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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미드 -->
진취적으로 노력하여 자신의 목표를 붙잡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냥 하다 보니 잘된 사람도 많다!
의외로 후자의 비율은 전자를 압도한다.
비역슨은 후자에 속한다.
그가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계기는 보잘것없다.
학교에 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학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원인은 악질적인 괴롭힘.
선생님조차 편이지 않았다.
한없이 괴로웠을 수 있었던 과거다.
그래서 그만두게 하였다.
게임을 하게 해줬다.
하고 싶어했으니까.
그의 어머니가 했던 인터뷰 전문이다.
수 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좋아하는 게임을 했다.
타고난 재능에 힘입어 손가락에 꼽히는 랭커가 되었다.
하지만 갇힌 새장의 문을 여는 건 스스로는 안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너는 여길 안 오면 안된다!」
당시 유럽 서버의 랭킹 1위이자 절친했던 온라인이 지인의 권유다.
프로게이머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비역슨의 인생은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현재.
TSM! TSM! TSM!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센터.
꿈만 과도 같은 무대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수천 명 팬들의 환호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비역슨의 귀에는 들릴 턱이 없다.
만약 들린다면 경기에 지장이 갈 수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세트가 끝나기 직전 깨달았다.
팬들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결승전의 자리에 선 이상 우승을 바라지 않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비역슨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비단 팬들의 응원이 아니더라도 경기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대가 바로 그 레전설.
물론 자신감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길 자신이 있다는 소리도 아니다.
"패배했지만 소득은 있어. 상체 싸움으로 이끌어간다면 주도권을 리드할 수 있을 거야."
다가올 두 번째 세트를 위해 코치진과 선수들이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그 바쁜 대화를 들으며 비역슨은 생각에 잠겼다.
어째서 코리아나를 픽했을까?
조합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다.
비역슨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픽이다.
그 두 가지 이유에 더해 한 가지가 숨어있다.
코리아나라면 레전설에게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코치진의 판단이기도 하다.
이번 결승전의 유일한 변수는 레전설이 될 것이다.
"블러디&힐라카를 상대로 시팅 없이 버티라고요?"
"하라면 할 수는 있지만…… 금방 포탑이 파괴될 테고 적 봇듀오의 발이 풀리면 결국은 이전 세트랑 다를 바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조금 다르다.
전체적인 의미에서는 같으나 과정.
포지션 변환을 통해 게임을 근본부터 흔들어댄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은 안된다는 거네."
"Umm, 내가 라인전 단계에서 힐라카를 끌어서 잡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비관하지 마 네 탓이 아니야."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한쪽을 틀어막으면 다른 한쪽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를 밸런스 있게 조율하여 균형을 맞추는 게 피드백.
이렇다 할 답이 나오지 않아서 문제다.
상대의 준비는 예상 이상으로 철저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보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약점이라 지목되던 선수들의 기량도 부쩍 늘었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은 걸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다.
팀 혼자 중단이 다음 세트의 준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그때.
"우리가 안정적으로 갈수록 상대는 더욱 파고들 거에요."
비역슨이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스스로의 새장을 깰 계기가 되었다.
* * *
1만 명이 넘어가는 관중들.
그중 과반수가 팀 혼자 중단의 극성팬이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드는 역사를 가진 명문팀답게 팬들의 수도, 깊이도 북미 여느 팀 이상이다.
그런 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란다.
두 번째 세트가 반격의 봉화가 되길!
하지만 변화란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팀 혼자 중단은 생각 이상으로 위기에 몰렸다고 봐
다른 건 둘째 쳐도 밴카드가 너무 빠듯해
미달리, 광우스타, 야흐오
만약 이 셋 중에 하나를 풀고 힐라카를 밴하면 또 다른 전략으로 받아 쳐오겠지
└상단은 또 어떻고? 두두&테러스티나도 몰라보게 잘해졌어
└그들은 원래부터 기량이 있는 선수들이었어. 너무 과소평가했던 거야
└모든 선수들이 제역할을 해주는 토이치TV는…… 너무 강해
항상 레전설의 캐리에 목을 매듯 하던 토이치TV다.
팀원들이 제기량을 발휘하자 놀라울 정도다.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정감이 생겼다.
굳이 레전설이 유별난 활약을 안 해도 점점 승기가 굳는다.
그것만으로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이 된다.
공략할 구멍이 하나가 아니라는 소리니까.
〈비역슨의 잘못일 수도 있어요. 레전설은 솔킬을 땄는데 비역슨은 못 땄으니까요!〉
〈그로서는 억울하겠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분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가벼운 농담이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라 치부할 건 아니다.
사실 팀 혼자 중단의 사정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비역슨의 캐리에 너무 의지한다.
지난 스프링 시즌부터 숱하게 받아온 지적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섬머 시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역슨과 함께 팀을 지탱하던 봇라인이 슬럼프에 빠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결승전에서도 기량 하락이 발목을 잡는다.
첫 번째 세트의 가장 큰 패인 중 하나였다.
-갱으로도 못 풀지. 까딱 잘못하면 트리플 킬인데
-미터스라면 갱각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어메이즈는 미터스가 아니야 : P
-사실 Cloud7이 꺾인 시점부터 이번 시즌 우승은 물 건너 갔다고 보고 있었어
팀 혼자 중단의 팬덤은 까도 많다.
비관적인 팬들도 적지 않게 있다.
어차피 이번 시즌도 준우승이야!
아니다, 준우승만 해도 할 만큼 한 거지.
기대 반, 포기 반이 되어버린 상태다.
그래도 혹시 준비해온 전략이 있지 않을까?
