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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68화 (26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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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파괴의 외래종 -->

파프리카TV는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시청자도 늘고, 이미지도 개선되고, 화제 또한 쏠쏠해지고.

그 이유는 분명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한두 가지라고 딱 잘라 말할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레전설.

그의 영향력도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러분들 안뇽하세요~~!! 리야 왔어요!〉

레전설과 가장 많이 얽혔던 BJ다.

데뷔부터 시작해서 정말 이러저러 산전·수전·공중전을 방불케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수준이다.

그조차도 설명이 부족할 정도라 문제지!

하지만 그만큼이나 보람은 있었다.

작년 만해도 100명 남짓 보던 방송이다.

어느덧 인기BJ로 자리매김하여 칠무해의 자리를 넘보게 됐다.

-보아 행콕좌!

-미드는 행콕이 아닌데?

-멸망전 대표BJ 될 정도면 말 다 했지ㅋㅋㅋ

아니, 이미 칠무해라는 공식적인 인정이 났다.

파프리카TV배 로드 오브 로드 BJ멸망전.

여덟 명의 대표BJ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즉석으로 별명이 생기게 된 이유다.

본 사람들은 다 안다.

모르는 사람들도 들어는 봤다.

칠무해의 유일한 홍일점 해적 여제 보아 행콕.

〈누나 섹시해? 성대모사 해볼까? 왜냐면…… 내가 아름다우니까!〉

-아름답긴 한데 크흠……

-같은 대사, 전혀 다른 느낌!

-우리 리야 착하지 우쭈쭈

-근데 리야 옛날에 비하면 용되긴 했어ㅋㅋ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다.

대표BJ 중에 유일하게 여성이다 보니 말이 나온 이야기다.

파프리카TV가 원체 그러하다.

별풍선 랭킹으로 따지면 여캠 수가 훨씬 많다.

하지만 시청자 수와 인지도는 남자BJ들이 압도적이다.

이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남자BJ들이 방송을 재밌게, 자극적으로 잘한다.

그에 반해 여성BJ들은 자극적으로 하기 힘들 뿐더러, 게임 실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오늘은 골드 4티어 갈 거에요. 미드로 캐리할 거에요!〉

그 점에 관해서는 리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력이 조금 상승한 건 기특하긴 하나 올챙이의 다리가 튀어나온 정도다.

날고 기는 준프로급 BJ들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고 방송을 자극적으로 잘하냐?

스스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하는 일을 당연히 없음이다.

그저 맛집에도 종류가 있을 따름이다.

SNS에 올라오는 맛집의 상당수.

그냥 치즈 겁나 넣거나, 겁나 매운 등 자극적이다.

하지만 진정 맛 하나로 승부하여 입소문이 퍼지는 음식점도 있다.

[전체]리야사냥꾼(블러디체리): 전적이 핏빛으로 물들 것이다!

[전체]저KDA관리할게요(이랠리야): 오늘도 KDA 쌓으러 왔습니다^^

맛집 탐방을 온 손님들이 한 명, 두 명 문을 두드린다.

유리야 방송의 결과적인 컨텐츠다.

그녀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돼버렸다.

소위 말하는 타격감.

한때 레전설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찰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저격하는 맛이 확실히 있기는 하네.

〈쟤 모야! KDA가 왜 이렇게 높아! 마스터야, 챌린저야?〉

-이랠리야 KDA 87ㅋㅋㅋㅋㅋㅋ

-ㅈ돼버렸죠?

-속보! 한나 KDA 1천 넘음ㄷㄷ

-1천은 뭐야ㅋㅋㅋ 리야는 꿈도 못 꾸겠다

저격러.

BJ가 게임을 할 때 같이 큐를 돌린다.

서로 점수대가 비슷하면 높은 확률로 같은 큐가 걸린다.

유리야의 타격감이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저격러들의 성지가 되며 채널까지 생기게 됐다.

방송을 시작하는 순간 옹기종기 모여 이렇듯 단체 저격을 해버린다〉

[전체]리야구조대(잭트): 본캐 다이아 1티어 빡캐리 갑니다

[전체]리야초5학년3반(리심): 미드 봐드릴게요 걱정 뚝!

[전체]리야충신1호(브라운): 내 방패만 믿으라고!

하지만 이래 봬도 여자다.

나름 여자여자하게 생겼다.

지켜주고 싶다는 감정이 남자라면 들기 마련이다.

