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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떡상 -->
"리야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네.〉
어색한 인사가 오간다.
어색한 자리가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은 했는데.'
스크림 시작 전.
예의상 나누는 양팀 팀장 간의 대화다.
유리야팀의 팀장, 유리야씨가 쌀쌀맞으시다.
-왜 이렇게 둘이 서먹함?
-???
-레전설 또 뭔 사고 쳤냐?
아니, 왜 내가 사고쳤다고 확신을 해!
나도 지금 어안이 벙벙하다.
리야가…… 뭐지?
무언가 본격적이다.
목소리가 서슬 파랗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전화번호를 바꾼 탓에 스팸 전화라고 착각해서 안 받는 거 아니었어?'
물론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은 건 아니다.
혹시 뭐 실수를 했나?
했다고 쳐도 삐지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이건 마치 그때의 느낌이다.
리야에게 한 번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때는…… 내가 잘못하긴 했지.'
하지만 결국 지난 일이고, 풀린 일이다.
이제 와서 그것이 방아쇠를 당겼을 리는 없다.
짐작이라도 갔으면 좋겠는데 떠오르지 않는다.
올 때 기념품을 안 사와서 그런가?
치킨 들고 찾아가면 풀리나?
왜 삐진 건지 솔직히 억울하다.
"야, 빡대가리야! 왜 삐진 척하냐 뒤질래? 맞을래?"
〈……몰라요.〉
-진짜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삐진 거 같은데?
-적반하장 오지죠? 역겹죠?
-ㅋㅋ전화 끊음
-일단 할복하자
짐작조차 가지 않는 일이다.
아니, 뭐 문제가 있어야 해결하지.
'싸운 적도 없고, 오히려 잘 놀았잖아?'
곱씹어볼수록 모르겠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리야 왜 저래? 누가 나쁜 바람 넣었냐?"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잘못했겠지
-아무튼 레전설이 잘못한 게 맞음
-ㅇㅇ사이즈가 딱 나오네
사이즈가 나오긴 개뿔이 니 관짝 사이즈나…….
정말로 짚이는 일이 하나도 없다.
가득한 의문 속에서 스크림이 시작됐다.
* * *
우리팀은 밸런스가 좋지 않은 편이다.
팀장의 가성비가 마스터 주제에 플래랑 비비는 탓이다.
'내가 골드 카드로 미드를 가면 해결되는 문제였는데.'
그럴 수가 없어진 이상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차선책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이~ 쿠우!
음파를 맞히고 점멸로 차버린다.
유리야팀의 미드라이너 랄라.
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순삭시킨다.
〈나이스~! 어시 먹었다. 돈 들어왔다.〉
-(영혼 없는 목소리)
-W로 어시스트 개이득!
-수빈이 속박 빗나갔는데 잡아버림ㅋㅋ
-근데 리심 점멸 왜 쓴 거?
발차기로 날아가면 랄라가 궁극기로 튕겨낸다.
그러니까 점멸로 차고 궁 쓰기 전에 잡는다.
랄라를 잡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미드도 생각보다 괜찮게 해.'
괜찮게 할 수밖에 없는 챔피언을 시키긴 했다.
미드 모르피나.
누가 잡아도 1인분이 가능한 버스 픽이다.
그래도 브론즈라서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수빈이의 라인전 능력이 나쁘지 않다.
특히 라인 푸쉬를 은근히 잘해준다.
〈적을 상대할 줄 모를 때는 무조건 밀어야 해요. 그러다 죽으면 죽는 거고 타워 밖으로 못 나오게 해야지 그게 이득이다.〉
"……."
-브론즈식 해답
-결과적으로 맞은 듯?
-ㅋㅋ라인만 밀면 레전설이 다 때려잡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
게임이 잘 풀리고 있으니 됐다.
내가 이렇게 초반만 잘 넘겨도.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봇라인이 알아서 풀리기 마련이다.
왜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단순히 티어가 높기 때문이다.
〈성훈아!〉
"네."
〈내가 복수했어! 유리야 잡아버렸어! 벌써 2데스야!〉
-이때다!
-상오 필사적이야ㅋㅋ
-레전설네 비대 할 기세……
물론 괘씸하긴 하다.
마음 같아서는 엉덩이가 빵빵해질 때까지 곤장을 매우 치고 싶다.
그런데 이유를 몰라서 찝찝해.
'모르겠다. 일단 죽이다 보면 뭐라도 알게 되겠지.'
인성제로가 챌린저, 김상오가 마스터다.
봇라인은 상대가 누가 오든 이긴다.
그리고 상체도 수월하게 승기를 점했다.
