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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미드 -->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미국에 온 이상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유흥의 본고장이잖아 본고장.'
딱히 뭐 므흣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즐겨보고 싶을 뿐이다.
모든 게 다 경험이지 않은가?
"Red?"
"……Black."
결승전이 열렸던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센터.
이곳에는 카지노 시설이 내부에 존재한다.
현재 룰렛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데구르르.
원형의 룰렛판 안에서 쇠구슬이 빠르게 굴러간다.
점점 느려지다가 38개의 홈 중 하나에 멈춘다.
내가 베팅한 대상은 검은색.
맞아 떨어진다면 판돈인 100달러의 두 배를 받는다.
빨간색에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일단 빨간색에 떨어지지 않기는 했다!
"One more?"
"……No thanks."
딜러의 물음에 정중하게 거절한다.
이쯤 되면 슬슬 깨닫게 된다.
카지노의 룰렛에는 예외가 되는 지점이 두 곳 더 있다.
0과 00.
빨간색도 검은색도 아닌 지점이다.
빨간색은 걸리지 않았지만 00에 걸리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어 정말.'
저 예외 때문에 카지노의 베팅은 확률은 50%가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장 높은 확률이었다.
그보다 낮았던 건 당연하듯 안됐다.
룰렛을 한 세 번쯤 굴렸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나?
그래서 확률이 높은 걸로 바꿨음에도 맞지 않다니.
한 가지 깨닫게 된다.
'내가 팀운만 오질나게 없는 게 아니었구나.'
운 관련 요소가 진짜로 없는 건가.
안타깝긴 한데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다!
은근히 따기 시작했다가 재미 들려서 패가망신하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낙관적으로, 좋은 경험했다고 약 50만원 가량을 묻어두기로 했다.
내 마음속에.
카지노를 나와 호텔 밖으로 나왔다.
만달레이 베이는 카지노 호텔이다.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호텔이라는 소리다.
LCS측에서 우승했다고 부상으로 준 숙박권은 당연히 아니다.
'스폰서는 잘 두고 볼 일이지.'
관심이 있어서 내 개인적으로 예약을 할까?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이미 예약이 잡혀있었다.
결승전 우승과 전혀 상관없이 구단의 상층부는 대만족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4성 호텔인 이곳 만달레이 베이에서 결승전 이후의 휴가를 가져라!
코치진과 선수들 전부 2주 가량 예약을 잡아줬다.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통 크다.
"썽훈!"
마음만 받기로 했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악독한 그녀다.
하비가 호텔 프론트 근처 쇼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수영장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내 대답과는 전혀 상관없이 수영할 마음이 한가득으로 보인다.
하얀 나시 위로 수영복이 비쳐 보인다.
굉장히 바람직한 복장이 아닐 수 없다.
이곳 만달레이 베이 호텔은 수영장 시설이 굉장히 좋기로도 유명하다.
라스베이거스 시티 내에서도 손 꼽힐 정도의 워터파크.
애버랜드의 캐리비안 베이가 휴양지 느낌으로 개조됐다고 보면 된다.
"방금 450달러 잃고 와서 수영할 기분 아니야. 다음에 하자."
"다음이요? 우리 시간 별로 없는데…… 그럼 아쿠아리움이라도 둘러볼래요?"
놀랍게도 아쿠아리움, 해양 생물관까지 존재한다.
유리 터널을 만들어 물고기들을 관찰할 수 있는 대형 수족관 말이다.
옆에 있는 친구가 유리벽을 퉁-! 치면 알면서도 깜짝깜짝 놀라는 그 시설.
'사막 한가운데에 해양 생물관을 왜 만든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라스베이거스 시티의 위치는 사막 한가운데다!
내 돈으로, 유흥업으로 번 돈을 유의미하게 쏟아부어 자연을 극복했다.
사막 한가운데이기에 이런 시설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데이트 신청이면 갈게."
"데이트 신청이에요. 자, 가요!"
그렇다면 가야지 뭐 별 수 있나.
만달레이 베이에 호텔에 묵게 된 사흘은 나름 보람찼다.
하비와 그렇고 그런 섬띵이 있지는 않았으나!
플라토닉한 느낌도 나 레전설 싫어하지 않는 남자다.
'오래 갈 사람하고는 신중하게 사귀는 게 맞아.'
Shark Reef Aquarium.
사이 좋게 손을 잡고 입장했다.
어렸을 때 갔던 코엑스 아쿠아리움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나이 먹고 이런 수족관 가는 거.
호텔룸 가격에 포함이 안됐으면 망설였을 것이다.
