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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총 여덟 명의 대표BJ들에 의해 진행 예정이었던 멸망전.
여론의 파도가 소용돌이 치며 바뀌게 됐다.
한 팀이 추가돼 아홉 팀이 돼버렸다.
그에 따라 예선전의 방식도 달라진다.
아홉 팀이 각각 세 팀씩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른다.
그 진행.
〈샹노메거-! 마스터, 챌린저란 것들이 어떻게 나보다 KDA가 안 좋아 KDA가~!!〉
팡우팀의 팀장 BJ팡우가 목청을 고래고래 높인다.
멸망전 조별 리그 C조.
게임이 아주 박살나듯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너무 잘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형님.〉
〈어쩔 수 없으면 그냥 뭐 지는 거야? 이 새끼가 어떻게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없어 의지가!〉
-완전 정치판이네
-ㅋㅋㅋㅋ팀 멸-망
-형님! 그 새끼 순 간신입니다 간신. 지가 못하는 걸 상대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도인디였으면 형님 킬 달달하게 먹여줬지 말입니다
이미 첫 번째 세트를 완전히 털렸다.
두 번째 세트도 비슷한 수순으로 나가고 있다.
답답한 나머지 일단 역정을 내며 팀원을 윽박지른다.
시청자들이 편까지 들어주자 방정맞은 입을 주체하지 못한다.
〈도인디였으면 갱호응부터 시작해서 달달했지~. 마스터, 챌린저라고 해서 뽑아줬더니 아주 시원찮아 어?!〉
롤이 팀게임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파국에 접어들었다.
게임을 못 이기니까 땡깡을 부린다.
그런데 과연 팀원들의 잘못일까?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봇라인에서 사달이 났다.
아주 잠깐 안 보인 적 정글 헤일과 미드 랄라.
어느새 내려가 생다이브를 치며 아군 두 명을 죽였다.
들려온 악보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팡우팀의 미드라이너는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했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대기해 궁극기가 빠진 헤일을 노렸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레전설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앞무빙으로 표창을 역으로 피한 헤일에게 불빠따를 얻어맞는다.
랄라의 보조까지 더해지며 역관광.
안 그래도 벌어졌던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헤일 섬광 뜸ㅋㅋㅋㅋ
-와, 무슨 섬광이 12분에 나오네
-패치돼서 킬&어시도 스택 쌓이는데 저 정도로 크면 미쳤지
-자드가 죽어줬습니다! 자드가 범인입니다 형님!
〈아니, 시부레 거길 왜 가 거길!〉
뭐라도 탓해보고 싶은 팡우가 소리를 지른다.
팀장으로는 위치, 연장자에게의 예우.
하지만 팀원들도 언제까지 참지는 않는다.
〈형님이 핑을 찍어도 안 와주시지 않습니까? 저라도 뭐를 해야 게임이 지탱이 되죠.〉
〈이 새끼가 어디서 눈을 부라리고 말대답이야 말대답은!〉
〈저도 한 마디 하겠습니다. 팡우 형님 최소한 오더는 들으시지 말입니다.〉
-ㅋㅋㅋ탄핵각인데?
-형님이 적반하장할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청자들이 편들어주니까 형님 잘못 없는 것 같습니까?
-하다하다 걸그룹한테 털리고 상남자 팡우 다 죽었습니다. 늦기 전에 묫자리나 파십시오
멸망전 조별 리그의 최대 화젯거리다.
인기 걸그룹, 롤팬들한테는 특히 유난한 걸즈데이가 참여했다.
티어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고, 본선에나 진출하면 다행이란 목소리가 높았으나.
〈여기서 이즈가 갑자기 앞비전 하는 것만 조심하면 돼요. 순삭만 안 당하면 무조건 이긴 게임이야.〉
조별 리그 C조의 세 번째 경기.
레전설팀 대 저라딧팀의 경기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다.
사락-!
부쉬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다.
스킬 콤보가 정확하게 적중한다.
저라딧팀의 팀장이자, 오더이자, 핵심 딜러인 저라딧의 카직트가 순삭 당한다.
-생각해도 맞죠?
-저뚜기 사망!
-방금 말하고 방금 죽었어ㅋㅋㅋㅋ
롤이라는 게임이 모든 것을 조심하며 할 수는 없다.
판단에는 리스크가 따르고, 리스크의 크기에 비례해 리턴 또한 커진다.
시야 장악을 체스 따먹듯 한 칸씩 전진하다가는 날 샌다.
저라딧이 죽은 것도 필연적인 실수라는 소리다.
반대로 말하면 허점을 잘 찔렀다.
그로 인한 스노우볼이 삽시간에 굴러가고 만다.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일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이즈레알이다.
