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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69화 (26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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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떡상 -->

현재 파프리카TV의 BJ들은 야단법석이다.

한 시라도 빠르게 팀을 꾸려야 한다!

겪어본 바가 있기 때문에 신속하다.

어수룩하게 있어서는 좋은 팀원 다 뺏긴다.

대표BJ들은 서둘러 팀원들의 협상에 나선다.

팀원BJ들은 좋은 팀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현재 파프리카TV의 기본적인 동향.

하지만 태풍이 일어나면 눈이 따로 있다.

멸망전 태풍의 눈들은 다름이 아니다.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야기가 한창이다.

다가온 롤드컵으로 인해 롤팬들의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때마침 열린 파프리카TV의 멸망전은 부풀어 오른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역시 가성비 좋은 카드들은 경쟁 치열하네

서로 막 가져가려고 난리남ㅋㅋ

특히 러이갓 지가 띄워준다면서 안달 났더라

└러이갓 왜? 레전설 무조건 데려온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데

└그게 되겠냐? 안되지ㅋㅋ

글쓴이-레전설 키워줬더니 배은망덕 하다면서 궁시렁궁시렁 까댐

└ㅋㅋㅋㅋㅋㅋ아주 월클병 돋았네

티어대비 실력이 좋은 BJ들의 쟁탈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BJ들이 진작에 움직여 이른바 로비를 펼친다.

우리팀에 들어와야 우승 확률이 높다!

우리팀 오면 시청자를 밀어주겠다.

원래 우리나라 사회가 학연, 지연, 혈연이다.

파프리카TV도 그에 준하는 라인이라는 게 존재한다.

대표BJ는 각자의 영향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이점 또한 고려 대상이다.

─신입BJ들은 멸망전 참가할 거면 진짜 짱돌 잘 굴려야 한다

대표BJ 잘못 만났다가 프레임 씌워지면 평생 감

특히 여캠들은 팡우 이런 애들 타면 진짜 ㅈ됨

└그 노인네는 아직도 분냄새에 환장 하나?

└ㅋㅋ지 충신들이랑 하루종일 여캠 탐방하면서 침 질질 흘림

└멋모르고 참가했다가 정치 당해서 방송 터지는 애들 꼭 한두 명 나올 듯

작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규모가 커진 파프리카TV.

수많은 신입BJ들이 대거 유입됐음은 당연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사건사고가 터지면 마냥 재밌다.

하지만 기반이 약한 신입BJ들로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참가를 못하면 성장할 기회를 놓친다.

반대로 섣부르게 참가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단 한 명.

이러한 고민을 안 해도 되는 BJ가 있다.

정말 참가하는 것인지 의문을 모으고 있었다.

─속보! 레전설 방송 ON

똥폼 오지게 잡으면서 썰 푸는 중ㅋㅋ

월클인 척하는 건 아직도 여전하네ㅋㅋㅋ

└근데 레전설 지금 진짜 월클임

└북미 정복하고 왔는데 월클 ㅇㅈ해야지

└진짜로 방송 킴? 멸망전은 하는 거 맞대?

글쓴이-ㅇㅇ한다고 본인 입에서 피셜 나옴

소문만이 무성하던 조커 카드가 멸망전 합류를 선언했다.

* * *

〈아,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아…….〉

한 비제이가 부르짖고 있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몸을 부들부들 떤다.

〈오늘만 몇 번째냐 어? 내가 마지막으로 부탁했는데 장난하냐? 진짜 이거 아닌데 어?!〉

몇몇 악질적인 시청자들이 방송을 방해한다.

고작 그런 장난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5천 명이 보고 있는데 내가 그렇게 말했건만 뭐 하는 새끼들이냐 진짜!〉

-보황 울지 마ㅠ.ㅠ

-진짜 저격러들 아오……

-KDA관리할게요 저놈이 온갖 방 저격하고 다니는 개악질임

BJ보황의 방송이다.

삼대장으로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 시청자 수를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다.

소위 말하는 저격러.

〈부시안형이 괜찮다고 해도 말이 되냐 이게. 비제이인 내가 피해주고 다니면 안되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나를 뭘로 생각하겠습니까?!!〉

롤방송 비제이들에게는 늘 따라붙는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인기BJ들, 낮은 티어대의 BJ들.

시청자들이 저격해서 같이 게임을 하려고 한다.

그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놀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악질적인 저격러들이 일부러 누구 한 명만 죽이고, 일부러 미드 달려서 죽어주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나 예전부터 별풍 남는 것도 없어. 거짓말 안 하고 방송에 다 때려 박았어. 그런데 이 시발놈들이…… 갈수록 더하니까 열 받지 않습니까 예?!〉

같이 잡히는 선량한 일반 유저들이 피해를 받는다.