다음 세트를 엿볼 수 있을 밴픽에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Holy smoke! 힐라카&블러디를 내줬는데요? 물론……테러스티나는 가져왔지만요.〉
〈몬하이가 직트와 이즈레알 등의 픽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도는 결국 비슷해지겠네요.〉
엎치락뒤치락한 게 아니라 워낙 무난하게 패배했다.
조합 조금 수정하는 정도로 효력이 있을까?
팬들은 물론 중계진들도 우려를 표한다.
숱한 우려 속에서 시작한 두 번째 세트.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없지는 않다.
팀 혼자 중단에 바뀐 픽이 있다.
〈흔한 픽은 아니에요. 하지만 비역슨이라면 언제든 꺼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비역슨의 산다라…… 팀이 위기일 때만 꺼낸다는 소문이 있는 바로 그 조커 카드죠.〉
2014년의 미드라이너는 고정된 관념이 요구됐다.
암살, 혹은 광역딜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산다라는 애매하다고 평가 받았다.
당연하게도 비주류에 속했고,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두 번 꺼낸 사람은 있지만 유별난 활약은 못 보였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역슨만의 산다라만이 시그니처 픽이라 인정 받고 있다.
첫 출전 펜타 킬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
이후 산다라를 꺼낼 때마다 유난한 활약을 펼쳤다.
자주 꺼낸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공식전 전적 8전 8승 0패! 한 번도 안 졌습니다.〉
〈만약 오늘이 첫 패배가 된다면 재밌겠군요. Sorry! 돌 던지지 마세요.〉
그런 만큼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팬들의 기대를 조금은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판사판 가는 느낌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산다라는 너무 애매한 픽 아니야?
-전형적인 유통기한 챔피언이지
-결국 비역슨은 자신이 캐리하기 위해 솔킬을 노릴 생각 같아
이 솔킬을 따기 위해서는 상성이 중요시 된다.
하필 상대인 종나 몬하이가 꺼낸 픽이 직트.
사거리가 길어 산다라를 상대하기 용이하다.
블루팀인 팀 혼자 중단이 테러스티나를 뺏은 것과 마찬가지다.
레드팀인 토이치TV는 막픽의 이점을 살려 카운터쳤다.
상식에 기반한 우려는 지극히 타당한 게 맞으나.
─퍼스트 블러드!
TSM 비역슨님이 ToichiTV 몬하이님을 처치했습니다!
혹시나 하던 기대가 터지고 만다.
* * *
운수 좋은 날.
우리나라에서 머피의 법칙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놀랍게도 머피의 법칙보다 25년 더 이르게 발표됐지만 하필 소설이라서 소설로 대박쳤다는 비운이 아닌 소설이다.
'어쩐지 잘 풀린다 했어.'
어쩐지 상체 라인이 잠잠하다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폭격이 떨어지고 있다.
파아앙!
산다라가 굴린 검은 구체가 직격한다.
직트가 강제적인 스턴 상태에 빠진다.
그 위로 검은 구체가 무수히 얹어진다.
파바바바밧!
다섯 개의 구체가 직트의 몸을 시간 차로 때린다.
어떤 만화의 5연속 못펀치를 보는 기분이다.
직트가 마치 풍선처럼 터지고 말았다.
'군대에서 그거 쓰는 애들이 있었지.'
대부분은 치도리, 그림자 분신술, 고무고무 총난타, 그리고 딱 한 명 만해(卍解)!
실제로 미친 선임이 하나 있었다.
뒷산에서 나무 하나 주워와서 정성스레 깎더라.
나중에 자신의 참백도라며 들고 다녔다.
뭐라고 지껄이면서 참백도 해방까지 했다.
참백도명까지는 기억 안 나지만 그걸로 숱하게 때리고 다닌 건 잊을 수가 없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TSM 비역슨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종나 몬하이의 직트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고 있다.
물론 그는 미드라이너가 아니다.
전략상의 이유로 스왑했을 뿐.
다소의 미스는 감안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맞다.
그런데 의외로 첫 번째 세트는 잘해줬다.
이번 세트에서 안 쌌던 똥을 몰아서 해치운다.
'10분에 5킬을 먹은 산다라라…….'
그냥 솔킬 좀 따이고 힘든 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터져나가고 있다.
아무리 상성 차이가 난다고 한들.
롤이라는 게임에서 말하는 상성이란 한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의 실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때.
반대로 차이가 나면 의미가 없게 된다.
"I can't believe it! 분명 사리고 있었어. 이게 죽을 거라고는 정말……."
종나 몬하이 스스로도 충격이 큰 모양이다.
경기 중이라 말을 더 꺼내지 않을 뿐 평소 그의 성격상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경험에서 미루어 짐작하건데 벽을 느낀 듯하다.
일반 유저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하는 헤비 게이머들은 한 번씩은 경험해본다.
이는 나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달래…… 아니 춘자랑 오락실에 갔을 때였나.'
당시에는 달래가 아니고 다르신 분이었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그때 무슨 내기를 했었다.
근데 그 개년……아니, 강아지계집이 치사하게 펌프를 종목으로 밀더라.
당시 자신감에 가득 차있던 나는 받아들이고 말았다.
처음 내가 몸치라는 걸 인정하게 된 순간이다.
게임을 져서 부들부들 떤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날 그 강아지계집은 장기를 살려서 열심히 수금하고 있다.
아무튼 종나 몬하의 감정은 변명이라기 보다는 감탄에 가깝다.
그만큼 비역슨의 실력이 극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경기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아직 게임을 진 것도 아니다.
이처럼 초반이 폭삭 망해버린 게임.
몇 달에 걸쳐 진행해온 이번 섬머 시즌의 LCS에서 비슷한 경험은 있었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어서 문제지.'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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