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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78화 (27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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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파프리카TV는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굳이 말하면 때는 맞다.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뿐.

"서버 확보는?"

"예비 서버 전부 가동했고, 여유 있는 서버에서 최대한 보충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마련해! 그냥 내 말대로 해. 1서버부터 4서버까지 전부 레전설에게 돌리고……."

시스템 관리 부서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멸망전 이벤트로 시청자가 엄청나게 몰렸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이틀 전에 잡힌 이벤트가 아닌 만큼 준비는 했다.

문제는 그 이상이다.

최소 곱절의 인파가 한 시간대에 집중된다.

파프리카TV의 노후화된 서버로는 감당이 안된다.

"1서버부터 4서버를 BJ 한 명에게요? 너무 과한 대처 아니에요?"

후임 기술자의 물음에 선임 기술자가 한숨을 내뱉는다.

파프리카TV에 대해서 잘 모르는 눈치다.

특히 최근 일어나는 일에 대해.

사실 기술직인 만큼 딱히 몰라도 되는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자신들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 정도까지 안 하면 터질 수도 있어. 그리고 터지면…… 보통 욕먹는 정도로는 안 끝나겠지."

"에이, 설마 터질까요? 그리고 터진다고 우리 잘못도 아니고."

굳이 따지면 시설 설비를 확충하지 않은 파프리카TV의 잘못이다.

설비가 제한돼 있는 이상 관리를 열심히 해도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수십만 걸즈데이 팬들에게 어떤 조리돌림을 당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로 시말서는 기본일 것이다.

회사 생활이란 원래 자기 일 아닌 것도 책임진다.

후임 직원으로서는 둔감할 수 있는 부분.

선임 직원은 알고 있기에 긴장이 곤두선다.

불합리한 조건과 결과를 어떻게든 넘어서야 한다.

"딴 거 다~ 제쳐두고 레전설 전용 서버부터 확보해! 그게 최우선이니까."

파프리카TV의 초유의 사건이다.

한 BJ의 전용 서버.

그러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파급이다.

만에 하나 터지는 순간 엄청난 지탄이 돌아오리란 건 불보듯 뻔하다.

* * *

조별 리그 당시 동시 시청자 수가 15만 명.

송출이 끊기는 등 위태위태하기는 했다.

설마 하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정확히 17만 명에서 터지네. 파프리카TV의 한계 인원 알고 갑시다."

-ㅋㅋㅋㅋㅋㅋㅋ17만

-어휴, 중소 기업이 그러면 그렇지

-절대 안 터진다고 호언장담 하더만

-200만 명 가능하다던 기사 찌라시임?

찌라시가 아니다.

파프리카TV의 공식 발표였다.

그런데 현실은 이 모양 이 꼴이다.

'뭐, 알아서들 감당하시겠지.'

BJ가 열심히 컨텐츠를 준비해왔는데 파프리카TV가 소화할 능력이 없구나.

나 뿐만 아니라 수십만명의 시청자들이 알아간다.

늦든 빠르든 알게 될 일이다.

멸망전 본선.

아홉 팀이 각 세 팀씩 나눠져 조별 리그를 치른다.

상위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그 방식은 NA LCS와 비슷한 면이 있다.

'조별 리그 성적이 그대로 따라와.'

소위 말하는 승점이란 제도다.

C조의 1위로 올라온 만큼 보다 유리하다.

4승 0패로 4점이나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4점을 더 따면 플레이오프 1위가 확정.

즉, 결승전에 깔끔하게 올라갈 수 있다.

방금 전 1점을 더 추가로 획득했다.

-강민식 그냥 떡발리네ㅋㅋㅋ

-지금 추하게 정치하는 중!

-아니, 지가 발려 놓고 정치를 한다고?

방송이 터지고 말았던 원인이다.

플레이오프 첫 번째 경기.

강민식팀과 예정되었다.

경기 시작 전에 10만 명을 채웠다.

첫 세트를 진행하며 15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다 한타의 와중에 17만명.

방송이 퍼엉-! 하고 터지며 종료되고 말았다.

"게임 내적으로는 딱히 지장은 없었어요. 어차피 나 말고는 방송하지도 않고."

-강민식은 서버 터질 때 렉 걸렸다고 항의하고 있음

-지가?ㅋㅋ

-정작 장본인은 가만히 있구만 뭐 하는 놈이지

걔가 원래 남탓을 많이 하는 애다.

그냥 지가 못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원래 못난 사람일수록 주위에서 띄워주면 정신을 못 차려.'

흔히 말하는 주제 파악을 못하게 된다.

자신이 본래 실력 이상을 가졌다고 착각한다.

랭킹 시스템이 없던 카오스는 그런 애들이 많았다.

