 레전설팀이다.

레전설팀의 팀장 BJ레전설.

이제는 프로게이머 레전설로 더욱 친숙하다.

그래서 그런지 전화 통화 또한 친숙한 느낌이다.

〈이런 말씀드리긴 뭣한데요.〉

〈뭣하면 안 말하면 되잖아요.〉

〈아니…… 레전설씨 벨소리가 왠지 답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라고 보고서 영화 보는 느낌이에요!〉

-나쁜놈ㅋㅋㅋ

-선견지명이 또

-벨소리로 자아성찰 오지게 한 거 ㅇㅈ?

유리야와 달리 그냥 대놓고 저지른다.

채팅창의 여론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가해자가 좁혀진다.

〈아니, 저 피해자에요.〉

〈피해자는 저라딧씨 하나로 족하고요. 방송적으로 말하기 힘든 거면 스피커 끄고 상담도 가능합니다.〉

〈상담하면 저 바로 울 거에요. 진짜로 진지하게 억울해요. 정치하는 게 아니라…… 빡대가리야!!〉

-기승전 빡대가리야ㅋㅋㅋ

-아니, 저러니까 사이가 틀어지지

-아무튼 레전설이 잘못했음ㅅㄱ

-그냥 너무 많아서 짚이지 않는 거 아닐까?^^

억울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런데 전과라던지, 가중 처벌이라던지 괜히 따지는 게 아니다.

이전에 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근데…… 나쁜놈이네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해야 할 캐스터가 왜 자꾸 닦달해요! 저 10만 명 앞에서 발언권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벨소리를 걸즈데이 예상했거든요. 클끼리 해설이랑 저녁 내기 했는데 댁때문에 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인 원한! 저녁값의 원수!

-결승전 하기도 전부터 빵터지는데?

-그래서 갈군 거였어?ㅋㅋㅋ

그냥 단순한 의문이다.

걸즈데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얼마나 친하면 멸망전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모든 시청자들을 대표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저 걸즈데이 안 좋아하는데요.〉

〈아, 또 그러신다! 그렇게 말하면 걸즈데이 멤버분들이 섭하죠.〉

〈얘네도 알고 있어요. 저 헬로우비너스 팬이에요.〉

〈근데…… 왜 그렇게 친해요?〉

〈저도 몰라요. 이상한 애들이에요 정말.〉

-미친 새끼ㅋㅋㅋㅋㅋ

-경쟁 걸그룹을 언급해버리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새끼…… 그래서 더 멋진 새끼……

-저거 감당되냐?

당연히 채팅창에 비난이 빗발친다.

몰려온 걸즈데이팬들이 엄청나다.

뒤늦게 화제를 진압하려 하지만.

〈가수로서 안 좋아한다는 거고…… 동생과 친구로서는 아끼고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네! 오해가 더 깊어지는 발언 잘 들었습니다. 레전설님 인터뷰 마치면서 바로 결승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회의 아이덴티티를 극한으로 살리는 바야흐로 진짜 멸망전의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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