결승전 이벤트 매치에서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선보였다.
레전설의 이즈레알이 앞비전을 할 때마다 한 명씩 즈려밟힌다.
〈아니, 나 잘렸으면 거기서 빼야지…… 다 죽으면 바론 나가잖아.〉
-저하다 추라딧……
-와, 이건 좀 많이 추한데;;
-그만큼 레전설이 미친 거지ㅋㅋㅋ
걸즈데이라는 족쇄.
달고 있음에도 파죽지세다.
삼선 블루도 이긴 마당에 BJ대표팀 따위가 대수일까?
스프링 시즌의 기적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몸소 증명한다.
─레전설 걸즈데이 데리고 4연승 조 1위ㄷㄷ
격차의 차이가 너무 심한데?
어떻게 레전설 하나를 못 막아서 지지
└저라딧ㅋㅋ 미드만 말리면 꽁승이라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만
└완전 추하더라. 추함 그 자체
└'아니' 랑 '진짜'만 한 20번씩 말한 듯ㅋㅋ
하지만 당시에는 픽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기려고 한 것도 아니다.
초중반 스노우볼을 굴린다면 제아무리 레전설이라도 별 수가 없으리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만 한눈이 팔렸다.
자아성찰의 시간은 한 번쯤 가질 만한 일이다.
멸망전 중계를 맡은 클끼리 해설의 첨언이었다.
〈흔히들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리고 팀게임과 솔로랭크의 차이.
이는 요약을 하자면 의외로 간단하다.
가진 바 힘을 전부 끌어 쓸 수 있느냐 없느냐.
레전설은 있다.
BJ들은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프로 무대에 메인 오더를 도맡아온 경력까지 뒷받침된다.
〈보시면 움직임 자체가 다 읽혀요. 프로 눈으로 보면 아마추어의 움직임은 솔직히 조잡해요. 결국 할 수 있는 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뿐인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았다.
걸즈데이의 멤버들이 분전을 해준다.
미친 듯이 성장한 레전설의 독무대가 어렵지 않게 나온다.
─BJ들 중에 밴픽 하나 똑바로 못하는 애들 많네
밴도 실수로 막 못하고
챔피언도 이상한 거 가져가고
레전설팀은 레전설이 독재자처럼 하니까 최소한 실수는 안 나온다
└독재자ㅋㅋㅋㅋ
└실수 너무 하더라. 밴픽이 하기 힘든가?
└대회 밴픽은 무슨 프로그램으로 한대. 영어로 찾아야 되고 하다 보니 익숙지 않기도 하고
└다 변명이지 변명ㅋㅋ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는 이야기다.
경기력 면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풀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이 침을 삼켰던 부분.
「인기 걸그룹 걸즈데이의 파프리카TV 상륙?」
「BJ멸망전에 참여한 네 명의 여신!」
「프로게이머 레전설, 걸즈데이와의 특별한 인연.」
롤 관련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들도 떠들썩했다.
바로 그 걸그룹 걸즈데이가 BJ멸망전에 참가한다니?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야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여러 인기BJ들의 참전한 멸망전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인 화제를 낳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쉽다.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걸즈데이 방송도 안 하고 캠도 안 키네ㅠ.ㅠ
소속사가 허락 안 해서 어쩔 수 없대
목소리만으로 ASMR한다……. ㅠ.ㅠ
└레전설이 갈구는 것도 재밌어ㅋㅋ
└감히 우리 여신님을 갈군다고?
└그 새끼는 쓰레기라……
└이 시대의 진정한 페미니스트 같은 새끼지
연예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
일반인들, 심지어 BJ들과도 격이 다르다.
평소 생활에도 품위 유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연예인의 평소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역대급, 아니 앞으로 평생 또 없을 만한 이벤트다.
고작 파프리카TV 따위에서는 감당하기 힘들 수준의 관심이 몰려든다.
* * *
대회 무대에서 가장 큰 적은 다름이 아니다.
실력?
그것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가치다.
만약 프로게이머에게 능력치가 있다면 대충 이런 느낌일 거다.
정신력 82
피지컬 70
판단력 92
.
.
.
이외에도 맵리딩, 친화력 기타 등등.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정신력이다.
왜냐면 능력치가 있다 하더라도 절대 고정된 수치일 수는 없다.
'멘탈 나가면 게임 안되는 게 괜히 생기는 일이 아니야.'
다른 모든 수치들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가히 탁월하다.
걸즈데이는 나 이상으로 수많은 경험을 쌓아왔을 게 분명하다.
"역시 경험이 많다 보니 잘하네."
〈네??〉
"무대 경험 말이야 무대 경험."