망설이다가도 막상 가면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하비를 따라 미국에 온지 오늘로 77일인 거 알아?"
"다 세고 있었어요?"
"원래 한국 남자들은 이런 기념일 잘 챙겨. 알아두라고."
안 챙기면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소리를 빼애애애액! 지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주위의 떠밀림도 있어서 그래야 했다.
물론 나이가 든 지금까지 챙기고 싶진 않다.
'그래도 습관이 들면 가끔 정도는 소중히 하고 싶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동양 남자의 로맨틱한 부분에 여자들이 은근히 뻑가더라?
NA LCS의 캐스터 엘리샤에게도 우리가 만난지 50일이 됐고 100일째를 기대해 달라며 편지와 함께 어울리는 작은 팔찌를 하나 선물했다.
그때가 결승전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였다.
내가 선물해줬다며 SNS에도 올렸는데 그 바람에 자그마한 스캔들이 났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흡족하기 그지없다.
'100일째에는 그 지갑을 선물해줘야지.'
엘리샤의 인스타를 둘러 보니 모 지갑 브랜드에 좋아요를 누른 걸 봤다.
여자들은 인스타 한 번만 점검해도 대충 사이즈가 나온다.
이런 세심함.
반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근데 저는 선물 없어요?"
"……."
그러고 보니 안 줬네.
심각한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걸 까먹었다.
질투심을 유발하게 된다.
관심 없는 척하더니 SNS에서 봐버린 모양이다.
"하비랑은 늘 같이 있잖아. 그리고 미국에서 줄 선물은 악세사리 같은 것밖에 없더라고. 한국에 가면 특별한 선물을 줄 생각이었지."
"Hmm…… 정말 그래서에요? 잊은 건 아니고요?"
가늘게 뜬 눈초리가 매혹적인 그녀다.
의심이 아주 꺼지지는 않았는지 툴툴대지만 대답은 된 듯하다.
아쿠아리움에서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저녁 시간 때 보기로 했다.
'하비 잡으면…… 인생 펼 것 같기도 한데.'
알면 알수록 진국인 그녀다.
부잣집 따님이고 커리어 우먼에 한국어도 돼서 며느리감으로는 참 이보다 더할 나위가…….
요즘 대세가 국제 결혼이지 않은가?
생각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
숙소에서도 바로 옆방이었고, 호텔에서도 바로 옆방이라서 반쯤 동거 느낌이다.
마음이 싹 트지 않을 남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꿈만 같은 생활도 오늘까지다.
'2주간의 호텔 체류가 나흘로 줄어들다니.'
이게 다 마음만 받았기 때문이다!
2주였으면 정말 사고를 쳤을지도 모르는데.
토이치TV의 구단 상층부가 제시한 2주간의 호텔 휴가는 코치진의 완곡한 거절로 나흘로 줄어버렸다.
결승전도 끝난 마당에 고작 게임 연습 더하려고 그런 당연히 아니고.
'슬슬 가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마음만 받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지금부터 한국에 간다.
* * *
국위선양(國威宣揚).
한국인이라면 취할 수밖에 없는 네 글자다.
보다 짧게 두 글자로 국뽕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국내 로드 오브 로드 커뮤니티에서는 당연한 듯이 돌고 있다.
─???: 왜 놀라는 것이지?
너희는 숨 쉬는 것도 놀랄 일인가?
└'그 짤'
└아아, 레전설해버린 건가?
└결국 우승까지 했나 보네 캬……
작년 롤드컵 이후로 한국은 명실상부 E-스포츠 최강국의 자리에 올라섰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음도 불구하고 당연한 듯 추월에 성공했다.
점점 높아지는 위상은 하나의 필연을 불러 일으켰다.
2014년의 스프링 시즌 이후 한국 선수들이 국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마치 야구, 축구 등의 스포츠 선수들처럼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얼마 전 첫 번째 해외 리그의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
─레전설은 진짜 성공할 줄 알았지!
레전설이 아니면 누가 하겠냐 저런 업적
솔직히 대우도 그렇고 한국팀 안 가는 게 훨씬 좋아
인스타 보니까 백마 누님들이랑 썸 타면서 잘 놀고 있더라
NA LCS 해설자 엘리샤인가?
└ㅅㅂ새끼가 진짜
└그 새끼 한국인 아님 ㅅㄱ
└ㅋㅋㅋㅋ본성 어디 안 가죠?
└와, 완전히 먼 존재가 되어버렸네
미국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잘 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우승까지 해버리다니.
