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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그것 자체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시청자들이 재밌었으면 해서 참가를 한 거고. 실질적으로 경기를 하든, 안 하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상관있어!!〉
-땅오ㅋㅋㅋㅋㅋ
-상오 오열
-으아앙 ㅠ.ㅠ
시청자들과 이름이 가물가물한 어떤 BJ가 오열한다.
안타깝기는 하나 옛말에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다수결에 의해 정해졌다면 구태여 반론까지는 하지 않겠다.
'애초에 작정하고 저지른 짓이잖아.'
파프리카TV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해서 배제하는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떨어지는 평판은 파프리카TV가 감당할 부분이다.
나는 한국에서 방송 왜 안 하냐는 소리 이제 안 들어도 된다.
연습에 집중할 수 있으니 몸은 편하다.
근데…… 마음이 아파.
"힘들다 정말. 누가 리야한테 좀 물어봐. 나 진짜 잘못 안 했다고. 잘못한 거 없다고."
-진짜로 유리야가 찬성한 거야?
-무언가 잘못을 하긴 했을 거 같은데
-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와, 그 유리야가 뒤통수를……
아무리 일이 있었다고 해도 나와 리야의 사이다.
당연히 반대를 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키워온 애완리야에게 손을 물린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가슴 한 켠이 쓰라리다. 정말로…….'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다.
그때는 내가 명확하게 잘못을 저질렀다.
솔직히…… 평소 잘못한 게 한두세네 가지가 아닌 만큼 상상한 것은 있다.
우리 리야가 뒤늦게 사춘기가 와서 반항을 하는구나.
과거의 일이 부끄러워서 앙탈을 부리는 거구나.
하지만 이렇게 손절을 당할 정도라니 충격이다.
-리야 지금 같은 팀 멤버들이랑 하하호호 즐겁게 스크림 중
-어그로 안 끌림?
-채팅창 아이스 에이지 해놓음ㅋㅋ
여전히 연락도 안 닿고, 묵묵부답이다.
방송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쓰라린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대체 무엇이 너를……'
스스로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 * *
BJ유리야.
특유의 멍청함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그리고 인형 같은 외모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 의혹이 빗발치고 있다.
-레전설 왜 손절함?
-이유라도 좀 말해주면 안돼요?
-팬가입도 안 한 건빵들이 어그로 끄네ㅋㅋ
-싹 다 쳐내!
레전설과의 관계 때문이다.
일전에도 몇 번 있었던 일이다.
레전설이 하~~~도 별의별 짓거리를 다 하다 보니 화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워낙에 행동력이 좋다.
쌓이면 바로 무릎 꿇어서라도 푼다.
그런 두 사람의 케미 또한 인기 요소 중 하나였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질 줄이야.
당사자들도 충격이겠지만 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리야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분 언급하지 마세요. 매니저분들 채팅창 관리 좀 해주세요.〉
차가운 목소리가 고막을 예리하게 벤다.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냉혹하다.
레전설의 팬들은 사무치리라.
─레전설띠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레전설했나요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
.
.
채팅창에 소란이 인다.
강제퇴장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시행된다.
그럼에도 불씨가 꺼지지 않자.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BJ와 매니저, 팬클럽만이 채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팬채팅으로 전환을 해버린다.
팬가입을 한 시청자들만이 채팅을 칠 수 있다.
-채팅창 클~린!
-리야가 얼마나 속 깊은 애인데 괜히 싸웠겠냐?
-다 생각이 있으니까 반대했겠지ㅋㅋ
-애초에 리야님이 반대한 건 맞음?
이내 화제 진압이 된다.
하지만 잔불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제가 반대한 거 맞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꾸 어그로 끌리니까 스크림 종료하고 솔로랭크 할게요.〉
결국 스크림을 이르게 종료하고 개인 방송을 한다.
놀라운 일이다.
과거의 유리야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반응.
-리야 시크해졌어!
-무언가 일이 있기는 했나 본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지
당연히 궁금하다.
밝히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채팅창도 얼린 상태라 분위기가 싸늘하다.
큐가 잡히며 솔로랭크가 시작된다.
고정 팬들은 씁쓸함을 삼키며 지켜본다.