〈나 블루가 필요하다. 마나가 없다!〉
-마나가 없으면 블루가 필요하긴 하지
-말하는 거 왜캐 댕청하냐ㅋㅋㅋ
-얘들아 주목! 브론즈가 블루 먹고 싶대!
블루 먹고 싶으면 줘야지.
한 번쯤은 줄 수도 있다.
게임도 잘 풀려서 이미 이겼다.
상체랑 봇이 잘 풀린 상태에서 후반에 간다?
「숨을 곳은 없어!」
김상오의 쓰렉귀가 적당히 하나 낚아채 들어간다.
나름 마스터라서 한타를 열 줄 안다.
후진입 각이 나오기만 하면.
이~쿠우!
적당한 각도로 당구를 쳐 광역딜을 먹인다.
겸사겸사 카직트를 순삭하고 방호로 빠져나온다.
뒤를 잇는 핑크스의 프리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챌린저 원딜인 인성제로가 싹 다 쓸어담는다.
한타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이다.
20분이 되자마자 칼 같은 서렌을 받았다.
〈나야 나 땅오라구~! 성훈아 나 잘하지? 못하지 않지?〉
"생각보다 사람 같았어요."
〈그래, 내가 사람 같긴 하지. 잠깐만, 그거 칭찬 아니잖아?!〉
-쓰렉귀 하나는 진짜 사람 같이 잘함
-사람 같이는 뭐야ㅋㅋ
-정글&원딜이 게임 깔끔하게 마무리했지
-진짜 프로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르다
한 판 더 행해진 스크림은 또다시 압승을 거뒀다.
웬만하면 내가 설렁설렁 하려고 했다.
유리야가 묵묵부답 대화를 거부한다.
괘씸죄가 3스택 적립.
초전박살 봐주지 않으며 집행해버렸다.
멘탈이 나가리 만큼 격차의 차이를 보여줬다.
'너무한 감은 있는데.'
솔직히 너무한 건 유리야다.
사정이라도 좀 말해주던가.
만에 하나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사과하는 남자잖아. 알고 있잖아.'
왜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지 모를 일이다.
한 가지 중대한 맹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 * *
파프리카TV배 멸망전.
각각의 대표BJ들은 전부 팀을 꾸렸다.
빠른 팀도, 느린 팀도 있지만 이제는 이미 완료됐다.
그에 따라 스크림 경기들이 진행된다.
─러이갓 저라딧한테 우주 끝까지 관광 당하네ㅋㅋ
탈리반 3세 고르고 1인분도 못하는 건 심하다
미드가 하루종일 정글 봐주다가 멘탈 나감
└멘탈 나갈 만하지. 오더도 안 듣고 지 ㅈ대로 하는데
└그래놓고 지 방송에서는 정치하고 있음ㅋㅋㅋ
└팀원들이 정말 보살임 보살
└내가 보기에 러이갓팀은 예선도 못 뚫을 듯
스크림은 멸망전의 미리보기다.
나름 본격적이라 시청자들의 눈을 충족시켜준다.
롤 관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각 팀들의 스크림 내용에 대한 이야기.
대략적인 분석과 우승 후보의 유추.
롤이라는 게임은 비교하는 게 제일 재밌다.
─지금 우승 후보팀 사이즈 나옴?
게시판 보니까 저라딧팀이랑 러너맨, 강민식 정도가 세보이던데
레전설팀은 가성비 너프 당하고 똥망한 거 맞음?
└레전설팀이 아니고 상오팀ㅋㅋ
└똥망은 무슨. 레전설은 그냥 나온다는 것 자체가 사기야
└확실히 프로는 프로더라……
└응~ 유리야, 러너맨, 보황 전부 2대떡으로 발라버렸어
몇몇 BJ들의 항의로 인해 불가피한 사태가 있었다.
프로게이머니까 챌린저 카드로 나와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독보적인 원탑을 달리고 있다.
스크림 전적에 패배가 없다.
여캠 탐방 하지 않아도 순수하게 실력이 사기다.
소문으로만 듣던 레전설을 보기 위해 방송이 성화다.
─레전설이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난리법석인가 했더니
상체 브론즈랑 실버 데리고 라인전 씹어먹네ㅋㅋ
인성제로가 후반 캐리까지 맡아주면 게임 셋
골드 카드 레전설 상상하기도 두렵다
└야레야레, 쇼가나이나~
└ㄹㅇ생태계 교란종이야
└그래도 그팀 미드가 너무 구멍 같던데
└러너맨팀의 롤티쳐면 솔킬 따고도 남지 않나?
상대에 따라 즉석으로 전력도 수정한다.
적 미드가 만만하면 브론즈 보내서 파밍.
적 미드가 빡세면 자신이 가서 2 대 1을 한다.
원래부터 인정 받아온 특유의 폭발적인 피지컬.
