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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떡상 -->
〈이건 말이 안돼 음~. 내가 아무리 레전설이랑 형동생 하는 사이라고 해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사실 자체는 분명 부정할 수 없다.
골드 카드로 참전한 프로게이머 레전설.
-프로게이머가 골드 카드는 말도 안되지ㅋㅋ
-맞아. 이건 진짜 진지하게 문제 제기 해야 돼
-멸망전 1회 때도 그러지 않았나?
제 1회 멸망전 때도 레전설은 골드 티어로 참가했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여러모로 다르다.
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복귀 유저였다.
현재는 게임을 할 만큼 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함 또한 있다.
유럽 서버도 챌린저인데 너무 밸런스 붕괴 아니냐?
〈채팅창에서 정치라고 어그로 끄는 슈발 새끼들은 대가리에 총 맞았냐? 이걸 정치라 하면 안되지. 소신 발언하는 거잖아 소신 발언.〉
현재 BJ러이갓의 방송에서는 일련의 이야기가 대놓고 나오는 중이다.
레전설과 멸망전 참가도 했던 그가 왜?
그래서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러이갓ㅋㅋ 레전설이 지팀 안 들어오니까
우두루급 태세 전환하고 레전설 까버리네
며칠 전에는 룰적으로 문제 없다고 해놓고
└러이갓 그러는 거 하루이틀이냐ㅋㅋ
└그래놓고 소신 발언 ㅇㅈㄹ
└근데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음?
└난 아는 사이인 데도 지적하는 모습이 멋지던데
커뮤니티에 관련 화두가 빗발치고 있다.
파프리카TV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BJ인 러이갓.
그가 소신 발언을 했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한 부분에 불과하다.
수많은 BJ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화제가 됐다.
영향력 있는 BJ들이 특히 더 걸고 넘어진다.
〈봤지? 내가 처음부터 문제가 있다고 했지? 레전설 쟤는 카오스 때부터 맨날 억지나 부리고…….〉
-강민식 이때다 하고 까는 거 보소ㅋㅋ
-카오스때 둘이 사이 안 좋았음?
-안 좋으다마다겠냐ㅋㅋㅋㅋㅋ
원래부터 사이가 엄청나게 안 좋기로 소문난 BJ강민식.
잘 나가는 레전설을 평소 배 아파한다는 그가 입을 열었다.
〈프로게이머가 참가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거지. 나는 처음 들었을 때 잘못 들었나 했다니까?〉
-음…… 개맥주까지 말한다면야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건 맞지
-나도 맥주형 말에 동감해
몇몇 대표BJ들이 중심이 되어 여론을 흔들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귀가 얇다.
자신이 좋아하는 BJ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팔이 안쪽으로 굽듯 당연한 이치.
더군다나 방송인은 사람을 설득시키기 쉽다.
왜냐!
인터넷에서는 보통 채팅과 글로만 대화를 한다.
하지만 방송인들은 목소리, 표정, 몸짓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같은 내용도 보다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심지어 여기저기서 같은 소리를 한다.
─여론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뀌어버렸네ㄷㄷ
파프리카TV BJ세계가 은근히 무섭긴 무서워
한순간에 사람 한 명 바보 만들잖아
레전설 방송 키면 곤욕 좀 치를 듯
└운영자가 허락했다고 신경 끄라던데?
글쓴이-그 운영자도 지금 여론 보면 생각 바뀔 걸?
└한두 명이 그러는 게 아니라 무시하긴 힘들 거 같긴 함
└ㅇㅇ솔직히 이건 해명 하고 넘어가야 한다
잠잠하던 일반 시청자, 혹은 커뮤니티도 들썩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은 영향이 크다.
관심 없던 일도 남들이 떠들기 시작하면 괜시리 큰일 같다.
한 번 사그라들었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는다.
화제글에 올라가며 댓글창에서 토론이 격하다.
일각에서는 느닷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근데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암말 없다가 갑자기 대표BJ들이 소란이네
그럴 거면 팀 짜기기 전에 먼저 말을 하던가 해야지
인위적이라는 느낌 나만 받나?
└어휴, 음모론자 나올 줄 알았다ㅋㅋ
└레전설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럼 BJ들이 짜고 레전설 엿먹이기라도 한단 소리냐?
└ZE엔터테이먼트 애들이면 몰라도 다 관련 없는 BJ들임
사람은 바라기 마련이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을까?
UFO가 신빙성을 얻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다.
있는 게 더 재밌으니까!
마찬가지로 사건 또한 터지기를 바란다.
레전설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솔직하게 틀린 말은 아니잖아?
설사 틀린 말도 여럿이 하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운영자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말을 했던 것도.
─멸망전 운영자 공지사항 떴다!
