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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 파괴의 외래종 -->
現파프리카TV에서 가장 잘 나가는 BJ 삼인방을 속칭 삼대장이라 일컫는다.
러이갓, 러너맨, 보황.
하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섭할 사람이 세 명 더 있다.
─요즘 파프리카TV 안 보는데 간장맨은 어떻게 됨?
파프리카TV 대통령 하면 간장맨 아니었나?
안 보는 사이에 세대 교체 된 건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파프리카TV의 전설적인 존재긴 하다.
몸에 막 간장을 뿌리고, 스트립쇼 하고, 간장 마시고.
인터넷 방송계에 한 획을 너무 진하게 그어버렸다.
└별풍선 리액션 하다 정지 먹어버림!
└방통위에 찔러서 보냈지ㅋㅋ
글쓴이-대체 뭔 짓을 했길래??
└그냥…… 상상 이상의 이상
유명 성폭행 살인범 코스프레를 하고 의자를 몽둥이로 때려 부수며, 교미하는 듯한 장면을 별풍선 리액션으로 보였다.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을 현실에서 했다.
영구 정지조차 가벼운 처분일 것이다.
최근 파프리카TV는 BJ들의 행동에 대해 더욱 주시하고 있다.
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쳐낼 필요가 있는 잡초들이다.
이와 동일한 이유로 밀어주는 BJ도 존재한다.
─달래는 이제 BJ라기 보다는 연예인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
공중파에도 자주 출연하고
모델이나 잡지 나오는 건 예삿일이고
인터넷 쇼핑몰도 대박 쳤다던데
└와…… 그냥 여캠 아니었나
글쓴이-좀 많이 이쁜? 대기업 여캠이었지
└레전설이랑 엮이고 난 이후로 확 떳어
└될놈될임. 첨 봤을 때부터 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실력파 여성 프로게이머로 화려한 데뷔.
이는 어디까지나 계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행보는 자신이 차차 쌓아나간 것이다.
어느새 BJ라는 개념 자체를 벗어난 사람이 됐다.
파프리카TV에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취하기 위해 노력을 할 정도다.
하지만 마지막 한 명.
어떤 의미에서는 찍혔다.
그렇게까지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다.
불과 수개월 전에는 삼대장의 첫 손가락에 꼽히는 BJ였다.
─레전설이 진짜 역대급이긴 했지
BJ데뷔부터 시작해서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
유리야랑 싸우고, 달래랑 서로 잡아 먹으려고
그러다 실력 오픈하고 프로게이머ㅋㅋ
└지금은 뭐함?
글쓴이-프로 하지. 북미에서
└ㅇㅎ 해외로 런했구나
└곧 돌아 온다던데?
다른 인기BJ들과 달리 차근차근 데뷔를 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간장 퍼마시고 그러지도 않았다.
방송감과 게임 실력이 그냥 미쳤다.
단기간에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다.
롤팬들을 제외해도 일반 팬들이 대단히 많다.
여전히 그가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이 있으나.
─레전설은 이제 파프리카TV 방송 안 할 걸?
못한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토이치TV랑 계약했잖아
파프리카TV 방송은 당연히 못하게 하겠지
한국의 롤 프로게이머들은 개인 방송을 못한다.
실제로 2015년까지는 게임단 차원에서 막았다.
구체적인 사유는 전략 유출의 금지.
하지만 해외 선수들 중에는 인터넷 방송 하는 사람이 있다.
레전설 또한 해외 선수이니 해도 되지 않을까?
하필 토이치TV가 경쟁 플랫폼이다.
└프로게이머라 연봉도 있어서 할 이유도 없고
└북미 리그 떡바르고 다닌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파트너BJ를 해약한 큰 그림이 바로 이건가
└뭐!? 파비를 해약했어?
파트너BJ들은 모든 BJ들이 달고 싶어 안달 난 선망의 대상이다.
혜택도 많고, 일단 완장이 된다.
야, 내가 파프리카TV의 파트너BJ야!
극히 유명한 일부BJ를 제외하면 인지도는 다 도토리 키재기다.
그 유명BJ들조차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완장은 자신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잘 나간다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에 BJ라면 꿈꾼다.
이를 박차고 다른 방송 플랫폼으로 가버렸다.
보란 듯이 방송인으로도, 프로게이머로도 성공했다.