트롤 저격 때문에 승급전을 떨어진 유저가 생겼다.

완전히 꼭지가 돈 BJ보황이 감정에 북받쳐 흐느끼고 있다.

"와, 진짜 세상에는 별의별 놈들이 다 있나 보다."

-보황 저렇게 빡친 거 처음 봄;

-싱나드한테 게임 내내 부탁했는데 미드 계속 꼬라박음

-와, 그냥 또라이네 또라이

현재 대표BJ분들을 한 번씩 뵙기 위해 각 방송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첫 탐방부터 갑작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저격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으시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어제 리야도 울더라

-아, 15데스 박고 우물 잠수 탔던 거?

-그거 진짜 레전드였지ㅋㅋㅋ

'깜짝 놀랐네…….'

도둑이 제발 지릴 뻔했다.

저격 받는 BJ들은 저런 고통이 있었구나.

나는 일부러 안 올라가는 줄 알고 자극을 좀 주려고 했지.

그리고 나는 제대로 게임을 했으니까 트롤이 아니다.

〈열심히 할 거면 다른 걸로 하던지 니가 티어가 어딘지 상관없다고 이 개새끼들아!〉

개새끼라니 말이 좀 심하네!

저격하는 사람들도 사람 새끼일 텐데.

딱히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가슴 한 켠이 쿡쿡 찔린다.

물론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라 욱하셨으니 어쩔 수 없다.

"몸도 안 움직일 정도로 화가 많이 나셨다고 하니 보황님은 다음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ㅇㅇ지금은 때가 아님

-진짜 저격러 새끼들이 진짜 악의 축이다

-현실에서 저 짓 하다 보아블 잠브 쳐맞아봐야 정신 차리는데

-보아블 잠븤ㅋㅋㅋ

꼭 치고 박을 필요는 없잖아.

걔네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자꾸 나도 모르게 속마음으로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레전설님^^ 혹시 지금 대화 되시나요?

다음 탐방을 갈 대표BJ.

꼭 내가 나서서 찾을 필요는 없었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 알아서 한 명 찾아왔다.

-헐, 김상오 실화?

-찐이네ㅋㅋ

-버스 냄새 귀신 같이 맡고 찾아왔죠?

BJ김상오라는 분이다.

낯이 익지는 않는데 기억에 없지는 않다.

원래부터 방송을 하던 BJ라 알고는 있다.

'엄청난 버스충이었지.'

챌린저BJ들한테 무릎 꿇고 버스 타는 것이 주컨텐츠라는 이야기가 채팅창에 무성하다.

그 정도로 본인 실력이 너무 애매하다.

그런 주제에 무려 마스터 카드.

-레전설님 방송 오기에 앞서 어제 장문의 쪽지를 보냈는데…… 읽씹 하셨더라고요^^

-읽씹ㅋㅋㅋㅋㅋ

-상오는 거를 만하지

-땅오팀 들어가는 순간 파프리카 프릭스의 재림이야!

뭐 문제가 있거나 한 비제이는 아닌데 실력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시청자들의 평대로 조금 그렇고 그렇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플래티넘이랑 비빈다고.

"상오님 탤런하는 미드라이너죠? 저도 미드라이너라 포지션이 겹쳐서 안될 것 같습니다."

-형님, 왜 이러세요! 저 쓰렉귀도 귀신 같이 잘합니다. 김상오 장인 쓰렉귀 아시잖아요?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

이런 식으로 챌린저들을 닦달해서 버스를 탔구나.

굳이 추측까지 안 해도 싱싱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땅오 실력 거품이야. 플래티넘에서도 지더라

-거품이 아니라 거의 기름때급

-상오 쟤는 볼 때마다 버스만 탐

-정정하세요! 안 볼 때도 버스 타고 있습니다!

내가 팀운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는 편이다.

프로 무대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어른의 사정, 기타 등등.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해를 한다.

하지만 멸망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반쯤 재미삼아 참가한 대회까지 고통 받고 싶은 마음은 없음이다.

-형님 멸망전 정말 참가하시는 거에요? 아니면 그냥 간 보기?

"확정은 아닌데 가능한 참가해보려고요. 저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생각을 좀 많이 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생각은 자유니까!

침몰할 게 확정인 배를 내가 왜 타야 돼.

이 정도로 완곡하게 돌려 거절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싶은데.

