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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60화 (26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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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미드 -->

팀 혼자 중단은 과거 얼밤과 불밤의 팬덤을 방불케 한다.

그 어느 팬덤보다 비판적이지만 그 어느 팬덤보다 팀 혼자 중단을 사랑한다.

특히 새로운 젊은 피.

〈대단해요 비역슨! 굳이 제가 더 짚을 필요는 없겠지만요.〉

〈이미 팬들이 흥분 상태입니다. Umm…… 만약 저 안에서 다른 팀을 응원한다면 신변을 보장할 수 없겠네요.〉

비역슨이 없는 팀 혼자 중단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역으로 상상할 수 없었다.

창단 이후 늘 팀의 중심이었던 래지날도.

테이커가 없는 SKY T1.

코돈빈이 없는 KTX 팀.

다대기가 없는 순댓국.

상상할 수 없듯 래지날도가 없는 팀 혼자 중단도 마찬가지였다.

팀 혼자 중단의 원년 멤버이자 메인 오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래지날도의 은퇴 소식은 충격조차 아니었다.

누가 그런 시답잖은 낚시를 하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새로운 미드라이너, 비역슨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코 고울 수만은 없는 시선이다.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팬덤 자체가 워낙 극성이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저 무수한 군중들을 보라.

TSM! TSM! TSM!

그 공격적인 외침에 중계진까지 쫄았을 정도다.

만약 팀을 말아 먹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에 와서 구태여 따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세트 스코어 1 대 1!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단순히 따라붙은 것만도 아니죠?〉

〈무력했던 첫 번째 세트가 거짓말 같을 정도로 화끈하게 몰아쳐 승리를 따냈습니다. 이는 비역슨의 캐리력을 좌시한 토이치TV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겠습니다.〉

수많은 팬들이 미드에서의 격돌을 원했다.

하지만 토이치TV는 구태여 그 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전략적인 이유가 뒷받침된 판단이다.

봇라인을 완전히 작살낼 수 있다.

특히 상대의 밴픽을 역으로 저격한다.

저격밴을 하고 싶으면 해라.

우리는 조합 폭이 이렇게나 넓다.

그렇기에 두 번째 세트는 더욱 의미가 크다.

〈힐라카가 게임 내내 무력했습니다. 많이 끊기기도 했고…….〉

힐라카라는 챔피언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별똥별 우수수 떨어뜨리면서 비빌 때는 세다.

반대로 그럴 틈도 없이 죽어버리면 무력하다.

몸이 약하고, CC기가 없으며, 뚜벅이 챔피언.

상대의 암살자와 누커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두 번째 세트의 큰 패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하비 :-(

-어쩔 수 없는 리스크였어. 힐라카가 가진 단점이니까

-상체 라인이 너무 무너진 게 커

-비역슨의 조커 카드인 산다라를 간과한 대가야!

때문에 세 번째 세트에서는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팬들 또한 바라고 있다.

레전설의 결단.

어설프게 미드를 혼용하는 원딜러가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산다라를 자른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될 턱이 없다.

이윽고 세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린다.

〈선수 구성은 같습니다. 물론 레전설 선수의 선택에 따라 전략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첫 번째 세트에서 보여준 안정감.

이상적인 모습이긴 했으나 파훼법은 있었다.

비역슨이 작정하고 미드를 때려 부순다.

다시 붙는다고 버틸 수 있을까?

낙관적인 관점을 가지기에는 격차가 워낙 컸다.

저 정도로 털리면 솔로랭크라도 멘탈이 나갈 것이다.

-일단 힐라카…… 다시 봇파괴 조합일까?

-아직은 몰라. 하비의 모스트2은 원래 힐라카니까

-그럼 모스트1은 뭔데?

-티몽!

양팀의 조합이 서서히 갖춰진다.

가장 중요한 미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이미 눈치채고 있다.

〈미드 픽이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선픽은 부담되죠.〉

〈어떤 의미로든 미드 싸움은 분명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팀 혼자 중단이 픽을 안 한다면…….〉

필연적으로 토이치TV가 선픽을 하게 된다.

블루팀인 이상 어쩔 수가 없는 일.

최후까지 고민해 가져간 픽은.

와아아아아-!

돌풍을 예고한다.

대회 무대에서 흔히 나오지 않는 챔피언이다.

마치 너만 비주류 하냐, 대답하는 듯한 픽.