차곡차곡 모은 고정 시청자들의 수가 상당하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담백한 맛이 일품이야!

그렇게 맛 하나로 승부하는 맛집도 있는 법이다.

-캬, 게임 하는데 무슨 절반이 저격이네;

-리야구조대 다1은 개뿔ㅋㅋ 저번에 개서스로 똥싸더만

-리야초 쟤는 잘함. 최소 다이아

-충신이 더 많아서 게임은 이길 듯?

매판 저격러와 구조대의 싸움이 빗발친다.

결과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컨텐츠가 됐다!

시청자가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거니와.

─리야사랑꾼님이 별풍선 1004개를 후원하였습니다!

리야 오늘도 고생이고!

여캠 특유의 풍력 또한 여전하다.

이 드넓은 세상을 이잡듯 찾아봐도 백치미…… 아니 순수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큰손들 사이에서는 보증 받은 빡대가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도 그럴게 여캠들이 사실 다 그렇고 그렇다.

모르는 사람들은 에이, 설마 그 정도까지야 하겠어?

그 설마가 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걸 보통 경험을 해보기 전까진 와 닿지 않는다.

〈헐, 꾼오빠 천사개! 정말 고마워요. 리야 열심히 해서 캐리할게요!〉

리야의 순수함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 증명이 됐다.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만큼 신뢰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드물게도 풍력과 높은 시청자수가 함께 하는 초신성 인기BJ가 되었다.

그녀가 칠무해 중 하나.

가장 영향력 있는 BJ로 손 꼽히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멸망전 대표BJ까지 된 탓에 유리야 특별법이라던지 이야기가 나오긴 해도.

-확실히 예쁘긴 예쁘네

-옛날엔 그냥 애였는데ㅋㅋ

-요즘은 애교 있는 여동생 같음!

-BJ짬이 쌓이니 달라지는 건가? 역시 성숙미?

매력이 날이 갈수록 무르익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래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거지, 예쁜 여자 아이를 좋아할 리는 없다.

그녀가 그토록 매력이 있음에도 묻혔던 이유다.

놀랍게도 최근 몇 달에 걸쳐 달라졌다.

흔히 성숙미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리야에게는 평생 인연이 없는 말일 줄 알았다.

혹시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녀의 방송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레전설 복귀한 거 봄?

-멸망전 참가한다고 글 썼더라ㅋㅋ

-전설의 빡대가리야+레전설 콤비의 재림각?

채팅창에서 나오는 일련의 소문.

레전설과 가장 많이 얽혔고, 절친하게 지내기로 유명하다.

레전설 방송에서 유입된 시청자도 상당수라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어찌 된 일일까?

누구보다 반가워 할 줄만 알았다.

채팅창 반응을 본 리야의 눈빛이 쌀쌀해졌다는 걸 눈치챈 시청자는 거의 없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그럴 겨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격러와, 정글러의 갱킹에 죽고 말았다.

너무나도 담백한 실력 탓에 그녀의 방송에서는 일상다반사다.

-이건 블라디 점멸 웅덩이 호응이 좋았다

-리야가 너무 앞에 나갔어ㅋㅋ

-방장님 레전설이랑 팀 짤 거죠? 그럴 거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솔로랭크 게임.

갱킹을 당한 탓에 힘든 라인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이다.

나름대로 화력한 경력을 가진 유리야다.

믿기지 않게도 프로게이머도 한 적이 있다!

그녀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마이 자꾸 미드만 와!〉

-마이가 그 KDA 오지게 높은 애야?

-ㄴㄴKDA는 탑에서 자강두천 중

-뭐지. 정체 숨긴 저격, 아니면 부캐인가?

-충신 어디 갔냐 충신! 직무유기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갱을 당해 죽는다.

요리조리 버티며 버스 하나는 잘 타던 그녀.

첫 게임이라 그런지 게임 내내 실수가 잦다.

마이가 미드갱을 너무 자주 찌른다.

벌써 세 번이나 갱킹을 당해 죽었다.

이쯤 되면 합리적 의심으로 저격이라 봐도 무방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하지만 다른 라인에서 구조대들이 열띤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괜찮다.

게임은 결국 승리를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다고 충신으로서 못 본 척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리야초5학년3반(리심): 충신 여깄습니다. 카정 가서 혼내줄게요!

활약하고 있는 리심이 믿음직하게 소리친다.

다이아 티어인 그는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어지간한 저격, 킬 좀 주워먹은 현지인 정도는 문제가 안된다.