현재BJ들 방송 모니터링 중이고
운영자 회의 후에 발표하겠대
세상사 모든 일이 꼭 순서를 지키란 법은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반대가 돼도 위화감이 있지 않다는 소리다.
* * *
〈운영자니이이임!!〉
한 BJ의 곡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이 묻어나듯 사무친다.
〈저희 레전설 없으면 망합니다! 운영자님이 책임 질 거에요? 저희 팀원들 전부 나앉으면 먹여 살릴 거냐구여!〉
-상오 오열ㅋㅋ
-본인보다 필사적이신;
-땅오팀은 레전설 없으면 삼대까지 망하잖아ㅋㅋㅋ
김상오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팀장 본인의 가성비가 김창렬의 포장마차를 뺨친다.
하지만 어차피 전달하는 운영자는 말단 직원에 불과하다.
〈저희도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여론이 워낙 안 좋고 다른 BJ들에게도 항의가 많이 와서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센터에 아무리 항의한다고 한들.
전화 받으시는 분들에게 권한 있을 리가 없다.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대로 처리하는 것이 전부다.
파프리카TV도 큰 틀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BJ와 연결이 되는 직원들에게 무슨 권한이 있을까?
그러니까 하는 소리다.
"저기요."
〈어, 왜 성훈아!〉
"아니, 댁 말고 운영자요. 대답하세요."
〈네?〉
보이스톡을 넘어 전화로 이중으로 연결된다.
아무튼 들린다고 하니 됐다.
하고자 하는 말은 다름이 아니다.
"운영자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이제 내일 모레면 명단 확정되고, 바로 연습 들어가야 되잖아요?"
〈예, 그렇죠.〉
"그런데 그걸 지금 말해주면 어떡해요. 정신 머리가 있으세요, 없으세요?"
〈…….〉
징징댄다고 안되는 일이 해결되겠는가?
모든 일은 이성적으로 살펴야 한다.
딱히 화가 나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저는 솔직히 상관없어요. 참가 안 해도."
〈나는 상관있어!!〉
-상오ㅋㅋㅋㅋㅋㅋㅋ
-그 누구보다 간절하신;
-레전설 참가 안 하는 순간 꼴찌팀 확정이니까!
저건 컨셉이 아니라 진짜다.
진심으로 간절한 듯한 외침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말 끊지는 말고.
"그런데 제가 이렇게 파프리카TV측의 갑작스런 입장 전환으로 참가 못하면 여론이 어떨까요? 지금 BJ들 몇 명이 떠드는 여론만 생각하셔도 되겠어요? 정말로?"
〈…….〉
-참가 자체를 안 한다고??
-터지지 그냥 폭동 일어날 듯
-레전설 방송 시청자가 몇 명인데ㅋㅋ
-운영자 아봉행ㅋㅋㅋㅋㅋ
협박을 한다거나 그러는 게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걱정이 돼서 그렇다.
나야 뭐 어쩔 수 없지.
근데 그로 인한 뒤처리는 당신들이 감당하라고.
〈일단 제 선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회의 거쳐서 다시 연락을…….〉
"아니, 회의 그딴 거 하지 마시고요. 어차피 당신들 권한 없잖아요. 그냥 본부장한테 직통으로 연락 때리세요. 나도 시간 많은 거 아니니까 딱 하루만 기다려줄게요."
-운영자 상대로 딜교환 이기는데?
-방금 레전설 무빙 봄?
-아가리 무빙 현란하자너ㄷㄷ
토이치TV에 하루이틀 산 게 아니다.
플랫폼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다 들은 게 있다.
말이 운영자지 회사 전체에서 보면 그냥 일개 사원이다.
당연히 권한이 있을 리가 없고, 중요한 일들은 팀장이나 본부장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파프리카TV는 회사가 작을 테니 최소 본부장급한테는 연락 때려야지.
아니면 내가 그 정도 급도 눈치 보면서 말을 꺼내야 돼?
'진짜 사람들이 안타까운 게.'
좋은 말로 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꼭 자기 아쉬운 부분 건드려줘야 사태를 파악한다.
진심으로 안타깝다.
서로 좋게좋게 하면 되는 걸 굳이 일을 벌린다.
〈저희 주임님이 본부장님이랑 연락을 하셨는데…… 일단 팀원을 최대한 바꿔보고 안되면 나머지 팀원을 랭크 다운 시켜서 구해보는 방향으로 어떻겠냐고…….〉
"나머지 팀원을 브실로 구하라고요? 다이아가 아니라?"
〈그…… 가능하면 브론즈로 해야 다른 BJ들의 항의가 덜 들어올 것 같다고도…….〉
-일처리 신-속
-의병대 타고 달려왔네
-운영자 울겠다 울겠어ㅋㅋㅋ
-평소에도 이렇게만 일해봐라!