─파비 차버리고 토이치TV 간 레전설 방송 근황.jpg
방송 켰다 하면 최소 3만 명 고정
텐션 좋을 때는 10만 명도 돌파함
결승전 우승 직후 50만 명 돌파+도네 1만 달러↑
구멍가게 파프리카TV랑은 시청자 단위부터가 다름
└미친 진짜 신神이 돼버렸네
└저기는 정말 노는 물이 다르다……
└삼대장이 아니라 오로성도 뛰어넘는 이무급이야ㄷㄷ
└전형적인 될놈될이지. 뭘 해도 될 놈임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스트리머는 부업으로 두고 있다.
본업인 프로게이머에 충실하며 결과 또한 거둔다.
이런 인재를 놓친 파프리카TV.
안타깝고, 괘씸하겠지만 뭐 어째?
이미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이거 레전설 아니냐…?
「골드 카드입니다. 실력 최소 챌린저급 보증하고요……」
뭔 개소리인가 해서 방송국 들어가 보니 레전설 맞는데?
실화냐?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의 멸망전 이벤트.
의문의 참가자가 나타나고 말았다.
물론 BJ 세계는 원래 어그로가 일상이라 드물지도 않은 일이다.
└개솔ㄴ
└응 너네 레전설 미국 가셨어
└그럴 리가 없잖아. 롤드컵 해야 하는 양반이
글쓴이-아니, 진짜라고 속고만 살았나ㅋㅋㅋ
문제는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챌린저급 가성비를 자랑하는 골드 카드.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의 출현이다.
* * *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버스를 타고 시내에 왔다.
바로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부러 기내식에 손도 안 댔다.
'물론 퍼스트 클래스라 먹을 만하긴 한데.'
티켓값이 있는 만큼 레스토랑 수준은 된다.
그래봤자 결국 기내식은 기내식이라 문제지.
새우랑 와인만 몇 모금 맛 봤다.
이런 걸로는 갈증이 안 찬다.
"아줌마 여기 부대찌개 2인분에 처음처럼 한 병이요."
미국 가서 절실히 깨달은 게 있다.
한국 사람은 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혈액이 순환되고 머리에 피가 돈다.
그렇게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아삭!
고추에 쌈장을 찍어 먹는다.
삼키고 나자 몸이 좀 살 것 같다.
당연히 미국에서도 챙겨 먹었지만 다르다.
같은 음식이라도 미국과 한국은 그냥 맛과 생생함이 다르다.
"총각 혼자 온 거야?"
"예, 뭐."
"쯔쯧, 힘든 일 있어? 딱 봐도 애인이랑 헤어졌구만."
"……."
대낮에 부대찌개 좀 먹는다고 힘든 일 있고, 있지도 않은 애인이랑 헤어진 사람이 돼버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국의 정(情).
다른 말로는 오지랖이라고 한다.
반찬을 차려주시는 아주머니께서 괜한 신경을 써주신다.
'같이 시킨 처음처럼의 잘못인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부대찌개를 1인분 시킬 수는 없잖아.
어쩔 수 없이 2인분을 시켰을 뿐이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먹는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여자 하나나 둘쯤은.
'뭐 보여줘?'
갑자기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도 괜스레 신경 쓰인다.
식당 아주머니들이 한 번씩 동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기분이다.
〈먹구름이 내 머리 위에~ 내 미소를 가리려 해~.〉
그래서 부르기로 했다.
부르면 쫄래쫄래 달려오는 똥강아지 같은 녀석이 있다.
달래는 바쁘기도 하겠거니와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
'요즘 들어 먹히는 기분이야 진짜.'
내 몸을 소중히 하고 싶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간만에 거는 전화기 때문에 아마 당황해 할 테지만.
'그게 또 유리야 키우는 재미지.'
나오라고 하면 깜짝 놀라 가지고 진짜냐고, 미국 아니었냐고, 옷 안 갈아입었다고, 잠 방금 깼다고, 화장도 안 했다고.
아오…….
벌써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떠오른다.
한 마디 물으면 열 마디를 대답한다!
3대 지랄견을 굳이 키우는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 것이다.
가끔 느끼면 재밌는 감정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적적할 때 유리야 한 마리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현재 시간 오후 두 시.
새 나라의 어린이면 당연히 깨있을 시간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밥 한 끼 사주려고 했는데 안 받다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뭐 상관없다.
라면사리나 추가해야겠다.
"뭐어라고? 혼밥 하는 찐따라서 안 들리는데~?"
"……."
어디서 만화 좀 본 신세대 아주머니들인 듯싶다.
식당에 손님도 없는데 너무하네 정말.
이때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그 유리야가 아니게 됐다는 사실을.
* * *
파프리카TV배 멸망전.
