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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설의 재림-256화 (25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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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최고의 미드 -->

결승전을 치르기 전 부스 안.

이런저런 생각이 사무친다.

'…….'

순식간에 훅 지나간 듯한 기분이다.

연습에 빠진 시간은 그렇다 쳐도 예정이 엄청나게 뒤바뀌었다.

평소 진행하는 LC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길래 별 긴장 안 하고 있었더니.

'나라가 다른 만큼 문화도 다르다고 봐야 하는 거겠지.'

놀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그러하다.

결승전은 큰 경기장 대관해서 치르는 거잖아?

결승전이라 하면 오오오! 엄청나다! 시즌 경기는 못 봤어도 결승전 만큼은 봐야 돼!

한국에서는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북미에서는 이번 시즌의 결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과정이 있었기에 결과도 있다.

그 둘의 중요도는 어느 한쪽이 특별히 높지 않다.

따라서 결승전도 평소와 같게 진행하는 게 북미의 롤챔스다.

이번 시즌도 그랬어야 했다.

"Incredible…… 내가 이렇게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를 진행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네 방송은 항상 수천 명의 시청자가 보지 않아?"

"방송과는 다르지. 너도 알 거 아니야?"

타블 D 지게몬페와 종나 몬하이.

그 둘은 나름 자세하게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방송 컨텐츠로 진행한 적도 있다고 하니 그럴 만하다.

'지난 스프링 시즌 결승전을 정말 LCS 스튜디오에서 했었구나.'

들은 바가 있음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그렇게 느낄 것이다.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비, 나중에 나랑 결혼하면 신혼여행은 어느 나라로 가고 싶어?"

"What……? That's a funny joke!"

"……아니, 만약에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잖아."

너무 자연스럽게 벽이 쳐졌다.

살짝 상처 입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도 당연히 신혼 여행은 간다.

하지만 간다고 해도 보통 국내.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하와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섬, 알지도 못하는 나라 가는 게 당연하지 않다.

결승전 또한 큰 틀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열린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때문에 특별히 성대하지 않다.

원래는 평소와 다름없게 치러질 예정인 결승전이었다.

'여론 하나로 며칠 만에 결승전 장소가 바뀌었다니……'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된다.

미국 사람들이 성대한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까지 할 의미가 없어서 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반대로 의미가 생기자 어처구니 없을 만큼 적극적이다.

말로만 듣던 라스베이거스.

경기를 치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래딧에 피어오른 불씨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벤트와 파티, 분위기 타는 걸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이다.

흐름을 타자 순식간에 여론이 모였다.

그리고 이를 운영진 측에서 수락했다.

갑작스레 대형 경기장으로 장소가 이전된 웃지 못할 사유다.

"로맨틱하지 않아요? 썽훈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좋아하는 편이지. 누구와 함께하냐가 더 중요하긴 한데."

경기를 치르는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이런 큰 무대에서 경기는 경험이 된다.

그냥 순수하게 흥미가 일기도 한다.

고개를 조금 트는 것만으로 시야가 달라진다.

부스 안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상암 E-스포츠 경기장, NA LCS 스튜디오 등 작은 경기장에서는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이토록 큰 경기장은 처음이다.

아니, 처음이 아니더라도 특별하게 느낄 것이다.

전후좌우 가득 찬 관중석에 앉아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현장이 어둡고, 조명이 밝아 세세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눈에 힘을 풀자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다.

현란한 불빛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응원 도구들로 시야가 가득하다.

"만약 우승을 하고 중앙에 선다면 더욱 특별하겠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 아닐까요? 흔히 그렇게들 말하잖아요."

하비는 프로게이머가 본업이 아니다.

나와는 느끼는 감정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표현 자체는 지극히 공감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

우승자들은 그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말이다.

"나는 그런 건 원하지 않아."

"Really? 썽훈이라면 틀림없이 리액션을 준비해왔을 줄 알았어요."

"……."

대체 나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진 것일까?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정말로 우승을 한다 해도 딱히 바라는 건 없다.

쏟아지는 환호?

세간의 시선과 보상?

그런 걸 바라고 하게 된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우승을 하고, 한 여자가 고백을 받아준다면 나는 그녀를 위해서 조연이 돼도 괜찮아."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는 구분해줬으면 싶어요."

하비의 정색한 얼굴 처음 봤다.

영어로 말하니 더욱 와닿는다.

'너무 벽치는 거 아니야?'

그냥 농담으로 한 소리다.

물론 농담으로 안 끝날 수도 있다.

약간 분위기 타면 우승하고 공개 고백.

로맨틱하잖아.

안 받아들일 수가 없잖아!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 호텔을 잡고 며칠 휴가를 보낸다던지.

'……하비가 안되면 엘리샤한테라도.'

4강 승리 후 인터뷰를 가지며 다소의 오해는 풀었다.

문자 연락도 주고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엘리샤와는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우승을 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힘든 역경을 넘어서면 그제서야 싹트는 감정도 있다.

'……아마 있을 거야.'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스 바깥 보이는 수천 명의 관중들.

어느새 방금 전 본 이상으로 불어났다.

아직까지는 팀 혼자 중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이번 섬머 시즌의 마침표를 찍는 자리다.

과정이 결과 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본받았으면 하는 좋은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안 좋으면 잠자리가 불편해진다.

붕 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기에 임한다.

* * *

〈갑작스레 진행된 일이라 오늘 처음 알게 되신 분들도 있을 거에요.〉

〈결승전 장소가 갑자기 바뀌어 버렸잖아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장난을 치나 했습니다.〉

4강과 결승 사이의 고작 2주간의 텀.