약 한 시간이 안되어 연락이 왔다.
김상오를 통하지 않고 바로 나한테 말이다.
나름대로 궁여지책을 열심히 생각한 듯하다.
'그래, 솔직히 나도 양심 없다고는 생각했어.'
웬만한 건 이해를 해줄 수 있는 도량이 있는 남자다.
그런데 그렇다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안되지.
그 정도 타협안이면 납득해줄 수는 있다.
〈여캠분들 상대로 선정적인 방송 지양해달라고도 말씀 하셨습니다. 자꾸 문의 들어온다고.〉
"……."
-크흠!
-이번엔 레전설이 아봉
-운영진 딜교환 클라스 야무지네
박인주 그 사람이 말한 건가?
아직도 지난 멸망전의 앙금이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다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다.
'그럼 선정적이지 않은 여캠을 뽑으면 되지.'
간단한 일이다.
* * *
멸망전도 명실상부한 하나의 대회다.
캐릭터 고르고, 라운드 원 레디 고! 하고 싸우는 격투 게임이 아니다.
서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라는 게 필요하다.
"고로 인사 나누고 스크림 들어갑시다."
〈저…… 레전설님?〉
"네?"
〈팀장 전데요. 혹시 모르시는 거 같아서 헤헤…….〉
-상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굴하다 진짜
-동생한테 존댓말……
-존재감에서 밀려 ㅠ.ㅠ
맞다.
상오님이 팀장이 맞다.
내가 설마 그 위치까지 위협할까.
근데 팀원들을 구해온 사람이 나잖아.
"서로 인사를 나눠야 하니까 지방 방송 셧 더 마우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에…….〉
-정중한 거 보소
-땅오 발언권 제로!
-가성비 떡락해도 레전설은 레전설……
사정이 있어서 다이아 카드와 브실 카드가 아닌, 실버 카드와 브론즈 카드를 구했다.
하지만 요 며칠에 걸쳐 심사숙고했다.
당연히 섭섭한 이들일 리 없다.
"실버 카드로 참전하신 BJ릴키님입니다. 우리팀의 지적인 캐릭터를 담당해주실 거에요."
〈아, 그래서 뽑으신 거에요?〉
"그럼 제가 얼굴 보고 뽑았겠습니까, 몸매 보고 뽑았겠어요?"
〈…….〉
-아무 말 대잔치
-릴키 벙찜
-릴키가 무시 당할 클라스는 아닌데;;
-사탄: 아, 이건 좀……
자꾸 운영자들이 태클을 걸잖아.
여성 운영자분들이 불편하시다는데 어떡해!
나도 마음 같아서는 3차 심사까지 좀 되시는 분이랑 하고 싶었다.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물론 릴키님도 외모가 안되진 않지.'
안됐으면 고려하지도 않았다.
근데 지적인 애들은 같이 있으면 머리 아파.
괜히 막 신경 쓰이게 만드는 그런 게 있어.
친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명은 그냥 뽑았다.
이거다 싶길래 생각의 과정을 생략했다.
요즘 따라 적적해서 한 마리 대신 키우려고.
"유리야 이후로 이렇게 신기한 분 처음 봐서 뽑았어요. BJ수빈."
〈왜요? 왜 불러요?〉
"아니…… 인사하라고요."
-레전설 벌써부터 속 터짐ㅋㅋ
-말투가 한 잔 걸치고 몸에 힘 쭉 뺀 느낌이네
-와, 이분 유리야랑 또이또이 하겠는데?
-여캠 그렇게 껄떡 대더니 왜……
우리팀의 자랑스러운 브론즈 카드를 맡으신다.
띨빵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한눈에 들어왔다.
'진짜 기대조차 없이 순수하게 띨빵해.'
시골 소녀.
그러니까 첫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감성이 아니다!
논밭에서 마구 뛰어놀 것 같은 그런 정겨움이 느껴진다.
"농어촌 특별 전형 가산점으로 뽑았습니다. 의문 갖지 마세요."
〈아니다! 전주 시골 아니다.〉
"알았으니까 열심히 해요. 멸망전 우승하면 동네 이장님이 돼지 한 마리 잡아줄 수도 있으니까."
물론 인물이 걸출한 분들을 뽑을 수도 있었다.
이미 1차 심사에 통과한 인재들이 여럿 있다.
요즘따라 괜시리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리야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안된다.
그렇다고 방송을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마치 내가 손절 당한 것처럼 느껴지잖아.
그래서 준비했다.
멸망전 첫 번째 스크림 상대.
유리야팀과의 격돌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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