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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떡상 -->
"릴키님 프랑스어 잘하세요?"
〈아, 네…. 프랑스에서 태어났어요.〉
남들과 거리를 두는 타입 같다.
처음 만났을 때 간직했던 어색함.
며칠이 지나도 잘 풀리지 않는다.
'탑이라는 고독한 라인에서 혼자 식칼이나 던지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또도 박사로 얌전히 파밍만 한다.
대화도 거의~.
가끔 가다 아, 죽었어요.
저 어떻게 하면 돼요?
근데 뭐 그렇게만 해도 이긴다.
실버 탑한테 많은 거 안 바란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바랄 수 있다.
"저에게 이성으로서 호감 있어요, 없어요? 프랑스어로 대답해주실래요? 3초 안에 3, 2……."
〈네? Tais toi.〉
-뭐야, 무슨 뜻이야?
-ㅋㅋㅋㅋㅋ
-와, 정말?
-세상에 믿기지가 않는다ㄷㄷ
대체 뭐길래?
사람 기대하게 만드네.
Tais toi, 프랑스어로 닥쳐라는 뜻이었다.
"……릴키님."
〈네?〉
"인성제로 화나면 조선족어로 욕하니까 알아서 주의하세요. 저는 제 여자만 지켜드립니다."
-조선족어ㅋㅋㅋㅋ
-레전설 뒤끝 보소
-인제 조선족임?
-조선족 많은데 삼ㅋㅋ
뒤끝이라니, 그냥 방송적으로 장난 친 거지!
릴키님도 분명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근데 닥쳐는 너무했잖아.'
완전히 여지가 안 생길 정도로 선을 그어버리네.
그것도 아무런 억양 변화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언냐, 나 소름 돋았어.
아무튼 스크림 연습도 그렇고 착착 진행 중이다.
문제는 커녕 보란 듯이 우승할 수 있겠네.
생각 외로 파프리카TV측도 담담하다.
'뭔가 훼방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파프리카 프릭스를 시원스레 나갔다.
파트너BJ도 상관없다는 듯 떼버렸다.
그리고 경쟁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토이치TV측은 널널한 입장이다.
대기업답게 자질구레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토이치TV는 한국 인터넷 방송 시장에 진출 자체를 안 했다.
'하면 좋을 테지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
오지랖을 떨 이유도 마음도 없음이다.
반대로 파프리카TV는 충분히 떨 수가 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한 적은 추호도 없다.
나 말고도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조금이라도 실태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 * *
일련의 과정은 얼핏 민주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겉표면 뿐.
실상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의 정체는 다르다.
"예, 예 뭐……. 과반수만 되면 저희가 그렇게 처리 못할 것도 없죠. 예,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파프리카TV의 운영자와 BJ들사이에는 커넥션이 있다.
통상적인 연락 이상의 친분.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 말이다.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일이다.
같은 분야에 종사한다.
협력해서 플랫폼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편의를 봐주고, 일처리에 목소리를 모으는 편이 효율을 생각했을 때 용이하다.
그것이 이따금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을 뿐이다.
세간의 부정 부패.
정경유착 또한 비슷하게 탄생했으리라.
「[안내]BJ레전설님의 참가에 대한 형평성 항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공지사항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다.
현직 프로게이머의 신분으로 멸망전을 참가하는 레전설.
적지 않은 베스트BJ들과 파트너BJ들이 항의를 하고 있어 좌시하기 어렵다.
└아니, 팀에 패널티까지 주고서 또 ㅈㄹ?
└그때는 그럴 만하다고 봤는데 이건 좀;;
└이러니까 파프리카TV가 지들 마음대로 운영한다고 욕 먹지!
└와, 윗댓글 용자네. 백빵 정지 줄 텐데ㅋㅋㅋ
시청자들도 모르지 않다.
문제는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다.
정치판에 부정부패 있는 거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명확한 증거가 잘 안 잡힌다.
어쩌다 잡혀도 꼬리 자르기를 해버린다.
그보다 작은 사회인 파프리카TV는 관리가 더욱 쉽다.
〈내가 뭐랬냐? 말 또 나올 거라고 했지? 음~ 대가리에 총 맞은 짓이라니까 진짜로.〉
〈레전설? 당연히 이길 자신이 있지. 근데 그 이전에…… 이건 찬성을 하는 게 맞잖아.〉
몇몇 대표BJ들의 찬동 하에 이루어진다.