그런데 설마 장본인이 물어보러 올 줄이야.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유리야의 방송에서는 흔히 있는 광경이다.
아무리 시크해지고 도도해져도…… 실력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다!
부쉬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애꾸사자에 의해 물려 죽고 말았다.
[전체]애꾸사자(1/0/0): 리야야,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니?
-이걸 저격한다고?
-레전설 침투력 무엇;
-레전설 방송 킴!
저격을 당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다.
유리야의 방송에서는 컨텐츠에 해당한다.
그런데 평소와는 명백히 다르다.
상대 애꾸사자가 심상치 않다.
* * *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솔로랭크에서 적을 잡았다.
지당히 기뻐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대답 단 한 마디, 그 이외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전체]애꾸사자(3/0/0): 리야야, 대답 좀 해줘……
-물어보러 간다더니 진짜 깨물어버리네ㄷㄷ
-컨텐츠로 바로 연결해버리는 거 보소
-빡대가리야 응징 가자!
아니, 정말로 이것 이외에는 수단이 없었다.
리야의 동생에게도 전화로 물어봤다.
'전혀 짐작 가는 게 없다고 했지.'
물어도 보고 했지만 대답을 안 한다.
오히려 나한테 대체 무슨 사고를 쳤냐고……, 같이 사과하자고.
차라리 사고를 친 거라면 이유라도 아니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대책이라도 세우겠지.
[전체]애꾸사자(4/0/0): 리야야, 대체 왜 그래.
.
.
.
[전체]애꾸사자(5/0/0): 리야야, 뭐가 서운했던 거야
.
.
.
[전체]애꾸사자(6/0/0): 리야야, 한 마디라도 해주면 안될까?
.
.
.
아무리 물어봐도 묵묵부답이다.
진심 어린 물음에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방장님, 혹시 싸이코패스세요?
-진짜 개싸이코 같은데……
-이러니까 손절 당하지 미친 새끼야ㅋㅋㅋㅋ
'전화를 안 받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물어보다 보면 한 번은 대답해주지 않을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전설의 출현!
하염없이 베어 넘길 뿐이다.
이윽고 열 번을 찍었다.
넘어 가줬으면 싶다.
-속보! 리야 빡종함
-리야도 빡종을 해?
-너무 심하다 레전설아;;
내가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이러지 않으면 반응도 안 하잖아.
「운영자 안내. 안녕하세요. 레전설님 매니저 채팅창 확인 부탁드립니다.」
타BJ와 분란 일으키면 안된다.
언급도 자제해 달라.
경고 조치 드리겠다.
한 번 더 같은 일이 발생할 시 불이익 감수해야 한다.
"운영자님. 연애해보셨어요?"
-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 당해보셨냐고요."
-운영자 당황ㄷㄷ
-리야 사랑했어?
-이걸 리야 잘못으로 떠넘긴다고?
떠넘기는 게 아니고 가슴이 아파.
멸망전 참가, 다른 대표BJ들의 정치 아무래도 상관없다.
파프리카TV가 나를 밉보는 것도 솔직히 뭐 어쩌라고요.
"근데 아끼던 리야가 나를 미워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저기, BJ들 사정은 저희가 상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방송 내적인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운영자님도 좋은 사랑하세요."
-동문서답 무엇
-유리야랑 혹시 사귀었어요?
사랑한다고 꼭 사귀는 게 아니잖아.
이런 비유하기 뭣하긴 하지만 애완동물도 사랑으로 키우는 거다.
"나도 리야를 사랑으로 보듬어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랑이 잘못되었던 건지 많은 생각이 든다."
-그걸 이제야 알았어??
-비유부터가 정상이 아닌데;;
-내가 보기엔 그냥 업보가 쌓였음
-맨날 엉덩이 때리고, 성희롱할 때 알아봤다ㅉㅉ
아니, 그런 건 애정 표현이지.
가르치는 입장에서 필요했던 훈계다.
물론 일부 격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얘가 혹시 남자가 생겼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다.
주위에서 나쁜 바람을 불어넣으면 흔들리기 쉬운 아이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축복을 해줄 텐데.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병나발을 불며 한강대교를 거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쿠웅!