〈물론 종나 몬하이가 할 수도 있어요. 한 0.000001%의 확률로?〉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는 거니까요.〉

조그마한 확률이라도 가능성은 있다.

아티러스의 캐스터의 장난기 섞인 말대로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회 무대가 장난도 아니고 평소에 거의 하지 않던 픽.

심지어 원딜과 가장 동떨어져 있으며 높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챔피언을 뜬금없이 시도할 일은 웬만하면 없을 것이다.

「칼에 살고, 칼에 죽는다.」

약칭 칼살칼죽의 탤런이다.

유통기한 심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한다.

산다라 보다 훨씬 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니 초하이 리스크 초하이 리턴!

〈정말 레전설스러운 픽이다. 제 해설자 인생을 걸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경고하지 않는가?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혹시 모른다.

생계와 밥줄, 특히 가장이라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입이 간질간질해지고 싶다.

와아아아아아-!

보다 큰 함성.

팀 혼자 중단의 팬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픽이 나오길 바라던 팬들이 많았다.

-누가 더 상성이 유리해?

-산다라가 아닐까? 산다라가 초반은 세니까!

-반대로 탤런은 초반이 약하지

-Hmm…… 아무리 레전설이라도 힘들 수밖에 없어

물론 롤은 라인전이 전부인 게임이 아니다.

그렇기에 흥미로운 게임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러한 면이 있는 건 맞다.

그것도 상성이 어느 정도 차이날 때다.

고된 라인전이 예상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숱한 팬들의 기대, 그리고 우려 속에서 세 번째 세트가 막을 올린다.

* * *

하위 랭크에서는 픽률이 꽤 있는 편이다.

상위 랭크, 천상계로 갈수록 한계가 드러나 묻힌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성향상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근데 안 쓰인다고 안 좋은 건 아니야.'

챔피언마다 활약하기 좋은 구도가 있다.

얼마 전 4강전 Cloud7와의 경기.

단 한 번도 출전 못한 챔피언을 꺼내지 않았는가?

그에 비하면 탤런은 비주류 챔피언도 아니다.

비주류 챔피언 업계에서는 명함도 못 파게 할 것이다.

하지만 라인전이 힘들 수밖에 없는 건 확실히 맞는 소리다.

꽈득!

4초 주기로 뜯기는 검은 구체.

산다라의 초반 견제가 강렬하다.

악랄할 정도의 라인전 압박을 자랑한다.

'종나 몬하이가 탈탈 털린 것도 그럴 만해.'

산다라라는 챔피언.

나도 한 번 꺼내본 적이 있어서 안다.

딱히 주류로 쓰진 않지만 한 가지 강점이 마음에 들었다.

라인전이 오질나게 세다.

물론 단점이 없는 픽은 아니다.

상성이 없는 무적 챔피언도 아니다.

만약 후픽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면 몇 가지 있다.

야흐오, 자드 등.

해본 만큼 어떤 상대가 까다로운지도 모르지 않다.

'후픽이 이점을 살릴 수 있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오래된 팀답게 경력 있는 코치진을 보유하는 상대는 능구렁이처럼 마지막까지 픽을 숨겼다.

그 결과, 고된 라인전을 진행 중이다.

압박이 생각 이상으로 거세다.

들었던 명성이 헛되지 않은 상대다.

'북미 최고의 미드라이너.'

북미가 5대 지역 중 가장 얕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건 나도 모르지 않다.

한국 사람인 이상 알 수밖에 없는 세 글자다.

북미잼!

결코 북미에서 파는 잼을 뜻하는 게 아니다.

냉장고에 잼이 없다 수준으로 부장님 개그지만 아무튼.

한 지역의 최강자로 군림하다는 건 그 누가 한다 해도 쉬운 일일 수 없다.

하물며 미드.

가장 주목 받게 되고, 그만큼 평가와 비교를 당하기 쉬운 라인이다.

그럼에도 비역슨은 북미 최고의 미드라이너, 심지어 누구보다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에서조차 고평가를 받는다.

이는 놀라우리 만큼 신빙성이 있게 증명하는 것이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한지에 대해 말이다.

라인전을 하고 있는 내가 몸소 느낀다.

꽈득!

웬만한 논타겟은 맞지 않는 게 나라는 인간이다.

없는 틈을 비집어 여는 듯한 스킬샷이다.

상대의 견제가 워낙 날카롭게 매섭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어떻게 해야 스킬을 피할 수 있을까?