결국 로드 오브 로드로 넘어오며 다 걷혀진 거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과거를 잘 못 잊는다.

자신이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에 갇혀서 산다.

구오오……!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세트.

상대가 억척스럽게 파고든다.

강민식의 자드와 동시에 뜬 경고 표식이 애꾸사자의 습격을 예고한다.

「발암을 맞아라!」

강화된 목줄을 막기 위해 장막이 빠졌다.

진입한 자드의 스킬 분배가 용이해지게 된다.

세 갈래로 쏘아진 표창과 애꾸사자가 사방에서 죄어온다.

'타이밍 자체는 좋아.'

같이 다니는 제2의 서포터 브라운이 5레벨이다.

아직 궁극기를 배우지 못한 타이밍이다.

미드&정글의 2 대 2 교전에서 불리함을 안는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가진 격의 차이다.

휘익!

휘리링!

미니언을 타며 원형으로 베어 가른다.

파고든 애꾸사자의 체력을 덜어낸다.

쏘아진 표창들은 스치지도 않았다.

앞서 세운 돌풍 장막.

그걸 신경 써도 하나가 더 있다.

브라운의 방패에 보란 듯이 차단된다.

미니언을 타며 유도한 결과다.

조잡하고 조급한 움직임이 뻔히 읽힌다.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공격성을 역이용했다.

싸캉!

점멸 바람 가르기가 결정타로 작용한다.

자드는 진입해온 과정에서 얻어맞았다.

브라운에게 평타를 딱 한 방.

그조차도 충분한 일이다.

다대기!

「우리에게 돈!」

브라운의 패시브를 터트리며 시간 차로 공중에 띄운다.

내려오기 전에 당연히 궁극기로 재차 썬다.

미니언 또한 아군의 편.

─더블 킬!

레전설님이 학살 중입니다!

자드는 1mm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했다.

애꾸사자는 점멸로 발악을 했지만 이미 혼자다.

처음 던진 강화 목줄이 장막에 먹혀 사라졌다.

'할 거면 그냥 처음부터 딜로 찍어 누르던가.'

판단도 애매했고 과정 또한 부실했다.

파고들 틈이 너무 많아서 찌르기가 미안할 정도다.

-와……, 용까지 가져가?

-섬광 야흐오라 가능함!

-강민식 무리 겁나하네

-강민식 벌써 2데스ㅋㅋㅋ

자신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

주제 파악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참사다.

그런데 그런 게 또 고만고만한 애들한테는 잘 통한다.

'저런 타입이 양학은 잘해.'

무엇이든 자신감 있게 하는 건 중요하다.

자신감 없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좋다.

하지만 결국 최상위권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

한계가 여실하다는 소리다.

이번 기회로 하여금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그게 되는 얘였다면 애초에 개노답 삼형제에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화락!

챠라락!

죽기 시작하자 멘탈이 완전히 나간 움직임이다.

그림자를 아무 생각 없이 쓴다.

그러면 죽어야지 별 수 있나.

휘익!

휘익!

다대기!

생존기가 빠진 자드.

파고들어 공중에 띄워버린다.

포탑 안이라고 잡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우리에게 돈!」

자드는 궁극기 쿨이 돌아왔을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애꾸사자도 훨씬 더 남았다.

그에 반해 야흐오는 쿨이 짧다.

콰과광!

퍼억!

브라운도 6레벨을 찍어서 연계가 된다.

공중에 뜬 상태로 또다시 터트려버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레전설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대체 뭘 믿고 까불지?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

사람마다 볼 수 있는 킬각의 넓이가 다르다.

멘탈까지 상한 상태라면 더욱 좁아진다.

아무튼 결과가 쉽게 나왔으니 됐다.

두 번째 세트도 가뿐하게 가져왔다.

-그냥 뭐 반항도 못하고 확 무너지네

-상대 챌린저는 맞음?

-멘탈 나가면 챌린저도 똑같지ㅋㅋ

-그래도 발려 놓고 정치하는 건 너무 추한데

플레이 오프 또한 3전 2선승제다.

2승을 따냈으니 경기는 종료됐다.

하지만 멸망전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롤은 결국 정치 게임이거든.'

파국을 맞이한 상대팀.

안 보고 넘어가긴 섭한 노릇이다.

〈많은 거 안 바라잖아…… 정글 마스터가 왜 미드갱도 못 찔러? 그리고 봇 CS 차이는 뭐야?〉

상대팀의 방송을 살짝 켜봤다.

이미 기호 1번 출마한 모양이다.

〈죄송해요. 다음에는 좀 더 노력해서 연습해 올게요.〉

〈아니, 난 잘하는 걸 원해.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잘하라고. BJ가 걸그룹 상대로 반반 파밍도 못할 거면 BJ 왜 해?〉

-강민식 인성 터졌네ㅋㅋ

-큐트 열심히 했는데 불쌍해

-지가 못해서 져놓고 봇탓 추하다

강민식팀은 미드&정글이 챌린저와 마스터다.