한 번의 경험이 있다.
처음 하는 멸망전 진행이 아니다.
보다 수월하고, 신속하게 발표가 나긴 했으나.
─파프리카TV배 로드 오브 로드 멸망전 대표BJ 명단입니다.
1. 러이갓
2. 러너맨
3. 보황
4. 강민식
.
.
.
각 대표BJ들은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의 팀원을 꾸려야 합니다.
팀원BJ들은 대표BJ를 보필하여 멸망전 우승을 노립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련의 공지사항이 추가로 올라왔다.
수많은 시청자, 그리고 BJ들이 헐레벌떡 몰려왔다.
과연 누가 대표BJ로 선발되었을까?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삼대장과 칠무해에서 대부분 뽑혔다.
하지만 한 가지.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대표BJ 여섯 명 아니었어?
└갑자기 여덟 명이 되어버리네ㅋㅋ
└사전 공지도 없이 너무한 거 아님?
└사스가 파프리카TV. 근본 어디 안 가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왜냐!
발전했다 해도 파프리카TV는 근본이 구멍가게다.
그런 싼마이한 맛에 보는 게 개인 방송이기도 하다.
사정에 따라 다소의 룰은 바뀔 수도 있는 법이다.
중요한 부분이면 모를까.
지난 멸망전보다 BJ들의 수가 많아졌다.
시청자도 많아져서 규모도 훨씬 커졌다.
따라서 멸망전의 규모 또한 커진다면 고무적이다.
─현재 팀원 자격으로 참가 가능한 BJ들 정리.txt
안녕하세요 스피드웨건입니다!
제가 누군지는 묻지 마시고요
한 번 쭉 정리했으니 보고 가세요!
└개꿀팁 추천 누르고 갑니다
└캬, 가성비 좋은 BJ들은 경쟁 심하겠다
└심하지. 실버 치고 잘하는 릴키나 챌린저 원딜러 인제 이런 애들은 대표BJ들이 영입하려고 난리 날 걸?
└특히 레전설이ㅋㅋ
처음 하는 멸망전 진행이 아니다.
이는 운영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BJ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인지 경험을 해봤고, 보통 큰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 난리법석이다.
어떻게든 좋은 팀을 짜야만 한다.
그래야 멸망전 우승 확률이 올라간다.
혼자서 난리 핀다고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정말 혼자서 난리 깽판 다 치고 다니는 게 특기다.
레전설에 대해 현재 진행형으로 화두가 불 지펴지고 있다.
─레전설은 그냥 조커 아니냐?
대표BJ고 나발이고 라인 탈 필요 없지
골드 카드라서 가성비 그냥 미터기 뚫었지
참가 하는 순간 세력 판도가 180도 뒤집힐 텐데
└근데 참가 확정은 아니잖아?
글쓴이-ㅇㅇ롤드컵 준비도 바쁠 테니 드립일 확률이 높음
└내가 레빡이라 아는데 관심 받으려고 난리 피는 거야
└충신지빡이는 ㅇㅈ
결국 레전설 본인이 썰을 풀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그에 따라 최고 최대 화두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바로 형평성에 대해서다.
─대표BJ 라인업 너무 이해 안되지 않냐?
러이갓, 러너맨, 보황은 1순위지
가능하면 참가해주는 게 맞지
근데 나머지 다섯 명 중 세 명은 좀……
원래부터 예고되었다.
어떤 식으로 정해지든 분명 아쉬워 하는 팬덤이 나오겠지.
대표BJ가 두 명이 늘어 여덟 명이 됐어도 못 뽑힌 인기BJ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대표BJ.
대체 어떤 생각으로 꼽아준 건지 의아하다.
└강민식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유리야는 뭐야?
└유리야 인기 짱 많지! 날이 갈수록 예뻐짐ㅎㅎ
└결국 유리야 넣으려고 두 명 추가한 거네
└유리야 특별법 ㅇㅈㄹ 소리 분명히 나온다ㅋㅋ
유리야 특별법.
병아리가 닭이 되듯 성장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첫작 쓸 때 간장맨을 모티브 삼은 BJ의 출연이 있었거든요
저는 솔직히 그때 잘 모르고 썼어요
당시에는 인터넷 방송은 게임 방송 좀 본 정도라 유명BJ구나 했어요
요즘은 글 쓰기 위해서 조사하다 보니까 알게 됐는데 상상을 뛰어넘네요
물론 지금은 알아서 잘 하고 계시겠죠. 그러니까 큰 팬덤도 있는 거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