더 이상 여론을 따지는 게 아니다.
파프리카TV가 내린 초강수.
대표BJ들에게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레전설의 멸망전 참가가 정당한지에 대해 말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비밀 투표고, 민주주의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적어도 시청자들은 그것을 알 수 없으니 문제될 건 없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화두가 싹 트고 있다.
└러이갓, 강민식이 제일 신났네ㅋㅋㅋ
└벌써 2표 확보!
└아니 진짜 레전설 참가를 못하게 막아버린다고?
결국 어떻게든 네 표만 모으면 된다.
평소BJ들과 커넥션이 있는 파프리카TV에게는 손쉽다.
그 대표BJ들도 적지 않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왜?
멸망전 화제는 당연히 자신들 대표BJ가 거머쥐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을 뛰어넘는 이상의 존재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밥그릇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근데 러이갓이나 강민식 같은 애들 말도 일리가 있는 게
규정이 있긴 있어야 했음
굳이 레전설이 아니더라도 프로들이 만약 참가한다?
생태계 파괴 맞잖아
상금 먹튀 안 하리란 보장 있음?
└네 다음 러빡이
└그럴 거면 처음부터 룰을 띄우던가 했어야지ㅋㅋ
글쓴이-뒤늦게라도 만드는 거잖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근데 뭐 투표로 정하면 괜찮을 듯
한 쪽은 맞다고 하고, 반대쪽의 의견은 불투명하다.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명하는 BJ는 딱히 없다.
만에 하나 그렇게 돼도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오히려 이득에 가깝다.
멸망전 화제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물론 적극적이지 않을 뿐 한두 마디 표명하는 이들은 있다.
〈근데 형들…… 그럴 거면 애초부터 그렇게 했어야지. 이제 와서 그러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거 같은데.〉
〈일단 채팅창 아이스 에이지 좀 하고 말할게요. 내가 보기에는 이거 문제 있어. 공지 보고 컹s해버렸자너~.〉
뉘앙스를 비쳤다는 의미는 분명 크다.
반대표를 던질 생각이 있다는 소리다.
이는 찬성측과 반대측의 충돌이기도 하다.
─지금 결국 4표 모으는 쪽이 이기는 거지?
그럼 딱히 문제될 건 없겠네ㅋㅋ
저라딧도 결국 레전설 덕을 봤기 때문에 반대표 던질 테고
유리야까지 딱 네 표
게임 Set!
└아, 그러네
└나머지 두 표는?
글쓴이-보황, 러너맨은 방송에서 확실히 말했음
└ㅋㅋ이거 까보니까 올 찬성이면 웃기겠다
레전설팀의 팀장인 김상오를 제외한 일곱 명 중 과반수다.
즉, 네 명의 표를 얻는 쪽의 승리다.
러이갓, 강민식, 러너맨, 팡우, 보황, 유리야, 저라딧.
그런데 이 중 두 명이 레전설과 얽히고설킨 사이다.
파프리카TV만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다.
레전설은 이미 개인의 영향력이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하다.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 * *
세간에서 떠드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
솔직하게 언제 나오나 했다.
'결국은 나를 견제하겠다는 거지.'
의도가 빤히 보인다.
생각 또한 당연히 해두고 있었다.
〈뭘 이런 걸 물어보고 있어요. 당연히 반대하지. 섭섭하게 진짜.〉
"그래, 수고하고. 방송 잘하고."
내가 그렇게 BJ들과 친목하고 그런 스타일하고는 거리가 있다.
친목과 나는 물과 기름처럼 전혀 상반된 것이다.
하지만 인망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전화가 오네 전화가.'
잘 지내냐고.
별 일 없냐고.
다 알면서 괜히 묻는다.
저라딧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물어볼 것도 없었네.
파프리카TV측도 참 어설프다.
'나쁜 짓을 할 거면 확실하게 저질러야지.'
애매하게 하니까 자꾸 실패하는 거다.
물론 적적하기는 하다.
새장을 떠난 새를 찾듯.
"넌 이제부터 골빈이야."
〈나 골빈 아닌데 수빈인데.〉
"그냥 골빈해! 이제부터 골빈이라고 하면 알아들어!"
-골빈ㅋㅋㅋㅋㅋ
-쓰레기가 또……
-수빈이가 댕청하긴 해
-유리야급 빡대가리ㅋㅋㅋ
리야가 그립기 때문이다.