-이 쓰레기 새끼 일부러ㅋㅋㅋ
-완전 성희롱 아니냐?
-소라한테 감히 망언을;
-방장님, 혹시 하루만 사시나요~? 내일은 살 예정 없으세요??
감정 이입충들 오지네 진짜!
음란마귀 씌여 가지고 이상한 상상을 한다.
순수한 의미로 칭찬을 한 거잖아.
"긴장 안 하고 생각보다 잘한다고요."
〈…….〉
-갑분싸
-어떻게 화장실도 안 갈 여신님한테 폭언을
-레전설 두개골 뜯어서 그 안 좀 살펴보고 싶다
내가 보기에는 니들이 더 너무한 거 같은데?
아무리 예쁜 여자도 소화 기관이 당연히 있다.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훨씬 더 소름끼친다.
'요즘 애들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군대를 갔다 온 이후로 은근하게 세대 차이를 느낀다.
그 요즘 애들에 소라도 포함돼 있었다.
〈성훈씨, 저한테 뭐 할 말 없어요?〉
"세세하게 플레이 지적해서 욕해주길 원해? M이야?"
〈아니……!! 당신이 빠르면 올해 말이라면서요!〉
-당신?
-어머머, 당신?
-무슨 얘기임?
-ㄷㄷ스캔들각!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 얘기였다.
'그걸 기억해? 진짜 소심하네 이 처자!'
분명히 A형이다.
미국에 갔을 때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에 올 수 있다고 말을 했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스케줄이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계약조차도 L.A에 가고 나서 이루어졌다.
그 이후로 말을 안 한 내 잘못도 있다.
근데 애초에 불분명한 일이었다.
이렇게 빨리 한국에 올 줄이야.
"빠르게 왔으면 됐지. 뭘 더 바래."
〈당신…… 너무 뻔뻔해요!〉
"그걸 이제 알았어?"
-와나 진짜ㅋㅋㅋㅋㅋ
-뭐지 이 자연스러운 적반하장은?
-대놓고 뻔뻔하니까 말문이 막히네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그러고 나서 연락도 소원했다 보니 섭섭한 모양이다.
'살다 보면 늦을 수도 있고, 빨리 올 수도 있는 거지. 요즘 애들은 깐깐해 정말.'
소라가 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이다.
다른 세 명의 멤버들보다 빨리 친해진 것도 그럴 만하다.
두 번째는 아줌마처럼 까탈스러운 유아.
〈저도 성훈씨한테 불만 있는 거 있는데 말해도 돼요?〉
"하지 마.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해둬."
-니가 뭔데 유아의 말을 막냐?
-레전설님~ 인생 세이브 포인트 많으신가 봐요^^
-목숨 대여섯 개 없으면 저런 발언 못하지ㅋㅋ
네 명이잖아 네 명!
여자 네 명 사이에 있으면 고막이 얼마나 아픈지 알아?
내가 조림 돌림 당하면서 불만 하루종일 들어줘야 돼?
게임만 해도 진이 쏙 빠지는데 추가 업무는 사양이다.
그리고 나도 불만 많다.
"댁들, 걸즈데이들."
〈걸즈데이에 들 붙이지 마세요!〉
〈무식해.〉
〈키킥 바보.〉
"지방 방송 끄시고요. 누가 누군지 목소리 다 아니까 변조하지 마시고 티확찢 해버리기 전에! 우리 지금 댁들 바쁜 바람에 스크림 연습도 못하고 경기 치렀잖아요."
-티팬티 확찢???
-티팬티 확찢이래ㅋㅋㅋ
-티몽 확찢이지. 롤유저 아닌데 걸즈데이 보러 온 듯
-바보라고 한 사람이 혜민이었나 봐ㅋㅋ
이러니저러니 해도 걸즈데이다.
인기 걸그룹인 만큼 스케줄도 빡빡하다.
멸망전도 사실 거의 억지로 모여서 하고 있는 거다.
각자 개인 스케줄 있을 때는 PC방에 간다거나.
스크림 연습은 사실상 못했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각자 숙제를 내줬다.
어느 챔피언을 연습해 오라거나.
플레이에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개개인의 실력이라도 그나마 올리기 위함이다.
간단한 맞춤형 코칭이다.
하지만 한없이 부족하다.
게임이 제대로 되긴 하려나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잘해주긴 하네.'
다행히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 한시름 덜었다.
언제까지 그 요행이 먹히리란 보장은 또 없다.
심지어 다음 상대는 지는 순간 모니터 때려 부술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
북미 파트에서 잠잠했을 뿐!
애초에 막장은 이 소설의 기본 컨셉입니다
멸망전 파트는 지나가는 짧은 파트라서 속사정은 금방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