오랜만에 본계정으로 접속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꼭 솔랭을 돌리는 이유가 있다.
이 넓은 세상에 자신밖에 없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챌까지빡겜: 헐, 3픽 레전설!
인천대원딜러: ?? 레전설이 이 구간에 왜 있음?
챌까지빡겜: 본캐 휴면 강등 당했잖아!
-와, 바로 알아보네
-알아볼 만하지. 지금 그냥 태풍의 눈인데
-ㅋㅋ다이아3 애들 만나네. 상대 ㅈ됐다
픽창과 채팅창이 전부 소란스럽다.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챌까지빡겜: 3픽님 혹시 잡아드릴 거 있나요? 라인 양보 가능함
리야야돌아와: 제 여자 좀 잡아주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
챌까지빡겜: 그건 저도 잡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 밖입니다……
-1픽 당황
-리야야!!
-레전설 술챘냐?
-이 와중에 슬프네;
스스로 보기에도 상태가 말이 아니다.
물론 하면 게임은 이기겠지만 의미가 있을까?
화풀이밖에 되지 않는 일이다.
"저 약속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약속 있는 척;
-레전설 친구도 있음?
-그래, 충격이 클 텐데 쉬고 와
-한 게임만 하고 가지 ㅠ.ㅠ
닷지를 하고, 방송을 종료하고, 잊고 있던 물건부터 받기로 했다.
* * *
소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파프리카TV의 본사.
그 사후 처리를 위해 직원들은 엄청나게 바빠졌다.
"항의가 너무 많이 오는데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늘 대응하는 대로 가는 거지."
파프리카TV는 알려진 바대로 중소 기업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급성장한.
커진 몸집에 비해 정신이 미숙한 아이와도 같다.
이벤트를 열 때, 사건을 처리할 때 그 수완이 한없이 미숙하다.
이번 멸망전만 해도 사건사고가 한둘이 아니었다.
일례로 유리야 특별법.
갑작스레 대표BJ의 수를 늘린 게 유리야를 꼽아주기 위해서 아니냐?
일련의 이야기가 아주 잠깐 돌았었다.
이는 사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여섯 명에는 들기 힘들어 보여서 여덟 명으로 늘렸었지.'
김태형 본부장은 담배를 태우며 창밖을 바라봤다.
일반 사원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개인 사무실.
그 안에서 파프리카TV의 모든 대소사를 관리한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이다.
실권을 쥐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다.
멸망전 또한 부분부분 개입해 쥐고 흔들고 있다.
'예상대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레전설을 배제하자 시청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마음대로 특별법을 만든다든지 이야기가 많다.
김태형 본부장은 올라온 보고를 받았다.
전부 상정했던 내다.
멸망전이 열리고, 인기BJ들이 화젯거리를 생산하면 묻히리라.
예로부터 파프리카TV라는 자그마한 세상은 어그로에 먹히고 먹힌다.
후우…….
내뱉은 담배의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수많은 인기BJ가 있었고, 여러가지 사고도 많았다.
그들이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게 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가장 큰 이유는 파프리카TV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그런 불온한 새싹은 이렇듯 잘라 없엔다.
레전설이든 프로게이머든 예외로 두지 않는다.
'조금 골머리를 썩었을 뿐 그래봤자 결국 애송이야.'
사장이 언제 또 역정을 낼지 모른다.
무리를 하더라도 잘라두는 것이 옳다
자신의 권한을 전부 활용해 레전설을 배제한 그는 분명 능력이 있다.
적어도 파프리카TV의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물밑 작업 같은 귀찮은 짓도 하지 않았으리라.
〈본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여론이 너무 심각히 안 좋아서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스테인리스 재떨이에 담배를 툭툭 턴 김태형은 멸망전 전담 부서에서 올라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다.
"반대쪽 여론도 있잖아. 적당히 공지사항 띄우고 무마해. 그 정도도 못해?"
상사의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그만한 일처리도 수월하게 못하다니.
수화기 건너 부하 직원의 보고가 더욱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걸즈데이 특별법? 이게 뭔 개소리야.'
개소리가 파프리카TV를 덮치고 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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