여기에 프로 무대에서 쌓은 대응력이 더해진다.
게임 자체가 어느새 보면 이겨있다.
─레전설 파프리카 프릭스 때는
그냥 아군 던지게 놔두고 지 혼자 빡캐리했는데
이제는 아군들도 뭐 하나 진득하게 할 걸 주네
역할 분배까지 완벽하니까 뭐…… 질 수가 없다
└그러니까 프로라니까 프로?
└ㅇㅇ더 이상 솔랭 패왕이 아님
└솔랭 패왕은 맞지. 한 단계 더 레전설해버린 거지
└엌ㅋㅋㅋㅋ 레전설 쓰리런!
개인의 슈퍼 플레이는 진작에 보증 받았다.
롤판에 데뷔하기 전부터도 악명이 높았다.
그런 레전설이 경력까지 쌓고 돌아왔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조커 카드.
팀원에 의지도 하지 않는 종결자.
채웠다고 생각했던 족쇄가 어설프다.
─레전설팀에 수빈이 댕청해서 귀엽네ㅋㅋ
얘도 유리야과인 듯?
다섯 명 보는 하꼬였는데 200명으로 떡상ㄷㄷㄷ
└40배 떡상 실화…?
└말투가 시골 소녀 같아서 커여버
└농어촌 특별 전형 통과자자너ㅋㅋㅋㅋㅋ
└릴키도 잔잔해서 느낌 있더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각팀의 시청자는 대표BJ의 인기에 비례한다.
그런데 김상오팀은 레전설까지 얹어지며 곱절이다.
멸망전 화제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덩달아 팀원들의 입지 또한 영향을 받는다.
시청자들이 많으니 활약만 하면 눈에 띌 수 있다.
파프리카TV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과연 그것을 모든 이들이 환영할까?
곱게 보일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 * *
레전설의 팀을 약체화시킨다.
자연스럽게 활약을 못하게 만든다.
그러면 화제와 관심 또한 잦아드리라.
아니, 거품이 꺼지며 파프리카TV 내에서 영향력을 거둘 수 있다.
"완전히 레전설TV네요 요즘은."
"오히려 편해졌어. 여캠 탐방도 안 하니까 따로 신경 쓸 거리도 없고……."
파프리카TV의 사원들은 한시름 덜었다.
얼마 전만 해도 정말 야근의, 야근의 야근이다.
여캠 탐방인지 뭔지 이상한 걸 유행해서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특히 레전설.
언제 어느 때 사건사고를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요주의 인물이다.
그랬던 레전설이 잠잠해졌다?
스크림을 시작하자 언제 껄떡댔냐는 듯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다른 BJ들에 대한 억제기가 된다.
방송을 키면 시청자가 독보적이라 동시간대에는 다른 BJ들이 방송을 안 키려고 한다.
운영자들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대로면 멸망전 흥행은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우승팀은 뭐 사실상…… 정해지겠요."
개최측 입장에서는 결국 흥행만 하면 된다.
흥행이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레전설은 언젠가 갈 사람이다.
파프리카TV의 팀장급 이상의 회의실.
분명 문제는 커녕 잘되고 있음이 맞다.
그럼에도 김태형 본부장의 안색은 어둡다.
'팀을 약화시켰는데도 독주 체제라니.'
레전설 팀의 약체화를 강행한 장본인이다.
방법은 간단한 일이다.
인기BJ와 파프리카TV 사이에는 커넥션이 있다.
소위 말하는 이권 봐주기.
서로가 서로에게 좋게 협력하자는 취지다.
이해 관계도 맞아 떨어져 진행 자체는 쉬웠다.
아예 결정타는 먹히지 못했지만 족하다.
반발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대처가 안일했던 걸까.
'좋지 않아…… 아주.'
레전설의 참전은 분명 흥행에 영향이 크다.
팀이 이슈화가 되며 톡톡한 화제가 되었다.
이는 당장을 보면 고무적인 일일 수 있으나.
"근데 아직도 파트너BJ 게시판에서 항의가 올라오네요 하하."
"아, 제 개인적으로도 온 게 있습니다."
파프리카TV의 BJ가 아니다.
더 이상 파프리카 프릭스 소속도 아니고, 돌아올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토이치TV라는 경쟁 플랫폼이 홍보된다는 사실도 은근하게 거슬린다.
한국 내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이긴 하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서 위치를 위협 받을 일은 없어야 한다.
'가질 수 없다면…….'
극단적인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았다.
레전설 참가에 의한 멸망전 흥행은 군침 도는 이득이다.
그 이득을 포기하더라도 특단의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있다.
김태형 본부장과 몇몇 팀장들에 의해 물밑 작업이 이루어진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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