대신 한 마리 키우려고 한다.
비슷한 농도의 띨빵함을 자랑한다
'리야가 연락이 안 닿아.'
이유라도 알면 집에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겠다.
근데 이유를 몰라!
그냥 어이가 없어.
갑자기 손절 당한 느낌이야.
'리야가 특별한 사정 없이 그럴 애가 아닌데.'
알고 있기에 의아함이 더욱 사무친다.
유리야의 빈 자리를 다른 곳에서 채운다.
「생각의 속도!」
릴키는 어느 정도 하는 듯싶다.
문제가 되는 건 수빈이 쪽이다.
그냥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과거의 유리야다.
더불어 한 가지 특수한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궁! 궁! 궁!"
"알았다. 궁극기…… 썼다!"
랄라의 커져라~♬
뒤늦게 사용됐으나 상관은 없다.
어차피 상대는 브실골의 일반 유저들이니까.
─적을 처치했습니다!
리야와 선보였던 바로 그 몰아 먹기 조합이다.
적 미드를 다이브쳐서 따버린다.
갱킹인지 솔로킬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아무튼.
"빨리 귀환 안 하고 뭐해."
〈집에 가? 왜 이렇게 집에 많이 가는 거에요?〉
"집 타이밍을 맞춰야 할 거 아니야."
〈나 피도 많고 마나도 아직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한 게 많은 수빈이
-브론즈의 사고로 이해 안될 만도 하지ㅋㅋ
-골빈좌☆
녹록지가 않아서 문제다.
사실 말을 따박따박 잘 듣는 유리야가 희귀한 거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이렇듯 의문을 가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진짜 어린 애들 보면 꼭 물어보잖아.'
이거 뭐냐고.
저거는 또 뭐냐고.
멈추지 않고 계속 물어본다.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근데 니가 어린 애는 아니잖아!
"멸망전 대회 전까지 실버는 가자. 최소 브론즈1은 찍자."
"실버 갈 실력이 안되는데 어떻게 실버를 가. 무리다."
"리야야!!!"
-은근히 말대답 잘해ㅋㅋ
-브론즈가 실버가는 거 에바참치자 맞자너~
-하는 말 하나하나 틀린 말이 없네
-리야는 말 잘 들었는데!
리야가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였다.
골빈이도 모자라지만 착하긴 한데 궁금증이 많은 아이다.
솔직히 내가 시키는 일이 강압적이기도 하고 의아할 수도 있다.
평범한 전략이 아니니 당연하다.
알고,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슴 한 구석 빡대가리가 떠나가질 않는다.
"점멸 왜 썼어?"
〈점멸은 어차피 또 돌아온다.〉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진성 브론즠ㅋㅋㅋㅋ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돌이켜 보면 처음 유리야를 키웠을 때도 고생이 장난 없었다.
한 마리 더 키우는 것은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일단은 키우고 키워서 사람 만들어야지.'
그래야 멸망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써먹지.
럭키 펀치가 언제까지 들어맞을 리는 없다.
녹록지는 않지만 못할 것도 없음이다.
골빈이의 성장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이루어져 갔지만.
* * *
2014년의 8월 27일.
파프리카TV 내에서 조그만 움직임이 있었다.
멸망전 대표BJ들이 각각 투표권을 행사하여 결정했다.
그 결과.
「[안내]프로게이머BJ의 멸망전 참가 관련하여 각 대표BJ들의 투표가…….」
멸망전이 코앞까지 다가온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그 결과에 대해 파프리카TV의 정식 공지사항이 내려왔다.
「찬성 4표, 반대 3표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게이머가 포함된 BJ김상오팀에서는…….」
새로이 팀원을 뽑아라.
날벼락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른바 레전설 특별법의 재정이다.
─레전설 자르려고 특별법까지 만든 거 실화냐?
파프리카TV에서 레전설 어지간히 싫어하긴 하나 봐
이미 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해도 해도 너무 한데
└파프리카 프릭스도, 파비도 탈퇴했으니 찍힐 만하지……
└아니, 찬성이 4표 떴어??
└당연히 반대일 줄 알고 신경 끄고 있었는데
└뭐지? 반대 누구누구지?
물론 비밀 투표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대놓고 공개를 하기에는 사안이 막대하다.
하지만 고작해야 일곱 명이다.
누가 찬성을 했고, 누가 반대를 했는지 추측된다.
충격적일 수도 있는 소식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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