모든 티어를 균등하게 넣어야 하는 멸망전.

다른 라인이 부실해지는 건 필연이다.

'덕분에 미드&정글 터트리니까 게임도 바로 터졌지.'

빠르게 게임을 끝낼 수 있었던 이유다.

강민식의 화는 엉뚱하다고 할 수 있다.

딱히 큐트님의 호감을 끌어보고자 함은 아니고.

-님도 이번 시즌 2천 판 했는데 챌린저 턱걸이잖아요. 그게 님 주제고 저분은 실버가 주제인데 왜 님은 그냥 잘하는 척해요.

-레전설 찐?

-팩폭 너무 아프고~

-빛전설이 흑기사 해주러 왔네ㄷㄷ

흑기사가 아니라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지.

골드랑 실버가 챌린저한테 대꾸도 못하고 얼마나 억울하겠어.

큐트님이 호감을 표했다는 이야기가 채팅창을 통해 전해진다.

「BJ에 의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호감의 대가는 참혹했다.

아니, 내가 강제퇴장까지 당해야 돼?

마음 같아서는 길길이 날뛰어서 병력을 파견하고 싶지만.

"강민식님이 많이 화가 나신 모양이네요. 하지만 저렇게 화내면 추하니까 님들은 솔랭에서 지고 저러지 마세요."

-크~ 멋있었다 ㄹㅇ루다가

-레전설 인성 다시 보게 됨

-레전설은 저렇게 추하게는 안 하잖아ㅋㅋ

타BJ랑 분란 조장하지 일전에 한 소리 들었다.

안 그래도 밉보인 상태에서 일 만들기 싫다.

BJ가 아닌 애들이랑 분란 조장해야지.

"저는 그냥 잘하는 사람 맞으니까 한 소리 하겠습니다. 탑이 너무 못해서 좀 갈굴게요."

절대로 바보 소리 들은 찌질한 앙갚음이 아니다.

* * *

예고된 바 이상으로 수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그 중심은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걸즈데이 특별법.

─파프리카TV가 저렇게 쫄아 붙은 거 처음 보네ㅋㅋ

일일이 공지 띄우고 사정 설명하고

걸즈데이가 무섭긴 하나 봐

└ㅋㅋ평소처럼 갑질하다가는 ㅈ되는 거지 그냥

└서버 터진 걸로도 욕 겁나 들었잖아

└???: 파프리카TV는 최대 200만명 수용이 가능하다

└파프리카TV에 뭘 바래. 이 정도면 나름 괜찮게 하는 거야

일반BJ들과 달리 통제가 불가능하다.

자신들이 나서서 적극 협조하는데 이른다.

평소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비판과 칭찬이 공존한다.

파프리카TV로서는 뜻하지도 않던 기회다.

레전설은 아니꼽지만 걸즈데이는 포용해야 한다.

스케줄까지 묻고 물으며 대회 진행에 필사적이다.

─와, 걸즈데이 스케줄 때문에 멸망전 경기 연기됨

파프리카TV가 융통성 있는지 처음 알았자너ㅋㅋㅋ

└강약약강!

└참여 여하로 흥행 클라스가 달라지니까……

└자체 연락 안되니까 레전설 통해서 하는 게 졸 웃김

└그렇게 빼려고 발악을 하더니ㅋㅋㅋ

만약 조별 리그에서 광탈을 했다면 잠깐의 폭풍 정도로 그쳤으리라.

롤 유저 만큼 실력에 깐깐한 팬덤이 또 없다.

그런데 보니까 꽤 잘해?

레전설이라는 든든한 에이스를 네 명의 여신이 훌륭히 보필한다.

약간 주체가 바뀐 듯한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더 볼 거리다.

레전설의 오늘만 사는 듯한 케미가 아슬아슬하게 맞아 떨어진다.

─레전설이 결국 재미와 우승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그림이네

레전설은 명불허전이고 걸즈데이도 은근히 잘해

특히 소라가 한타 딜각 매섭게 넣더라

티몽도 트롤인 줄 알았는데 라인전 잘 버티고

└티몽하는 얘가 혜민인가?

└레전설이 코칭 좀 해주니까 쑥쑥 큼ㅋㅋ

└걸즈데이는 이번 멸망전으로 롤팬들 호감 100% 채울 듯!

└예쁘고 잘하고 거를 타선이 없지~

치르는 장본인들은 한없이 고생이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재밌고 들뜬다.

걸즈데이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태가 일어나기 직전이다.

이윽고 시작된 멸망전의 결승전.

원수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기 마련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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