이는 자칫 단순한 피지컬 싸움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문제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킬을 쓰는 타이밍은 정해져 있거든.'

들 수 있는 예가 몇 가지 있다.

하나, 상대가 CS를 먹으려고 할 때.

둘, 적 정글러가 근처에 왔을 때.

셋,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때.

기타 등등 여하튼 많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추측한다.

그 이후에 피지컬을 기반하여 피하는 것이다.

또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반대된 생각 또한 가능하다.

이때 스킬을 쓰는 건 상대가 읽기 편하겠구나.

규칙들을 안 지키면 맞힐 확률이 올라가겠네?

정말로 옳은 소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라인전.

상대가 쏘아온 엇박자의 스턴은 그래서 맞았다.

파아앙!

토옹!

스턴에 걸리고 빼도 박도 못하게 검은 구체가 얹어진다.

추하다면 추한 변명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예 추가 연계를 상정하지 않은 거리.

때문에 얹어지는 구체는 고작 하나에 불과하다.

마나가 아까울 정도의 덧없는 딜교환이다.

즉, 그럴 만한 의미가 있었다는 소리다.

꽈득!

치지직…!

산다라가 점멸로 억지딜까지 박아 넣는다.

그 이전에 앞무빙에서 이미 예감이 왔다.

상대 정글이 근처에 있을 거라는 것.

예감, 아니 정보를 바탕으로 한 현실성 있는 추측이다.

글자 그대로 현실이 되며 유령 벽을 넘어 나타난다.

생다이브를 하기 위해 체력을 억지로 깎았다.

휘익!

상대 정글의 위치를 상정해 반대편에 있었다.

덕분에 투사체인 실뭉치를 간발의 차이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멸을 사용해야만 했다.

체력이 세 자리도 남지 않은 채 불타고 있다.

평타만 툭 건드려도 쓰러지리 만큼 위태위태하다.

점멸도 빠져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 * *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토록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단단함.

하지만 레전설도 상성이 밀리는 픽, 북미 최고의 미드라이너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TSM! TSM! TSM!

비역슨이 레전설을 압박할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공격적인 함성이 전후좌우 수천 명 팬들에게서 쏟아진다.

가장 높은 데시벨을 만든 바로 그 장면.

파아앙!

산다라의 스턴이 적중하고 말았다.

비역슨은 과감하게 망설임 없이 점멸을 썼다.

검은 구체를 쥐어 뜯으며 평타 한 번과 점화.

할 수 있는 모든 딜을 넣고 바톤을 넘긴다.

갱킹을 온 아군 정글러에게 말이다.

거미여왕이 불현듯 나타났다.

휘익!

실뭉치가 허공을 가른다.

자그마한 탄성 소리가 경기장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작다.

대부분의 팬들은 알고 있다.

이건 실뭉치를 피해도 죽었다.

토옥!

취익!

이번의 탄성은 조금 더 크다.

평타와 독니로 탤런을 건드렸다.

그런데 위태위태한 상태에서 안 쓰러진다.

오히려 체력이 차는 기묘한 마술.

아이템창은 의외로 주시되지 않는다.

과반수 이상의 관중들이 그제서야 깨달았다.

「힘의 영약」

3분 동안 챔피언 레벨에 따라 체력이 120~235, 공격력이 15 증가합니다.

한 번 더 탄성 소리가 들려온다.

워낙 팀 혼자 중단의 승리를 간절히 응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팬들은 알고 있다.

어차피 시간 문제다.

거미여왕이 물어뜯는 순간 못 버틴다.

그 기대에 실수 없이 부응해 물어뜯기 직전.

─퍼스트 블러드!

ToichiTV 레전설님이 TSM 어메이즈님을 처치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온다.

반대로 일부는 진심 어린 감탄사를 내뱉는다.

경기를 해설하는 중계진들로서는 어느 쪽에 서야 할지 난감하다.

〈이건 레전설의…… 침착한 판단이 돋보였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레전설했다!〉

이외의 결론으로 가다가는 선수 한 명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

광기에 들린 팬덤은 그만큼 무섭다.

하나의 동사가 상황을 정리한다.

당연한 듯이 피해낸 실뭉치.

투사체가 닿기 직전까지 아낀 영약.

형태를 변환하자마자 들어가버린 침묵.

거미줄로 탈출하는 찰나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포탑의 공격과 반격에 자멸하고 만다.

레전설의 탤런이 승전보를 가져온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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