NA LCS 섬머 시즌의 우승 소식은 한국 커뮤니티에도 널리 전파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타지역의 소식은 아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워낙에 큰 임팩트를 선사했던 레전설이다.
스프링 시즌 롤챔스의 기적적인 4강.
그의 이름에 걸맞게 전설을 하나 가볍게 써버렸다.
그리고 현재 진짜로 전설 그 자체가 되었다고 한다.
북미에서는 완전 떠받들고 있다며 래딧의 반응이 번역돼 올라온다.
─현재 레전설이 북미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txt
우리의 신께서 희생 제물을 원하신다. TSM을 바쳐라!(자포자기한 팀 혼자 중단팬)
레전설 같은 선수가 LCS에 온 걸 정말 행운이야. 한국에 있었다면 롤드컵 8강도 포기해야 했을 테니까!
보는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어
그는 로드 오브 로드의 안드로 장이야
.
.
.
여러가지 반응들이 많다.
그만큼 래딧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NA LCS 결승전 우승의 주역인데 나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하다.
하도 많아서 주요 반응만 요약한 글이다.
└여전히 레전설해버리나 보네
└북미 애들도 레전설하다 씀?
글쓴이-ㅇㅇ LEGENSULED(레전설했다)
└ㅋㅋㅋㅋㅋㅋ영어로 동사화
한국 팬들 상당수가 자신들도 해본 반응이다.
이를 북미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하니 국뽕이 차오른다.
한 가지 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기는 하지만.
─레전설이 북미 우승한 거면 설마 와?
한국 롤드컵에 레전설이 오는 거야?
북미의 토이치TV팀 소속으로?
└오는 거 맞을 걸? 오피셜 떴음
글쓴이-와 ㅅㅂ…… 레전설이 적이네
└적은 에바고ㅋㅋ 치열해지는 거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아니,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면 다른 지역의 롤챔스에는 윈터 시즌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미나 유럽은 정규 리그인 롤챔스를 제외해도 다른 대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훗날에는 당연하게 될 규칙이 존재한다.
섬머 시즌의 우승팀은 롤드컵 직행.
따라서 북미 지역의 패자가 된 토이치TV는 롤드컵 직행 티켓을 얻는다.
그리고 이 롤드컵은 무려 한국에서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몬타니카호 출항이다!
레전설팀 선수들 아이디 겁나 웃기네ㅋㅋ
십 몬타니카 이 선수 진짜 마음에 든다
└그러게. 이상하게 어감이 착착 감겨
└Ship 몬타니카라 몬타니카호야?
글쓴이-ㅇㅇ
└래딧에서도 보니까 몬타니카 뜬 경기는 대부분 졌다고 드립 많더라ㅋㅋ
국위선양을 한 건 좋다.
그만한 대우를 받고도 남을 선수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북미라는 넓은 지역에서 드높이고 있다.
그런데 롤드컵에 출전한다고?
그러면 한국팀들과 경기한다는 소리네?
팀의 전력이 어떠한지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레전설은 여전히 잘하는데 팀이 좀 안 받쳐주는데?
북미 경기 찾아서 봤거든?
팀이 그렇게 수준 있는 애들이 아니네
레전설 캐리 없었으면 절대로 우승 못했을 그런 팀
└그놈의 팀운ㅋㅋ
└레전설 북미 가서도 똑같나 보네
글쓴이-토이치TV가 자체가 신생팀이라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근데 그만큼 복지도 좋고 대우도 좋대
└ㅅㅂ새끼 인스타 보니까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비랑 놀더라ㅠ.ㅠ
만약 올림픽에서 국적 변경한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한다.
응원을 안 하지는 않겠지만 기분이 묘해지는 감이 있다!
실제로 올림픽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이라는 전례가 있다.
한국 선수인데 러시아로 귀화해서 2014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물론 롤드컵은 금메달이 없지만!
적어도 롤팬들에게는 그와 동등한 수준의 가치를 가진다.
─솔직히 북미에서 우승해봤자 그팀이 그팀이지ㅋ
작년에 Cloud7이 그랬잖아
결국 롤드컵 오면 8강따리인 게 북미야
진짜 막 압도적으로 우승했으면 위협적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래도 레전설이면 혹시 모르긴 하는데……
└중국이나 유럽 갔으면 몰라도 북미는 ㄱㅊ
└ㅋㅋ그래봤자 북미는 결국 북미잼이지
그러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항상 팬들로 하여금 예측 자체를 못하게 만들었다.
관심이 들끓며 레전설의 화려한 복귀가 확정되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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