하아!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플레이가 신묘하다.

마이와 리심이 바론 앞 강가에서 마주쳤다.

수풀에 숨어있던 리심의 음파가 날아간다.

「잘 보고 배우게!」

이를 고개를 돌린 정도로 피해버린다.

피했다는 과정이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산들바람을 타듯 리심의 품안으로 파고든다.

두 전사 챔피언간의 근접전이 시작된다.

설마 마이한테 지겠어?

치고 박던 리심은 깨닫는다.

체력이 다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뒤늦게 궁극기로 차버리려고 했지만 사라졌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절묘하게 그어지며 궁극기를 취소시킨다.

차버렸을 때는 이미 죽어있다.

화면 아래 백업을 오는 유리야만이 보인다.

뾰롱~!

불시에 날린 음파조차 피해버렸다.

유리야의 속박은 스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먹잇감을 향해 마이가 무섭게 달려온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흐에에엥!!〉

-리야 멘탈 터지겠다ㅋㅋㅋㅋ

-저놈의 흐에엥ㅋㅋㅋㅋㅋㅋ

-좀 어른스러워진 줄 알았는데!

구조대마저도 추풍낙엽 쓰러진다.

미쳐 날뛰는 마이를 막을 수가 없다.

늘상 있었던 저격이 오늘 따라 조금 유난하다.

* * *

『승리!』

모니터 화면에 떠오른 두 글자.

첫 게임의 승리가 하루의 시작을 말끔하게 만들어준다.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지.'

의아한 일이다.

미국과 힌국의 한나절에 해당하는 시차.

그 때문인지 요 이틀 몸이 찌뿌둥하게 뻐근했다.

'역시 몸이 골골할 때는 유리야 한 마리 푹 고아 먹는 것만큼 특효약이 없어.'

평생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그리고 이는 소소한 복수이기도 하다.

대체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내 전화를 안 받다니?

경을 칠 일이다.

심지어 자기 방송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괘씸죄 2스택이 적립되며 소소한 형벌을 집행했다.

〈씨! 우쒸! 마이 나쁜놈. 자꾸 나만 죽여…….〉

화면 속 작은 유리야가 부들부들 부들부들!

볼따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성숙해지기는 개뿔 유리야는 역시 유리야지.

'일단 정신도 개운해졌으니 쪽지함을 한 번 봐볼까.'

오랜만에 파프리카TV 계정에 접속했다.

혹시 앙갚음으로 정지 주고 그런 일은 없겠지?

걱정을 했는데 그런 구질구질한 일까지는 하지 않은 모양이다.

「방송 안 키냐? 방송 안 키냐? 방송 안 키냐? 방……」

「안녕하세요 레전설님 멸망전 때부터 팬이 된……」

「빨리 당장 방송 켜라 10초 준다. 9초 8초 이런……」

이런저런 내용의 쪽지들이 수백 장쯤 쌓여있다.

최근에 온 것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달.

미국에 있는 동안 쪽지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명이 아니라 그럴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요 몇 주 여유가 생기게 됐다.

팀이 재정비 상태고, 나만 이르게 한국에 와 적응 기간은 가지는 중이다.

'한국 문화에 다시금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거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는 만큼 당연한 일이다.

조그만 대회에 참여를 한다면 더욱 와 닿으리라.

그래서 한 가지 신청을 넣은 상태다.

「BJ강민식입니다. 저 아시죠? 카오스 때부터 레전설님과 교류를……」

「저 BJ김상오라고 합니다 형님^^ 멸망전 참가 관련해서 형님의……」

「봉주르~! 얌마, 한국 왔으면 형한테 바로 대가리부터 박아야지……」

그 반응으로서 쪽지가 여러 개 왔다.

파프리카TV의 멸망전 대표BJ들에게서다.

첫 멸망전을 함께 했던 BJ러이갓도 보이고 있다.

'근데 그때랑은 사정이 좀 다르잖아요 형.'

내가 그때는 커야 했는데 지금은 더 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말투가 좀 띠꺼운 건 기분 탓인가?

요즘 목이 뻣뻣해지는 바람에 대가리를 박는 게 힘들어졌다.

'보낸 분들 중에서 골라잡을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정말 오랜만의 귀국이다.

최근 파프리카TV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또 나라는 사람을 너무 망각하는 건 아닌지.

직접 뛰어들어 몸으로 느껴보고자 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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