여러가지 일이 순식간에 진행되니 가장 바빴던 건 관계자들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은 이미 끝나고 1만 명을 넘은 관중들과 함께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할 정도로 오늘 결승전이 중요하긴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결승전도 있나요?〉

〈보통은 없겠죠. 하지만 오늘은 특히 더에요. LCS의 패자가, 흐름이 바뀔 테니까요!〉

두 시즌 연속 NA LCS를 지배해오던 Cloud7.

4강에서 토이치TV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에 따라 결승전은 무조건적인 새바람이 예고된다.

그 새바람이 과연 과거에 한 번 불어닥친 그것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변의 시작이 될지.

북미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새로운 역사를 써내리게 될 두 팀! 토이치TV와 팀 혼자 중단의 선수들이 올라옵니다!〉

아티러스 캐스터의 외침을 신호로 등장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은 북미를 대표하게 될 선수들이다.

래딧을 폭발시킨 토이치TV 뿐만 아니라 그 상대팀.

-팀 혼자 중단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최근 비역슨의 기세라면 충분해!

-만약 미터스가 올라왔어도 지금의 비역슨은 막을 수 없을 거야

비역슨.

그가 북미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건 의외로 오래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지난 2014년의 스프링 시즌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엄청난 입지를 다져 유명세를 떨친다.

임팩트 있는 실력과 함께 또 하나의 이유.

한 마디로 짧게 정리하면 구원투수다.

그가 속한 팀 혼자 중단은 CLC와 함께 북미를 지탱해온 명문이다.

하지만 오래된 팀이 삐걱삐걱 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국의 얼밤과 불밤이 그러하듯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지난 스프링 시즌 비역슨의 영입.

결승전까지 치고 올라가며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다.

NA LCS의 데뷔 첫 시즌에 쌓아 올린 업적이다.

그리고 현재.

비역슨! 비역슨! 비역슨!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센터.

무대 위에 등장하기가 무섭게 외쳐지고 있다.

그도 그럴게 팀 혼자 중단의 극성팬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다.

─비역슨은 팀 혼자 중단의 꿈과 희망이야

비역슨이 없는 팀 혼자 중단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어

심지어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잘해지고 있다고!

이번 결승전에서 사고를 칠지도 몰라

└비역슨 덕분에 정말 응원할 맛이 나

└부정할 수 없는 팀 혼자 중단의 에이스지!

└만약 우승까지 해낸다면…… 미터스의 뒤를 잇는 전설이 될 거야

만약 자신이 오래도록 응원하는 팀이 슬럼프에 빠진다.

그런데 새로 영입된 선수가 고군분투하며 성적을 낸다?

팬인 이상 조건반사적으로 호감이 간다.

지난 스프링 시즌의 준우승이라는 기록.

이번 섬머 시즌도 결승전 무대에 올라섰다.

NA LCS에서 가장 팬덤이 큰 팀 혼자 중단의 수많은 팬들이 응원을 위해 북미 전역에서 모여들었다.

〈최근 비역슨 선수의 기세가 굉장히 무섭긴 하죠?〉

〈조별 리그 후반, 플레이오프, 4강 올라오며 차차 발전까지 하고 있습니다. 더 올라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명승부 기대해봄직 한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잘하는 선수가 더 잘해졌다는 의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미 최고의 미드라이너를 가리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지난 Cloud7전 준결승이 워낙 많은 토의가 오갔었다.

그러다 보니 토이치TV의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이 됐다.

레전설은 어째서 매경기 포지션을 바꾸며 맹활약을 하는가.

─결승전에서는 레전설이 미드에 설 확률이 높다고 봐

레전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해

그는 2인분 3인분을 하며 게임을 캐리하는 게 아니야

4인분 5인분을 하며 멱살 캐리를 하고 있는 거지!

자신의 라인을 박살내며 게임을 캐리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2인분 이상은 하기 힘들다.

롤은 결국 팀게임이고,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는 하나다.

하지만 대회 무대에서는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아닌 팀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에이스가 존재한다.

이를 테면 Cloud7의 미터스! CLC의 트리플리프트!

이름만 들어도 압박감이 느껴지는 스타급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 맞라인.

혹은 불러들이며 상대의 플레이를 말리게 만든다면?

└Aha! 상대의 캐리를 봉쇄하는 거구나

└Cloud7을 상대로는 정글을 가지 않았는데?

글쓴이-대신 정글을 불러들였지. 후반 캐리를 맡는 스네키를 말리기도 했고

└Hmm……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타당성 있는 글이야

다각적인 분석이 오가며 기대를 부풀린다.

결국 요지는 간단하다는 소리다.

양팀 에이스들의 활약에 달렸다.

레전설! 하비!

토이치TV의 선수들도 무대 위에 올라선다.

인기 스트리머들이 규합된 팀답게 그 인기가 상당하다.

팀 혼자 중단처럼 역사를 가진 팀이 아님에도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양팀의 경기가 치열하리라는 방증입니다. 준비되셨나요 Ladies and Gentlemen!〉

2014 NA LCS 섬머 시즌 Final.

롤챔스의 결승전임과 동시에 하나의 축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현장의 팬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진행하는 캐스터도 같은 마음이다.

-세상에……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어

-어느 쪽이 이기든 오늘은 LCS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 될 거야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뉴욕에서라도!

오늘로 하여금 북미에 큰 변화가 불어닥치리라.

긍정적인 변화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럴 만한 두 초신성의 대격돌이다.

이미 미터스를 꺾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떨치고 있는 레전설.

그리고 그에 맞서는 팀 혼자 중단의 자랑 비역슨.

현재 시점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북미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하면 미터스가 꼽힌다.

그러고도 남을 경기력과 커리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향후 롤판의 역사가 길어지며 바뀌게 된다.

NA LCS의 살아있는 전설.

그 한 줄이 비역슨을 설명한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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