-아, 사정 중요하죠^^ 근데 한 가지만 알아주세요. 저희 레전설 형님 안 오시면 집니다. 무조건 져요. 예선전 통과도 못합니다. 저희팀 지면 단체로 울면서 형님 원망할 거에요.

-동정심 유발;;

-사람이 저렇게 비굴할 수 있구나

-구질구질하다 김상오!

마지막까지 열심히 피력을 하다 가셨다.

물론 그 본인을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듯하다.

'보황님도 화가 난 이유가 고작 자기 게임 방해 받아서가 아니잖아.'

원래 사람은 자신의 일보다 주위 사람 일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는 법이다.

그 숭고한 이념을 기려 딱 3초만 기억해주기로 했다.

말끔하게 잊었다.

"대표BJ들이 생각보다 절실하지 않나 보네. 나한테 와서 사정하는 사람도 없고."

-??? 상오는?

-땅오 2초만에 잊혀짐

-상오 비로그인으로 보면서 오열 중ㅋㅋㅋㅋㅋ

상오가 누구지?

아무튼 이번 멸망전은 딱히 욕심 없다.

그저 한국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멸망전을 참가하려는 취지는 다른 게 아니야. 시청자들이랑 뭐라도 같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설마 쉽게 우승해서 상금 차지하려고 하는 거겠어?"

-그러니까 상오가 자기팀 와달래. 보람찬 우승시켜줄 수 있다고

-우승 진짜 어렵게 만들어줄 수도 있대!

-레전설도 포기한 하드코어 난이도ㄷㄷ

그런 사람 모르겠고 일단 생각하는 바는 다름이 아니다.

적당한 난이도, 적당한 시련, 적당한 우승.

'아니, 결승전까지 치르고 온 현직 프로게이머가 우승도 못하면 가오가 상하잖아 가오가.'

더불어 몸을 풀기 위함이다.

시차가 다르다 보니 좀 그래.

모처럼 한국에 왔으니 한 번 날뛰어 주기도 해야 하잖아?

세 달만에 키는 방송임에도 벌써 시청자가 5천 명.

딱히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채팅창의 여론도 의외로 클린하다.

혹시 방송 안 했다고 뭐라뭐라 따지면 어떡하지.

오히려 방송을 켜줘서 고맙다는 목소리가 높다.

멸망전 참가도 애청자들을 생각해준다는 해석으로 기운다.

좋은 쪽으로 여겨준다면 나로서는 나쁠 게 없는 일이다.

내 입장과 위치면 대표BJ도 차근차근 구해도 전혀 안 늦는다.

일이 너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 * *

멸망전 팀원 짜기로 미친 듯이 바빴던 건 딱 이틀이다.

이틀이 지나자 눈치 빠른 BJ들은 머리를 굴리고 있다.

〈지금 팀 짜지는 거 보니까…… 우승팀 사이즈 나오는데?〉

〈우리팀 멤버로는 우승 꿈도 못 꾸는 거 아니야?〉

〈이팀이랑 저팀이 멤버가 좋아. 어떻게든 들어가야겠어!〉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BJ들이 다 악착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BJ들이 합류하며 판이 점점 커진다.

그렇게 점점 커지는 판.

언제나 중심은 생기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을 시작하면 한 마디 물을 것이다.

님들 이 게임 뭐가 사기임?

무슨 캐릭해야 좋음?

넓은 의미에서는 마찬가지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레전설? 그분 프로게이머 아니었어?〉

〈정말로 멸망전 참가한 데요? 그럼 그분 가는 팀이 무조건 우승하겠네요?〉

〈어머, 이분 내 타입이다. 나 게임 잘하는 남자 좋아하는데. 아…… 그렇게 쓰레기야?〉

사기 캐릭터가 납시어버렸다.

골드 티어인데 무려 챌린저 실력!

심지어 현직 프로게이머의 신분에 빛난다.

─근데 레전설 참가 가능한 건 맞아?

한국 서버 휴면 강등 당해서 골드 카드로 참가한다고?

유럽 서버는 챌린저 티어일 거 아니야?

그게 인정이 되나

└ㅇㅇ지난 멸망전 때도 인정됨ㅋㅋ

└중국 서버 마스터에 플래 카드로 참전하는 BJ도 있는데 뭘 새삼스럽게

└인정 안 하면 어쩔 건데!

지난 멸망전 때도 말은 많았으나 결국 인정을 받았다.

골드 카드로 참전해 대활약을 펼쳤다.

한 번 더 한다고 대수일까?

멸망전의 중심.

자연스럽게, 혹은 당연하듯 옮겨지게 된다.

특히 참가 조건이 까다로운 여성BJ들이 그토록 눈독을 들인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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